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조직경영에서 자율성(autonomy)은 긍정적인 요소로 생각합니다. 자율성이 부여된 팀은 그렇지 못한 팀보다 높은 성과를 얻을 뿐만 아니라, 직무만족도, 업무 몰입도, 상호 협력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상식이 된 듯 합니다. 스포티파이(Spotify)나 구글과 같은 기업들처럼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직원 개인의 성장 뿐만 아니라 조직의 중장기적 성장에 무한한 동력을 제공할 거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죠.
그러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자율과 타율을 적절하게 섞는 방법’이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함부르크 대학교의 빅토리아 보스(Viktoria Boss)와 동료 연구자들은 900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11주 짜리 실험을 통해 자율성을 최대로 부여하는 것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규명했습니다.
보스는 다음과 같은 4가지 그룹으로 팀을 구성했습니다.(한 팀에 3명씩. 300개 팀 구성)
A그룹 : 임의로 팀원 배정 & 임의로 과제 배정
B그룹 : 자율적으로 팀원 선택 & 임의로 과제 배정
C그룹 : 임의로 팀원 배정 & 자율적으로 과제 선택
D그룹 : 자율적으로 팀원 선택 & 자율적으로 과제 선택
보다시피 A그룹의 자율성이 가장 적고, D그룹의 자율성이 가장 큽니다. ‘자율은 좋은 것’이라는 상식을 따른다면, A그룹의 성적이 가장 낮고 D그룹의 성적이 가장 높을 겁니다. 실험 결과, 분명히 A그룹보다는 D그룹의 성적이 더 나았는데요, 놀랍게도 그 차이는 미미했습니다. 고작 1%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겁니다. 반면에 적절한 수준의 자율을 부여받은 B그룹과 C그룹은 49%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비록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보스의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자명합니다. 자율과 타율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죠.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느냐 그렇지 않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에는 자율을 인정하고 무엇에는 자율을 부여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직원들의 행복감 혹은 만족도가 성과 창출에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시사점은 인력 구성은 리더가 절대로 놓지 말아야 할 권한이라는 것이죠.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목표로 TFT(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때는 뜻 맞는 사람들끼리 팀을 꾸리도록 하지 말고 리더가 인력 구성의 다양성에 맞춰 팀원을 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같은 물에서 놀던 직원’들은 결국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려는 오류에 빠지니까요.
*참고논문
Boss, V., Dahlander, L., Ihl, C., & Jayaraman, R. (2021). Organizing Entrepreneurial Teams: A Field Experiment on Autonomy over Choosing Teams and Ideas. Organization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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