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방관자의 고백   

2008. 6. 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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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오늘 아침에 이 사진 한 장을 보고 나는 절망했다. 80년대 공안 정국을 이겨내며 우리가 이룬 민주화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억장 무너듯이 붕괴되는 모습이다.

나는 글을 통해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 사진은 그동안 내가 비겁한 방관자에 불과했구나, 라는 뼈 아픈 자괴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간 나는 펜으로는 '극력 반대'를 외치면서도 촛불집회는 웬지 나가기 싫었다. 아니, 귀찮았다. 나 말고도 그곳에 나가서 내 대신 목소리를 높여 줄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나는 그저 안락한 의자에 앉아서 왜 사람들이 몇 천명 밖에 모이지 않는 걸까, 왜 오늘은 촛불집회를 하지 않는 걸까, 6.10 항쟁 때처럼 모든 국민이 일어서면 될텐데, 라고 안타까움에 혀를 찼었다. 그리고 늘 달콤하게 잠을 자고 배 부르게 밥을 먹었다.

그래, 나는 비겁했다. 그리고 지금도 비겁하다. 이 사진을 보며 울분을 토해 내면서도 지금 당장 청계천으로 달려갈 생각보다 오늘 저녁에는 식구들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겁 많은 생활인이다.

나의 직업은 경영 컨설턴트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하는 말을 빗댄다면, 경영 컨설턴트는 노(勞)보다는 '사(使) 프렌들리' 성격이 강한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날 때마다 나름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외치고 있지만, 그 때마다 한계와 모순을 느낀다. 경영자를 대변하면 우파와 신자유주의의 매파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장하면 좌파와 분배론자로 몰리기도 한다. 컨설턴트는 괴로운 직업이다.

방관과 참여 사이에서 나는 괴롭다. 괴롭고 슬프다. 슬프고 분노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모르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비겁자다.

당신도 그렇지 아니한가? 이제 행동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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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8. 5. 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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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에 나는 총 11권의 책을 읽었다.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아서 20권 쯤 읽은 기분이 든다. 책 그만 읽고 이제 책을 좀 써야 하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간다.  글감옥에 갇혀 있는 기분....

지금까지 총 44권의 책을 읽었다.

1월 : 10권
2월 : 12권
3월 : 4권
4월 : 7권
5월 : 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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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4권

'앵무새의 정리 1'

수학사를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설형식의 책이다. 근데 프랑스식 서술 구조가 내겐 어색했고, 추리와 서스펜스는 기대하기 어려운, 좀 애매한 소설이다.

'앵무새의 정리 2'

상동

'공기 위를 걷는 사람들'

기체의 발견은 생각보다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산소, 이산화탄소 등을 어떻게 과학자들이 발견했는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한비자'

법가의 대표 격인 한비가 쓴 저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비견되는 책이다. 오늘날의 통치철학과 맞지 않고 좀 우스꽝스러운 조언도 있지만, 2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매한 임금이 설쳐대면 나라가 망한다는 뼈 아픈 교훈을 담고 있다.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전기. 책의 많은 부분이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와 '남이야 뭐라 하건'과 겹치는데, 이 책은 주로 파인만의 물리학적 업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자역학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어려운 책. 나도 그 부분은 좀 어려웠다.

'아인슈타인 : 삶과 우주'

20세기의 지성, 아인슈타인의 전기. 독행자(獨行者)로서의 삶을 고집한 그의 생활을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다. 그가 양자역학을 믿지 않은 이유는 보수적이라서가 아니라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은 아닐까? 73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재미있으니 읽어 보라.

'실패의 향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은 저자는 책에서 그 이유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일부러 그런 걸까? 실패란 어떤 의미일까란 질문으로 머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그냥 이 책은 실패의 문화사 정도로 봐주면 되겠다.

'패러독스의 세계'

논리학, 기호학, 언어철학에 관한 책. 역설을 주로 다루는데, 초심자에겐 좀 어려울 책이다. 나도 역시 어려웠다.

'몰입 Flow'

몰입하면 행복하다,를 거듭 주장하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의 대표작. 아! 나는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글(포스팅)을 쓰면서 몰입을 했는데, 그만 back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쓰던 글을 다 날리고 말았다.(지금 다시 쓰는 중) 결국 나는 행복해진 걸까, 불행해진 걸까? ㅋㅋ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사람들은 UFO, 심령술, 음모론 등 검증되지 않는 걸 믿으려는 경향이 매우 강함을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회의주의자 선언'! "나는 경영계의 회의주의자로서 사람들을 기망하는 경영학자와 컨설턴트의 속셈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 폭로하련다" .... 이런 생각을 해 봤다.

'퀴리 가문'

퀴리 부인과 그의 남편 피에르만 알고 있었는데, 그 가문에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6명이라니, 놀랍다. 전기는 모두 이렇게 두꺼운 걸까? 730페이지 넘는 이 책, 그러나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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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足]보다 숫자가 더 정확하지!   

2008. 5. 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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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떽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나온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하면, 제일 중요한 것은 도무지 묻지 않는다. 그 분들은 "그 친구의 목소리가 어떠냐?" "무슨 장난을 제일 좋아하느냐?" "나비 같은 걸 채집하느냐?" 이렇게 묻는 일은 절대로 없다.

"나이가 몇이냐?"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느냐?" "그 애 아버지가 얼마나 버느냐?" 이것이 그 분들의 묻는 말이다. 그제야 그 친구를 아는 줄로 생각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문에 제라늄이 피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놀고 있는 아름다운 붉은 벽돌집을 보았다" 고 말하면, 그 분들은 이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해 내질 못한다.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 라고 해야 한다. 그러면 "거 참 굉장하구나!"하고 감탄한다.

직원들의 스킬 수준을 파악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스킬을 중심으로 교육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니즈를 가진 회사가 있었다. 개념적으로는 옳은 접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수준이 떨어지는’ 스킬을 파악하는 기술적인 방법에서 불거져 나왔다.

그들은 반드시 경쟁사 직원들과 역량 수준을 반드시 숫자로 바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그 차이가 큰 것부터 우선적으로 교육계획에 잡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그들이 의도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으나 도대체 경쟁사 직원들의 스킬수준을 어떻게 알 수 있을지, TOEIC과 같은 공인시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점수로 어떻게 측정할 수 있단 말인지,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는 요구였다. 내가 난색을 표하니 그들은 ‘전문가니까 그런 것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냐’ 는 말로 내 반론을 가볍게 묵살했다.

다른 회사의 사례. 어느 날, 모회사의 신입사원 교육현장을 보게 되었다. 임원과의 간담회 시간에 직장인으로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런데 임원은 말끝마다 “숫자로 이야기하지 않는 직원들의 보고는 받지 않는다. 신입사원 여러분은 항상 숫자로 이야기하라.” 라고 1시간 내내 강조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숫자가 뭐기에?

의사결정시 숫자가 주는 힘은 무시하지 못한다. 사안이 중요할수록 숫자는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의사소통을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수용성을 높이는 힘도 가지고 있다. 또한 숫자는 상대방에게 ‘생각의 고통’을 주지 않는다. 숫자로 얘기하면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숫자가 맞는지 틀리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기법을 주제로 한 각종 책이나 강좌에서는 최대한 숫자화할 것을 제 1 규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숫자가 의사결정의 정확성과 간편성을 높인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숫자에 대한 맹신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숫자는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크다. 인력채용에 있어 우수인재확보율을 관리하는 회사가 늘고 있는데, 그 기준이 기껏해야 출신학교나 학점수준 등에 불과하다. 명문대 출신을 몇 명 뽑았다는 그래프를 보고 인사담당자는 뿌듯해 한다. 그러나 좋은 학교, 높은 학점이 직장 내에서의 우수한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숫자는 조작이 쉽다. 모 회사 공장은 납기단축을 목적으로 성과지표(KPI)로 ‘입고 후 출고시간’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 지표는 항상 목표를 초과달성하고 있었기에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납품은 여전히 늑장이었다. 알고 보니, ‘입고 후 출고시간’을 임시창고에 완성품을 갖다놓는 시점까지로 간주하고 있었다. 납기의 문제는 물류에 있었으나, 공장 측은 문제를 숨겨보려 출고 시점을 조작한 것이었다.

셋째, 숫자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로 막는다. 갓 생각해 낸 새로운 아이디어는 완벽한 논리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만큼 숫자로 덜 무장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인력과 비용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아이디어의 결과로 나오는 산출물이 회사의 수익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숫자로 정확히 제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숫자에 집착하는 이들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상사가 ‘숫자 킬러’라면 부하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숫자의 기세에 눌려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다.

숫자는 강력하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숫자는 매우 취약하기도 하다. 숫자를 잘 관리하라는 말은 ‘뭐든지 숫자로 측정하고 표현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량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은 숫자로 잘 표현하고, 정성적 측면이 더 큰 의미가 있다면 숫자화시켜 의미를 상실케 하지 말고 그대로 수용하고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국 정나라 때 한 남자가 신발가게에 와서 자기 발 치수를 적은 종이쪽지를 집에 두고 온 사실을 알았다. 당황한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 쪽지를 가져왔지만, 신발가게는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친구가 물었다. “아니, 발이 있는데 종이쪽지가 왜 필요한가?” 그러자 남자가 당연 하다는 듯 대답했다. “발보다야 숫자가 더 정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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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못하는 직원, 어찌하면 좋을까?   

2008. 5. 2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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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CEO 대상의 세미나가 끝난 후 J사 CEO는 ‘우리회사는 설립한지 50년 정도 됐을 만큼 오래된 중소기업이다. 그래서 조직에 나이 든 관리자들이 많은데 그들이 높은 보수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젊었을 때부터 동거동락했는데 이제 와서 성과가 안 좋으니 나가 달라고 말하기 참 어렵다.’ 라며 토로한 적이 있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J사와 같이 100명 이내의 가족기업인 경우에는 인간적인 정과 의리에 의해 조직이 유지되는 경향이 크고, 자칫 물리적인 방법에 의해 C급 인력을 정리한다든지 하면 지금까지 끈끈한 인정으로 묶여있던 조직이 한 순간에 와해되어 조직의 존립이 위협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성과에 따른 엄격한 평가로 인력을 도태시키거나 퇴출시키는 미국식 경영방식이 이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지만, 성과와 역량이 떨어지고 태도가 부적합하다 해서 과감하게 인위적인 조치를 내리는 것에 대해 경영자들은 여전히 부담을 가지고 있다. 될 수 있는 한 ‘피를 묻히지 않고’ 다른 부문의 개선에 눈을 돌린다. 더군다나 대기업일수록 강성의 노조가 버티고 있고, 또 노동관련법도 자유로운 정리해고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인정주의, 강성노조, 경직된 노동관련법 등 ‘한국적인 현실’을 극복하고 동시에 C급 인력과 함께 공존하면서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묘안은 없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의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1) 엄격하고 솔직하게 평가하라
C급 인력(일 못하는 인력)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 전에 누가 C급 인력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물론 그 방법은 객관적이면서 엄격한 평가제도에 의해 실시되어야 한다. 직감에 의해 C급 인력을 골라내는 것은 정말이지 위험한 생각이지만, 실제로 꽤 많은 기업들이 평가근거 없이 C급 인력을 구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바로 구성원 개인별로 평가 프로파일이 제대로 축적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라. 물론 누가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기록돼 있겠지만, 개인을 여러 사람이 진실하고 냉정한 시각으로 평가한 다양한 코멘트와 근거자료가 딸려 있는지 살펴보라. 아마 대부분 실망스러운 수준일 것이다.

다양한 포맷으로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평가에 관한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 다음 대상자에게 솔직하게, 정기적으로 피드백해 줘야 한다. 그들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시켜야 한다. 근거자료 없이, 피드백 하나 없이 C급 인력임을 통보 받는다면 대상자뿐만 아니라 회사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일이 될 것이다. 잭 웰치가 어느 인터뷰에서, ‘정리해고하는 것보다 솔직하지 못한 평가가 더 잔인한 것이다’ 라고 한 말의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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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충분한 기회를 주라
엄격한 평가를 통해 누가 C급 인력인지 알게 됐다면, 일단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부적합한 업무를 부여한 것은 아닌지, 뭔가 다른 이유는 없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성과부진에 대한 ‘경고’를 솔직하게 해주되, 보다 적합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몇 번의 기회를 주고 관리자로 하여금 적절하게 코치하도록 해야 한다. 유심히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내가 알고 지내는 L은 명문대 석사출신으로서 모경영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다가 몇 년 전에 금융회사의 전략기획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연봉도 높았으며 연구소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금융회사의 전략업무를 수행해 볼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정원조정을 한답시고 L은 총무팀의 복리후생담당자로 이동시켰다. L이 맡게 된 업무는 직원들이 이용할 콘도를 예약하고 유명강사 초청강연회를 뒤 치다꺼리 하는 일이었다. 어느 초청강연회 때 직원들에게 제공할 우유가 너무 차다고 해 직접 데워서 나눠 줬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L은 쓴웃음을 지었다. L의 평가기록은 형편없었으며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적소에 배치하지 않아 우수인재는 나가고 C급 인력만 남은 셈이다. 사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3) 연착륙시켜라
만약 C급 인력에게 충분한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성과를 보인다면, 그들의 자존심이 손상되지 않도록 퇴직 프로그램과 같은 세심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퇴직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중요한 것은 C급 인력들의 미래를 얼마나 생각하고 배려하느냐는 것이다.

C급 인력에게 솔직하게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되, 최대한 감정과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CEO나 조직의 실세가 나서서 직접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인사부서의 어린 사원으로부터 차갑게 통보 받는다면, 그 사람은 회사를 나가 열렬한 악성고객이 될게 뻔하다. 감성경영이 별게 아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접근하면 쉬울 것이다.

다른 회사,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을 회사 차원에서 도와줘야 한다. 현 직장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도록 해야 한다. 또한, J사의 경우 노쇠한 인력들을 아웃소싱해도 무리가 없는 부문에 모아 분사(Spin-Off)시키거나 협력회사로 전직을 적극 알선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회사와 퇴출되는 사람 모두 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C급 인력은 C급 관리자가 된다. C급 관리자는 A급 인력을 내몰고 C급 직원을 불러 들이는 경향이 있다. 조직이 앞으로 가지 못하고 누가 자꾸 뒤로 잡아 당기는 느낌이 든다면, C급 인력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그러나 "진실한"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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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면 압니다!   

2008. 5. 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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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천부적인 이야기꾼, 말콤 글래드웰의 책이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그의 지난 저작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서 갑작스럽게 유행이 되는 현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더니, 이번에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블링크(Blink)’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우리에게 들이민다. 블링크란, 2초 안에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말한다. 흔히 ‘감’이라고 말하는 그것이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개인적인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책날개 표지에 나온 그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헤어스타일은 흑인들이 주로 하고 다닐 법한 ‘부풀려진 뽀글뽀글 머리’다. 하루는 그가 과속단속에 걸렸는데 경찰들이 그를 빙 둘러싸고 마치 범죄자를 대하듯이 다뤘다고 한다. 그의 요상한 헤어스타일이 문제였다. 겉모습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놀랍게 달라졌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그는 사람들이 타인을 보는 첫 2초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날마다 정보가 양산되고 매시각 변화하는 세상을 살면서 중요하게 된 것이 ‘빠르면서도 옳게 판단하는 일’이다. 판단을 요하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일일이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어 과학적이며 논리적인 각종 해석을 통해 답을 구하는 일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어리석은 일인가. 저자는 사물이나 사건의 순간 포착만을 통해 옳은 판단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각가지 사례를 들어 알려주고 있다.

고대 조각상의 위조 여부를 순간의 느낌만으로 마음 깊숙한 곳의 무의식을 통해 알아차린 능력, 부부의 대화를 녹화한 화면을 몇 분만 봐도 그들이 후에 이혼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 테니스 선수가 어떤 자세로 서브를 넣는지만 보고도 더블포트가 날지를 예견하는 능력, 수억 달러가 투입된 ‘워 게임(War Game)' 시스템에 맞서고도 재래식 작전체계로 승리할 수 있는 능력 등이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이렇듯 ‘척 보면 안다’ 라는 경지에 이르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본능에만 의지하면 되는 것인가? 저자는 오랜 기간의 경험, 부단한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평소에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체계적으로 반추하여 내적 감성과 연결시켜 무의식에 축적하는 끊임없는 수련과정이 있어야 통찰의 빛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야 ‘진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블링크(첫 2초의 힘) 상세보기
말콤 글래드웰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2005년 <타임즈>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이자『티핑 포인트』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의 최신작.『티핑 포인트』가 집단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면,『블링크 : 첫 2초의 힘』은 비즈니스 세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얼마나 직관과 통찰력에 의지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사람들은 찰나에 이루어지는 인간의 본능적인 판단이나 인식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쉽다. 게다가 뿌리


자신의 느낌을 과신하여 순간을 판단하는 일은 때에 따라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죄 없는 흑인 청년을 무려 마흔한 발의 총을 쏴 숨지게 한 4명의 경찰관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청년의 모습과 주변의 상황을 차분하게 살펴 정해진 절차에 의해 행동했어야 할 그들은 청년이 주머니에서 총과 비슷한 물건을 꺼내는 것만 보고는 미친 듯이 총을 쏘아댔다. 알고 보니 청년이 꺼내려고 한 것은 총이 아니라 지갑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마흔한 발의 쏘는 데 고작 2.5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는데, 이렇듯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되돌리지 못할 비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블링크’는 또 마케팅 관행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흔히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습관처럼 소비자 시장조사를 통해 사전에 성공가능성을 타진해 보려고 한다. 저자는 사전 시장조사를 신뢰하지 말라고 단언한다. 펩시콜라가 경쟁자인 코카콜라를 상대로 ‘시음테스트’를 통해 공세를 펼치던 TV광고를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57대 43으로 펩시가 더 좋다고 선택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코카콜라는 여전히 펩시콜라보다 우위에 있다. 허먼밀러의 곤충 날개같은 의자는 처음 시장에 나올 때 괴상망측하다며 손가락질을 받았으나 가장 편안한 의자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 모금의 맛에 속거나,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이 시장조사가 무의미한 이유이다.

나는 ‘티핑 포인트’를 읽고 그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당시 지식경영을 컨설팅하고 있었는데 지식경영에 관한 그의 독특한 시각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답장은 받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의 책은 잘 읽힌다. 마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읽을 때처럼 손에서 놓기 어려워 밤을 새울 정도다. 재미있으면서도 새로운 지식과 관점에 눈 뜨게 하는 책으로서, 많은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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