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2009. 5. 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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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시나리오 플래닝이나 시나리오 경영에 관심이 높습니다. 위기경영의 일환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하겠다는 기업도 많아졌지요. 헌데 시나리오 플래닝을 긴축경영이나 컨틴전시 플래닝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개념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간략한 예시로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프랑스 수학자 중에 파스칼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뛰어난 수학적 업적을 남긴 사람인데요, 그는 의사결정을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을 시도한 최초의 유명인입니다. 

수학과 과학에 천부적인 능력을 보였지만, 사생활은 문란하고 방탕했다고 합니다. 천재적인 능력이 방탕한 생활 때문에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다고 생각한 친구들이 파스칼에게 교회를 다니라고 여러 차례 충고했다고 합니다. 교회를 다니면 파스칼이 성실하게 생활할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죠.

친구들의 조언을 듣고 파스칼은 고민을 했습니다. ‘신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는 수학의 천재답게 논리적인 방법으로 이 고민을 해결했습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이었습니다.

파스칼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2가지입니다. ‘신을 믿는’ 전략과 ‘신을 믿지 않는’ 전략이죠. 그가 둘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논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 불확실성이란 바로 ‘신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가’ 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신의 존재 여부가 그가 믿음을 선택하느냐 마느냐에 딸린 불확실성이었죠. 파스칼은 이러한 불확실성에 따라 2개의 시나리오를 수립했습니다. 첫 번째는 '신이 존재'하는 시나리오고, 두 번째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 시나리오입니다.

파스칼은 이러한 시나리오 하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지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표를 그려서 시나리오와 전략 간의 적합도를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시나리오 1
 "신이 존재한다"
 시나리오 2
 "신은 없다"
 신을 믿는다    
 신을 믿지 않는다    

파스칼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평가를 내렸습니다. "먼저, 신이 존재하는 시나리오에서 신을 믿는다면 나에게 주어지는 가치는 얼마일까? 그 가치는 천국에서 느끼는 기쁨과 행복이니까 무한대(∞)이겠지? 반대로, 신을 믿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신을 부정한 죄로 지옥에서 모진 형벌을 끊임없이 받아야 하니까 그 가치는 마이너스 무한대(-∞)일거야”

그는 두 번째 시나리오인 ‘신은 없다’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내가 신을 믿는다면 난 무슨 가치를 얻게 될까?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믿느라 교회를 다녀야 하는 '생고생'을 했으므로 그 가치는 마이너스일까? 아니면 교회를 다니면서 마음의 안식과 평온을 얻었으니 플러스일까? 친구들이 교회 다니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나같이 말하니 믿어보지, 뭐. 100 정도의 가치라고 가정해 보자. 반대로, 신을 믿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난 아무것도 얻거나 잃을 게 없겠지. 그러니까 그때의 가치는 0이야.” 

그는 평가를 끝내고 다음과 같이 표를 완성했습니다.

 
 시나리오 1
 "신이 존재한다"
 시나리오 2
 "신은 없다"
   신을 믿는다                 100
   신을 믿지 않는다          -          0

파스칼은 이 표를 보면서 어떤 전략을 택할지 살펴봤는데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신을 믿는’ 전략이 최적이자 최고의 전략입니다. 파스칼은 이렇게 판단해서 '신이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신을 믿겠다'라고 친구들에게 선언한다. 이 유명한 일화를 '파스칼의 추론'이라고 합니다.

파스칼의 일화는 여러분이 지금까지 학습한 시나리오 플래닝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적의 전략을 선택해야 할 때 유용한 방법이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 추신 : 이 글은 시나리오 플래닝의 이해를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무신론이나 기독교(신,구교 모두)와는 관련이 없음을 양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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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만 보고 프로야구 승리팀을 예측하면?   

2009. 5.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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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경기를 보는 동안(보기 전이 아님) 어느 팀이 승리할 지 알아맞히려면 어떤 정보들이 필요할까? 팀의 승률, 팀 방어율, 팀 타율 등 팀 성적은 물론이고 선발투수의 방어률, 피안타율, 타자의 출루율, 혹은 그날의 날씨, 홈경기 여부 등 수많은 정보들을 따져봐야 승리팀을 알 수 있을까?

물론 충분한 크기의 다양한(그리고 좀 복잡한) 데이터가 주어지고 분석만 잘 한다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근사한 예측 적중률을 보이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경기가 이미 끝나버리고 만다.

해서, 나는 이런 가설을 세웠다.

4회까지의 점수만 보면, 그 경기의 승리팀을 70% 적중률로 예측할 수 있다.

이 가설의 아이디어는 게르츠 기거렌처의 '생각이 직관에 묻다'에서 얻었다. 그 책은 농구 경기에서 팀별 승률과 전반전 스코어만 보면 승리팀을 78%의 적중률로 맞힐 수 있다는 결과를 소개한다.

여러분이 A팀과 B팀 간의 야구 경기를 4회까지만 관전하고 그 경기의 승리팀이 어디인지 알아맞힌다면, 그 적중율은 얼마나 될까? 50%, 아니면 60%? 시간이 없어서 4회까지만 경기를 봐야 한다면, 이 가설의 증명 여부가 도움이 될지 모른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실험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2009년 4월 4일부터 5월 10일까지 치러진 124개의 경기 결과를 확보했다.

2. 각 경기의 4회까지 점수 결과를 일일이 수집했다 (좀 힘들었다. -_-).

3. 4회까지의 점수가 앞서는 팀이 승리팀이 되리라 예측했다.

4. 만일 4회까지의 점수가 동점이면, 2008년의 승률이 높은 팀이 승리팀이 되리라 예측했다.

[실험 결과]
엑셀 파일에 이와 같은 로직을 담아 시뮬레이션해 보니, 71.8%라는 적중률이 도출됐다(비긴 경기를 감안하면 77% 정도가 된다). 가설보다 높은 수치다. 이 결과를 바꿔 생각하면, 5회 이후에 역전이 짐작만큼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아래의 엑셀 파일 참조). '우리팀이 역전하기를' 고대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역전할 확률은 기껏해야 3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실험은 시즌 초반에 해당하는 경기에만 적용했는데,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적용한다면 적중률이 다소 변하리라 예상된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의사결정 내릴 때마다 정보가 부족하기 일쑤다. 좀더 많은 정보, 지식, 방법론을 적용하면 예측의 정확성이 커질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워 하는 경우가 많다. "아, 다양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좋겠는데..."라며 탄식한다. 많은 정보가 예측의 적중률 향상시킨다고 믿는다.

그러나, 적은 정보만 가지고도 꽤 근사한 적중률로 예측이 가능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가진다고 해서 예측의 적중률을 높이지는 못한다. 추가되는 데이터의 '한계(Marginal)예측적중률'은 '한계효용'처럼 급격히 체감된다. 100%에 가까운 적중율을 얻으려면 거의 무한대의 정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시대, 간단한 판단법으로 쉽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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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어지러운 섬, 소매물도   

2009. 5. 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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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서남쪽에 위치한 소매물도로 갔다.
그 섬과 잇닿은 등대섬의 경치가 유명하다고 해서 찾았다.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등대섬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고 거칠었다.
공원과 숙소를 조성한다고 여기저기 파헤치고 중장비가 굉음을 냈다.

게다가 휴식을 청하러 갔다가 계획에도 없던 등산을 해야 했다.
사람 하나가 겨우 통과할 만한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드디어 등대섬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간조 시간이라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의 물길이 열렸다.
하지만 그곳까지 갔다가 다시 소매물도로 올라오기엔 체력이 버거웠다.
4시 30분에 끊기는 배 시간 때문이기도 했지만...
몇컷의 사진을 찍고 돌아나왔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경치를 제대로 느끼려면 하룻밤 숙박이 필요하리라.
하지만 여기저기 파헤친 공사판을 본다면
제 아무리 멋진 풍경이라도 반감되고 말리라.

(크게 보려면 클릭을...)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멀리 보이는 오륙도

소매물도와 물길이 열린 등대섬

낚시를 떠나는 배

소매물도를 떠나며

강렬한 남도의 해

다시 올 수 있을까?

 [거제도 여행 다른 글 읽기]
그 많던 포로들은 어디로 갔을까
외롭지 않은 섬, 외도에 다녀오다
거제도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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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9. 5. 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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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모두 6권의 책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4월은 '잔인한 달'이었기에,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지 못했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싱숭생숭했다고나 할까?
그래도 이번 달에는 좋은 책을 많이 만나서 다행이다.

 1월부터 4월까지 모두 25권의 책을 읽었다.
다독가가 되긴 글렀나 보다. ^^

블랙스완 : 상당히 심오하면서도 날카로운 책이다. 불확실성에 대해 나와 다른 정의를 내리지만 대개의 논리엔 공감하면서 읽었다. 검은백조가 어디서 나타날지, 항상 조심하라! 이 책을 강추한다.

슈퍼크런처 : 광범위하고 광대한 데이터 분석으로 정책의 효과, 와인의 품질 등을 미리 예측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믿을 만한 건 숫자 뿐인가? 좋은 지식과 시사점을 얻은 책이다. 내가 시나리오 플래닝에서 주장하는 논리와 배치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일독을 권한다.

발칙한 미국학 : 지난 달에 읽은 '발칙한 유럽산책'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도 냉큼 읽었다. 신문 칼럼을 모은 책이라 술술 쉽게 읽히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오랫만에 고국에 돌아와서 느낀 '준 이방인'의 시각과 위트가 책 곳곳에서 빛난다. 심심할 때 읽으면 좋다.

슈퍼자본주의 : 승자독식사회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서술하는 책.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강력하고 일관적인 정책만이 자본주의의 부조리와 환경 파괴로부터 구원 받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작은 정부가 아니라 큰 정부가 나와야 할까? 일독을 권한다.

고민하는 힘 :  스타벅스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다가 책꽂이에 꽂혀 있길래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린 책. 재일교포 2세인 동경대 교수의 책. 동어반복을 밥먹듯 하는 자기계발서 중 하나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자못 철학적이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를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충고한다. 실용적(?)인 자기계발서를 기대했다면 오산인 책.

아이코노클라스트 : 생각의 틀을 깬 사람들은 어떤 뇌를 가졌을까? 신경과학자가 뇌과학의 지식으로 선구자들의 뇌 구조를 이야기한다. 성공한 자들은 남들과 다르게 보고, 공포를 이겨내고, 타인을 효과적으로 설득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든다. 뇌가 다르다면, 그들을 따라할 수 있을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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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그리운 꽃의 도시   

2009. 5. 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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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갔던 피렌체 생각이 갑자기 드는 이유는 뭘까?
꽃의 도시, '냉정과 열정 사이'란 영화를 보고 사무치게 동경했던 도시...

막상 그 도시에 들어서니, 쥰세이의 외로움도, 아오이의 괴로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박제된 중세의 그늘과 융성한 관광업의 소음이 뒤섞여, 머리가 어지러웠던 도시.

헌데, 뜬금없이 그곳이 그리운 이유는 왤까?
이상타.

(크게 보려면 클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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