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9. 4. 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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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모두 9권의 책을 읽었다. 몸이 안 좋아 좀 쉬면서 일을 하는데, 그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더 많아졌다.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은데, 읽을 시간이 없다고 푸념하는 내 자신을 반성해 본다.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 그는 파인만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게 파인만의 이론을 증명했지만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물리학자보다는 사상가로서의 그의 독특하고 약간은 반골적인 시각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전쟁을 없애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고, 또한 핵무기 군축을 지지했던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한 세계사를 반영한다.

미러링 피플 :  우리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공감하는 이유는 뇌 속에 미러링 뉴런(거울 뉴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러링 뉴런은 인간 사회를 강력하게 묶는 매개체이고, 인간의 지능과 지혜가 발현되는 근원처이다. 과학서지만 꼭 읽을 필요가 있다.

톨스토이 단편선 :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홀짝 거리면서 2시간 내에 다 읽은 책이다. 톨스토이의 기독교주의적인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따뜻한 글로 채워져 있다. 마음이 착해지는 책이다.

책 읽어주는 남자 :  이 책을 99년에 읽은 적이 있는데, 요즘 영화화됐다고 해서 다시 읽었다. 불과 10년 전 책인데, 오래된 책 특유의 냄새가 정겨웠다. 독일문학 책이라서 그런지 철학적이고 서사적인 문장이 처음에는 껄끄러웠으나 읽다보면 그 흐름에 동화된다. 사족이지만, 한나 역으로 케이트 윈슬렛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적확한 캐스팅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대학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탐독하며 여러 날을 허무하고 염세적인 기분에 젖었었다. 난 그가 달리기를 그렇게 사랑했는지 이번에 알게 됐는데, 나도 그처럼 달리기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정도로 맛있는 문체로 잔잔하게 자신의 달리기 역사를 펼쳐간다.

발칙한 유럽산책 : 서점에서 한 두페이지 읽어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사게 된 책이다. 유머와 음담패설을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자신이 여행했던 유럽의 도시를 이야기한다. 내가 가본 유럽 도시에 대해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유쾌해지고 싶을 때, 유럽의 도시가 그리울 때 이 책을 읽는 건 어떨까?

뉴 골든 에이지 : 인도계 미국 경제학자가 쓴 경제 예측서다. 그의 스승과 그가 발견한 사회순환법칙을 적용해서 미국이란 나라의 붕괴를 예견하는 책이다. 미국은 지금 온갖 부패가 만연하고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탐획자 시대'의 말기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는 곧 그 시대가 마감되고 '전사의 시대'가 올 거라 예견하면서 머지 않아 미국에 황금의 시대가 열릴 거라 예언한다. 두고봐야 알 터이지만, 역사와 정치를 꿰뚫어보는 그의 혜안이 놀랍다. 읽어보기 바란다. 

서늘한 광채 : 1부는 소설 형식으로, 2부는 과학서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뇌과학과 현상학을 통해 의식의 근원을 해석한 책인데, 배경지식이 없으면 쉽게 읽히지 않는다. 의식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어떻게 발현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 : 인간의 자유의지는 뇌 속에 존재하는 환상이라고 주장하는 생물학자의 책이다. 신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선물로 내려줬다는 기독교적인 입장에서는 이 책의 서술이 마땅찮을지도 모르겠다. 자유의지라는 환상은 진화를 통해 획득한 형질이라는 진화생물학의 관점을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독일어권(오스트리아) 책이라 관념적으로 서술된 문장이 쉽게 읽히지는 않으니 천천히 읽을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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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임금 깎아 일자리 늘리겠다고?   

2009. 4. 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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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공기업에서 시작된 잡 쉐어링(job sharing) 운동이 모든 기업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기존 직원이나 신입사원의 임금을 삭감하여 그 재원을 사용해 고용을 유지하고 신규채용을 늘리겠다는 아이디어다.

아이디어 자체만 본다면, 임금의 삭감 방식을 통한 잡 쉐어링이 작금의 경제 위기를 타개할 묘책 중의 묘책이 될 만하다. 정부가 금 모으기 운동에 이어 잡 쉐어링을 국가적인 브랜드로 양성할 포부까지 밝히고 있다 하니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마 정부는 다음과 같은 인과고리(causal loop)처럼 임금 삭감을 통한 잡 쉐어링의 효과를 잔뜩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 정부가 기대하는 잡 쉐어링의 효과


정부의 희망사항은 이렇다. 삭감된 임금만큼 일자리가 많아지면 실업이 감소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져 기업의 수익도 증가할 것이며, 기업가치(주가)도 상승한다. 그래서 일자리가 증가하고 경기가 회복하는 선순환 고리가 완성된다. 이 얼마나 완벽한가?

그러나 나는 정부의 이같은 기대가 헛된 꿈에 불과함을 지적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말해, 임금 삭감에 의한 잡 쉐어링은 결코 일자리를 늘리지 못한다. 오히려 실업(특히 청년실업)을 가중시키고 거품경기를 야기할 뿐이다. 그 이유는 다음의 인과고리가 설명해 준다.

* 임금 삭감식 잡 쉐어링의 진짜 효과(?)

건전한 수준의 임금은 근로자가 기여하는 생산량(혹은 생산성)에 기초해야 한다. 일한 시간이나 생산량만큼 임금이 지급됨으로써 실질임금이 생산성 증가를 따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해야 소비자의 수요와 기업의 공급이 균형을 이루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들이 시도하는 잡 쉐어링은 임금은 깎고 노동자 1인에게 기존과 동일한(아니 그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일자리 나누기는 노동자 생산성을 실질임금으로 나눈 값인 '임금격차(wage gap)'을 확대시킨다.

임금격차가 커지면 노동자들은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데 애를 먹게 된다. 임금이 깎인 만큼 소비지출을 줄이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불황에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스태그플레이션)에서는 결코 녹록치 않다. 주택담보대출금, 교육비, 양육비 등과 같이 덩어리가 큰 고정지출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을 받아 현재의 구매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요즘에 경기 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도 더 많은 대출을 일으키도록 부추긴다.

이렇게 되면 당장은 기업의 수익은 늘어나고 주가가 상승하여 경기가 호전된다. 그러나 늘어난 기업의 수익은 삭감된 임금을 예전 수준으로 회복시키거나 신규채용을 늘리는 데 사용되지 않고 기업 내부에 유보되거나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빠져 나가기 십상이다. 그 증거가 여기 있다.

생산성은 증가했지만 임금은 그대로이니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구매력 보존을 위해 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언뜻 보면 경기가 호전되는 듯 보이지만, 실은 '거품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이다. 결국 임금 삭감을 통한 잡 쉐어링은 '88만원 세대'를 더욱 양산하는 꼴이 되고 만다.

삭감된 임금 재원이 일자리 확대 이외의 용도로 쓰이지 않도록 정부가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지만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까지 감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식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기업들이 포기할지 역시 의문이다. 아마 기업들은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만 취하고 일자리 확대는 뒷전이지 않을까? 기업이 일자리 확대 약속을 위반한다고 정부가 딱히 제재할 방법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대안은?

정부와 기업이 건전한 경기 회복을 바란다면, 임금 삭감을 생각하기 전에 회사 내에 존재하는 불요불급한 코스트를 먼저 줄여야 한다. 비용의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 재원을 고용 안정에 활용해야 한다. 따져보면 비용을 줄일 만한 요소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왜 임금 삭감과 같이 간편한 방법에 의존하려 하는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란 인력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나머지 영역에서 창조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을 의미하지, 근로자의 뼈를 진짜로 깎아내라는 말이 아니다.

그래도 잡 쉐어링을 해야 한다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나머지 시간을 인력 양성에 투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유한킴벌리의 문국현 전 사장이 실행해 효과를 본 4조 2교대 방식과 같은 잡 쉐어링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내부역량의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임금만 삭감하면 잠깐은 좋을지 몰라도 취약한 경쟁력은 나아질 기회가 없다.

백번 양보해서, 그래도 임금을 삭감해야겠다면 경영진이 먼저 솔선해야 한다. 경영진은 일반직원들보다 잉여소득이 많으니 구매력이 훼손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에 처해 당장 비용을 줄여야 한다면 모든 직원의 임금을 일괄적으로 깎는 방식을 써야 한다. 노조가 반대한다고 해서 힘없는 신입사원의 임금만 깎는 건 너무 염치없는 일이다. 세대 간 갈등만 더욱 키워서 나중에 큰 역풍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깎아서 모아 놓은 재원이 엉뚱한 데 쓰이지 않도록 노/사/정이 머리를 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의 이익은 대주주와 경영자들에게 돌아가서 소득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뿐이다. 만약 이를 간과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잡 쉐어링 캠페인은 머지 않아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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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CEO가 될만한 성격인가?   

2009. 3. 3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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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일 때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이 회사 CEO가 될 수 있을까?' 비록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어릴 적의 포부가 점점 옅어져서 '그냥 이 회사에 오래 다니기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후퇴해 버릴지라도 말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MBTI 평가 결과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기에 핵심만을 소개해 본다. (출처 : '최고경영자의 MBTI에 관한 연구', 선문대학교 김범성) 당신의 경우와 한번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MBTI는 사람의 성격의 유형을 16가지로 규정한 지표를 말한다. MBTI에 관한 자세한 소개는 여기서는 생략한다. 연구 결과, 경영자들의 성격 유형의 분포는 다음과 같다.

(source : 김범성)


위의 표에서와 같이 ESTJ(외향적-감각형-사고형-판단형)과 ENTJ(외향적-직관형-사고형-판단형)이 가장 많은 빈도로 나타났다. 또한 MBTI 매트릭스의 꼭지점에 해당하는 성격 유형이 다른 것보다 상대적으로 큰 빈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일반인들과 경영자 사이의 MBTI 분포는 어떻게 다를까? 아래의 표를 보기 바란다.

(source : 김범성)


일반인들 중 가장 큰 빈도를 나타내는 MBTI 유형은 ISTJ(내향적-감각형-사고형-판단형)이다. 경영자들의 MBTI 분포와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영자와 한국의 경영자를 비교해 보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패턴이 보이기도 한다. 가령 미국의 경영자 중에는 P타입이 30% 정도인데, 한국의 경영자 중에는 10%만 P타입이다.

이 연구 결과를 보고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경영자가 될 가능성이 큰 MBTI 유형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말일까? 바꿔 말해, 자신의 성격이 경영자가 될만한 성격이 아니라면 애초에 꿈도 꾸지 말란 이야기일까?'

연구자(김범성)가 밝혔듯이, 이 연구는 한계가 존재한다. 표본의 대표성, 표본의 크기 등의 문제 때문이다. 본인이 위의 성격 유형(노란색으로 표시된 성격유형)이 아니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른 유형의 성격을 가진 사람도 경영자로 성공한 사람이 제법 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경영자들은 이런이런 성격 타입이 많다'라는 것만 밝혔을 뿐, '경영자가 되려면 이런이런 성격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니,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A이면 B이다'가 참이라고 해서 그 역(易)을 참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성격과 CEO와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정확하게 밝히려면, 어렸을 때(예컨데 대학생 때) MBTI를 측정하고 나서 그사람이 나중에 CEO가 되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의 '종단면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꼭 경영자가 되어야만 행복한 것도 아니다.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 중요하지, CEO가 누구에게나 공통의 목표일 수는 없다. 게다가 한 회사의 CEO는 한 사람 뿐이다. 어디까지나 이 연구 결과는 참고만 하기 바란다.

자세한 결과는 아래의 논문 원본을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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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조용히 좀 하세요!   

2009. 3. 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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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벌써 1시간이나 넘게 수다 중이다. 나는 엄청나게 큰 소리로 나누는 그들의 잡담을 1시간 넘게 듣는 중이다. 칸막이 커튼을 쳐 놓으면 자기네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고 믿는 듯하다. 꾹 참고 책이나 읽을까 했지만 1페이지도 넘어가지 않는다. 그들의 잡소리가 책의 문장에 섞여 들어가는 탓에 눈은 문장을 쫓고 있지만 무슨 뜻인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 내가 왜 노래교실의 회장 선거와 관한 비화를 들어야 하는지, 왜 어떤 음식점의 밥맛이 좋은지 나쁜지를 들어야 하는지...

그는 면회객이 없으면 TV를 혼자 독차지한다. 나야 뭐 TV는 안 봐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는 거의 내내 TV를 틀어놓아서 귀 속이 왕왕 울릴 지경이다. 마음 속으로는 그와 TV를 창밖으로 얼마나 많이 던져 버렸는지 모른다. "TV 좀 덜 봤으면 좋겠어요"라고 완곡하게 부탁했는데도 귀에 탈지면이 박혔는지 소용없다.

어제밤에 TV 소리에 시끄러워 잠을 깼는데, 그는 TV를 틀어놓은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얄밉던지... 습관적으로 TV를 틀어놓는 것으로 봐서 내과가 아니라 정신과에 가봐야 할 것 같다.

화가 나서 한바탕 항의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은데, 그가 아버지 뻘 노인이라 꾹 참는 중이다. 임계점을 곧 넘어설 것 같다. 매너 없는 사람에겐 경로사상은 과분하다.

나는 지금 2인실 병실에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화를 삭인다. 병이 낫질 않고 오히려 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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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사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 실시   

2009. 3. 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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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유정식입니다.

오는 4월 15일에 D사 핵심멤버들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을 실시합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회사 내 위급한 시나리오를 파악해서 그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되는 이번 워크샵은 대략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시나리오 플래닝의 의미와 필요성
-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
- 시나리오 플래닝 연습
  1) 핵심이슈 선정
  2) 변화동인 파악
  3) 시나리오 도출
  4) 대응전략 토론
  5) 사인포스트에 대한 토론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 프로그램은 요청부서의 니즈에 따라 5시간~30시간의 범위에서 커스터마이징 됩니다. 기본적인 워크샵 일정표는 여기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문의해 주시면 상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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