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보고서는 베개로 쓰세요   

2010. 5.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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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회사의 구매 프로세스와 구매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습니다. 그는 구매 프로세스를 혁신하면 5년 동안 10억 달러이나 되는 막대한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확신에 이르렀습니다. 

변화를 발화시키는 방법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진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구매 프로세스가 워낙 안정된 관행이라서 혁신에 대한 저항이 무척 크리라 예상됐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얼마나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관해 충분한 근거와 데이터가 있어야 그들을 움직일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는 꾀를 하나 생각해 냈습니다. 구매 프로세스가 잘못됐다는, 가장 확실하고 충격적인 사례 하나를 골라서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로 했습니다. 그가 택한 아이템은 바로 장갑이었습니다. 그는 인턴 사원을 채용해서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모든 작업용 장갑의 구매 단가를 조사하도록 지시했지요.

조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비슷한 모양의 비슷한 품질을 가진 장갑이었는데, 어떤 것은 켤레당 5달러에, 또 어떤 것은 17달러나 주고 구매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따로따로 구매하는 장갑의 종류가 424가지나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인턴 사원을 시켜서 424가지의 장갑에 일일이 가격표를 달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중역 회의가 열리는 회의실의 탁자 위에 쌓아두도록 했죠. 그런 다음, 그는 회사의 중역들을 소집했습니다.

중역들은 산더미 같이 쌓인 장갑들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장갑에 달린 각기 다른 가격표를 보고 회사의 구매 프로세스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곧바로 이해하게 됐죠. '도대체 왜 이렇게 엉망으로 관리해 온 거야?'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중역도 있었습니다. 

중역들은 자연스럽게 무엇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고치지 않고는 못배겼죠. 결과적으로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 덕택에 그 회사는 구매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막대한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존 코터와 댄 코언이 함께 쓴 '변화의 기술'에 나오는 사례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스태그너입니다.

만일 그가 복잡한 데이터로 구성된 두툼한 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구매 관행이 잘못됐음을 주장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누군가는 그 보고서를 보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겠지만, 그랬다고 해도 변화의 공감대는 형성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변화하자고 외치는 소리가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과 책임 회피 때문에 묻혔을지도 모릅니다.

9.11 사태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한 피터 슈워츠는 사태가 발발하기 7개월 전인 2001년 2월에 조지 부시 대통령을 알현한 자리에서 두툼한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부시는 대충 훑어보다가 딕 체니 부통령에게 '당신이 대신 읽으시오'라고 했답니다. 체니도 머리가 아팠는지 그 보고서를 읽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들이 피터 슈워츠의 보고서를 읽어봤다면 9.11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거나 사고가 터진 후에 신속히 대처했을지 모릅니다.

피터 슈워츠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 사실을 인터뷰 때 밝혔는데요, 사실 그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두툼한 보고서를 주는 바람에 상대방을 '질리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그가 부시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 과오를 생각한다면, 9.11 사태를 예견했다는 명성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두툼한 보고서 대신에 '장갑'과 같은 사례 하나로 부시를 움직였어야 했습니다.

인간의 뇌 속에는 감정을 관장하는 '파충류의 뇌'가 숨어있습니다. 인간이 파충류로부터 진화해 온 까닭입니다. 파충류의 뇌에 속삭이는 메시지가 변화의 의지를 발화하고 유지하며 그 속도를 가속할 수 있습니다. 변화가 꼭 필요하다는 식으로 이성에 호소하는 메시지는 생명력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지금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면, 두툼한 보고서를 내던지고 여러분만의 '장갑'을 발견하십시오. 두툼한 보고서는 베개로나 쓰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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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이슈로 시나리오를 그린다   

2010. 5.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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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을 진행할 때 무작정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조망해 보자는 접근방식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래는 굉장히 광범위하고 복잡하며 불확실해서 모든 걸 일일이 들여다 보기는 불가능합니다.그래서 일정한 범위로 시나리오를 수립할 미래의 폭을 설정해야 초점이 명확한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를 진행할 때는 핵심이슈를 선정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핵심이슈란 시나리오 플래닝의 주제를 말합니다. 핵심이슈는 광범위한 미래를 의사결정에 의미가 있는 범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요.

(베네치아 리알토 다리)


"무엇을 핵심이슈로 해야 하나?" 이런 질문을 간혹 받는데요, 여러분의 기업에서는 회사와 사업부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고민하는 중대한 의사결정사안들이 있을 겁니다. 그 모든 것들이 핵심이슈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다음은 핵심이슈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핵심이슈의 예

-OO서비스에 XX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출시해야 하는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서 OOO 라인을 확충해야 하는가?
-시장에서 아직 검증이 안된 OOO기술을 제품 생산에 반영해야 하는가?
-수익률이 떨어지는 몇몇 제품을 라인에서 내려야 하는가?

-OO공장과 XX공장을 서로 통합해야 하는가?
-재료의 주요 공급처를 OO에서 XX로 변경해야 하는가?
-경쟁사의 OO기술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포장방식을 OO에서 XX로 바꿔야 하는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OO사업에 언제 진입해야 하는가?
-OO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좋을까?
-신규사업인 OO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갖출 역량은 무엇인가? 

이런 예를 보여드리면, 시나리오 플래닝이 전사 차원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전략수립기법으로 인식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 단위의 규모가 커야만(즉 전사 차원에서만) 논의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닙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에 미래의 불확실성이 '확실하게' 크다고 여겨지면 팀이든 개인이든 시나리오 플래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핵심이슈를 정할 때는 두 가지를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가능한 한 초점이 명확한 주제를 담아야 합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도출되려면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까?”와 같은 광범위한 질문은 상당히 부적합하죠. 핵심이슈는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탐색하는 사안과 ‘할지 말지(Go/No Go)’를 결정하는 사안처럼 구체적인 전략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문이어야 합니다.

둘째, 핵심이슈는 그 자체가 장기적인 관점을 지녀야 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주가 등락 그래프처럼 급격히 오르락내리락하는 변화를 점쳐 보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가 단가를 100원 내리면 우리의 매출과 이익은 어떻게 되는가?”와 같은 정량적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한 도구도 아니죠. 

우리를 미래로 이끄는 거대한 흐름과 불확실성을 파악하고 미리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인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의 본래 목적입니다. 따라서 핵심이슈의 질문은 지금부터 적어도 3~5년 사이에 펼쳐질 미래를 상정해야 함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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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0. 5. 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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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유난히 잔인했던 시간에 모두 7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inuit님의 포스트를 읽고서 스페인에 꽂히는(?) 바람에 스페인 관련 책만 4권이나 되네요. ^^

상춘(賞春)하느라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5월이라지만, 좋은 책과 만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한 건축학도가 무료한 일상의 탈출구로 택한 바르셀로나의 체류생활을 간결한 감성과 특유의 섬세한 유머로 그려냅니다. 이 책을 읽고 바르셀로나를 동경하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네요. 글쓴이처럼 저도 바르셀로나의 어느 까페에 앉아 스케치를 즐기고 싶어집니다.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바르셀로나에서 공부를 하던 글쓴이가 방학과 주말을 이용해 여행한 장소를 전작과 동일한 포맷으로 쓴 책. 바르셀로나에 초점을 맞춘 전작에 비해 여기저기 많은 장소가 한꺼번에 '아무 설명 없이' 등장하는 바람에 짧은 여행기록들을 순서 없이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쓴이의 스케치는 여전히 멋졌지만, 전작에 비해서는 마음에 들지 않네요.

스페인 너는 자유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 : 스페인 여행의 붐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는 손미나 씨의 책. 아나운서를 휴직하고 스페인에 체류하면서 느낀 에피소드를 엮은 책인데, 섬세한 글솜씨가 스페인의 풍경을 잔잔하게 그려주는 느낌입니다. 한곳에 오래 머물면서 이런 책 한권 쓰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가우디
가우디, 예언자적인 건축가 : 바르셀로나를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 세계를 짧게 조망하는 책.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응집해서 보여줍니다. 사실 가우디의 전기를 기대했는데, 전기라기보다는 작품세계에 대한 안내서였습니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구경하기 전에 배경지식으로 이 책이 도움이 될 겁니다.

경영학 콘서트
경영학 콘서트 : 트위터 친구인 @youngjaejang 님의 첫 번째 저서입니다. 실제 활용되는 경영과학의 이야기를 생생한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해 줍니다. 저자분이 제 책인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를 읽고 책을 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트윗을 보내 주셨는데, 과찬이십니다. ^^ 제 책이 과학으로부터 경영의 시사점을 유추했다면, 이 책은 산업계에 활용되는 경영과학의 실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추천합니다. 아울러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축하 드립니다. ^^

직장인 마인드 맵
직장인 마인드맵 : 강의에 참조하기 위해 읽은 책입니다. 어디선가 이미 읽은 듯한 내용의 책이지만, 직장인으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마인드를 정리하여 습득하고 싶다면 이 책이 길잡이가 될 듯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를 바랍니다.

북극해 쟁탈전
북극해 쟁탈전 : 무궁무진한 자원이 매설된 것으로 알려진 북극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보이지 않는 싸움을 소개한 책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지역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자원개발의 우선권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발빠릅니다. 국제정세와 시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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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본 태권도 시범   

2010. 4. 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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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늦게 아들의 공개 승급심사가 있었습니다. 노란 띠에서 초록 띠로 올라가기 위한 심사였죠. 조그만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서 지르기와 발차기를 하는 모습이 귀엽더군요.

승급심사가 끝나고 태권도 시범단의 격파 시범이 있었는데, 그렇기 가까이서 시범을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전광석화 같이 뛰어올라 순식간에 격파하는 기술에 모두들 환호했지요. 공짜로 멋진 시범을 봤습니다.

몇 컷을 올려 봅니다. ^^

승급심사가 곧 시작됩니다. 관장님이 입장하십니다.


주춤서기!


앞지르기 하나!


태권시범단의 3단 격파 시범


뒤로 돌면서 격파


호신술 시범


옆으로 날아들어와서 3단 격파


눈 가리고 재주 넘어 차기


앞으로 뛰어 오르면서 3단 격파


재주 넘으면서 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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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가 강자를 가지고 노는 전략   

2010. 4.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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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그들은 공석이 된 조직의 '넘버 원' 자리를 차지하려고 서로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그들의 힘을 동그라미의 수로 정량화해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홍길동   OOOOO
김삿갓   OOO
박문수   OO

보다시피 홍길동의 힘이 제일 막강하고, 박문수가 제일 약한 힘을 보유했습니다. 하지만 박문수는 자신의 힘이 제일 약함에도 불구하고 넘버원 자리를 향한 야망은 누구보다 강렬한지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태세입니다.

최약자의 설움(?)


여러분이 만약 박문수의 입장이라면 어떤 전략이 가장 좋을까요? 박문수가 머리가 좋은 친구라면 김삿갓이나 홍길동과 일대일로 '맞짱'을 뜨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겁니다. 붙어봤자 질 게 뻔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박문수의 입장에서는 홍길동과 김삿갓 중 하나와 연합을 이룬 다음에 선택받지 못한 자와 대적하는 전략을 취하는 게 현명합니다.

그렇다면, 박문수는 홍길동과 김삿갓 중에서 누구와 동맹을 맺을까요? 누구와 짝을 이루는 게 훨씬 유리할까요? 

박문수가 머리가 좋다면 김삿갓과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 그럴까요? 만일 5개의 힘을 가진 홍길동과 동맹을 맺으면 박문수는 자신의 힘 2개를 합해 총 7개의 힘으로 김삿갓(3개의 힘)을 손가락 하나로 가볍게 물리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삿갓이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박문수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어제의 동맹이었던 홍길동이 적으로 돌변해서 자신을 공격할 테니 말입니다. 2개의 힘으로는 5개의 힘을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 곧이어 김삿갓과 똑같은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박문수는 애초에 홍길동과 동맹을 맺어서 얻는 이득이 하나도 없습니다. 홍길동에게 실컷 이용만 당하다가 토사구팽되고 마는 거죠.

반대로 박문수가 김삿갓과 동맹을 맺어 홍길동을 공격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김삿갓의 힘 3개와 박문수의 힘 2개를 합해 총 5개의 힘으로 홍길동과 대립하면 서로 힘이 똑같기 때문에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홍길동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아무리 힘이 강하다고 해도 둘(김삿갓과 박문수)이 힘을 합해 자신에게 주먹을 부라리는 모습을 보고 위축될 겁니다. 그래서 김삿갓-박문수 동맹이 이길 확률이 홍길동보다 더 클지도 모릅니다.

김삿갓-박문수 동맹이 홍길동을 물리친다면 그 이후엔 어떻게 될까요? 홍길동이 떨어져 나갔으니 김삿갓과 박문수는 넘버원 자리를 놓고 서로 다투게 될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김삿갓의 힘이 박문수보다 하나 더 강하기 때문에 박문수가 김삿갓에게 "우리 맞짱 뜨자"라고 덤빌 가능성은 적습니다. 

또한 김삿갓도 박문수를 쉽사리 공격하지 못합니다. 박문수를 쳐내고 나면 넘버원 자리는 독차지하겠지만, 문제는 그 영광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겨우 3개의 힘은 '왕국'을 다스리기엔 미약해서 또다른 경쟁자에게 쉽게 정복 당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김삿갓은 박문수를 자기 옆에 둠으로써 5개의 힘을 계속 유지하려 합니다. 그래서 박문수는 김삿갓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로서 위상이 커집니다.

박문수도 김삿갓의 아래에서 '넘버투' 자리를 차지하는 데에 만족할 겁니다. 고작 2개의 힘이지만 자신의 힘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김삿갓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넘버원이 된 김삿갓이 언제 권좌를 잃을지 전전긍긍한 반면, 박문수는 그보다 더 많은 권세를 '편안하게' 누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새로 얻은 권세를 이용해서 힘을 키워서 나중에 김삿갓을 몰아내고 권좌에 오르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단, 김삿갓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곤란하니 철저하게 물밑에서 은밀하게 진행해야겠죠.

힘이 약한 자가 동맹을 맺을 기회가 생긴다면, 최강자보다는 2인자와 연합을 맺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고 또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입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최소 승리 연합(minimal winning coalitions)'이라고 부릅니다. 비슷한 말로 정치에서는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라고도 하죠.

역사상 많은 동맹의 사례들은 최소 승리 연합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고구려의 막강한 힘에 저항하기 위해 최약체인 신라가 백제와 '나제 연합군'을 형성한 것이 대표적이죠.

(지금은 서로 돌아섰지만) MS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애플과 구글이 끈끈한 동맹을 맺었던 것처럼 기업들 간의 성공적인 전략적 제휴도 최소 승리 연합의 원리를 따라 이루어집니다.

최약자가 누구와도 연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쟁하는 것(일대일로 맞짱 뜨기 전략)은 '하수(下手)의 전략'입니다. 최약자가 최강자와 연합하는 것은 그보다 더 못한 '최하수(最下手)의 전략'입니다. 2인자와 동맹하여 최강자와 대적하는 것이 '고수(高手)의 전략'입니다. 그야말로 약자가 강자를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전략이죠.

여러분(혹은 여러분의 회사)은 지금 어떤 위치입니까? 최약자라면,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까? 만약 어쩌다가 처음부터 최하수의 전략(최강자와 동맹)을 썼거나, 2인자인 줄 알았던 파트너가 어느새 최강자가 되었다면 그 그늘에서 빨리 탈출해서 2인자와 연합하는 전략으로 급선회할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때 항우에게 밀려 2인자에 불과했던 유방(劉邦)이 천하를 제패하도록 도왔던 한신(韓信)은, 황제가 되어 강력한 힘을 갖게 된 유방의 그늘에서 속히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죠. 

반면, 범려는 월왕 구천을 도와서 오나라를 멸망시키지만 구천에게서 속히 빠져나오는 기지를 발휘합니다. 이 사실(史實)들은 생존을 위해 항상 최소 승리 연합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웁니다.

사리(私利)를 위해 동맹을 깨는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구요? 어쩌겠습니까? 경쟁은 원래 그런 속성인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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