화를 자주 내는 상사는 직원의 창의력을 기대하지 마라   

2018. 2.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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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부하직원을 질책하고 화를 내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성정이 아무리 어질고 너그러운 사람일지라도 부하직원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이해하고 웃어 넘기기란 힘든 일이다. 부하직원이 잘한 일이나 잘못한 일에 대해 곧바로 개입하여 피드백해야 하고 누가 봐도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적절하게 화를 내야 한다. 부하직원의 육성과 조직에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면 언제 '천사표'를 포기해야 하는지 알아야 역량 있는 관리자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좀더 유능한 관리자들은 자신이 화를 내는 행위가 상대방의 '빠릿빠릿함'이나 정확한 일 처리 능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상대방의 창의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엘라 마이런-스펙터(Ella Miron-Spektor)와 동료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화 내는 상황을 접하게 하고서 그들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이 가해지는지 살펴봤다.




마이런-스펙터는 72명의 공과 대학교 학생들에게 어떤 남성 고객이 영업 담당자(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들려주었다. 참가자 중 절반은 고객이 매우 심하게 화 내는 내용을 들었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특별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대화를 들었다. 고객이 드러내는 감정의 차이 외에 대화의 다른 측면은 동일했다. 대화를 청취한 후에 참가자들은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은 '헤브루 인사이트 문제'라고 불리는, 12개의 창의적인 문제를 풀어야 했고, 다른 그룹은 시스템적이고 분석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SAT(대입 자격 시험) 류의 문제 12개를 풀어야 했다.


각 그룹에게 25분의 시간을 주고 풀도록 한 결과,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은 창의적인 문제보다 분석적인 문제를 더 잘 맞혔다. 하지만 화 내는 대화를 들은 참가자들은 평범한 대화를 들은 참가자들보다 창의적인 문제를 못 푸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분석적인 문제는 더 잘 풀었다. 분노라는 감정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반면, 분석적인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화를 내더라도 분노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기보다 에둘러서 표현하거나 비꼬듯이 이야기할 경우에는 상대방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이 가해질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마이런-스펙터는 후속실험을 실시했다. 그녀는 184명의 공과 대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화 내는 고객', '빈정대는 고객',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중립적인 고객'이 영업 담당자와 나누는 대화 내용을 각각 들려주었다. 


예를 들어 빈정대는 고객은 "당신들의 서비스는 거북이만큼이나 빠르군요.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만 서비스를 하신다니, 그 시간은 직장인들에게 정말 완벽한 시간대로군요."라며 비꼬았다. 녹음 내용을 들려준 후에 마이런-스펙터는 참가자들을 창의적인 문제(관련 없어 보이는 세 단어의 연관성 찾기)와 분석적인 문제(의미 없는 두 문자열이 같은 것인지 맞히기)를 풀도록 했다.


'화 내는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의 문제 풀이 결과는 첫 번째 실험과 같았다. 그들은 '중립적인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보다 분석적인 문제는 더 잘 풀었지만 창의적인 문제는 잘 풀지 못했다. 흥미로운 것은 '빈정대는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이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창의적인 문제를 더 잘 맞혔다는 사실이었다. 분노를 중화시켜 전달하는 것이 상대방의 창의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물론 빈정대는 태도가 항상 지속되면 곤란하겠지만,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상대방에게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분노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이 효과적임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마이런-스펙터의 연구는 또한 상대방이 분석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할 경우에는 화를 표출하는 행위가 도움이 된다는, 약간은 불편한 사실도 드러내고 있다. 누군가가 화를 내면 사람들은 잘 아는 쉬운 방법(하지만 창의적이지는 않은 방법)에 집중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화가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해서 항상 화가 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거나 연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이 연구는 단기적인 효과를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일시적으로 분석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력이 향상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기와 자존감을 저하시켜 성과가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 실험으로부터 우리가 찾아야 할 시사점은 화를 표현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이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를 다루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훼손시키지 않을뿐더러 단기적으로는 그들의 창의력을 높인다. 여기에 약간의 유머가 가미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유능한 관리자라면 이렇게 '화 잘 내는 팁'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유능한 관리자는 적어도 직원들의 창의적인 성과를 채근하려는 목적으로 화를 내서 일을 그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참고논문)

Ella Miron-Spektor, Dorit Efrat-Treister, Anat Rafaeli, Orit Schwarz-Cohen(2011), Others' anger makes people work harder not smarter: The effect of observing anger and sarcasm on creative and analytic thinking,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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