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가을밤
미농지 같은 밤이다
별은 사라지고 아이는 몇 번이고 뒤척인다
이마를 짚어 미열을 재는 표정의 강물처럼
휘이익 달아나는 자동차의 불연속한 흔들림처럼
긴 입막음 끝에 내뱉은, 도시의 검은 연기 같은 밤이다
나를 거절하는 사람의 눈빛 같은 밤이다
손을 잡을 때와 놓을 때 교차하는 감각의 비끌림처럼
더운 입술이 남긴 차가운 촉각처럼
도시를 뒤로 하고 또 다른 도시로 숨어들 때,
온갖 빛을 닫고 기대어 바라 본, 벌판의 바람 같은 밤이다
나를 잊어내는 고요한 밤이다
순진한 삶이 아픈 밤이다
반응형
'유정식의 서재 > [자작] 詩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2) | 2009.11.23 |
---|---|
그 날, 그 시(時) (0) | 2009.11.20 |
종이비행기 사랑 (0) | 2009.10.15 |
8월의 크리스마스 (4) | 2009.09.11 |
詩 - 서울 (0) | 2009.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