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것도 일부러 해봐야 하는 이유   

2023. 11.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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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통계의 스포츠라 불릴 만큼 다양한 각도로 다양한 지표의 통계를 산출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죽하면 '야구 통계학'이란 학문까지 나오겠습니까? 그런데 야구의 통계 분석 결과를 잘 살펴보면 조직경영에 혹은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에 발표된 재미난 야구 관련 논문을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미국의 메이저 리그는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라는 2개의 리그로 양분돼 있습니다. 미국 야구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두 리그의 대표적인 차이가 투수가 타자로 반드시 나서야 하느냐 아니냐에 있음을 잘 알 거에요. 아메리칸 리그에는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나) 투수는 타자로 나서지 않고 '지명타자' 제도가 있습니다. 지명타자는 수비수 역할을 맡지 않고 오로지 타자로만 활동하는 선수죠.

 



반면에 내셔널 리그에서는 투수가 반드시 타석에 서야 합니다. 투수는 보통 9번 타자에 배정되는데요, 공을 잘 던지는 것에 특화된 훈련을 받기에 타자로서는 영 젬병이기 때문입니다. 투수가 타석에서 안타를 치거나 득점을 하면 좀 이례적이라 여기는지 관중은 더욱 환호하죠. 간혹 타자로서도 기량이 좋으면 투수라 할지라도 주요 타선에 배치되기가 있습니다. 어쨌든 내셔널 리그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습니다.

코넬 대학교의 브리트니 본드(Brittany Bond)는 1997년부터 2018년까지 투수가 타석에 섰던 모든 경우를 통계로 분석했는데요, 투수가 타자가 되어 타석에 들어와 아웃 당할 경우 그 투수의 투구 실력(삼진아웃, 실점 등)이 얼마나 영향 받는지를 따져 봤습니다. 그랬더니, 타자로 아웃 당한 투수는 공을 보다 잘 던져서 타자를 아웃시킬 가능성이 컸고 실점할 가능성이 낮았다고 합니다.

본드는 타석에서 실패를 경험한 투수는 그렇지 않은 투수보다 더 잘 던진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긍정적 효과가 스코어로 치면 3.06점에 달하고 돈으로 따지면 팀 하나당 341만 달러라고 말합니다. 아메리칸 리그에서 투수는 오로지 투구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내셔널 리그 투수보다 더 나은 실력과 성적을 거둘 것 같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던 겁니다.

이렇게 잘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좌절을 경험하면 본업을 더 잘하게 되는 효과를 '못하는 과업을 강제하는 효과(forced task inferiority)'라고 부릅니다. 이 효과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조직 내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면서 '그건 내 일이 아니다. 나는 내 분야만 하고 싶다. 그래야 전문성을 더 높이 쌓을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게 과연 맞는 논리인가 의심이 들지 않습니까?

자기 분야만 하지 말고 다른 분야의 일도 경험해서 '일부러'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는 것이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좀더 도움이 된다는 시사점을 본드의 연구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영업만 했다고 쭉 그것만 하려고 하지 말고, 기획도 해보고 생산 분야에도 가봐야 합니다. 재무 직무라고 해서 '난 영업 같은 건 몰라도 돼'라고 간주하기보다 1~2년 영업에서 '굴러보는 게' 재무 전문가로 성장할 밑거름이 될지 모릅니다.

너무 '자기 분야'만 고집하지 마세요.

*참고논문
Bond, B., & Poskanzer, E. (2023). Striking out swinging: Specialist success following forced task inferiority. Organization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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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문제를 지나치면 안 되는 이유   

2023. 11.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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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문제의 크기'를 기준으로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를 정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큰 문제보다는 작은 문제 하나가 연쇄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걷잡을 수 없는 범위로 전파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죠. 발생하는 모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신경을 써야 합니다.

 


NASA의 마리너 1호(Mariner 1)는 금성 연구를 위해 만들어졌는데요, 1962년에 마리너 1호는 발사되자마자 경로를 이탈했고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동 폭파를 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185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문제의 원인을 조사해 보니 R 기호 위의 막대기 표시를 누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R은 반경(radius)를 의미하고 막대기 표시는 평균(average)를 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대기 표시가 없는 R값이 로켓의 컴퓨터에 입력되는 바람에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던 것이죠. 이것이 바로 작은 문제가 엄청난 충격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1776년에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독일 용병으로 구성된 적을 공격하기 위해 델라웨어 강을 건너 부대를 진격시켰습니다. 이를 발견한 어느 농부가 독일군에게 쪽지로 소식을 전했는데요, 하지만 독일군 지휘관 요한 랄(Johann Rall)은 그 쪽지를 읽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번역을 부탁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워싱턴의 기습을 받은 독일군은 패배하고 말았죠. 랄의 시신에서는 농부가 전달한 메모가 펼쳐지지 않은 채 들어 있었다고 해요. 랄의 작은 실수는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전력에도 불구하고 자기네 군대를 패배시킨 원인이 되었습니다.

작은 문제가 큰 문제가 되기 전에 해결하면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의 노력으로 충분합니다. 이것이 작은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할 이유죠. 큰 문제만 골라 해결하기보다 사소해 보이는 수많은 작은 문제의 해결에 구성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사이트
https://www.fastcompany.com/90702029/the-power-of-solving-small-probl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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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과 타율, 무엇이 더 좋을까요?   

2023. 10.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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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조직경영에서 자율성(autonomy)은 긍정적인 요소로 생각합니다. 자율성이 부여된 팀은 그렇지 못한 팀보다 높은 성과를 얻을 뿐만 아니라, 직무만족도, 업무 몰입도, 상호 협력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상식이 된 듯 합니다. 스포티파이(Spotify)나 구글과 같은 기업들처럼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직원 개인의 성장 뿐만 아니라 조직의 중장기적 성장에 무한한 동력을 제공할 거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죠.

 


그러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자율과 타율을 적절하게 섞는 방법’이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함부르크 대학교의 빅토리아 보스(Viktoria Boss)와 동료 연구자들은 900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11주 짜리 실험을 통해 자율성을 최대로 부여하는 것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규명했습니다. 

보스는 다음과 같은 4가지 그룹으로 팀을 구성했습니다.(한 팀에 3명씩. 300개 팀 구성)

A그룹 : 임의로 팀원 배정 & 임의로 과제 배정
B그룹 : 자율적으로 팀원 선택 & 임의로 과제 배정
C그룹 : 임의로 팀원 배정 & 자율적으로 과제 선택
D그룹 : 자율적으로 팀원 선택 & 자율적으로 과제 선택

보다시피 A그룹의 자율성이 가장 적고, D그룹의 자율성이 가장 큽니다. ‘자율은 좋은 것’이라는 상식을 따른다면, A그룹의 성적이 가장 낮고 D그룹의 성적이 가장 높을 겁니다. 실험 결과, 분명히 A그룹보다는 D그룹의 성적이 더 나았는데요, 놀랍게도 그 차이는 미미했습니다. 고작 1%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겁니다. 반면에 적절한 수준의 자율을 부여받은 B그룹과 C그룹은 49%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비록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보스의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자명합니다. 자율과 타율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죠.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느냐 그렇지 않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에는 자율을 인정하고 무엇에는 자율을 부여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직원들의 행복감 혹은 만족도가 성과 창출에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시사점은 인력 구성은 리더가 절대로 놓지 말아야 할 권한이라는 것이죠.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목표로 TFT(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때는 뜻 맞는 사람들끼리 팀을 꾸리도록 하지 말고 리더가 인력 구성의 다양성에 맞춰 팀원을 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같은 물에서 놀던 직원’들은 결국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려는 오류에 빠지니까요.

*참고논문 
Boss, V., Dahlander, L., Ihl, C., & Jayaraman, R. (2021). Organizing Entrepreneurial Teams: A Field Experiment on Autonomy over Choosing Teams and Ideas. Organization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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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랑을 '전략적'으로 하는 방법   

2023. 10.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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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결과를 얻으면 남에게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페이스북 같은 SNS가 '자기 자랑의 도구'로 자주 애용되곤 하죠. 하지만 자랑도 전략적이어야 합니다. 자기 자랑을 했다가 자칫 남들에게 비호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까요. 

와튼 스쿨의 경영학 교수 모리스 슈바이처(Maurice Schweitzer)가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저술한 논문을 보면 자기 자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슈바이처는 '듀얼 프로모션(dual promotion)' 방식을 사용하라고 권합니다.

 


듀얼 프로모션이란 말의 뜻이 뭘까요? 이 말은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성취를 언급하라'는 뜻입니다. 스포츠 선수들이 인터뷰 때 자주 써먹는 방식이죠. "동료들이 팀워크를 잘 발휘해 줘서 제가 골을 성공시켰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감독님이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도록 잘 지도해 주신 덕분입니다." 등이 바로 '듀얼 프로모션'입니다.

슈바이처는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성취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아, 이 사람은 유능한 사람이구나.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이끌어낸다고 말합니다. 친절한 사람,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똑똑한 사람으로 본다는 뜻이죠. 반면에, 자기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따뜻하지 못한 사람, 믿기 어려운 사람, 허풍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슈바이처는 정치인들의 선출 결과를 분석해서 '듀얼 프로모션'의 효과를 증명했습니다. 듀얼 프로모션을 자주 구사하는 정치인일수록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자기 자신의 성취에 너무나 집중하다 보면 그 성취를 이루도록 도운 사람들을 잊는 경향이 있다. 자기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려고만 노력한다."라고 슈바이처는 꼬집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자기 자랑할 일이 있다면, 듀얼 프로모션의 방법을 한번 구사해 보세요. 분명 그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한 명 이상은 꼭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을 언급하면서 자기 성취를 '전략적'으로 자랑해 보세요. 물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마시고요.


*참고논문 
VanEpps, E. M., Hart, E., & Schweitzer, M. E. (2023). Dual-promotion: Bragging better by promoting pee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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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기 싫다는 마음이 숨어있는 8가지 말   

2023. 10.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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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든 개인이든 도태되지 않고 '잘 살려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적응이란 변화라는 흐름에 잘 맞춰 간다는 의미인데, 알다시피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생명 진화의 역사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이를 잘 인지하면서도 변화에 저항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여기서 저항이란 말은 '난 변하기 싫어, 바꾸기 싫어'라고 완강하게 반항한다는 뜻일 텐데요, 사실 그것만이 저항은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에 저항하는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변화를 수용하는 듯한 말들이 따지고 보면 변화에 저항하고 거부하는 신념이자 태도라는 것을 아시나요? 만약 여러분의 조직에서 누군가가 혹은 여러분 자신이 아래의 말을 자주 한다면, 변화에 저항하고 적응을 거부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프랜시스 프라이(Frances X. Frei)와 앤 모리스(Anne Morriss)의 의견을 제가 조금 수정했습니다. 몇 개나 해당하는지 체크해 보세요.


1. "의미있는 변화는 천천히 일어나는 법입니다."

2. "시기상조입니다.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됩니다."

3. "그걸 잘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4. "아직 정보가 충분치 않아요. 더 많은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5. "빨리 움직이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6. "상황을 살피면서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7. "해야 한다면 그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합니다."

8.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준비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이고 '신중한' 조언인 것 같지만, 이런 의견이 조직 내에 만연해 있거나, 여러분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면, 변화는 요원한 일일 겁니다. 

*참고사이트:
https://hbr.org/2023/10/10-beliefs-that-get-in-the-way-of-organizational-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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