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직원들을 무시하지 마세요   

2023. 9.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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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일했다고 해서 일을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경력이 몇 년 되지 않더라도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내는 경우도 종종 있죠. 게다가 요즘엔 '능력주의'를 높게 쳐주는 사회 분위기라서 그런지, 소위 '나이가 많다고 해서' 혹은 '오래 일했다고 해서' 높은 보상을 줘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기업의 보상체계가 설계되곤 합니다.

 



하지만 '재직 기간'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리처드 구쪼(Richard A. Guzzo)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재직기간은 성과와 역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치는 변수입니다. 구쪼는 금융 서비스, 의료, 소매, 제조,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 속한 23개 조직에서 얻은 데이터로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의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재직 기간이 길수록 재무적 성과(매출 성장, 이익)가 좋다.
2. 재직 기간이 길수록 업무의 오류가 적고 업무 수행 속도가 빠르다.
3. 재직 기간이 길수록 고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다.

(여기서 잠깐 주의할 것은 '연령'이 아니라 '재직 기간'이라는 점입니다. 연령이 높을수록 재직 기간이 길 수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우리는 보통 재직 기간이 길고 고령의 직원들이 많은 연봉을 받는데도 높은 생산성을 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구쪼의 연구는 이런 고정관념을 뒤집어 버립니다. 재직 기간이 긴 직원들의 가치를 업신여기거나 그들을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는 시사점을 주니까요. 그들을 가능한 한 오래 조직에 두고 활용하는 것이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좋은 결정이라는 점도 이 연구의 시사점입니다.

나이가 많고 오래 근무한 직원이라고 해서 '회사 비용을 축내는 존재'라고 무조건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 나름이니까요. 재직 기간 혹은 연령만을 기준으로 직원들의 능력을 재단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능력주의일 테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참고논문: Guzzo, R. A., Nalbantian, H. R., & Anderson, N. L. (2022). Age, experience, and business Performance: A meta-analysis of work unit-level effects. Work, Aging and Retirement, 8(2), 20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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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퇴'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23. 9.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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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자주 나오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시계바늘이 저녁 6시를 가리키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저는 퇴근하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를 외치고 힘차게 사무실을 나섭니다. 동료들은 주인공의 ‘칼퇴’를 마뜩잖은 표정으로 바라보지만 내심 부러워하죠. 완벽에 가까우리만큼 그날 할일을 다 끝내고 퇴근하니 꼬투리잡을 이유가 없죠.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교의 아델 다이아몬드 교수는 업무의 실행능력은 IQ가 아니라 집중력에 달렸다고 말합니다. 그는 2년 간의 실험을 통해 집중력을 강화시킨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실행능력이 월등히 앞선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본인이 일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지능 때문이 아니라 야근, 잡담, 딴짓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집중력을 높여 칼퇴를 생활화하려면 실천적인 방법으로서 ‘SMART’원칙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첫째, 한번에 한 가지 일만 해야 합니다(Single-Tasking).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멀티 태스킹에 매우 취약합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앵커가 진행하는 동안 화면 하단에 다른 뉴스의 헤드라인이 빠르게 흘러가는데 시청자들은 그걸 보면서 동시에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중에 물어보면 앵커가 어떤 말을 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둘째, 일을 줄여야 합니다(Minimize). 일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멀티 태스킹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난 이렇게 일을 많이 한다’고 보여주고 싶은 이유도 있거든요. 일 못하는 사람일수록 군더더기가 많아서 10장으로 충분한 보고서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고 그 때문에 늦게까지 야근하는 자신을 스스로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셋째, 앞 단계에서 간결하게 일의 범위를 정했으면 세부적인 행동을 정해야 합니다(Action planning). 일을 시작할 때 ‘할일 목록’을 만들어서 하나씩 지워가며 일을 진행하는 것이 의외로 효과가 좋습니다.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잘 파악할 수 있고 더 빠른 지름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넷째, 일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 있게(Responsibility) 행동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일과시간엔 일에만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직원들의 하루 일과를 관찰하면 오전엔 커피 마시고 동료와 이야기하면서 얼렁뚱땅 시간을 흘려 보냅니다. 그리고 점심 먹고나서 좀 졸다가 오후 3시 정도부터 진짜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스마트하게 일하는 사람은 일과시간에 온전히 일에 집중하려는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잘 관리하세요(Time management). 업무를 시작할 때마다 언제까지 완료할지 명확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감일에 임박했을 때 일을 해야 집중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냥 기분이 그런 것일 뿐 ‘시간이 좀더 있으면 잘 할 수 있었을 텐데...’란 후회로 이어지곤 합니다. 마감일을 설정하고 일에 집중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나 금요일이 다 되기도 전에 일이 끝나는 마술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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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해도 '해로운 직원'은 짤라야 합니다   

2023. 9.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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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toxic) 직원’이란 말의 뜻을 아십니까? 독성 직원은  일을 잘하냐 못하냐와 상관없이 동료와 조직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직원을 말합니다. 조직의 ‘자산’과 사람에 해로운 행동을 ‘일삼는’ 직원을 일컫죠. 일을 잘하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말이죠. 아마 여러분의 머리 속에 바로 떠오른 '누군가'가 있을 겁니다. 그 독성 직원을 지금 당장 짤라야 할까요? 만약 그 직원이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면 잘 달래서 계속 조직에 기여하도록 ‘써 먹는 것’이 좋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일 잘하는 독성 직원’을 조직에 그대로 둘 때의 이득과 손실을 서로 비교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정성적 비교로는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 없겠죠. 확실한 판정을 내리려면 돈의 크기로(정량적으로) 비교해야 할 겁니다.

무척이나 다행스럽게도 정량적 비교를 진행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코너스톤 온디멘드(Cornerstone OnDemand)의 마이클 하우스먼(Michael Housman)과 노스웨스턴 대학교 캘로그 경영대학원의 딜런 마이너(Dylan Minor)는 6만 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복잡한 분석 과정을 거친 결과, 상위 5퍼센트의 우수직원을 보유할 경우에 회사에게 주는 이득은 평균 3,875달러였습니다. 상위 1퍼센트의 스타직원을 보유할 때의 이득은 5,303달러였고요. 반면, 일 잘하든 못하든 독성 직원을 계속 보유할 경우의 손실액(즉 독성직원을 내보낼 때 얻는 이득)은 평균 12,489달러였습니다. 상위 1퍼센트의 스타직원이라 해도 그 직원이 조직에 해로운 행동을 일삼는 독성 직원이라면, 계속 조직에 보유할 때의 손실액이 그 직원으로 얻는 이득보다 2.5배 가량 컸던 겁니다. 

하우스먼과 마이너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 세계에서 1명 나올까 말까 한 상위 0.001% 인재라면 모를까, 독성 직원이라고 판단되면 그가 우수인재라 하더라도 ‘짜르는 것’이 더 이득이 됩니다!

하우스먼과 마이너는 (1) 자신의 능력에 지나친 자신감을 보이고 (2) 남보다 이기적인 경향을 드러내며 (3) 규칙 준수를 '남들에게'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나중에 독성 직원이 되어 회사의 규칙을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데요, 이들이 조직의 상층부로 이동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잘해야 할 겁니다. 쉽지는 않겠지만요.


*참고논문: Housman, M., & Minor, D. (2015). Toxic workers. Harvard Business School Strategy Unit Working Paper, (16-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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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없는 날'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2023. 9.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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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상 회의실 예약이 꽉찬 조직일수록 일이 잘 진척된다기보다 난항에 빠지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뭐가 잘 안 되니까 줄창 회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것일 테고, 실무를 수행하는 데 힘을 쓰기보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의도로 앞에서 감놔라배놔라 하는 일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회의가 많을수록 조직의 생산성은 저하된다는 점은 이미 여러분도 체감하는 바일 겁니다. 일만 좀 하려고 하면 “회의하러 갑시다!”, “회의실로 집합!”이라는 소리에 짜증이 날 겁니다. ‘내가 꼭 참석 안 해도 되는 회의’에도 불려가는 일도 허다하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회의 시간을 좀 줄일 수 있을까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오늘은 그 중 한 가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회의 없는 날'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그날 만큼은 ‘마음껏’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전함을 직원들에게 주자는 방법인데요. “오늘은 절대 회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일대일 회의도 마찬가지다. 회의실을 아예 잠궈 버리겠다.”라는 조치를 취해 보면 어떨까요? 긍정적 효과가 정말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헨리(Henley) 경영대학원의 벤 레이커(Ben Laker) 등은 50개국에 걸쳐 1,000명 이상의 기업 76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그 기업들은 각기 ‘회의없는 날’을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일주일에 1일을 그렇게 하는 기업부터 아예 5일 내내 회의를 못하게 막는 기업까지 다양했어요. 일주일에 2일을 회의없는 날로 운영하는 것이 평균이었습니다. 

레이커는 이 기업들의 HR 담당 임원과의 인터뷰, 직원 대상의 설문조사 등을 실시했는데요, 회의없는 날을 운영한 후로 각 기업이 여러 가지로 상당한 효과를 얻었음을 발견했습니다. 회의없는 날을 하루만 운영해도 자율성, 소통, 협력, 몰입, 생산성, 직원만족도 측면의 지표가 긍정적으로 변화했으니까요. 또한 마이크로 매니징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지표는 줄어들었죠. 

레이커의 연구에 따르면, 회의 없는 날을 일주일에 3일 정도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에만 회의를 하고, ‘화-수-목’엔 온전히 업무에 집중케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죠.

체중 다이어트만큼이나 어려운 회의 다이어트, 이번에는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회의를 줄이고 일할 시간을 직원들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성과를 낼 테니까요.

*참고논문: Laker, B., Pereira, V., Budhwar, P., & Malik, A. (2022). The surprising impact of meeting-free days. MIT Sloan Management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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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때 파워포인트를 사용 못하게 하면 어떨까요?    https://infuture.kr/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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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업은 '글로벌 클래스'입니까?   

2023. 9.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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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제가 번역한 책이 한 권 출간됐습니다. <글로벌 클래스>라는 책인데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겪는 여러 가지 실수와 함께, 그런 실수를 겪지 않기 위한 접근방법을 다양한 사례로 설명하는 책입니다. 글로벌 진출을 단순히 '지사 설립' 정도로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글로벌 클래스 기업'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본사의 방식보다는 현지의 문화와 고객의 사고방식 등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라 각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현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기업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클래스 기업'입니다.

책이 좀 두껍습니다. 470페이지 가량 되는데요,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기업 담당자들에게 실무적인 지식을 많이 전달하려다 보니 두꺼워진 것 같네요. 이 책에 제가 실은 '옮긴이의 말'을 읽어 보시면 책이 의도하는 바를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지금 판매 중입니다.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옮긴이의 말'

오래 전에 나는 A사의 해외 진출 전략에 관해 컨설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제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하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우리도 밖으로 나가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3개월 간 나는 팀원들과 함께 진출 가능한 국가들을 총망라한 다음, 각국의 경제 상황, 시장 리스크와 규모, 고객의 성향 등을 분석했다. 여차저차해서 구 소련에 속해 있던 모 국가를 가장 적합한 해외 진출국으로 선정했고 클라이언트로부터 “잘했다”는 인정을 받으며 프로젝트를 끝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프로젝트의 범위는 최적의 진출 가능 국가를 선정하는 것에 국한되었기에 실제로 그 나라에 어떤 방법과 절차로 진출해야 하는지는 클라이언트의 몫이었다. 지사 설립과 현지인 채용, 현지 시장 조사, 규제 파악 및 분석 등을 막막해 하던 A사 담당자는 나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해왔지만, 내 전문성 밖의 주제이기도 했고 실행 방안을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을 수도 없었기에 나는 그에게 총론적인 조언 밖에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예산의 한계로 인해 현지 방문없이 국내에서 수집할 수 있는 자료만을 바탕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였고 개인적으로도 한번도 방문해 본 적 없는 국가였기에 내게 현지 지식이 있을 리 만무했다.

몇 년 후,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그를 만나 안부를 겸해 그 프로젝트의 후속 상황을 물었다. 어찌어찌해서 추진은 됐지만, 원래 목표로 했던 ‘현지 공장 건설’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그 국가에 자기네 제품을 수출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로 민망했는지 차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헤어진 기억이 있다.

그때 만약 이 책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번역을 하면서 몇 번이고 떠오른 아쉬움이었다. 국내 고객만을 기반으로 성장한 ‘내수 기업’의 입장에서 글로벌 진출은 창업만큼이나 막막하고 지난한 과제일 터! 이제껏 경험해 왔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맨땅에 헤딩하듯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두려운 일일 터! 그 담당자가 이 책을 쥐고 있었더라면 글로벌 진출이라는 안갯 속 항해에서도 용기있게 돛을 펼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번역하는 동안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책은 스타트업과 중견 벤처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클래스’로 올라서기 위한 조언들이 주로 담겨 있지만, 나는 수십년 간 내수기업으로 살아온 전통 기업들에게 오히려 유용한 가이드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전통 기업들은 해외 지사 몇 곳을 두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 보면 그저 제품 수출이나 서비스 등 제한된 기능을 담당하는 지사이거나, 말이 ‘지사장’이지 지사장 혼자 사무실을 지키는 ‘연락 사무소’ 성격의 단순한 형태를 띤 곳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지향하는 ‘글로벌 클래스 기업’, 즉 현지 문화의 뉘앙스와 현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현지화의 필요성과 요소를 본사 측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그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를 그곳 시장에 맞게 주도적으로 현지화하는 기업은 의외로 적다.

알다시피 내수 시장의 한계는 명확하다. 시장 규모도 그렇고 고객 기반 역시 제한돼 있다. 내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할 동기도 얻지 못한다. ‘어차피 잘팔리는 데 굳이 왜 혁신을?’ 그러나 법적 보호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 A사의 경우처럼 외국기업들이 국내로 밀고 들어오면 어떨까? 지구상 어디에서든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초연결사회에서 언제든 경쟁사 제품과 서비스로 옮겨갈 준비가 되어 있는 고객들이 참신한 가치에 눈을 뜬다면 어떨까? 이런 리스크를 글로벌화라는 적극적 방법으로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미덕 중 하나라고 본다.

아직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화를 이루지 못한 채 대부분의 수익을 국내에 의존하는 내수 기업들의 비전 선언문에 ‘글로벌 Top’이라는 문구가 들어있는 것을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해외 지사망이 빈약하고 단순 수출에 그치는 기업이라면 ‘제품 현지화를 통한 해외 매출 확대’가 현실적인 비전일 텐테 말이다. 하지만 현지화라는 개념을 잘 알지 못하고 이들에게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제대로 된 방법과 노하우가 없는 것에서 기인하는 사고의 한계라는 생각을 하면 웃음기가 사라지곤 한다.

이 책은 ‘인터프리너(Interpreneur)’ 역할의 중요성을 시종일관 강조한다. 국제international을 뜻하는 ‘인터inter’와 비즈니스 혁신가의 마인드셋을 시키는 ‘프리너preneur’를 합쳐 만들어진 이 단어는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인식하고, 글로벌 확장을 위해 팀을 결집하며, 조직이 글로벌 클래스 마인드셋을 채택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비즈니스 전문가를 뜻한다. 인사 컨설턴트로서 나는 결국 모든 것은 ‘사람’에 달려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영어를 잘하고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인터프리너라고 말할 수 없다. ’글로벌 클래스 마인드셋’을 갖춘 인터프리너의 육성과 유치가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화를 완성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다.

코로나라는 길고긴 터널이 이제 끝이 났다. 지금까지의 움추림은 글로벌을 향해 더 큰 도약을 기하기 위함이었다. 이 책이 그 도약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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