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도전은 충분히 무모한가요?   

2024. 5.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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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개봉했던 영화 <더 에어로너츠>를 본 적이 있나요? 이 영화는 19세기 런던에서 활동한 기상학자 제임스 글레이셔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요, 당시 날씨를 예측 한다는 것은 과학계에서조차 과학적이지 않은 허무맹랑한 발상이라고 무시당하던 분야였습니다.

제임스 글레이셔는 어떻게 날씨가 변하는지 예측불허의 하늘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직접 에어로넛츠(열기구)를 타고 위험을 감수한 채 세계 최초로 고도 1만 미터까지 비행하며 대기가 여러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혀낸 최초의 기상학자였습니다. 이후 글레이셔는 영국왕립학회에서 업적을 인정받았죠.

과학자들조차 신의 영역으로 두었던 예측불가의 하늘을 제임스가 탐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위해 열기구를 조정해 주었던 조력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최초의 여성 열기구 비행사 소피 블랑샤르(Sophie Blanchard)죠. 

 



소피는 열기구로 영국 해협을 최초로 건넜던 남편을 따라 열기구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낯가림 심하고 수줍음 많은 소피는 열기구를 타면서부터 무모할 정도의 열정과 모험심을 키워갔습니다. 비행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소피는 첫 단독 비행을 성공하며 여성 최초의 열기구 비행사로 인정 받았습니다.

소피가 해냈던 장거리 비행 중에는 기상학자 제임스 글레이셔의 항공 탐험도 있었는데요, 그녀의 모험정신과 호기심, 열정 덕에 글레이셔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글레이셔가 일기예보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데 그녀의 기여가 아주 컸죠.

안타깝게도 그녀는 추락사로 41년의 생을 마쳤지만, 열기구 비행의 역사와 기상학의 역사에서 선구자로 존경 받아 마땅합니다. 그녀의 무모한 도전이 있었기에 일기예보의 역사가 좀더 빨라질 수 있었죠.

여러분은 지금 어떤 도전을 하고 있나요? 그 도전은 '충분히 무모한가'요? 이번 주말에는 <더 에어로너츠>를 보면서 여러분의 도전이 지닌 잠재 가치를 따져보면 어떨까요?


* 이 글은 <주간 유정식> 78호 '히든 피겨스' 코너에 실렸던 글을 수정 게재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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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이 많아서 뭐부터 할지 모를 때   

2024. 5.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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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이 연이어 발생해서 압박감이 상당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러울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합니까? 할일이 많을 때 오히려 일이 잘 되고 생산성도 높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 빠지곤 합니다. 그래서 그냥 유튜브나 드라마를 보며 현실을 회피하려고 하죠.

이런 함정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빠져나와 뭐라도 일을 진척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종이에 '할일 목록(to-do list)'을 쓰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머릿속에서 '이것도 해야겠고 저것도 해야겠고'라는 혼란스러움을 종이에 적는 행위만으로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하죠. 할일이 몇 개 되지 않는다 해도 종이에 적는 순간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명확히 인지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종이에 적힌 할일들을 바라보세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중요한 일부터? 아니면 쉬운 일부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부터? 아니면 바로 끝냈 수 있는 것부터?

중요하면서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부터 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험을 치를 때 막히는 문제가 나오면 일단은 넘어가고 쉬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처럼 할일도 그렇게 처리해야 합니다. 쉬우면서도 시간이 짧게 걸리는 일부터 해치움으로써 중요하면서도 오래 걸리는 일을 수행할 시간과 힘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죠. 

예컨대 쉬운 일 2개에 어려운 일 1개를 묶어 보세요. 쉬운 일 2개를 처리함으로써 얻는 성취감 덕에 어려운 일을 수행할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메일 보내기, 전화하기, 파일 정리하기 등을 먼저 처리하세요. 여기에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10~20분 정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에 이 성취감을 연료 삼아 중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이어서 시작하면 됩니다. 중간중간 적절하게 휴식하면서 말이죠.

할일이 많은 상황은 중요한 시험을 치를 때와 마찬가지라고 여기면 됩니다. 쉬운 문제부터 풀어야 하는 것처럼 쉬운 일부터 없애 가세요. 누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말이죠. 할일이 많아 미치겠다며 머리칼만 뜯지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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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지나치게 후할 필요는 없어요   

2024. 5.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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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이 공원에 앉아 쉬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제가 친구들이랑 쿠키를 먹다가 좀 남았는데 이것 좀 드시겠어요? 이거 꽤 좋은 쿠키라서요." 이럴 때 여러분은 쿠키를 드시겠습니까? 아마도 낯선 사람의 외모나 표정, 옷차림 등으로 쿠키를 받아 먹어도 되는지를 평가하겠죠. 

그렇다면 그가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가 친구들이랑 쿠키를 먹다가 좀 남았는데 이것 좀 드시겠습니까? 이거 꽤 좋은 쿠키라서요. 드신다면 제가 3000원을 드리겠습니다." 쿠키를 먹으면 돈까지 주겠다고 말하는 그의 제안을 여러분은 수락하겠습니까? 아마 결정하기 쉽지 않을 텐데요, 바로 앞의 상황과 비교하면 결정의 난이도가 더 높습니까, 아니면 낮습니까?

아마도 대부분은 두 번째 상황에서 쿠키를 더 많이 거절할 겁니다. 쿠키에 돈까지 받으면 쿠키만 받을 때보다 더 이익인데 왜 더 많이 거절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쿠키를 먹어주는 행위에 자신도 모르는 비용이 숨어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유령 비용(phantom cost)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서 뭔가 속셈이 있을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죠.

 



유령 비용 때문에 '더 나은 제안임에도 더 많이 거절한다'는 결과는 최근에 발표된 논문의 주제입니다. 연구자들은 임금 제안에 관해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요, 시간당 40파운드의 일자리를 찾는 사람에게 시간당 46파운드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A)와 시간당 120파운드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B)를 설정하고서, A와 B 중에서 더 많이 선택을 받는 케이스는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원하는 임금보다 세 배나 많은 B를 택하는 사람이 당연히 많겠지 싶겠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시간당 46파운드를 주겠다는 제안을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실험 조건은 제가 좀 변형했지만 맥락은 같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시간당 120파운드나 주겠다는 제안 안에는 유령 비용이 숨어 있을 거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입니다. 돈을 많이 주는 대신에 뭔가 부정적인 의도가 숨어있을 거라고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괜히 돈을 많이 주겠어? 나를 이렇게 저렇게 착취하려는 게 분명해."라는 식으로.

이 연구의 시사점이 무엇일까요? 금전적 혹은 비금전적으로 꽤 좋은 제안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선택을 더 많이 받지는 않는다는 것, 오히려 선택을 덜 받거니와 나쁜 의도가 있을 거라 의심까지 받는 것입니다. 그러니 필요 이상으로 타인에게 후한 제안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죠. 그리고 '내가 이렇게 남들보다 후하게 제안하는데 왜 나를 선택하지 않지?'라고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알 수 있어요. 유령 비용이 존재할 거라는 의심을 해소시키지 못한다면, 선택을 덜 받는 상황이 계속될 겁니다.

'지나치게 후하지 마라! 적당하게 후하라!' 직원에게 연봉을 제안할 때, 판매 상품을 소비자에게 프로모션할 때, 거래 협상을 할 때 등 여러 상황에서 염두에 둬야 할 시사점입니다. 이를 여러분의 일상에서 곱씹어 보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Vonasch, A. J., Mofradidoost, R., & Gray, K. (2024). People reject free money and cheap deals because they infer phantom cost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01461672241235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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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이 꽤나 신경쓰입니까?   

2024. 5.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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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트 체임벌린(Wilt Chamberlain)이라는 NBA 농구선수가 있었습니다. 농구팬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자유투는 상대편이 파울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인데요, 체임벌린은 자유투 슈팅 성공률이 높았던 선수였습니다. 그가 이렇게 높은 성공률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언더 핸드'로 슛을 쏜 것에 있었습니다. 

보통의 선수들은 공을 머리 위로 얹어 쏘는 방식이었지만, 체임벌린은 다리 사이에서 공을 쥐고 아래에서 위로 공을 던지는 언더 핸드 방식을 썼던 것이죠. 아래의 사진처럼 말입니다. 속칭 '할머니 샷'이라고 불릴 만큼 우스꽝스러운 자세였지만 공의 궤적이 안정적으로 골대를 향하기에 네트 안에 공이 빨려갈 확률이 높았죠. 

 



하지만 팬들은 그를 조롱했습니다. 프로선수가 팔근육이 약한 아이들이나 쓸 법한 방식으로 슛을 쏘는 걸 손가락질했죠. 조롱이 계속되자 참지 못한 체임벌린은 여느 선수처럼 오버 핸드로 자유투를 던지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꽤 높았던 자유투 성공률이 40%대로 뚝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체임벌린과 대비되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릭 베리(Rick Barry)도 자유투를 던질 때 언더 핸드 방식을 애용했는데요, 이 방식으로 90% 가량의 성공률을 자랑했죠. 베리는 어느 시즌에서 고작 9개의 자유투만을 실패할 정도로 높은 자유투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그 역시 팬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는데요, 체임벌린과 달리 그런 조롱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는 팬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경기 결과에 집중했던 것이죠. 베리는 나중에 명예의 전당에 올랐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를 중시합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타인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면 집단에서 쫓겨나 맹수들이 들끓는 벌판에 홀로 남아야 한다는 공포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규칙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념과 관습에 어느 정도 맞추려고 하죠.

하지만 굳이 맞추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사실은 더 많습니다. 서로 대비되는 체임벌린과 베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따르지 않아도 법이나 도덕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라면, 그리고 따르지 않음으로써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있는 것이라면, 집단의 조롱이나 손가락질에 휘둘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체임벌린이 우스꽝스러운 언더 핸드 슈팅을 포기함으로써 팬들의 조롱을 면하기는 했지만,  팬들에게, 또 팀에게 어떤 실질적 이득을 주었을까요? 팬들이 오버 핸드로 바꿔 던지는 체임벌린을 보며 드디어 프로농구의 세계에서 프로답지 않은 슛을 보지 않게 됐다며 눈물 한 방울을 흘리기라도 했을까요?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해도, 그럼으로써 얻는 이득과 비용을 인간의 이성으로 계산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이걸 잘 계산하여 행동한다면 릭 베리처럼 여러분 인생의 명예 전당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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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은데'란 말은 안 괜찮습니다   

2024. 5.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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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별생각없이 내뱉지만 상대방에게 뻘쭘함과 무안함 혹은 상처까지 느끼게 하는 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흔한 것은 “난 괜찮은데.”라는 말입니다. 이 말 자체는 무해하지만, 이 말을 유해하게 만드는 상황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더운 여름날 땡볕 아래를 걷다가 친구의 방에 들어갔는데, 친구가 에어컨도 켜지 않고 책을 읽는 중이라고 해보죠. 그 상황에서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를 기대했던 A가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겠죠? “에어컨도 안 켜고 뭐해? 안 더워?” 그러자 친구는 빙긋 웃으며 A에게 말합니다. “난 괜찮은데.” 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책으로 향하죠.

여러분이 A라면 기분이 어떨까요? 가까운 친구 사이라면 “이 새끼가! 더우니까 빨리 에어컨 틀어!”라고 윽박을 지르거나 리모콘을 빼앗아 직접 스위치를 누르면 되겠죠. 하지만 그저 알고 지내는 정도라서 내 마음대로 에어컨을 만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안함을 느끼며 땀이 삐질삐질 나는 방에서 그와 시간을 힘께 보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그는 '괜찮기' 때문이죠.

 



- 너무 어둡지 않아요? /  난 괜찮은데. 
- 볼륨이 좀 작아요. /  난 괜찮은데. 
- 배고파요. /  난 괜찮은데. 
- 그 일은 어려워요. /  난 괜찮은데. 
- 멀미가 나요. /  난 괜찮은데. 
- 재미없지 않나요? /  난 괜찮은데. 
- 맛 없어요. /  난 괜찮은데. 

이런 대화를 최근에 한번쯤 나누지 않았나요? ‘난 괜찮은데’의 직장 버전도 있습니다. 

- 우리 회사에 회식이 너무 많습니다. / 난 괜찮은데.
- 김대리는 요즘 타인에게 불편을 주고 있습니다. / 난 괜찮은데. 
- 이 보고서를 이렇게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 난 괜찮은데.
- 우리팀의 분위기가 요즘 좋지 않습니다. / 난 괜찮은데.
- 이런 회의는 무의미합니다. / 난 괜찮은데…. 

‘난 괜찮은데.’란 말이 어떤 이유로 입밖으로 튀어나오든 간에, 버려야 할 말버릇입니다. '난 괜찮은데.'라고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자신의 입을 막고서 상대방에게 "어 그래?"라고 반응하면 됩니다. 쪄죽을 듯 더운데도 에어컨 안 틀어준 친구에게 빈정이 상해서 수십년의 우정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죠. “방이 너무 덥지 않아?”라는 말은 “너무 덥다. 좀 시원하게 좀 해줘.”란 뜻이기에 “어 그래? 집에 있어서 더운지 몰랐어. 에어컨 틀어줄게.”라고 하면 됩니다. 

사소한 말버릇이 소통을 막고 오해를 양산합니다. '난 괜찮은데'란 말은 안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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