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평가는 꽤 객관적입니까?   

2010. 6.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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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누군가를 평가할 때 객관적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사람의 배경에 좌우되지 않고 오로지 그 사람 자체만을 보고 올바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까? 여러분의 경험(남을 평가해 본 연륜)이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의 정확성을 높여준다고 생각합니까?

만일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한번 이상 대답했다면,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과연 타당한지 스스로를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의 그림을 본 적이 있나요? 여기서 A와 B의 색깔(글자색이 아니라 네모칸 안의 색깔)은 서로 다를까요, 아니면 같을까요? 아마 이 그림을 처음 봤다면 "당연히 다르다. A가 B보다 더 어둡다"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A와 B의 색깔은 똑같습니다. 저도 처음엔 "말도 안돼!"라고 생각했답니다. 믿기지 않으면 그림 편집 프로그램을 써서 A와 B의 색깔을 스포이드로 찍어보면 칼라코드 값이 같음을 발견할 겁니다. 

색깔이 같은데도, 우리 눈에는 둘이 다른 색깔로 보일까요? 그 이유는 우리의 눈이 실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엔 취약한 감각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대상을 둘러싼 배경에 의해 쉽게 좌우되고 맙니다. 대상과 배경을 따로 떼어놓고 평가하는 데에 우리의 눈은 젬병이라는 의미죠.

A와 B는 서로 다른 배경 하에 있습니다. A는 밝은 배경 하에, B는 원기둥 아래라는 어두운 배경에 둘러쌓였습니다. 그래서 A는 실제보다 더 어둡게 보이고, B는 실제보다 더 밝게 보이죠. 각각을 둘러싼 배경을 지워보면 A와 B가 같은 색깔임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일도 우리의 눈처럼 취약하지는 않을까요? 그 사람의 배경에 의해 쉽게 좌우되지 않을까요? 그 사람의 학력, 외모, 직업,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배경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배경이 좋으면 실제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배경이 그저 그러면 실제보다 야박하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그래서 어렵습니다. 쉽게 자신의 평가를 신뢰할 일도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올바르게 평가하려면 평가의 부정확함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합니다. 자신이 '들이대는' 평가의 잣대와 선입견이 평가 결과를 왜곡할지 모른다는 불완전성을 수용해야만 단정 짓고 낙인 찍듯이 남을 평가하는 오류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오늘 누군가를 평가내려야 한다면, '눈의 착각'과 같은 '평가의 착각'에 대해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당신도 착각에 빠질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달리는 KTX에서 간단하게 포스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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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의 시대가 온다   

2010. 6.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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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포용의 시대가 온다)

대학에서 새로 사귄 친구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저자는 삶의 열정과 꿈에 대해 뜻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친구가 “12시가 돼서 일어나야겠어. 점심값은 더치 페이 하자구.”라면서 먼저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라틴계 미국인이었고 친구는 전형적인유럽계 미국인이었다.

공동체적이고 집단적인 문화에서 자란 저자는 서로 친밀한 대화를 나누다가 약속이 있다면서 갑자기 자리를 뜨는 친구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갑고 무례하고 몰인정한 미국인 같으니!” 저자는 속으로 친구에게 욕을 퍼부었다.

이번엔 저자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유럽계 미국인 친구의 아파트를 방문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단단히 화가 난 친구는 “6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어떻게 7시 30분이 돼서 나타날 수 있지? 도대체 왜?”라고 쏘아 붙였다. 졸지에 “책임감 없고 무질서하고 분별 없는 라틴계 같으니!”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라틴 사회에서는 시간 자체보다는 ‘만남’이라는 관계가 더 중요한 까닭이었다.

포용의 시대가 온다
(안드레 타피아, 청림출판)

서로 다른 문화적 기반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부딪히는 문화적 갈등이 비단 이것 뿐만은 아니다.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단일한 문화의 울타리 안에서 영위하던 사람들이 울타리를 뛰어넘어 하나의 조직 안으로 섞이는 과정에서 문화적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특히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다국적 기업화되면서 문화적 다양성으로 인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고 이 문제를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고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자리잡는 중임을 저자는 주장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기업이 인력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뛰어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 뿐만 아니라 성별의 다양성도 이 책에서 말하는 포용의 주제이다. 전 세계 고용인구 30억 명 중에서 여성이 40%를 차지하지만, 그 가운데 단 24%만이 경영진의 자리에 올랐다. 일본의 경우, 경영진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0%이다. 아마 우리나라도 사정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저조할 것이다. 남성 위주의 위계체계, 인사제도, 조직문화가 은연 중에 혹은 노골적으로 여성을 배척하기 때문이다. 


‘리더’라는 말을 들을 때 연상되는 ‘자립적인, 단호한, 분석적인, 적극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야심 찬’ 등의 형용사는 모두 ‘남성’이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단어와 높은 상관성을 갖는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남성처럼 행동하라고 강요받는 조직에서 ‘충성하는, 동정하는, 타인에게 감성적인, 이해심 많은’이란 형용사로 대변되는 여성들이 견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의 재능에 눈을 뜨는 순간 엄청난 기회가 제공된다. 남성 지배적 문화, 남성 지배적 기업은 남성 위주의 접근이 스스로에게 불이익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테드 차일즈는 말한다. 왜냐하면 글로벌화된 시장 환경에서 다국적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의사소통, 감성지능, 협동심, 협상력, 기업가 정신, 코칭, 멘토링 등인데, 모두 여성에게서 보이는 특성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다양성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질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던 생각이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인종, 문화, 성별, 세대 특성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력들을 보유한 기업들에서 발생하는 ‘다양성의 부작용’을 ‘관용과 포용’이라는 관점으로 해결해야 함을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에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만한 기업은 얼마나 될까?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은 이미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지만, 그들에게도 인력의 다양성 문제는 성장이라는 지상 목표에 가려 뒷전이다.

그들의 해외 법인들을 살펴보면 주요 보직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차지하고 현지인들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을 수행한다. 여러 업체들이 추구하는 글로벌 인재 전략은 아직까지 국적이 한국인 사람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사실이다. 능력이 뛰어난 현지인들을 본사로 불러들여 요직을 맡기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제3의 지역으로 파견하는 등의 전략이어야 하지만, 그 진전은 매우 더디고 폐쇄적이다.

CEO만 놓고 볼 때, 미쯔비시, 닛산 등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유명했던 일본기업들은 인력의 순혈주의를 포기하고 외국인에게도 문을 활짝 열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10대 그룹에서 외국인 CEO는 전무한 실정이다.

외국인을 기업의 핵심인력으로 키우는 전략은 차지하고라도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기 위해 이미 실시하는 정책들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균형인사 정책’은 여성, 장애인, 취업보호 대상자 등에게 일정 수준의 채용 T/O를 부여하는 제도로서 ‘균형 있는 인사로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자’는 취지로 실행됐다. 이 제도는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과, 남성과 비장애인들에게 집중된 인력의 구성을 다양화하고 인력 확보의 소스를 다원화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여성에 대한 균형인사 방침은 남성 일변도로 획일화된 조직문화에 여성들의 유연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더함으로써 조직의 활력과 성과를 동시에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균형인사 정책이 오히려 불균형인사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강제성을 띤다는 점과 수치 달성에만 급급하다는 것 때문이다.

이러한 인위적인 조치는 몇 가지 심각한 모순을 낳는다. 첫째, 목표치를 달성하고 나면 그 다음엔 균형인사의 취지를 잊는다는 것이다. 그저 일시적인 조치로만 인식한다. 둘째, 사회적 약자에게 그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고정화시키는 문제를 낳는다. 셋째, 다양성 추구의 대상이 아닌 자들에게 역차별을 안겨주고 만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은 ‘포용’이 없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혼합이고 포용은 그 혼합이 잘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것’임을 저자는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한다. 포용이 없으면 다양성이란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과 같기 때문이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조직에서 같이 일한다는 것은 어쩌면 서로에게 큰 도전이다. 찰스 슈왑의 부사장인 필리스 잭슨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말한다. “다양성이라는 것은 단지 더 많은 흑인 사원을 고용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자신들의 피부색에 대해 자연스럽게 느낄 때, 비로소 개인적 정체성에 관계없이 고객들과 동료들을 예의 있고 효과적으로 대할 수 있다. 다양성을 진정으로 존중하지 않은 채 사원들의 구성을 조정한다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포용이 다양성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양성은 자연 생태계가 지금껏 유지되어온 동력이었다. 원래의 종으로부터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는 생태계의 능력은 변이에서 비롯된 것인데, 생태계가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았더라면 지구는 수많은 생명으로 넘쳐나는 세상이 되지 못했고 어쩌면 인간도 발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를 ‘기업의 생태계’에 빗대어 보면, 글로벌화되고 매우 ‘평평해진’ 세계에서 기업이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가 문화의 단일성과 인력의 획일성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노력이 아닐까? 

혹시 이 책을 읽고 ‘우리 회사와 별 관련 없는 내용’이라고 느낀다면, 생각을 즉시 수정하기 바란다. 우물 너머로 머리를 들어 세상을 바라보면 이미 평평해진 세계에서 우리와 그들은 울타리 안에서 서서히 동질화 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기업의 핵심역량 중 하나가 될 ‘다양성과 포용’ 역량을 대비하기 바란다.

(* 이 글은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기고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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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멍할 땐 눈알을 돌리세요   

2010. 6.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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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창의력은 매우 중요한 역량입니다. 그래서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다른 모습을 탈바꿈하여 다시 생겨납니다. 효과가 분명한 것도 있지만, 개중에는 창의력 향상에 도움은커녕 있던 창의력도 갉아먹을 것 같은 방법도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2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이 2가지 방법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니 실생활에서 사용하면 꽤 유용하리라 믿습니다. 게다가 돈이 들지 않으니 더욱 좋습니다.

(지금 솔솔 잠이 오지 않습니까?)


첫 번째 방법은 '낮잠 자기'입니다. 사라 메드닉(Sara Mednick)에 의하면, 낮잠을 자면 창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연결과 결합(association)을 시도할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단, REM 상태가 포함된 낮잠이라야 한다는 군요. 그래서 5분이나 1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이 아니라, 1시간 이상의 긴 낮잠을 권합니다. (source : http://www.utne.com )

1시간 이상의 긴 낮잠을 자기 어렵다면, 짧은 낮잠도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20 여분 정도 낮잠을 자면 무려 34% 정도의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NASA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source : 브레인 룰스). 

직장인들은 낮잠을 자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짧은 낮잠을 권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이 글을 읽는 경영자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20 여분의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생산성을 단시간에 30% 이상이나 올리는 다른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두 번째 방법은 '눈알 돌리기'입니다. 이 방법은 말 그대로 눈을 좌우로 30초 정도 '왔다 갔다'하면서 굴리는 방법입니다. 코메디언 이경규 씨처럼 말입니다. 저도 글을 쓰다가 생각이 나질 않거나, 중요한 회의에 들어갈 때, 혹은 머리를 맑게 하고 싶을 때 눈알 굴리기를 자주 합니다.

눈알을 좌우로 돌리는 방법이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일리가 있습니다. 머리가 멍하거나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눈알을 좌우로 빠르게 돌리면 좌반구와 우반구가 서로 협력을 해서 '좋은 생각'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62명의 실험대상자를 둘로 나눴습니다. A그룹에게는 눈알을 좌우로 30초 정도 돌리게 만든 다음에 종이 클립, 연필, 신발 같은 물건을 주고 1분 이내에 원래의 용도와 다른 용도를 생각해 보라는 과제를 내렸습니다. B그룹에게는 눈알 돌리기를 생략한 채 과제를 부여했지요.

그랬더니 두 그룹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발견되었습니다. 눈알 굴리기를 수행한 A그룹의 사람들이 더 독창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고 합니다. 눈알 돌리기가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겨우 30초 만에 얻은 수확 치고는 대단한 결과죠(Source : Scientific American. Nov.10 ,2009).

생각이 안 떠올라 고민이라면, '왜 난 좋은 생각을 못 떠올릴까?'라며 또다시 고민에 빠지지 말고 느긋하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30초 정도 눈알 돌리기를 하는 게 낫습니다. 

머리가 멍해지기 쉬운 월요일, 지금 당장 실천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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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도축장으로 간단히 모는 방법   

2010. 6.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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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축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원래 아무 낌새를 느끼지 못하고 도축장으로 들어가던 소들이 갑자기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수십 마리의 소가 꼼짝도 하지 않으니 도축 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축장 관리자는 소들을 달래 보기도 하고 전자봉으로 위협해 보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백약이 무효였지요.

하는 수 없이 그는 소들을 효과적으로 도축하기 좋게 기존 도축장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겠다고 결정하기에 이릅니다. 당연히 이 방법은 건물 신축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꽤 드는 방법이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다른 해법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처한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겠죠.

도축장 관리자의 문제 
      = 소들이 저항 없이 도축장 안으로 들어가는 상태 - 소들의 저항이 완강한 상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축장 관리자는 가축 전문가에게 문제해결을 의뢰했습니다. 그 전문가는 템플 그랜딘이란 여성으로서 콜로라도 주립대 동물학 교수였습니다. 그랜딘은 도축장 구조를 한번 스윽 살펴보더니 관리자에게 "창문을 몇 개 열어서 밝게 하라"는 매우 간단한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해법을 전달 받은 관리자는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요? 필시 '그렇게 간단한 해법으로 문제가 풀리겠어?'라고 의심했을 겁니다. 소들을 달래고 협박해도 안 돼서 도축장을 신축하려고 자금 마련에, 공사 일정 계획에, 지금껏 기울인 노력이 얼마인데 겨우 창문 몇 개를 열어 놓는 방법으로 해결되겠냐며 그랜딘을 비웃었을지도 모릅니다.

의심 많은 관리자를 앞에 두고 창문 몇 개를 열어 도축장 내부를 밝게 했더니 그렇게 하자마자 소들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관리자는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죠. 5분도 되지 않아 너무나 간단하게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입니다.

그랜딘은 동물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는데, 그런 능력은 자신이 앓고 있는 자폐증이란 장애에서 온다고 그녀는 믿었습니다. 그랜딘은 소들이 밝은 장소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동공이 빠르게 확대되지 않기 때문에 어둠을 두려워 한다는 점을 간파했지요. 그래서 소들을 안심시키려면 조명을 밝게 해야 함을 지적했던 겁니다.

우리는 보통 '큰 문제는 역시 큰 해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의 크기와 해법의 크기가 서로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지금껏 해결되지 않은 난제이거나, 파급효과가 큰 문제이거나 혹은 이해관계가 크게 얽힌 복잡한 문제들은 간단한 해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레 생각합니다. 그래서 '도축장 신축'과 같은 원대한 해법만을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그랜딘의 사례는 이런 생각이 잘못된 고정관념임을 일깨웁니다. 큰 문제도 작고 간단한 해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선입견
     문제 ∝ 해법  (문제의 크기와 해법의 크기는 비례한다)

현명한 생각
    큰 문제도 작은 해법으로 풀릴 수 있다

지금 복잡하고 큰 문제에 직면했습니까? 복잡하고 큰 해법만으로 머리를 압도 당하진 않았습니까? 만일 그렇다면, '문제 ∝ 해법'이란 고정관념을 탈피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기 바랍니다. 골리앗 같은 거인을 쓰러뜨리는 방법은 급소를 가격하는 것입니다. 물론 아주 쉬운 해법은 아니지만, 무기를 갖추고 무술을 연마하는 일보다는 간단하고 현실적입니다.

'큰 문제도 작은 해법으로 풀린다'라고 인식함으로써 다윗의 현명함을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생각의 함정', '동물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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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마음을 읽어야 전쟁을 피한다   

2010. 6.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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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에 벌어진 9/11 사태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던 9월 20일, 부시 대통령은 결연한 어조로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이라고 칭할 만한 발언을 합니다.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편이 될지, 테리리스트의 편이 될지를!"

부시 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의 탈레반 조직과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사이에 연관관계가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압박합니다. 물론 이라크가 탈레반 조직을 도와준 것은 사실이지만 적극적인 후원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은 국제사회를 향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음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데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여부를 감찰하기 위한 유엔 사찰단의 구성을 이끌어 내죠. 그리고는 이라크에게 "무엇이 감춰져 있는가? 왜 감추는가?"라고 말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갔습니다.


결국 이라크는 자국에 대한 금수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정확히 말하면, 초기엔 받아들였다가 민감한 시설들의 감찰은 거부했습니다). 이것은 미국에게 이라크를 침공해도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가설인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를 실증했기 때문입니다.

[가설]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

[전제] 감출 것이 없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할 것이다
         감출 것이 있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거부할 것이다

[근거] 이라크는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거부했다

[결론] 따라서,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정부가 가설을 실증하기 위해 사용한 '전제' 부분입니다. 미국정부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가 가졌다면 들키지 않기 위해 유엔 사찰단의 감시를 피하고자 할 테고, 그렇지 않다면 떳떳하게 사찰단의 조사를 환영할 것이라는 전제를 실증에 적용했습니다. 이 전제는 옳을까요? 여러분은 미국 정부의 전제에 동조할지 모르겠군요. 

사담 후세인은 미국을 향해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미국과 대적해 실제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할 만큼 대담한 바보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1990년에 벌어진 1차 걸프전에서 미국의 막강한 화력 앞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은 패배를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에 미국을 자극할 동기가 없었죠.

그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그의 20년 넘는 장기 집권은 대량살상무기와 같은 '거짓 공포'에 의해 유지돼 왔기에 유엔 사찰단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음을 증명한다면 정권의 기반이 위태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가 없음을 감춰야 했기에 사찰단 방문을 거부했던 겁니다. 따라서 위의 실증에서 사용된 전제인 '감출 것이 없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할 것이다'는 잘못됐습니다. 

이 전제는 철저하게 '잘못이 없으면 당당하게 대응하라'는 미국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사담 후세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자신들만의 생각이었죠. 권력욕이 강한 후세인의 입장을 반영하기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는 가설을 올바르게 실증하려 했다면, 유엔 사찰단을 이용해서 만천하에 보유 여부를 드러내자는 식의 전제는 지양했어야 합니다. 미국이 후세인의 입장을 고려했다면, 다음과 같은 사고를 전개했어야 합니다.

대량살상무기가 있을 경우,  
  → 사찰에 걸리면 미국으로부터 제제를 당할 것이다
  → 따라서 사찰단 조사를 거부할 것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없을 경우,
  → 없다는 것이 공개되면, 권력 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 따라서 사찰단 조사를 거부할 것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있거나 없거나 이라크가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간파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대량살상무기가 있음을 밝히고 싶었다면 유엔 사찰단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지요.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이 대거 포진한 미국 정부가 이라크 입장을 고려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어떤 경우에든 이라크가 사찰단을 거부할 것임을 알고서 이라크를 압박했는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입장에선 이라크에게 사찰단 조사를 강요하는 방법이 (아마도 이라크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최고의 전략이었을 겁니다. 딜레마를 현명하게 타개하지 못한 순진한 후세인이 전쟁의 빌미를 확실하게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면 부시는 바보가 아니라 똑똑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 점은 2가지입니다. 첫째, 잘못된 전제는 잘못된 실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봤듯이 문화적 배경과 처한 입장 등에 따라 가설 실증을 뒷받침하는 전제가 달라짐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각각 다른 전제를 가지고 가설을 바라본다는 점은 문제해결사가 꼭 염두에 둘 사항입니다.

둘째, 트릭을 쓴 전제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좁게는 미국의 국민과, 넓게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감출 것이 없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할 것이다"란 전제에 속아 넘어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동조하거나 묵인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문제해결을 방해하거나 자기 식대로 밀고나가기 위해 고의적으로 '뒤틀린 전제'를 사용하는 자를 조심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중에 이런 방식으로 몰고가는 '부시 같은 자'가 한 명쯤 있기 마련이니 필히 경계하기 바랍니다.

올바른 전제가 올바른 실증을 이끕니다. 올바르지 않은 전제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쟁을 촉발시킬지 모릅니다. '천안함 사고가 누구의 소행이냐'는 실증에서 정부가 들이댄 전제들은 과연 옳을까요? 그것이 옳건 그르건, 우리 모두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할 일입니다. 그럴 자유는 있으니까요.


(*참고도서 : '생각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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