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를 아십니까? 많은 분들이 이미 시청했을 것이고 그래서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한 이 드라마를 제가 추천하는 까닭은 플롯이 재미있거니와 '사람 경영' 측면에서 생각할 점을 많이 던져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드림즈>란 프로야구단의 단장인데요, 저는 이 사람보다는 조연으로 나온 '임동규'와 '서영주'란 캐릭터를 주목했답니다. 한 시즌에 홈런을 40개 이상 쳐내는 4번 타자 임동규는 팀의 상징 같은 선수입니다. 그런데 단장은 임동규를 타 팀으로 트레이드한다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계획을 발표합니다.
임동규는 당연히 반발했죠. <드림즈>에 영구 결번 선수로 은퇴를 희망했던 그는 엄청난 분노를 터뜨렸고, 그 분노를 단장에게 '물리적'으로 해소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밤늦게 퇴근하는 단장을 향해 여러 차례 배팅 공을 쳐내며 위협했던 것이죠. 그의 분노는 단장의 자동차 유리를 배트로 박살내 놓고 수리비랍시고 돈다발을 던져넣는 폭력, 깡패 둘을 고용해서 단장에게 린치를 가하는 폭력으로까지 급발진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걸 보며 임동규란 인물은 본질적으로 폭력적이고 이기적이며 야비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살인 미수에 가까운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면에서 단장의 방출 결정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방금 제가 '본질적으로'란 말을 쓴 까닭은 임동규가 선하고 속깊은 자로 변모할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제 확신을 깨뜨리더군요. 시간이 지나 임동규가 '팀 플레이어'가 되어 개과천선한다는 흐름으로 극의 스토리가 전개됐으니 말입니다. 폭력배와 다를바없는 이기주의의 총아라 할 만한 임동규가 팀 고참으로서 후배 선수들을 잘 이끌어간다는 식의 줄거리라니! 저는 TV 화면에서 사람 좋은 얼굴을 하는 임동규에게 "이제 와서 좋은 선배 노릇을 하다니, 못된 놈 같으니!"라고 욕을 퍼부었답니다.
개과천선은 전래동화에나 나올 법한 판타지입니다. 살인 미수자가 팀 플레이어로 바뀔 수 있다고 여러분은 믿습니까? 폭력을 일삼던 자가 일시적으로 '차카게 살자' 모드로 전환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는 본인의 입지가 불안해지거나 불리해지면 다시금 본모습으로 돌아가 폭력이란 무기를 들지 않을까요? 연봉 제시액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주전에서 벤치 선수로 강등 당하면 또다시 비열하고 초이기적인 짓을 반복하지 않을까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상대 인격을 무시하고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스스럼없이 했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과거에 못된 행동을 일삼던 사람이 개과천선한 경우가 얼마나 됩니까? 몇 번이나 봤습니까?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그는 잘못을 깊이 깨닫고 착한 사람이 됐습니다'란 판타지에 기대는 '도시전설' 같은 드라마입니다.
누군가의 됨됨이를 평가하려면 그의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보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현재는 미사여구나 변명으로 '잘 포장'될 수 있고, 미래는 '잘 하겠다, 잘 될 것이다' 식의 장미빛에 사람보는 눈이 실명될 수 있어요. 오로지 과거만이 그가 현재와 미래에 어떤 사람일지를 95%의 정확도로 일러줍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을뿐더러 고쳐 쓰지도 못한다는 가장 비근하면서도 누구나 동의할 만한 예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다 알만 한 그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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