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베스트셀러에 속지 않는 법   

2011. 4.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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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기업들의 성공요소를 살펴본 결과, 그들 중 78%는 핵심사업에 집중한다." 여러분이 최신 경영 베스트셀러을 읽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마도 "우리 회사도 핵심사업에 집중해야겠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혹은 "이렇게 사업을 문어발처럼 확장해서는 성공은커녕 나중에 실패하기 딱 좋을거야"라고도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간단한 수학을 할 줄만 안다면, 수학 중에서도 간단한 집합 개념만 이해하고 있다면, 최신의 경영 베스트셀러가 주장하는 말이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이란 말은 정의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매출, 이익, 시장점유율 면에서 남들보다 탁월한 성적을 거둔 기업을 일컫는 말이겠죠. 그들 중 78%가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는 말을 들으면 여러분은 '핵심사업 집중이 곧 성공'이라는 도식을 머리에 떠올리겠지만, 밴다이어그램을 그려보면 그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래의 그림은 '성공한 기업의 78%가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란 말을 밴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낸 것입니다(그림을 손으로 그린 터라 그림의 비율이 맞지 않은 점을 양해 바랍니다).



경영 베스트셀러의 주장에 따르면, 성공기업 중 78%에 해당하는 부분은 '성공기업'의 집합과 '핵심사업 집중기업' 집합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됩니다. 나머지 부분은 22%가 되겠죠. 문제는 물음표라고 표시된 부분입니다. 만일 물음표 부분의 크기가 아주 작다면, 경영 베스트셀러의 주장이 상당히 타당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물음표 부분의 크기가 아주 크다면,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소리가 됩니다.

'성공기업'의 집합 입장에서 보면 겹치는 부분(그림에서 빗금 쳐진 부분)이 78%나 되지만, '핵심사업 집중사업'의 집합의 입장에서는 겹치는 부분이 고작 몇 %에 불과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기업들의 78%'란 말을 '핵심사업에 집중한 기업들의 78%'라는 말로 오인하여, 핵심사업에 집중하기만 하면 성공이 78%의 확률로 뒤따라오는 것이라는 판단에 이릅니다. 핵심사업에 집중했다가 실패할 확률은 22%에 불과하다고 오해하고 말죠.

실제로 따져보면 어떨까요? 스탠포드 대의 저커 덴렐(Jerker Denrell)은 '성공한 기업들 중 78%가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핵심사업에 집중한 기업들 중 얼마나 성공했는가?'라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꿔 말하면, 위의 벤다이어그램에서 물음표 부분이 얼마나 클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뜻이죠. 그가 동료들과 함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핵심사업에 집중한 기업들 중 성공한 기업은 겨우 35%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78%에는 한참 못미치는 수치죠. 35%라는 수치는 성공을 보장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결과입니다.

덴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핵심사업 집중기업'의 입장에서 벤다이어그램을 다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65%의 기업이 핵심사업에 집중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바로 드러납니다.



수많은 경영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성공한 기업들의 전체 혹은 대부분은 무엇무엇을 했다"라는 말하면서 "그 무엇무엇을 하면 성공에 이른다"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위에서 살펴봤듯 논리적으로 따지면 엉터리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그들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그 무엇무엇을 했음에도 실패한 경우는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초우량기업의 조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 대형 베스트셀러에서 성공모델로 추앙 받던 기업들은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톰 피터스가 '초우량기업의 조건'에서 상위 43위에 드는 기업들을 초우량기업으로 치켜세웠지만, 우습게도 그 책이 출간되고 2년 후에 그 기업들 중 14곳이 경영 악화로 허덕이고 말았습니다.

또한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란 책에서 '위대하다'고 칭송하던 기업들 중 상당수가 책이 나온지 10년 안에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작년에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란 책을 출간함으로써 왜 위대한 기업들이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는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이 이렇게 해서 실패했다. 그러니 그렇게 하지 않아야 실패하지 않는다'라고 그는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도 '성공한 기업들은 이렇게 한다. 그러니 그렇게 하면 성공한다'란 말처럼 논리적으로 엉성할 뿐입니다.

경영 베스트셀러를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은 얼마나 될까요? 또 왜 우리는 성공기업처럼 되지 못할까, 라며 자괴감에 빠진 기업은 얼마나 많을까요? 아마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성공기업의 방식을 100%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입니다. 참 편리한 논리죠?

성공기업의 성공요소는 모든 기업에 들어맞는 경영의 진리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고 어울리는 성공의 포인트를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성공기업을 바라보는 중용의 시각입니다. 적어도 그들의 성공요소에 현혹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참고도서 : '욕망을 파는 사람들',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참고자료 : http://www.gsb.stanford.edu/news/research/ob_successfulfailures.s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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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는 젊음에게 보내는 쪽지   

2011. 4. 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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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공단이 급조성된 신도시의 신설학교였다. 나는 그곳에서 한 두 번을 빼고 늘 전교 1등이었다. 자랑이 절대 아니다. 급조된 신도시의 신설학교가 항상 그렇듯, 고입 시험에 두 자리 점수를 받고도 능히 들어가는 학교였으니까.
 
그러던 내가 운좋게도 나름 어렵다던 대학에 끄트머리로 합격했다. 진짜 '겨우'였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난다긴다 하는 동급생들에 기가 죽었다. 이름없는 신설학교에서 얻은 전교 1등이란 감투는 보잘것없는 허울이었다. 한 학기에 4번 있는 시험에 허덕이고, 국어와 국사를 제외하고 원서로 된 교과서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해석하기에도 버거웠다.

 

나는 적어도 1학년 때는 대학생의 자유를 맛보고 싶다는 얄팍한 핑계로 공부를 멀리했다. 아무것도 없으면서 폼만 잡은 셈이다. 이런 도피는 학사경고로 이어졌고 안 내도 되는 수업료를 전액 낼 수밖에 없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집안 사정에 큰 짐이 됐다. 나는 두 번 연속으로 학사경고를 받았고 학칙에 의해 1년 정학을 먹었다. 자의반 타의반 군대에 갔다.

그땐 참 절망스러웠고 슬펐다. 군대는 나를 강인하게 만들기는커녕 실패한 사람들이 모이는 수용소처럼 느껴졌다. 요새 잇단 자살로 문제가 된 모 대학 학생들이 느꼈을, 그리고 느끼고 있을 절망은 과거의 내것과 유사하리라.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 지나고 나니 그때의 좌절도 아름다운 꽃이다. 지구가 둥글듯이 삶도 둥글다. 그때 세상의 가장자리로 한없이 밀려났던 나는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여기 이곳에 서있으니까. 세상의 중심이 아니면 어떠리. 내가 선 이 자리에 중심의 좌표를 설정하고 살면 될 일. 내가 가는 이 거친 길이 남이 아닌, 나만의 중심으로 향하는 길이라 여기면 그만일 뿐.
 
좌절은 젊음의 자유. 그러나 절망은 젊음의 파산 선고이자 죄악이다. 절망의 늪에 빠진 스스로를 잡아 끌고 나와 뚜벅뚜벅 걸어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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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 하현달   

2011. 4.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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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달



어둠 속으로 기억이 가라앉는다. 밤의 서풍은 동쪽으로 쌓이고 언덕 아래로 기억이 흘러내린다. 잊을 수 있을 때 잊었으면 좋았을 기억이다. 떠날 수 있었을 때 떠났으면 좋았을 기억이다. 기억은 결이 엉킨 채로 서풍 따라 구르고 어둠을 몰고 다니는 그는 늘 여윈 눈이다. 상실은 늘 나의 몫이고 한때의 기억은 하현달처럼 빛을 잃는다.

누워 어둠 속의 어둠을 본다. 어둠 속의 어둠 같은 그를 본다. 어둠 속의 어둠 같은 그의 기억을 본다. 그는 내게 어둠으로 입맞춘 기억 한조각을 건네고 느리게 돌아눕는다. 그는 만져지지 않는 기억이고 만져서도 안되는 기억이다. 그는 언제나 그랬다. 언제나 슬플 것을 염려하며 언제나 떠날 때를 가늠했다. 언제나 어둠 같은 표정으로 하현달 같이 웃었다. 언제나 손을 먼저 거두고 언젠가 만날 것을 먼저 약속했다.

무모함은 어리석음보다 슬픈 법. 파란 공중전화 앞에 얼어가던 그 겨울날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행복했을까? 자정을 넘어 어둠보다 더 어둔 역으로 몸을 누이던 그날의 석탄차는 내 무모함의 상징이었을까? 나는 젊었지만 여위고 가난했다.

방백을 듣는 관객인 양 그는 하현달의 상실만을 응시한다. 어둠보다 더 어둡게 귀를 닫은 채 일 밀리미터씩 밀리는 서풍처럼 언덕 아래로 구른다. 기억 따윈 존재하지 않는 무덤인 양 천천히, 그는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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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뽑습니다   

2011. 4.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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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서비스하는 컨설팅 영역이 HR(인사)이다 보니, 채용에 대한 문의가 간혹 들어옵니다. 그동안은 비공식적으로 알음알음으로 소개해 주곤 했는데, 아예 이 블로그를 통해서 가능한 한 많은 분들에게 정보를 알려 주는 게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하게 저에게 요청이 들어온 5가지 Job Description을 정리하니, 많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5개의 Job offer는 모두 같은 회사(IT 분야의 대기업)에서 나온 것입니다).



1. 온라인 유통 채널 기획 및 관리

- 접수기한 : 2011년 4월 19일까지
- 모집인원 : 1명

<직무 내용>
- 정보통신 전문 온라인 사이트 기획, 개발, 관리 담당
- 정보통신 전문 컨텐츠 수급/가공 및 커뮤너티 등 운영 관리
- 사이트 홍보 기획 및 각종 마케팅 프로모션 운영
- 사이트 내 활동 인력 관리 및 고객 관리

<학력>
- 4년제 정규 대학 졸업자
- 전공 무관

<필요역량>
- 온라인 포털/커뮤너티 사이트 기획/개발/운영 경력 3년 이상
- 사이트 홍보/프로모션 경험 3년 이상
- 기획/개발 프로모션 총괄 수행 경력자 우대
- 직접 개발 가능인력 우대


2. 디지털 디바이스 머천다이저(MD) 채용

- 접수기한 : 2011년 4월 19일까지
- 모집인원 : 1명

<직무 내용>
- 디지털 디바이스/서비스 상품 기획 및 개발
- 디지털 디바이스 상품 MD 및 소싱
- 노트북/Game 관련/소형가전/카메라/디지털기기 액서서리/디지털 주변기기 MD
- 상품 물류/재고 관리

<학력>
- 4년제 정규 대학 졸업자
- 전공 무관

<필요 역량>
- 전자 양판점에서 디지털 상품 MD경력 5년 이상
- 대형마트 혹은 오피스 IT 매장에서 디지털 상품 MD경력 5년 이상
- 디지털 상품 온라인 채널 또는 홈쇼핑 MD 경력 2년 이상
- 디지털 디바이스 및 서비스 상품기획/개발 경험 선호
- 해당 상품에 대한 물류/재고 관리 경험


3. 개인화 서비스 기획 리더급

- 접수기한 : 2011년 4월 17일까지
- 모집인원 : 1명

<직무 내용>
- 개인화 사업에 대한 사업방향 제시
-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감으로 팀을 리드
- 서비스 기획, 개발,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효과적인 적용
- 퍼스널 서비스에 대한 기획/운영 총괄

<학력>
- 관련분야 석사 이상 학위소지자 우대
- 전공 불문

<필요역량>
- 개인화, 인공지능 등 관련서비스 분야 경험 5년 이상
- 5년 이상 조직관리 경험
- 개인화 관련 서비스 기획, 로직 설계, 사업 아이템 개발 경험
- 개인화, 인공지능 관련 분야 필드 경험
- 비즈니스 대화 가능 수준의 영어 능력


4. 개인화 기술 인력 리더급

- 접수기한 : 2011년 4월 17일까지
- 모집인원 : 1명

<직무 내용>
- 인텔리전스 시스템 구조 설계 및 인텔리전스(개인화) 관련 핵심기술 확보
- 개인화 서비스 개발 및 기획
- 시장 발굴 및 글로벌 BM 개발을 위한 기반 구축
- 분산 시스템, 텍스트 마이닝 및 데이타 분석 영역의 글로벌 선도적 개발을 통한
  기술 주도권 확보 관련 분야의 사업계획 수립 및 승인 추진

<학력>
- 엔지니어링 관련 석사 또는 박사 학위 보유자
  (분산처리기술, P2P 관련 전공 등)

<필요역량>
- 15년 이상의 개인화 관련 기술/사업 업무 경험(Tech Assessment 관련 경험 보유)
- 5년 이상의 조직관리 경험
- 분산시스템, 텍스트 마이닝 및 데이터 분석 영역, 국내 Top 수준의 기술 전문성 보유
- 개인화 영역의 상용사업 런칭 및 운영 경험
- 원어민 수준의 영어 수준
- 중국어 가능자 우대


5. IT Consumer Device 기획 전문가

- 접수기한 : 2011년 4월 30일까지
- 모집인원 : 1명

<직무 내용>
- IT Consumer Device 신상품 및 서비스 기획
- 제품 디자인, UI 디자인
- 소비자 니즈 분석 및 상품 개발

<학력>
- 학력 불문
- 전공 불문

<필요역량>
- IT Consumer Device 기획 및 개발 경력 3년 이상
- IT Consumer Device 관련 지식(태블릿, 스마트폰, NFC 디바이스, 블루투스 디바이스 등)
- 바이오 / 나노 기술 영역에 대한 Domain Knowledge 보유자 우대
- 산업디자인 전공자 우대

위의 Job Offer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이메일( jsyu@infuture.co.kr )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전화 문의는 받지 않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메일에는 이력서를 첨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form으로만 간단하게 알려주시면, 제가 아는 헤드헌터 분이 연락을 하실 겁니다.

-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
- 성명
- 휴대폰 번호

여러분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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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전문가들의 실패를 조장한다   

2011. 4.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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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비아를 둘러싼 중동의 긴장감과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인해 유가가 불안한 상태입니다. 유가가 현재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상태(두바이유 기준 113.6달러 수준)인데 조만간 120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기억할지 모르겠으나 2008년에도 지금처럼 유가가 고공행진을 했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높아서 150달러 선까지 위협하는 형국이었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의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유가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제3의 오일쇼크가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눈으로 유가의 추이를 지켜봤습니다.

그 즈음 골드만삭스는 유가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2008년 5월에 나온 이 보고서에는 유가가 머지않아 2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담겨있었죠. 골드만삭스는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기업이었기에 그들의 의견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나날이 솟구치는 유가 그래프를 보면 정말로 그들의 말처럼 200달러를 돌파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골드만삭스 입장에서는 계면쩍게도) 200달러를 돌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47달러 선까지 오르던 유가는 그 이후에 오히려 급전직하로 하락했죠.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인해 석유 소비가 감소하고 때마침 여름에 접어들었기에 난방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바람에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유가가 200달러를 넘기는커녕 거의 4분의 1로 주저앉았으니 골드만삭스의 예측은 틀려도 한참 틀렸던 겁니다.

예측이 틀렸던 곳은 골드만삭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150달러를 돌파할 거란 보고서를 끊임없이 내면서 골드만삭스와 동조했습니다. 이 두 투자은행의 예측 보고서가 자기네들의 투자에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라는 의혹은 있지만, 어찌됐든 그들의 보고서를 철썩 같이 믿고 따른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꽤나 낭패였을 겁니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곧잘 '틀립니다'. 데이비드 프리드먼이 쓴 'Wrong'('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에는 우리가 소위 전문가라고 부르는 과학자, 의사, 금융전문가, 자기계발 전문가, 컨설턴트, 정부 관리 등의 오류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처'나 '사이언스'와 같이 유명한 과학 잡지게 게재된 논문의 3분의 2는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면 거짓이나 오류로 판명난다고 합니다. 비근한 예로 '사이언스'에서 논문 게재가 취소된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있었죠. 또한 의사들은 6번에 한 번 꼴로 오진을 한다고 하는데, 오진 중 절반 정도는 환자에게 실제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투자전문가들의 말을 믿고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아무런 수익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쪽박'을 차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증거들은 도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전문가들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적어도 100% 믿고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을 정도로 똑똑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전문가들의 오류와 더 나아가 그들의 무용(無用)함을 인식했다면 그들이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부(富)를 누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죠.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시장에 건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전문가들의 실패나 실수를 가십거리로 조롱하고 비난의 눈으로 쳐다보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양성'하는 이중적인 행동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우리는 전문가들과 '한 패거리'입니다. 양심이 있고 진정한 전문가라면 앞으로 벌어질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기 대문에 하나의 명쾌하고 확고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럴 때는 이럴 수 있고, 저럴 때는 저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는 어투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전문가를 싫어하고 외면합니다.

우리는 뭔가 명쾌하고 확고한 해답을 주는 전문가에 끌립니다. 점집에 가서 점을 보더라도 앞으로 내가 회사에 취직할지 못할지, 그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언제 이사를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족집게처럼 알려주는 점쟁이를 용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점쟁이가 모호하고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예언만 쏟아낸다면 복채가 아깝거니와 다시는 그 점집에 찾아가지 않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전문가 시장'에는 틀리든 맞든 해답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득세를 하고 그렇지 않은 전문가들은 자연스레 퇴출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겠죠.

어제 Gnaru(지나루)에서 미래학을 전문으로 하는 저자 분을 모시고 북포럼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앞으로 벌어질 미래의 일에 대해 확고하고 명쾌한 해답을 주길 그분에게 은근히 기대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전문가들의 오판에 저도 동조하고 있음을 깨닫고 반성했습니다.

우리는 또한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보다는 낙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를 더 선호합니다. 무엇을 하면 '안된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는 무시하고 무엇을 하면 '좋아진다'라고 말하는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말은 지금 누리고 있는 기득권이나 안락함을 포기하라는 의미인데 우리는 그런 변화를 불편해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 잘못 돌아가는 관행이 있을 때 그것을 없애야 한다고 상사에게 직언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수동적으로만 수용될 겁니다.

물론 '이렇게 해야 좋아진다'라는 조언도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동일하게 변화를 실제로 일으키는 데 한계에 부딪힙니다. 여하튼 사람들은 변화를 어려워하니까요. 하지만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변화를 하든 안하든 간에, 일단 사람들은 '이렇게 해야 좋아진다'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를 그렇지 않은 전문가보다 더 선호하기 때문에 '전문가 시장'에는 낙관주의자들이 대개 장악하고 말죠. 그래서 우리가 전문가들로부터 균형 있는 조언을 얻지 못하고 맙니다.

이번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사고를 보도하는 뉴스나 신문 지상에 여러 핵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원전 사태 초기에 그들 대부분은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 조기에 복구되고 안정화될 것이다, 일본의 원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잘 해결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의견을 말하더군요. 그러다가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슬슬 비관적인 의견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아마도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면 나중에 '당신의 의견이 틀렸잖소!'라고 공격 받을 것을 미리 염려하여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사람들이 낙관적인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언론에서 비관주의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부지불식 간에 배제했을지도 모르죠. 어찌됐든 낙관적인 조언을 더 좋아하는 우리의 심리 때문에 전문가들의 실수가 양산된다는 점은 깊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비관적인 의견을 가진 전문가라면 아주 파격적으로 주장해야만 사람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낙관적인 것이든 비관적인 것이든 뜨뜨미지근한 의견보다는 화끈한 의견에 끌리기 때문입니다. 에를 들어 '대공황이 시대가 곧 도래한다', '10년 안에 지구 생물의 10%가 사라진다'와 같은 비관적인 말과 '이것만 먹으면 일주일에 10킬로그램을 뺄 수 있다', '기적의 치료제가 나왔다', '1년에 10억을 벌었다'와 같은 낙관적인 말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단숨이 끌어 당기죠. 결국 똑똑하지만 겸손한 전문가보다는 머리에 든 것이 없어도 호언장담하는 전문가들을 우리가 양산하고 말죠.

이 밖에도 우리는 소위 '말빨'이 좋은 전문가, 학벌이나 배경이 좋은 전문가, 잘 생기고 호감 있게 생긴 전문가를 그렇지 못한 전문가보다 선호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전문가 시장'에서 전문가라는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인 우리가 이러한 니즈를 가지고 있으니 전문가들이 니즈를 맞추기 위해 알게모르게 영합하고, 그로 인해 전문가의 실패나 실수가 자주 일어나며, 그것에 실망한 우리가 다시 자칭 '족집게 전문가'들을 더욱 열망하는 이상한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말죠. 전문가들만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책임도 크죠.

그렇다면 우리는 전문가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저도 일을 해야 해서요. ^^ 전문가 활용법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도서 :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지식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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