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을 사랑하십니까?   

2009. 7. 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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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을 설정함으로써 문제해결 과정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음을 지난 포스트에서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가설이 되려면 단순한 상황 이외에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가설은 문제해결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임을 이제 알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실증)하는 과정에서 여러분이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가설의 실증 과정에서 가져야 할 마인드를 알아보겠습니다.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불굴의 발명가로서 우리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늘 각인돼 있습니다.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한때 영욕에 눈이 멀어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는 뉴욕시에서 사용할 직류 방식의 전력 공급 시스템을 발명한 후 사업을 전개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강력한 경쟁자였던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교류 방식을 발명하고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교류 기술을 기반으로 전력 공급 사업에 뛰어 들자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교류는 직류 방식보다 멀리 전기를 보낼 수 있고 전선이 잘 부식되지 않으며 자유롭게 전압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모든 가정에서 쓰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에디슨은 교류의 장점을 모른 체하며 자신의 직류 방식을 홍보하기 위해 끔찍한 실험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소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산 채로 개와 고양이를 고압의 교류 전기로 태워 죽이는 실험을 여러 차례 실시해서 교류가 직류보다 안전하지 않다고 거짓으로 알리고 다녔습니다. 또한 사형 집행 도구로 교류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 의자’를 손수 발명함으로써 교류의 위험성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런 악의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웨스팅하우스가 전력 공급 사업권을 획득했고, 결국 그는 패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에디슨은 ‘내가 발명한 직류 전기가 교류보다 우수하다’는 가설에 스스로 매몰되어 오로지 교류의 위험성을 규탄하는 데 힘을 모으는 과오를 범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일단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그것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A로 인해 B가 발생한다’라는 하나의 가설을 세우면 그 가설에 어떤 힘이 생긴다고 착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진 직후에 자갈만한 우박이 떨어지는 이상기후현상이 나타나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 가설을 실증하지도 않았으면서 그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이상 현상을 전부 원자력 발전소 탓으로 돌리기 십상입니다.

실증을 통해 가설을 참/거짓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 가설의 참을 입증하는 데에 힘을 모으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설을 반대되는 증거가 나타나면 가설을 기각하기보다 오히려 그런 증거가 틀렸다고 말합니다. 가설을 반증하기보다는 입증하려는 경향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이를 증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카드 네 장이 있습니다. 진행자가 한쪽 면에 모음이 있으면 반대 면에는 짝수가 있다는 규칙을 만족하는지 확인하려면 어떤 카드를 뒤집어야 하는가?" 라고 물어 본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카드를 선택해야 할까요? 답을 보기 전에 본인의 마음이 가는 카드를 집기 바랍니다.


골랐습니까? 아마 짐작이 맞는다면, 여러분들 많은 분들이 ‘A’나 ‘2’를 집어 들었을 겁니다. 맞습니까?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할 겁니다.

위에서 설정된 가설은 '한쪽 면에 모음이 있으면 반대 면엔 짝수가 있다'입니다. 사람들은 이 가설을 입증하려고만 하지 반증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A'나 '2'를 집어 듭니다. 만일 여러분이 ‘7’을 집었다면 입증이 아니라 반증을 시도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반증을 시도하는 사람은 연구 결과 4%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반증에 굉장히 약합니다. (고급 독자를 위한 설명 : ‘모음이 있으면 짝수가 있다’는 명제가 참이 되려면 대우(對偶)명제인 ‘홀수가 있으면 자음이 있다’는 명제도 참이 돼야 합니다. 완벽한 증명을 하려면 여러분은 ‘A’와 ‘7’을 함께 선택해야 합니다).

반증이 귀찮더라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일어나세요, 문제해결사여!


가설을 설정할 때는 반드시 반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반증 가능성이 낮은 가설은 좋은 가설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의 향후 매출액은 증가하거나 하락하거나 아니면 유지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 가설을 반증(거짓이라고 증명)할 수 있습니까? 매출의 향후 추이를 모두 언급했기 때문에 이 가설은 항상 참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증의 여지가 전혀 없어서 실증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가설은 세우나 마나한 무가치한 가설입니다.

따라서 지난 글에서 제시한 '좋은 가설의 조건'에 하나가 더 추가됩니다.

1) 문제의 원인을 파고드는 가설
2) 측정 대상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가설
3) 해결책의 실마리와 방향을 제시하는 가설
4) 반증 가능성이 높은 가설

또한, 가설에 대한 실증 방법을 설계할 때도 입증과 반증의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오로지 입증만 가능하도록 실증 방법을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제멋대로 실증 방법과 결과를 조작하여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된 사례를 알고 있습니다. 바로 '황우석 사태'입니다. 그는 자신이 세운 가설이 옳다고 주장하기 위해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방법으로 실증을 행했습니다. 비윤리적인 난자 채취는 차치하고서라도 교묘한 사진 조작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능력 있는 문제해결사라면 가설이 휘두르는 힘을 누를 줄 알아야 합니다. 가설은 어디까지나 '임시로 옳다고 가정한 명제'이니까요. 문제해결의 효과를 위해 잠시 눈에 씌운 색안경에 불과합니다. 가설을 설정했다는 말은 가설이 참/거짓을 실증하라는 의미지, 그 가설이 옳음을 증명하라고 숙제를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분자생물학자인 후쿠오카 신이치(福岡伸一)는 “지적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자기회의(自己懷疑,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가 가능한가 아닌가에 달렸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문제해결의 입장에서 다시 써보면 이렇게 됩니다. "가설의 실증을 위한 최소한의 마인드는 가설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회의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다."

가설이 틀렸다고 입증되면 과감히 그것을 폐기하고 다른 가설을 세워야 합니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인간은 자신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선호가 실증의 기준은 아닙니다. 가설은 실증의 대상이지 '사랑'의 대상이 아님을 명심해야겠습니다.


* 덧붙임 : 이 글은 예전에 제가 쓴 글(http://www.infuture.kr/195)의 내용을 기초로 문제해결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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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9. 7. 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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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나는 12권의 책을 읽었다.
많이 읽은 것 같지만, 얇고 간결한 책이 3권이나 되니 자랑할 일은 아니다.

상반기(1~6월)에는 모두 45권의 책을 읽었다.
하반기에 55권을 읽어서 100권을 채울 요량이다


바람 샤워 in 라틴 : 만화가가 라틴 아메리카를 1년 넘게 여행하면서 겪은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가볍게 터치한다. 깊이가 약하고 단편적인 면이 흠이지만, 멀게 느껴지는 남미를 가깝게 느끼기에는 적당한 책이다. 스타벅스에 비치돼 있길래 읽었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저자가 과학의 눈으로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조망한다. 권력자가 과학을 홀대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저자는 왜 우리가 과학을 알아야하고 왜 진흥해야 하는지를 독특하고 설득력 있는 문체로 주장한다. 일독을 권한다.

메이저리그 경영학 : 경영컨설턴트이면서 야구 칼럼리스트이기도 한 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팀 운영방식, 선수관리방식 등으로부터 경영의 시사점을 재미있게 서술한다. 야구에서는 당연한 방식이 기업 조직에서는 무시되거나 경시된다. 야구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일독을 권한다.

대체 뭐가 문제야? : 문제해결 과정에서 '문제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책 곳곳에서 저자의 번뜩이는 시각과 아이디어를 접했다. 얇고 간결한 책이지만 속이 꽉 차있다. 재미있기도 하다.

야성적 충동 : 주류 경제학의 기반인 '합리적인 경제적 인간 모델'을 비판하는 책이다.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이야기했다. 중간중간 유익한 단편이 있지만, 잘 읽히지 않았다. 번역 탓인지 독해력의 부족 때문인지 모르겠다.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가설사고, 생각을 뒤집어라 : 문제해결 과정에서 '가설 지향적 사고'가 얼마나 필수적이고 중요한지를 설명한 책이다. 아는 내용이었으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읽었다. 가설지향적 사고가 책 한 권으로 엮을 만한 분량이 되는지는 의심스러우나, 초심자들이 가설의 중요성과 유용함을 습득하기에 적절한 책이다.

스타벅스 사람들 : 스타벅스가 왜 그렇게 놀라운 성공을 거뒀는지, 그 성공요인을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스타벅스에 대해 비판적으로 책을 썼다고는 하나 거의 모든 내용이 칭찬 일색이다. 정말 그럴까, 란 의심 속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역시 스타벅스에 비치돼 있길래 읽었다.

논리학 실험실 : 제목을 보면 논리학에 관한 책인듯 하지만 열어보면 과학에서의 논증과 추론에 관한 책이다. 논증의 구조, 실증 및 논거의 의미 등을 명확하게 습득하는 데에 이만한 책은 없다. 과학적 논증을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악!법이라고? : 1시간만에 읽을 수 있는 아주 얇은 책. 책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한 두께지만, 그 안에 포함된 내용은 꽤 무게가 나간다. 'MB악법'의 실체를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엮었다. 정부가 하는 일이 다 국민들을 위하는 일이겠거니, 생각한다면 각잡고 이 책을 읽기 바란다.

넛지 :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들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사례로 풀어준다. 실수가 잦은 행동을 줄여주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어떻게 '넛지'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 명쾌한 해답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각잡고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제발 독창적인 연구를 좀 하기 바란다.

니콜라 테슬라, 과학적 상상력의 비밀 : 에디슨과 동시대를 살았던 천재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의 상상력에 대해 서술한 책. 사람들은 테슬라보다 에디슨을 더 많이 기억하지만, 테슬라는 현재 우리가 누리는 정보통신 기술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평전도 아니고 과학서도 아닌, 약간 어정쩡한 책이긴 하나, 테슬라의 위대함을 아직 모른다면 일독을 권한다.

후불제 민주주의 : 문장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명쾌하고 간결한 유시민의 문장에 홀딱 반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수백년의 역사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빌려와 안착시킨 민주주의다. 따라서 우리는 그 비용을 지금에서 지불(후불)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에 저자를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예언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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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설, 명품 색안경을 쓰세요   

2009. 7. 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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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에서 관찰을 통해 현상을 파악하기 전에 먼저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필수적임을 언급했습니다. 가설을 설정해야 문제의 상황, 원인, 해결책의 실마리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지요. 오늘은 원래 실증의 과정을 다루려 했으나, 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겠습니다. 그만큼 가설은 문제해결 과정에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설에도 품질이 있습니다. 좋은 가설과 나쁜 가설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문제를 접한 문제해결사가 현상을 밝히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가설을 세웠다고 가정해 보죠.

1) 직원들이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2) 사적인 용무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다.
3) 회사의 정책을 비방하는 글을 인트라넷에 자주 올린다.

이렇게 3개의 가설을 세우고 인터뷰에 임했다면 문제해결사가 현상(구체적 상황,원인,해결책 실마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요? 그다지 '섹시한' 가설은 아닌 듯합니다. 왜냐하면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문제를 그대로 반복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멍하게 앉아있는 시간, 사적인 용무, 정책 비방 등은 모두 문제의 상황을 몇 개 예로 든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가설로도 문제의 현상 중에 '구체적 상황'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식하는 데 도음을 얻을수 있겠지만,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관찰이 현상을 파악하기 위함이고, 현상 중에는 문제가 벌어지고 야기하는 구체적 상황이 포함되지만, 그것에만 집중된 가설은 좋은 가설이 아닙니다. 'So What?'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질문에 할말을 잃게 됩니다.

좋은 가설 = 명품 색안경


좋은 가설이란, 문제의 현상 중에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에 초점을 둔 가설을 말합니다. 그래야 문제해결의 속도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능수능란한 문제해결사라면, 가설 목록의 90% 이상을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에 해당하도록 구성합니다. 다음의 예처럼 말입니다.

a) 직원들에게 충분한 양의 업무가 배정되지 않는다.
b) 관리자들이 대외적인 업무가 너무 많아서 직원들의 근무태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c) 회사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고 일방적으로 지시 내리는 경향이 있다.

좋은 가설의 예를 보면 모두 문제의 원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앞의 예에서는 문제의 변죽만 울리고 말았는데 이 가설들은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깊이 파고듭니다. 그래야 관찰(인터뷰 등)을 행할 때 관찰의 대상을 명확히 하기가 용이합니다. 관찰의 대상이 분명해야 올바른 척도를 가지고 측정(measurement)에 임할 수 있고 산출된 측정값을 신뢰할 수 있지요.

앞의 가설 '1) 직원들이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를 가지고 관찰을 행한다면, 멍한 표정을 하고 앉은 순간부터 스톱워치를 작동시키기도 어려운 노릇입니다. 인터뷰로 '멍한 시간'을 파악한다는 것도 우스꽝스럽습니다. 정량적이든 정성적이든 측정이 용이하려면 업무량, 대외업무시간, 정책홍보시간 등 측정의 대상을 가설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거나 충분히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가설입니다.

또한 좋은 가설은 해결책에 대한 시사점도 함께 제시합니다. 업무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직원들이 태만하다면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업무를 찾아내어 하루 8시간 동안 충분히 일할 거리를 부여해야겠지요. 업무량을 추가부여하는 방법이 한계가 있다면 역량이 떨어지는 직원을 골라내 명예퇴직을 시키거나 일이 많은 부서로 이동시키면 됩니다. 

물론 좋은 가설이 제시하는 몇몇 해결책은 불합리하거나 효과가 떨어질지 모르지만, 해결책의 효과는 관찰 단계에서 고민할 거리가 아닙니다. 해결책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더 나아가 해결책의 구체적인 방향까지 알려 준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가설입니다.

정리하면, 좋은 가설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문제해결을 빨리 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좋은 가설입니다.

1) 문제의 원인을 파고드는 가설
2) 측정 대상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가설
3) 해결책의 실마리와 방향을 제시하는 가설

가설의 참/거짓 여부가 가설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나중에(실증 후에) 참으로 판명되거나 판명될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 좋은 가설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명품 썬글라스'가 폼나고 눈에도 좋은 것처럼 좋은 가설이 문제해결의 명품 가설임을 기억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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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이라는 색안경을 끼세요   

2009. 6. 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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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에서는 현상 중에 '문제가 벌어지는 상황'을 기술하기 위한 관찰을 살펴보면서 순수하게 객관적인 관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현상의 나머지 부분인 '문제 발생의 잠정적 원인'과 '문제 속에 내재된 해결책의 실마리'를 관찰을 통해 어떻게 파악할지를 설명하겠습니다.

현상이란, 
1) 문제가 벌어지고 야기하는 상황   --> 어제 다룬 내용
2) 문제 발생의 잠정적 원인
3) 문제 속에 내재된 해결책의 실마리

문제가 벌어지는 상황을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 발생의 잠정적인 원인들을 함께 파악합니다. 비유하자면, 지붕에서 비가 새는 문제를 관찰할 때 '아, 저기에 구멍이 생겨서 그렇구나'라며 원인을 알아차리는 것과 같습니다.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심하다'는 문제라면 왜 직원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함께 보고 듣게 됩니다. 월급이 적어서, CEO가 너무 강압적이라서, 혹은 직원들 모두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등등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또한 관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정적 해결책에 대해 힌트를 얻게 됩니다. 비록 잠정적이지만, 파악된 문제의 원인을 뒤집어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제거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가정 하에 잠정적인 해결책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월급이 적다면 월급을 올려주거나 업무량을 줄여주는 해결책을, CEO의 강압적인 리더십이 문제라면 CEO에게 리더십의 변화를 주문하거나 용퇴를 권하는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겠죠.

물론 관찰을 통해 파악된 원인과 해결책은 확정적이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잠정적이고 실마리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문제의 원인이 실제로 그러한지, 그 해결책은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절한지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검증의 과정을 '실증(Proof)'라고 합니다. 기억하겠지만, 관찰을 통해 습득한 현상(Situation)은 실증의 관문을 통과해야 '사실(Fact)'로 인정받습니다. 실증의 체에 걸리면 현상은 사실이 아니라 거짓이 되는거죠.

문제 발생의 잠정적 원인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관찰을 실행할 때 '그냥 들여다 보면 알겠지'란 자세는 그다지 권할 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물론 생전 처음 접하는 종류의 문제이거나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엔 무작정 관찰하는 방법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가설이란 색안경을 끼고 폼나게 문제를 해결합시다!


하지만 능력 있는 문제해결사라면 관찰에 앞서 '가설(Hypothesis)'을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입니다. 가설이란, 이러이러할 것이라고 답을 미리 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월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할 거야', '매출이 오르지 않는 건 제품에 하자가 많아서야'라고 원인의 답을 단정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바로 가설이죠. 

문제의 원인을 단정적으로 선언한다? 아마도 이 말이 불편한 느낌으로 다가올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해야 하는데, 이렇게 색안경을 끼고 문제를 관찰한다면 잘못된 방향으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냐 우려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가설 설정은 선입견이나 편견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편향으로부터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이 가설 설정입니다. '월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할 거야'라는 가설을 가지고 관찰에 임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직원들과 CEO를 인터뷰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이 가설이 성립되지 않는다(틀렸다)면 미련 없이 가설을 버리고 새로운 가설을 세우면 됩니다. 

비록 문제해결사 본인이 일반적으로 직원의 태만은 월급이 적기 때문이라는 고정관념을 평소 지녔다 해도 그 가설을 실증적으로 검증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편견을 채택하지 못합니다. 가설 설정이 없으면 관찰의 초점이 흐릿하기 때문에 슬그머니 자신의 편견을 반영할 위험이 오히려 큽니다.

이렇게 해서 계속 가설을 선언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바짝 다가갈 수 있습니다. 만일 가설을 세우지 않는다면 문제해결의 과정이 무척 더디게 진행됩니다. '직원들이 태만한' 원인과 잠정적 해결책의 풀(pool) 전체를 다 따져봐야 하는데, 그럴려면 시간이 무한정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결책의 효과 뿐만 아니라 해결의 신속성도 문제해결의 품질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단 가설을 세운 다음 검증해서 '살리거나 버리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문제해결의 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사가 베테랑이냐 애송이냐의 차이는 가설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설을 설정하면 왜 문제해결의 시간이 단축될까요?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어떤 선생님이 1부터 100 사이의 숫자 하나를 혼자서만 생각해 둔 다음, 학생들에게 그 숫자를 맞혀 보라고 합니다. 가설 설정에 능한 학생이라면 이렇게 묻겠죠. "50보다 큽니까?" 선생님이 아니라고 대답하면 또 이렇게 묻습니다. "25보다 큽니까?" 그렇다는 선생님의 대답에 "37보다 큽니까?"

이런 식으로 가설을 설정해서 묻고 선생님으로부터 검증을 받아나가면 숫자를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숫자가 27이라면 6번만 질문하면 답을 말할 수 있지요. 가설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운이 나쁠 경우 100번이나 질문과 대답을 반복해야 하므로 선생님이나 학생 모두 지쳐 버릴 겁니다.

관찰을 진행하는 동안 가설의 진위 여부가 금새 드러납니다. 관찰의 절차가 모두 끝나고 나서야 검증이 완료되는 가설은 거의 없습니다. 경험 많은 문제해결사들이 하나 같이 말하듯, 관찰하는 동안 가설의 기각과 새로운 가설 수립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관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근본원이에 도달합니다. '월급이 적어 직원들이 태만하다'는 가설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5명 중 아무도 그런 원인을 언급하지 않고 다른 이유를 더 성토한다면 그 가설을 곧바로 폐기하거나 제쳐두고 다른 가설을 세우면 됩니다. 굳이 50명의 인터뷰를 다 끝낼 때까지 기존의 가설을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편견을 배제하고 문제해결 과정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알아도 가설의 설정이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는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래 '가설 사고'는 과학자들이 현상을 탐구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서 아주 오래 전부터 유용성이 증명돼 있습니다. 그러나 지식과 문제풀이만을 주입식으로 교육하던 중고등학교 과학 시간 덕택(?)에 정작 사회생활에 더 유용하게 쓰이는 가설 지향의 사고방식을 제대로 습득할 기회가 없었지요.

가설 설정에 익숙해지려면 견문과 경험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직면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처한 상황만 조금씩 다를 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겪은 문제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문제란 하늘 아래 별로 없습니다. 직원들이 게으르고 생산성이 낮아서 고민했거나, 매출이 급락해서 위험을 겪은 조직들이 과거에도 지금도 존재합니다.

그런 조직들의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 때문이었는지 또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살펴보면 '직원들이 이런이런 이유 때문에 태만할 것 같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또한 문제해결사가 경험이 많으면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문제에 연관된 잠정적 원인들을 가설로 뽑아낼 수 있지요. 

만일 전혀 배경지식이 없는 특이한 문제에 봉착했다해도 일단 가설을 세워보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억지스럽더라도 가설을 세우는 편이 그렇지 않는 것보다 문제해결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음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관찰이란 현상을 파악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실증의 관문을 거쳐야 현상이 사실로 격상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관찰과 실증이 시간적으로 선후관계에 있다고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관찰을 먼저 행하고 실증이 그 다음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그러나 관찰과 실증은 종종 동시에 일어납니다. 관찰할 때 행하는 가설 검증이 곧 실증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증을 행할 때 다시 관찰의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관찰과 실증은 선후관계를 따질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입니다.

관찰에 의해 일단 검증된 가설일지라도 뭔가 미심쩍거나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월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하다'는 가설이 인터뷰에 의해서 '거의 그렇다'라고 나왔다면 좀더 확실한 검증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인터뷰할 때 실제를 왜곡해서 대답하거나 질문자의 편견 때문에 그런 답변이 나오도록 유도질문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아직 확정된 사실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심도 깊은 실증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실증은 다음에 다루겠습니다.

관찰은 '주관적으로 결정되는 객관적 사실'이라는 말의 의미는 관찰을 행할 때 가설을 가지고 임해야 함을 뜻합니다. 가설이라는 색안경을 끼십시오. 맨눈으로 관찰한다면 쓸모없는 데이터 더미에 깔려 문제해결이 매우 더디다는 점을 기억해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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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히 '객관적인 관찰'은 없습니다   

2009. 6. 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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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에서 논증의 구조와 문제해결의 구조에 대해 논했습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논증의 절차에서 가장 먼저 오는 단계가 '관찰'입니다. 오늘은 문제해결 과정의 첫단추이자 핵심이기도 한 '관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언급했듯이, 관찰(observation)이란 현상(situation)을 파악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대부분의 문제해결사들은 의뢰인의 제시한 문제를 둘러싼 상황과 정황(context)를 되도록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효과적인 문제 해결의 열쇠임을 압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 상황을 모르고 어떻게 바람직한 해결책을 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능숙한 문제해결사라면 문제가 야기하는 상황을 단순히 스케치하는 것에서 관찰을 멈추지 않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활동만을 관찰이라고 생각하지 않죠. 문제해결 과정의 초기일지라도 그들은 문제해결을 염두에 두고 관찰을 행합니다. 문제가 벌어지는 상황을 기록하고, 그것으로부터 문제의 원인을 가늠하며, 나아가 문제에 대한 잠정적인 해결책을 미리 구상해보면서 문제의 해답에 다가가려 합니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그래야 문제해결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이 관찰은 상당히 적극적이고 주관적인 과정입니다. 

1) 문제가 벌어지는 상황을 기록하기 위한 관찰
2) 문제의 원인을 가늠하기 위한 관찰
3) 문제 속에 내재된 잠정적인 해결책을 미리 구상하기 위한 관찰

위에서 관찰은 현상을 파악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현상'을 보다 자세히 정의 내리면 '문제가 벌어지는 상황', '문제의 원인', '문제 속에 내재된 해결책의 실마리' 모두를 일컫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과 귀로 들리는 것만이 현상이 아닙니다. 이를 주의하십시오.

현상이란, 
1) 문제가 벌어지고 야기하는 상황
2) 문제 발생의 잠정적 원인
3) 문제 속에 내재된 해결책의 실마리


"저기 좀 보세요!"


이 3가지 종류의 현상 중에서 첫번째(문제가 벌어지고 야기하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어떤 회사의 직원들이 매우 태만하고 불평불만도 심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의뢰인(아마도 CEO)이 여러분에게 이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을 내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먼저 '누구의 문제인지' 문제의 주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난 포스트에서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이 경우엔 CEO의 문제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CEO의 입장에서 '직원들이 매우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심하다'라는 문장이 이 회사의 문제로 정의되겠죠.

이제 문제해결사인 여러분은 CEO의 요청에 따라 관찰을 진행합니다. 직원들이 진짜 태만하고 불만이 많은지 옆에서 지켜보거나, 문서로 된 데이터와 자료를 검색하거나, 설문지를 돌리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관찰에 동원합니다. 그 중에서 인터뷰는 가장 널리 쓰이면서 문제해결 때마다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방법입니다. 의뢰인의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듣는 것부터 시작하여 직원들의 일부 혹은 전부를 만나 CEO가 제시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해 심층적으로 묻습니다. 인터뷰는 문제해결사가 갖춰야 할 매우 중요한 스킬이므로 나중에 따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직접 관찰이든, 인터뷰든 여러분이 관찰을 행할 때는 항상 '측정(measurement)'의 문제에 직면합니다. 직원들이 CEO의 생각처럼 진짜 태만하고 불만이 많은지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측정 방법이 정해진 후에는 어느 정도를 태만하다고 볼지, 어느 수준을 불평불만이 많다고 여길지를 정해 놓아야 합니다. 

이는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태만하다'를 측정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직원들이 잦은 지각을 일삼는다면 태만하다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지시한 일을 마감시간이 넘도록 완료짓지 않는 걸 태만하다고 측정해야 할까요? 또한 지각을 1주일에 몇 회 범한 걸 태만하다 봐야할지, 마감시간을 몇 시간 넘긴 걸 태만하다고 봐야할지 어렵습니다. 짧은 단어지만 '근무태만'이라는 문제를 측정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고 측정의 척도(scale)도 다양하기 때문에 관찰은 단순히 지켜보기만 해서 끝날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보통 '관찰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관찰의 행위에 주관이 개입되면 결과가 왜곡된다고 생각하면서 '주관적인 관찰'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그러나, 관찰과 측정은 필연적으로 매우 주관적인 활동입니다. 흔히 드는 예로서, 물이 1/2이 든 컵을 생각해 보십시오. 눈에 비치는 컵의 모습은 하나이지만, '컵에 물이 반이나 차 있다', '컵에 물이 반 밖에 남지 않았다' 등처럼 다르게 해석됩니다. 이처럼 단순한 문제는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조직의 정성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순수히 객관적인 관찰과 측정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선 측정방법을 택할 때부터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근무태만을 측정하는 수많은 방법들을 모두 채용하지 못하므로 문제해결사 자신의 논리와 신념에 따라 그 중 몇 개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측정의 척도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정도의 지각 횟수는 근무태만이라 보기 어려워'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도 주관이 강하게 개입된 결과입니다.

따라서 문제해결사들은 '근무태만'이란 상황은 '이런이런' 관점으로 '이런 정도'의 척도로 측정하겠노라고 미리 선언해야 합니다. 자신의 주관을 공개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순수한 객관성에 목을 맨다면 측정 방법과 척도를 정하지 못해서 결국 문제해결에 한 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합니다. 객관적 학문의 총아라고 여겨지는 과학에서도 얼마나 많은 주관적 관점이 개입돼 있는지 아십니까? 관찰의 주관성은 학문의 발달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에도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관찰 결과를 청취하는 입장에서도 문제해결사가 어떤 관점으로 관찰을 행했는지 인식할 의무가 있습니다. 계량적이지 않다, 주관적인 판단 이다, 라며 무조건 '객관성'을 외치고 문제해결사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문제해결의 본질을 모르는 헛똑똑이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만을 일삼는 문제해결의 적입니다.

'관찰은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관찰에 사용되는 주관을 최대한 객관화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해야 합니다. 관찰은 주관적으로 결정되는 객관적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문제해결사는 자신이 어떤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는가, 어떤 색안경을 끼고 문제에 접근하는가를 먼저 깨닫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것이 관찰하는 자가 준수해야 할 제1의 덕목입니다.

다음에는 관찰의 나머지 목적인 두번째와 세번째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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