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이 꽤나 신경쓰입니까?   

2024. 5.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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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트 체임벌린(Wilt Chamberlain)이라는 NBA 농구선수가 있었습니다. 농구팬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자유투는 상대편이 파울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인데요, 체임벌린은 자유투 슈팅 성공률이 높았던 선수였습니다. 그가 이렇게 높은 성공률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언더 핸드'로 슛을 쏜 것에 있었습니다. 

보통의 선수들은 공을 머리 위로 얹어 쏘는 방식이었지만, 체임벌린은 다리 사이에서 공을 쥐고 아래에서 위로 공을 던지는 언더 핸드 방식을 썼던 것이죠. 아래의 사진처럼 말입니다. 속칭 '할머니 샷'이라고 불릴 만큼 우스꽝스러운 자세였지만 공의 궤적이 안정적으로 골대를 향하기에 네트 안에 공이 빨려갈 확률이 높았죠. 

 



하지만 팬들은 그를 조롱했습니다. 프로선수가 팔근육이 약한 아이들이나 쓸 법한 방식으로 슛을 쏘는 걸 손가락질했죠. 조롱이 계속되자 참지 못한 체임벌린은 여느 선수처럼 오버 핸드로 자유투를 던지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꽤 높았던 자유투 성공률이 40%대로 뚝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체임벌린과 대비되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릭 베리(Rick Barry)도 자유투를 던질 때 언더 핸드 방식을 애용했는데요, 이 방식으로 90% 가량의 성공률을 자랑했죠. 베리는 어느 시즌에서 고작 9개의 자유투만을 실패할 정도로 높은 자유투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그 역시 팬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는데요, 체임벌린과 달리 그런 조롱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는 팬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경기 결과에 집중했던 것이죠. 베리는 나중에 명예의 전당에 올랐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를 중시합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타인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면 집단에서 쫓겨나 맹수들이 들끓는 벌판에 홀로 남아야 한다는 공포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규칙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념과 관습에 어느 정도 맞추려고 하죠.

하지만 굳이 맞추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사실은 더 많습니다. 서로 대비되는 체임벌린과 베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따르지 않아도 법이나 도덕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라면, 그리고 따르지 않음으로써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있는 것이라면, 집단의 조롱이나 손가락질에 휘둘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체임벌린이 우스꽝스러운 언더 핸드 슈팅을 포기함으로써 팬들의 조롱을 면하기는 했지만,  팬들에게, 또 팀에게 어떤 실질적 이득을 주었을까요? 팬들이 오버 핸드로 바꿔 던지는 체임벌린을 보며 드디어 프로농구의 세계에서 프로답지 않은 슛을 보지 않게 됐다며 눈물 한 방울을 흘리기라도 했을까요?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해도, 그럼으로써 얻는 이득과 비용을 인간의 이성으로 계산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이걸 잘 계산하여 행동한다면 릭 베리처럼 여러분 인생의 명예 전당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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