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십니까? 올 여름에 파리에서 33회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데요, 전 이 소식을 최근에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올림픽 끝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또 올림픽을?' 물론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에 열리려던 도쿄 올림픽이 2021년에 개최되는 바람에 생긴 착각이겠죠.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2020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너무나 훅 지나가 버렸다', '코로나 터진 지 4년이나 됐다니!' 하며 새삼 놀랍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2020년과 2024년 사이의 시공간이 반으로 접힌 걸까요? 코로나는 우리 생의 시간감각마저 마비시킨 바이러스는 아니었을까요?
이제 팬데믹은 종료돼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지만,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여러 유형의 상흔은 아직 지워지지 않은 듯 합니다. 단적인 예로 '코로나가 우리의 성격을 변화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보니 그렇습니다.
심리학에서 인정하는 성격 유형으로 'Big 5(빅 파이브)'가 있습니다. '외향성', '성실성', '신경증', '친화성', '개방성'이라는 다섯 개 요소로 한 사람의 성격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이 다섯 개의 요소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연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분석을 해보니, 개인의 88~97%는 성격 특성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코로나가 성격 변화의 동인은 아니었다는 뜻이죠.
그런데 개인이 아닌 집단 수준에서 보니까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집단의 '성실성' 수준은 증가했고 '외향성' 수준은 감소했던 것이죠. 특히 팬데믹 초기라서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의 공포감에 휩싸이던 2020년 3월부터 7월 사이에 '외향성'이 뚜렷하게 감소됐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팬데믹 상황에 익숙해진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는 '성실성' 수준이 증가했죠.
상상해 보면 이 같은 성격 변화는 당연합니다. 팬데믹 초기에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날 수 없는 물리적, 심리적 록-다운(Lock-down) 상태에서 외향성을 제대로 발산하기 어려웠을 테죠.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팬데믹 시대를 건강하게 견디려면 사회적 거리두기, 손 닦기 등을 '성실'하게 준수해야 했기에 '성실성'이 늘 수밖에 없었겠죠.
이 연구는 '집단 심리'의 관점에서 저에게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가설이 제 머리 속에 떠오르더군요. '환경이 집단의 성격을 지배한다.' 다시 말해, 환경의 변화가 개인 수준의 성격 변화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집단 전체의 성격 변화를 일으킨다는 가설입니다.
여기에서 환경이란 코로나 같은 거시 환경만은 아닙니다. 직장이라면, 나와 함께 일하는 주변 동료와 리더가 나를 둘러싼 환경이겠죠. 어떤 리더가 우리팀을 이끄느냐에 따라 팀원 전체 수준의 Big 5가 변화하지 않을까요? 팀이나 회사 같은 조직에서 리더십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환경은 없으니까요. 강압적이고 독단적인 리더를 만나면 직원 전체의 성실성은 증가하겠지만 외향성과 개방성 등은 낮아지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물론 개인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 연구도 개인 수준의 성격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별로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니까요. 문제는 개인과 개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의 성격은 환경 변화에 따라 밀물과 썰물처럼 바뀐다는 것이죠. 그래서 리더가 중요하고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말을 또 한 번 해 봅니다.
이 나라의 리더라 불리는 이를 보며...
*참고논문
Kyle, K. M., Ford, B. Q., & Willroth, E. C. (2024). Personality Trait Change Across a Major Global Stresso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0146167224122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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