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 겪었던 일입니다. OO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3일의 시간이 주어졌는데요, 저는 그 일을 시작하기 전에 대략 2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보고서를 썼던 경험에 비춰 본 판단이었죠.
저는 잠시 갈등에 빠졌습니다. '내일 바로 시작할까? 아냐, 하루 쉬었다가 모레부터 해도 늦지 않아. 이틀이면 충분한 일인데, 뭐.’ 하지만 저는 결국 다음날에 바로 OO보고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헌데, 저에게 일을 지시한 임원이 하루 먼저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하더군요. 본인의 일정이 바빠서 당장 봐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죠. 저는 겉으로는 '아직 완성을 안 했는데...'하면서 완료된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제가 하루 먼저 작업을 끝낸 덕에 임원에게 발생한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죠. 별것 아닌 경험일 수 있겠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커다란 교훈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일을 완료하라고 주어진 시간이 외부적인 요인으로 ‘불확실하게’ 바뀔 수 있다는 점과, 그 불확실성을 대비하려면 가능한 한 일이 주어지자 마자 일을 시작하여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점과, 일하는 습관을 그렇게 들이는 것이 소위 ‘일 잘하는 직원’이 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을 그 경험을 통해 얻었죠.
그때의 교훈은 컨설턴트로 독립해 활동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클라이언트가 컨설팅 결과물을 요구할 수 있었고, 내외부적 상황 때문에 원래 하기로 했던 작업이 연기돼 일할 시간이 촉박해지기 일쑤인 컨설팅 프로젝트의 특성 상 ‘미루지 않고 일이 발생하자마자 처리하고 가능한 한 마감일보다 일찍 일을 끝내는 것’은 컨설턴트에게 생명(?)과도 같은 ‘납기일’을 준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니까요.
컨설턴트끼리 하는 말이지만, 컨설턴트가 유능하냐 그렇지 않냐의 기준은 정해진 프로젝트 기간에 맞춰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정해진 일자에 수수료를 받는 것입니다. 자부하건데, 저는 일이 주어지자 마자 처리하는 방법을 씀으로써 지금껏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프로젝트를 제때 끝냈고 제때 Fee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일을 바로 진행하고 마감일보다 빨리 끝낼 때 얻는 또 하나의 이점은 소위 ‘일잘러’라고 인정 받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는 점입니다.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스킬 수준이 높다고 일 잘하는 직원은 아닙니다. 마감일 준수를 하지 못하면 ‘일 잘한다’ 소리를 절대 듣지 못하니까요.
솔직히 말해 사내에서 행하는 업무의 질적, 양적 수준이 ‘학술적인 완벽성’을 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또한 지금처럼 급박하게 환경이 변화하는 시점에 보고서의 형식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참신하고 뛰어난 아이디어와 면밀한 전략적/분석적 사고가 발휘되어 있다면, 형식적으로 엉성한 보고서라 해도 전혀 문제될 것 없습니다.
오늘 일을 오늘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제 끝내는 것입니다. 내일 일을 내일 끝내는 최고의 방법은 오늘 끝내는 것이죠. ‘일잘러’가 되는 지름길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보다 더 간단하고 빠른 방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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