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직원들과 목표 수립 과정을 진행할 때 직원들에게 자율적으로 목표를 수립하도록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직원에게 자율성을 주지 않고 팀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가 직원에게 반드시 달성해야 할 각자의 목표를 할당하는 것이 좋을까요? 둘 중 어떤 방법이 목표 달성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까요? 여러분이 직원의 입장이라면, 둘 중 어떤 방식을 선호합니까?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리윈 진(Liyin Jin)과 동료들은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Customer Loyalty Program)'을 통한 실험을 통해 이런 의문에 답을 줄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이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10잔 마시면 1잔을 공짜로 주는 식으로 커피숍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탬프 카드와 같은 것입니다. 진은 지역에 있는 여러 가지 맛의 요거트를 판매하는 지역의 한 요거트 가게를 섭외하여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을 실험하기로 했습니다.
이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맛은 사과맛, 바나나맛, 오렌지맛, 망고맛, 포도맛, 딸기맛이었는데, 진은 실험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서 1그룹에게는 이 여섯 가지 맛을 순서와 상관없이 구매하면 하나를 공짜로 준다는 스탬프 카드를 제시했습니다. 반면 2그룹에게는 반드시 순서를 지켜서 여섯 개의 요거트를 구매해야 공짜 요거트 1개를 준다는 '엄격한' 스탬프 카드를 제시했죠. 예를 들어 바나나맛--> 애플맛 --> 딸기맛 --> 오렌지맛 --> 망고맛 --> 포도맛 순으로 구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은 각 그룹을 다시 2개씩의 소그룹으로 나눠 실험 조건을 달리했습니다. 스탬프 카드를 받으면 다른 날에 다시 가게에 들러야만 그때부터 스탬프 카드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즉 활성화)해 주겠다는 그룹과, 스탬프 카드를 받으면 다음 구매부터 바로 적립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그룹으로 나눈 것입니다. 이렇게 소그룹으로 나눈 이유는 유연한 목표를 받았을 때와 엄격한 목표를 받았을 때, 참가자들이 요거트 가게의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을 얼마나 수용(buy-in)하는가를 각각 따져보기 위함이었죠.
모두 800장의 스탬프 카드를 배포한 다음 한 달 반에 걸쳐 결과를 살펴보니(11월 둘째 주에 시작하여 12월 31일에 종료), 스탬프 카드에 도장을 다 찍어서 공짜 요거트를 받은 사람은 총 76명이었습니다. 분석해 보니, 유연한 목표를 부여 받은 참가자들 중 30퍼센트가, 그리고 엄격한 목표를 받은 참가자들 중에서는 12퍼센트가 스탬프 카드를 활성화시켜 달라고 가게를 방문했습니다. 스탬프 카드 활성화를 위해 가게를 다시 찾은 날에서도 차이가 났는데, 유연한 목표를 받은 참가자들이 더 일찍 가게에 찾아 왔습니다(평균 3.42일 대 5.79일). 이 결과는 목표를 유연하게 주어야 목표를 잘 수용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살펴보니 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연한 목표를 부여 받은 참가자들은 9퍼센트만이 스탬프를 다 찍었지만, 엄격한 목표(순서를 반드시 지켜 구매해야 하는)를 지시 받은 참가자들은 16퍼센트가 스탬프 카드를 완성했죠. 이것은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는 데 있어서는 엄격한 목표, 즉 자율성을 제한하는 목표를 주었을 때가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실험은 직원들의 목표 수립을 가이드하고 목표 달성을 추구해야 하는 리더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목표를 수립할 때 직원들이 목표를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자율성을 주는 것이 좋지만, 목표가 한번 수립되면 그때부터는 변경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유리하다는 점을 알려주죠. 좀더 생각하면, 목표 달성에 대한 직원들의 의지가 낮거나 달성해야 할 목표가 상당히 도전적이라면 목표 수립에 대한 자율성을 제한하고 유연하지 않더라도 '확고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유리함을 또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직원들의 동기가 높은 수준이거나 목표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거라면, 목표 수립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좋겠죠.
간단히 말해, 직원들이 목표를 수용(buy-in)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 목표 수립에 있어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고, 목표를 완수(follow-through)하는 게 중요하다면 다소 유연하지 않더라도 '명확하고 확고하며 구체적인' 목표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곧 평가 시즌이 시작되고 내년도 목표를 수립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직원들과 목표를 합의해야 하는지 리더들의 고민도 깊어가는 시점입니다. 목표의 특징, 각 직원의 역량 및 동기 수준, 목표 완수의 필수 여부 등을 고려하여 직원들에게 '유연하게 다가갈지' 아니면 '엄격하게 소통할지'를 가늠해 보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Jin, L., Huang, S., & Zhang, Y. (2013). The Unexpected Positive Impact of Fixed Structures on Goal Comple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0(4), 711-725. doi:10.1086/67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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