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종이비행기 사랑
1
이름없는 별들이 점점 돋아난 가을 하늘 저 편으로
내 그리운 너 푸르게 내쉬는 숨소리를 향하여
못 견디게 배인 그리움 한 조각
오직 깃털 한 자락만큼만 실어 가만 날려보내도
언덕 아래에서 꺾인 마른 바람 한줄기와
솔숲 위로 퍼지는 계절의 낮은 입맞춤 위에
가을의 열매 하나하나 곱게 걸린 어린 별들 사이로
우리네 삶처럼 작은 날개 훨훨 띄워 보내도
그 비행(飛行)의 끝, 혼자 부르는 콧노래 점점 사위고
별들도 새벽빛 속으로 깜박깜박 숨어들 때
매운 바람과 서린 빗물에 찢기운 날개를 접고
네 가슴 깊은 터로 끝내 날아 안기지 못한다 해도
보고플 때마다 날개 너머로 불어 날린 잎새가 하나, 둘, 셋
은하수 모래톱에 쌓였다가 새벽 빗물로 녹아 내리는,
부디 기억해다오, 내가 뿌린 가을의 낙엽들
모두다 너를 사랑한다는 고백이었음을
2
내 너 위에 떠도는 날보다
밤이면 갈피 없는 바람을 타고
싸리별의 이야기 듣고파 헤매이는 날과
검은 사막 한가운데 힘없이 떨어져
외로운 낮과 밤을 묶여 지내는 날이 더 길어도
내 너에게서 듣고 싶은 사랑한다는 귓속말보다
솔숲 사이로 떠도는 슬픔과
날아 안길 가슴 빼앗겨 흐느끼는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며 살아야 한다 해도
잊지 말아다오, 내 마음 모두 너에게 주었음을
어스름결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떨어뜨리길 수천 번
사는 동안 끝끝내 홀로인 비행 네 몸 깊은 곳에
젖은 날개를 내려 쉬지 못한다 해도
내 이 세상 날아 떠나고 너 땅 위에 남거든
잊지 말아다오,
내 너를 얼마만큼 사랑했는지
*도종환의 '종이배 사랑'을 모사하다
반응형
'유정식의 서재 > [자작] 詩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날, 그 시(時) (0) | 2009.11.20 |
---|---|
가을밤 (0) | 2009.11.04 |
8월의 크리스마스 (4) | 2009.09.11 |
詩 - 서울 (0) | 2009.08.12 |
그림을 그리며 (0) | 2009.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