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서 즐거움을 찾다간 금방 퇴사한다   

2018. 11. 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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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는 어느 졸업식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열정이 피어날 것입니다!" 윈프리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할 때 열정이 생겨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직업 선택을 고민하면 "네가 좋아하는 일(즐거워 하는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주장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할 때 열정이 자라난다고 말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그 일을 즐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그 일을 싫어하게 될 거라고 충고하는 측이 있죠.


대립되는 두 가지 관점 중에 무엇이 옳을까요? 콜럼비아 대학교의 존 자치모비츠(Jon Jachimowicz)와 동료들은 어떤 관점이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데 있어 옳은 생각인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서로 다른 대학교에서 이루어진 졸업식 축사 117개를 수집하여, '일에 대한 열정(Work Passion)'에 대한 여러 연사들의 생각을 '즐거움(enjoyment)'의 관점과 '가치(values)'의 관점으로 정리하여 설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각의 생각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향후에 이직할 의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질문했죠.


(졸업식 축사를 하는 오프라 윈프리.  사진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Bpx8uNzRdew 캡쳐)



그랬더니 일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재미있는 일을 하자!")일수록 일에 대한 열정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고,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의미있는 일을 하자!")일수록 열정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일에 대한 열정이 낮을수록 '이직 의향(turnover intention)'이 높았는데, 이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현재의 일에 만족하지 못해 어딘가로 이직을 꿈꿀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두 관점(즐거움 vs 가치) 간에 이직 의향의 차이가 아니라 '실제 이직률의 차이'는 과연 있을까요? 이직을 희망하는 것과 실제로 이직을 감행하는 것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치모비츠는 거대 기술기업에 근무하는 994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열정에 관한 두 가지 관점을 설문조사했습니다. 9개월이 지나 이 회사를 찾아가니 그동안 총 90명이 퇴사를 했는데, 일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직원일수록 이직 의향이 높았고 실제로도 퇴사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열정은 재미있고 즐거운 일에서 생겨난다고 믿을수록 일에 대한 열정이 낮고 이직 의향 뿐만 아니라 실제 이직률이 높습니다. 해야 할 가치가 충분한 일이 열정을 불러 일으킨다고 믿을수록 일에 대한 열정이 높고 이직 의향과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의 즐거움은 사실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언제나 꽃길만 걷을 수는 없는 일이죠. 일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딛치는데 어떻게 늘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을까요? 재미가 떨어지고 더 이상 즐겁지 않으면 '일의 열정은 재미있는(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데에서 나온다'라는 관점에 따라 "아, 이 일은 내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일이 아니구나. 다른 일을 찾아야겠다"라고 생각하기 마련이겠죠. 반면, 일의 가치와 사명으로 열정을 찾는 사람이라면, 난관이 찾아와도 극복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으려 할 겁니다. 이들에겐 '어느 조직에서 일하는가'보다는 '무엇을 위한 일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 직업이 되면 더 이상 그 일을 즐기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네가 재미있어 하는 일, 네가 열정을 느끼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라"는 조언을 할 때는 상대방이 얼마 후에 다시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할 겁니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각자가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일이 진정한 열정을 불러 일으키고 그 열정이 훌륭한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네요.



*참고문헌

Jachimowicz, J., To, C., Menges, J., & Akinola, M. (2018, June 28). Igniting Passion from Within: How Lay Beliefs Guide the Pursuit of Work Passion and Influence Turnover. https://doi.org/10.31234/osf.io/qj6y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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