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과 죄책감의 뜻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요? 아마도 이 두 단어 모두 후회의 감정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비슷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 상당히 다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 “나는 나쁜 사람이다”라고 느끼는 것이 부끄러움이고, “나는 나쁜 일을 했다”라고 느끼는 것이 죄책감이죠. 다시 말해, 죄책감은 구체적인 행동과 연결된 감정이고, 부끄러움은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한 감정입니다.
비슷한 듯 하지만 매우 다른, 이 두 개의 감정은 ‘실수로부터 배운다’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것에서 다른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혹은 실수를 하고서) 부끄러움에 휩싸일 때는 자신의 실수를 교정하지 못하고 다시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와 같은 결론은 조지 매이슨 대학교의 준 탱네이(June P. Tangney)의 종단면적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출처: www.lifedaily.com
탱네이는 워싱턴 DC 교외의 어느 카운티 감옥에 수감된 476명의 기결수와 미결수와 인터뷰를 벌여 그들이 부끄러움이나 죄책감, 혹은 남탓하기 중 어떤 감정에 쉽게 휩싸이는 기질을 가졌는지 조사했습니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하다가 작은 동물을 차로 쳤다”라는 문장을 제시한 후에 수감자들이 “나는 정말 형편없어!(부끄러움)”, “내가 피할 수 있었는데…(죄책감)”, “그 동물이 길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어.(남탓하기)” 중 무엇을 택하는지 살폈습니다.
그 후 대략 1년이 흐른 후에 탱네이는 당초에 인터뷰를 했던 피실험자(풀려났거나, 다시 수감됐거나 한 사람들)과 다시 인터뷰를 진행하여 그들의 재범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범죄를 저질러 체포되었거나, 체포되지 않았더라도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에 대해 말하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죄책감은 재범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지만, 부끄러움은 그런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것은 부끄러움보다 죄책감을 더 느끼는 자가 나중에 그런 잘못을 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왜 그럴까요? 부끄러움은 자신의 실수와 범죄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라기보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남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마음을 유도하는데, 이와 같은 남탓하기는 재범율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것 또한 탱네이의 분석으로 나온 결과입니다.
출처: www.midnightfreemasons.org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고 잘못된 행동을 범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떤 감정을 위주로 후회를 하는지가 실수나 잘못을 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부끄러움은 실수를 교정하는 효과보다는 감추고 피하려는 행동을 자극하기 때문에 잘못을 교정하려는 동기가 상대적으로 미약합니다.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실수를 다시 범할 가능성이 조금은 더 낮겠죠.
기업의 리더나 관리자들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지만, 그가 그 실수에 대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것도 그가 실수로부터 과연 배우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가 잘못을 조목조목 밝히고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라고 답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못나서 그렇다’라고 고개를 숙이는 사람보다는 실수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우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Tangney, J. P., Stuewig, J., & Martinez, A. G. (2014). Two faces of shame the roles of shame and guilt in predicting recidivism. Psychological science, 25(3), 799-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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