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계에서 '본성(nature)이냐, 양육(nuture)이냐'라는 학문적 논쟁(혹은 대립)이 계속되는 것처럼, 심리학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립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성격은 바뀔 수 있다. 아니다. 바뀌지 않는다'입니다. 성격 변화의 가능성에 일반인들도 두 파로 나뉘어 대립하는데(어떤 사람들은 '성선설' 혹은 '성악설'을 꺼내며 지나치게 거창하게 이 문제를 논하려 하기도 함),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인간의 기질은 안정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심리학계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림들이 동의하듯이 성격의 변화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행동으로 실천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지, 그저 단순히 성격이 변화되기를 '바란다(desire)'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겁니다. 예전에 한창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렸던 <시크릿>이란 책에서 주장하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뼈를 깎는 듯한 실천이 전제되지 않으면 헛된 바람에 지나지 않겠지요. 




그런데, 성격의 변화 노력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되지 않는다면, 즉 단순히 바라기만 하면 오히려 변화하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로' 성격이 움직인다는, 조금은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이선 허드슨(Nathan Hudson)과 동료들은 377명의 심리학 전공 학생들의 성격을 '빅 5(Big Five)' 관점으로 측정하여 알려준 다음, 각자가 변화시키고 싶은 성격 요소를 두 개 정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신경증성(Neuroticism)'은 낮추고 싶고 '외향성(Extroversion)'은 높이고 싶다고 답했죠.


이 연구는 15주 동안 진행되었는데, 학생들은 매주 성격 테스트(총 60문항)를 받아야 했고, 매주 초에 성격 변화를 위한 실천 과제를 최대 4개씩 선택해야 했습니다. 실천 과제들은 성격 요소 하나당 50개씩이었는데, 11명의 성격 전문가들이 제시한 것들로서 난이도가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다양했습니다. 예를 들어, 외향적으로 성격을 바꾸고 싶을 경우에 마트의 계산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쉬운 과제와 '동료나 이웃에게 함게 저녁을 먹자고 청한다', '자청하여 리더 역할을 맡는다'처럼 어려운 과제가 있었죠. 매주 말에 학생들은 각자가 선택한 실천 과제를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를 보고해야 했는데, 허드슨은 학생들이 점점 어려운 과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지만, 실천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수록 학생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성격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실천 과제의 난이도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과제라고 해서 쉬운 과제보다 성격 변화의 효과가 크지는 않다는 의미였죠. 어쨌든, 15주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도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이 변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성격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적어도 빅 5 관점에서)은 이 연구의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의미있는 시사점은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따로 있었습니다. 성격 변화를 바랐지만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성격 특성이 '후퇴'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외향성을 높이고 싶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든지, 리더 역할을 자청하는 등의 실천을 '게을리 한다'면, 외향적이 되기는커녕 내향성이 오히려 강화된다는 의미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자신이 실천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고 실망하는 탓에 자신의 성격을 좀더 가혹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짐작됩니다.




실험 설계상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배경지식이 있는 심리학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점, 성격 측정을 설문 응답에 의존한 점 등), 이 연구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단순한 바람'은 변화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 단순히 바라고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으면 오히려 '거꾸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연하고 수평적이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조직문화를 꿈꾸는 리더들이 많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실질적 과제가 없거나 제대로 실천되지 않을 경우, 그래서 늘 언급만 되고 리더 본인부터 그런 방향으로의 변화를 실천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구성원들의 냉소만 얻게 되거나 '우리 회사는 글러 먹었어'라는 패배주의 혹은 '변화하면 뭐 해. 그냥 지금이 낫다'라는 보수주의가 '굳건히' 자리를 차지하고 말 겁니다. 변화하려면 변화하려는 실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말로만' 변화할 거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연구에서 빅 5 요소 중에 '개방성(Openness)'라는 성격 요소에 대해서는 실천 과제를 꾸준히 실천한 사람은 개방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아무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사람의 개방성은 높아지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이 논문에는 없네요.



*참고문헌

Hudson, N. W., Briley, D. A., Chopik, W. J., & Derringer, J. (2018). You have to follow through: Attaining behavioral change goals predicts volitional personality chang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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