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니콜 아비-에스버(Nicole Abi-Esber)는 재미있는 논문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아비-에스버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설문지를 건네며 응답해 줄 것을 요청하는 상황을 만들었는데요, 이때 설문 요청자의 얼굴에는 빨간 잉크, 초콜릿, 핑크색 립스틱의 자국이 묻어 있었습니다. 아래의 사진처럼요.
얼굴에 묻은 자국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갔기에 분명히 자국이 묻어 있음을 알려줄 거라고, 다시 말해 즉시 피드백할 거라고 아비-에스버는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크게 어긋났어요. 요청자의 얼굴에 자국이 있음을 알아차린 155명의 사람들 중 오직 4명, 그러니까 2.6%만이 “당신 얼굴에 뭐가 묻어 있네요.”라고 피드백했으니까요.
“왜 자국이 묻은 걸 알려주지 않았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상대방이 당황스러워할까 봐 그랬다,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아서 그랬다, 무례하게 보일 것 같아서 그랬다 등의 이유를 댔습니다.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누군가에 얼굴에 뭐가 묻어 있으면 그에게 알려주겠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겠다”는 답변을 많이 했지만 실제로는 고작 2.6%만이 그리 했을 뿐이었죠. 말과 행동이 이렇게 다를 수가!
이 실험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남에게 피드백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아비-에스버는 후속 실험을 통해 좀더 결과를 명확하게 도출하고자 했습니다. 그녀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10가지 상황'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받는 상상을 하도록 했습니다.
셔츠에 묻은 자국, 엉덩이 부분이 찢어진 바지, 이빨에 낀 음식물, 의뢰인의 이름을 잘못 발음한 것, 회의 중에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 등과 같은 ‘가벼운’ 상황 뿐만 아니라, 보고서에 오타가 많은 것, 프레젠테이션에서 너무 빨리 말하는 것, 회의에서 의뢰인의 말을 중간에 여러번 자르는 것, 공격적으로 질문하는 것, 이메일의 어투가 무례한 것과 같은 중대한 상황에 대해서 피드백할 사람과 피드백 받을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보고자 했던 것이죠.
이 실험에서도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피드백을 잘 하지 않는다'라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특히나 중대한 상황에서 피드백을 더욱 하지 않는다는 점도 밝혀졌죠. 피드백의 중요성을 누구나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피드백하기를 꺼려한다는 점, 여러분은 동의하시나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피드백하길 꺼리는 마음을 이겨내고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음 경영일기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참고논문
Abi-Esber, N., Abel, J. E., Schroeder, J., & Gino, F. (2022). “Just letting you know…” Underestimating others’ desire for constructive feedback.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함께 읽으면 좋은 글]
'피드백 샌드위치'가 뭔지 아십니까? https://infuture.kr/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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