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폴 그린(Paul Green)을 포함한 3명의 연구자들은 미국 서부 지역의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는 180명의 '수확 담당자(harvester, 이 글에서는 농부라고 부르겠음)' 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현장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농부들을 세 그룹으로 나눈 다음 첫 번째 그룹과 두 번째 그룹의 농부들에게 세 번에 걸쳐 짧은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했고, 세 번째 그룹의 농부들은 대조군(control)으로 남겨 두었죠. 


첫 번째 그룹이 시청한 동영상에는 같은 수확 작업을 담당하는 듯한 농부가 등장하여 '우리(we/us)'라는 자주 사용하고 '우리는 모두 같은 회사의 일원이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소속감(belongingness)'을 강조했습니다. 수확 작업이 우리 회사 내부의 다른 작업 수행자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일인지를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에게 제시된 동영상에는 역시나 한 농부가 등장하여 '우리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소비되는 토마토의 거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고객에게 각자의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죠. 또한 이 동영상에는 '수잔(Susan)'이라는 가상의 '고객사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아서 '얼마나 토마토 수확 작업이 고객사(토마토 가공업체)에게 중요한지', '수확의 질과 안정적인 생산성이 최종제품의 품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설명했습니다. 이것 역시 농부들의 작업이 고객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조치를 취한 후에 농부들의 생산성 데이터(시간당 수확량)를 분석하니까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소속감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접한 농부들(첫 번째 그룹)이 고객사와의 관계를 강조한 동영상을 본 농부들(두 번째 그룹)보다 많은 시간당 1.983톤의 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이 기록은 대조군에 비해 7퍼센트가 높은 생산성이었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의 농부들은 대조군에 비해 생산성의 향상을 나타내지 못했죠. 


이 결과는 고객의 말이 직원들의 성과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부 직원들의 말이 성과 향상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말해 줍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최종고객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이 성과를 높이는 데는 생각보다 별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은 지금껏 많은 이들이 알고 있던 상식을 깨뜨려 줍니다. 아무리 강조한다 한들 최종고객과 '나의 업무' 사이의 연관성은 직원들의 마음에 그리 와닿지 않는다는 뜻이죠. 직원들의 피부에 와닿는 메시지는 '지금 나와 한 조직에서 일하는 동료 직원들에게 내 일은 큰 의미가 있어'라는 것이 이 현장 실험의 시사점입니다.


헌데 이 실험은 소속감과 생산성 향상과의 직접적인 관계까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이 관계의 유무를 증명하고자 실험실 내에서 후속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연구실 소속의 멤버로 일하는 분위기를 느끼도록 조치한 다음, 첫 번째 그룹에게는 '같은 대학교 박사과정 학생'이 보낸 감사편지를 읽도록 했습니다. 이 실험실의 연구가 본인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요지의 편지였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다른 대학교 박사과정 학생'이 보낸 감사편지를 읽었습니다. 편지의 세부적인 내용은 물론 달랐지만, 주된 차이는 같은 학교 박사과정 학생의 편지냐, 다른 학교 학생의 편지냐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나는 이미 연구팀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연구팀 멤버들과 가깝게 느껴진다'라는 설문을 돌려 소속감의 정도를 답하게 하고, '나는 여러 가지 과제에 노력할 것이다'라는 항목으로 동기부여의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연구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제를 참가자들이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소속감 혹은 동기부여 수준이 생산성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보기 위함이었죠.


그랬더니, 같은 학교 박사과정 학생이 보낸 편지를 읽은 참가자들의 소속감과 동기부여 수준이 더 높았고, 데이터 입력 과제의 생산성도 더 높았습니다. 흥미롭게도 다른 학교 학생의 편지를 읽은 참가자들의 생산성은 대조군(아무런 편지를 읽지 않은 참가자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두 개의 실험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내부 구성원들이 주는 메시지가 고객이 주는 메시지보다 생산성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하고, 생산성 향상의 비결은 '나는 이 조직의 일원이다'라는 소속감 증진에 있습니다. 내 일이 고객에게 그리고 인류에게 얼마나 공헌하는가라는 점은 강조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자신의 업무가 내부 동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하는 것보다 생각보다 효과가 없습니다. 그런 거시적인 '연결성'은 생산성 향상의 핵심요소들 중 하나인 소속감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직원들이 느끼는 소속감을 증진시켜야 합니다. 소속감을 증진시키고 싶다면, 각각의 업무가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다른 부서의 직원들에게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동시에, 조직의 제도나 불문율들이 직원들의 소속감을 갉아먹지는 않는지도 경계해야겠죠. 여러 가지 생산성 향상 도구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리더들은 이러한 긍정적인 문화가 생산성 증진의 전제조건임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내 업무가 고객에게 얼마나 의미있는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생산성(성과)을 향상시키는 데 말입니다. 



*참고문헌

Green, P., Gino, F., & Staats, B. R. (2017). Seeking to Belong: How the Words of Internal and External Beneficiaries Influence Performance, Working Paper 17-073, Harvard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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