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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찻집에 앉아 있다. 고객과 만날 시간이 되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았다.
그리고 내 옆엔 헤어짐을 이야기하는 듯한 두 연인이 앉아 있다.
그들은 내내 말이 없다. 간혹 남자가 말을 건네지만,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다.
여자는 울음을 간신히 참는 듯한 표정을 한 채 손가락만 꼼지락거린다.
이별이 누구 탓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관찰자로서 나는 그들의 조촐한 이별 의식을 바라볼 뿐이다.
그렇게 10여분이 흘렀을까?
이윽고 여자가 푹 꺼뜨린 상체를 일으켜 남자에게 말한다.
"잘 지내."
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문을 나선다.
남자는 잠깐 그 모습을 보다가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지른다.
그렇게 5분 정도 커피를 홀짝이다가 힘 없이 일어선다.
11월 11일의 찻집에는 연인들의 이별이 있다.
그들의 슬펐던 표정이 찻집 가득 고였다.
그들의 갈라진 인생 행로에 부디 행운이 함께 하길 빌어 본다.
(사진 : 유정식)
(사진 :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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