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조건문으로 바꿔라   

2011. 2.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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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2011년이 시작된 지 벌써 1달 반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러분은 연초에 여러 가지 목표를 세웠을 겁니다. 다이어트 하기, 책 읽기, 영어 공부하기처럼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도 있고 MBO와 같이 회사에서 세운 목표도 있겠죠. 그 목표들이 지금 계획에 맞게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니면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은 채 선언적인 목표로만 남아 있습니까?

심리학자 피터 골위처(Peter Gollwitzer)는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기 전에 연휴 동안 해야 할 일을 각각 2개씩 정하라고 했습니다. 하나는 식구들과 모여 식사하기, 스포츠 활동하기처럼 쉬운 과제를 세우게 했고, 나머지 하나는 식구끼리의 의견 충돌 중재하기, 세미나에 발표할 자료 만들기 등과 같은 어려운 과제를 정하게 했죠. 학생 한 명 당 어려운 과제 하나와 쉬운 과제 하나를 선택하게 한 겁니다.



그런 다음, 골위처는 A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들이 정한 2개의 과제를 각각 '언제'가 되면 실행할지, 그리고 '어느 곳'에서 실행에 옮길 것인지를 물어보고 그것을 과제와 함께 제출하게 했습니다. 나머지 B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과제 2개만 정하게 하고 구체적인 때와 장소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골위처는 학생들이 얼마나 과제를 완료했는지 점검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려운 과제에 대해서 A그룹이 B그룹보다 실행률이 훨씬 높았습니다. A그룹은 3분의 2가 어려운 과제를 완료한 반면, B그룹은 4분의 1만 과제를 수행했죠. 쉬운 과제에 대해서는 어땠을까요? 두 그룹 간에 실행률 차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두 그룹 공히 80% 이상의 실행률을 나타냈습니다.

골위처는 이 실험 이후에 유사한 실험을 다시 수행했습니다. 그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에게 연휴 동안 어떤 이벤트를 즐길 것인지 레포트를 써서 자신에게 이메일로 보내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요즘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는지 알고 싶다고 학생들에게 둘러댔죠. 단, 그 이벤트가 끝나고 48시간 안에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죠.

그는 역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에 A그룹에게는 '언제', '어디에' 있을 때 그 레포트를 써서 메일을 보낼지를 물어봤습니다. 반면 B그룹에게는 48시간 안에 이메일을 보내라고만 했지요. 어떤 학생들이 약속을 잘 지켰을까요? A그룹은 75%가 48시간 안에 메일을 보낸 반면, B그룹은 33% 정도만 메일을 보냈습니다.

골위처가 행한 2개의 실험에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목표를 정할 때 그것을 언제 실행에 옮길지, 어디에 있을 때 수행할지를 정할 때 실행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이를 '실행의도 이론(Implementation Intention)'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과제만을 세우는 것을 '목표의도(Goal Intention)라고 부르죠.

실행의도 이론이란 말이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목표나 과제를 계획할 때 그것을 구체적인 '조건문'으로 바꾸면 성공할 확률이 크게 높아짐을 일컫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하기'란 목표를 정했다면 "감자튀김을 보면 그것을 멀리하겠다"와 같이 "X이면 Y이다"의 형태로 바꾸면 다이어트의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한 골위처의 실험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9시가 되면 OO을 실행하겠다", "OO에 있을 때 레포트를 쓰겠다"와 같은 조건을 달게 하면 실행할 확률이 높아짐을 보여주는 단적인 결과입니다. 특히 어렵고 까다로운 과제일수록 효과가 있지요.

여러분의 회사가 MBO를 운영한다면 지금쯤 목표 수립을 모두 완료했을 겁니다. 그런데 몇몇 회사의 MBO sheet를 보면 과제와 타겟만 나와있을 뿐 그것을 언제 누가 실행할지와 같은 기본적인 실행계획조차 없더군요. 왜 구체적으로 수립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일정이나 R&R을 정해놓으면 옥죄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계획한 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정하지 않는다"와 같은 이상야릇한 대답이 나옵니다.

충실한 MBO되려면 골위처가 조언했듯이 구체적인 조건문들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신규고객 발굴'이 목표라면, "언제가 되면 OOO회사를 방문하겠다", "목표 고객사 사람들이 어떤 행사에 참여하면 그들과 명함을 교환하겠다"와 같이 여러 개의 "X이면 Y이다"를 설정해 두어야 합니다. 이렇게 조건문으로 구체화되지 않는 목표는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는 '선언적인' 목표일 겁니다.

저는 1년 째 하루에 하나씩 블로그에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주말 제외). 그 전에는 마음이 내키면 글을 썼는데 블로그가 1인 미디어로 인정 받으려면 정기적인 발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매일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고 때로는 괴로운 일임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매일 밤 10시가 되면 책상에 앉아 블로그 창을 열어서 글을 쓰고, 다음날 아침 9시에 발행되도록 예약을 걸어두자"라는 '실행의도' 장치를 만들어 두자 '매일 하나씩의 글을 올리자'란 목표가 그리 버겁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밤에 글을 못쓰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라도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세운 목표 중에 어려운 목표가 있다면 "필히 달성하겠다"란 의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숫자를 넣어서 "7kg을 감량하겠다"라고 해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언제 할지, 어디에 있을 때 할지, 어떤 경우에 어떻게 처신할지 등을 조건화할 때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겁니다.

(*참고도서 : '클루지', 개리 마커스)
(*참고논문 :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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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   

2011. 2.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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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월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후 73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추위에 갈라진 오링(O-ring) 때문이었지만, 그 결함을 알고도 지나칠 수밖에 없는 시스템적인 오류가 사고 발생의 근본원인이라는 다이앤 본(Diane Vaughan)의 주장을 예전 글에서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또한 사고 발생의 원인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의사소통의 단절'이 결국 사고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왜 이렇게 주장한 걸까요?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로스 앨러모스에서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오펜하이머라는 걸출한 물리학자가 개발의 총괄 책임자였고 파인만은 그 중 하나의 모듈 담당자였죠. 적이었던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 개발을 완료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 일치단결해야 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든 그렇지 않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원자폭탄 선(先) 개발이라는 공통의 목표 하에서 모든 구성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문제해결에 전력을 다했죠. 부분의 문제는 전체의 문제였으니 말입니다.

파인만은 나사(NASA) 역시 우주선을 달로 쏘아 보내는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협력 분위기가 조정됐으리라고 추론했습니다. 소련이 1957년에 스푸트니크 호을 발사하면서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습니다. "60년대가 끝나기 전까지 인간을 달에 올려 놓겠다"는 존 F. 케네디의 유명한 연설이 두 국가의 치열했던 경쟁을 대변합니다. 알다시피 결국 미국이 먼저 아폴로 11호의 승무원을 달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무사히 귀환시킴으로써 경쟁의 승리자가 되죠.

파인만은 챌린저 호가 폭발하게 된 문제의 씨앗이 달 착륙 이후에 잉태됐다고 말합니다. 소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나사는 어느새 휴스턴, 헌츠빌, 플로리다 등의 기지에 수많은 인력이 근무하는 거대한 조직이 됐죠. 하지만 달 착륙이라는 지상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 소련과의 경쟁이 무의미해지자 거대조직을 이끌고 갈 명분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새로운 우주개발계획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을 만큼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겠죠.

만약에 여러분이 나사를 이끄는 고위 관리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비대한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고 이곳저곳 흩어진 기지들을 통폐합하겠습니까? 제3자라면 모를까, 자신이 이해관계자라면 자기 살을 깎아내는 행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의회로부터 좀더 많은 예산을 책정 받기 위한 로비에 집중해야만 했습니다. 나사라는 조직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알려야 했습니다. 기술력보다는 정치력이 나사의 존속에 요구되는 필수역량이 되어 버렸죠. 파인만은 이러한 예산 책정을 둘러싼 로비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과장된 홍보가 남발됐으리라 짐작했습니다.

이를테면 "우주왕복선 한 대로 몇 번이고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결국 우리는 달 착륙에 성공했듯이 우주왕복선 개발도 이룰 수 있다"는 식으로 나사의 고위관리자들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부풀렸으리라고 파인만은 생각했죠. 그래야 돈줄을 쥐고 있는 의회가 거대조직인 나사를 계속 유지할 명분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입장을 바꿔서 여러분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거나 좀더 검증이 필요한 기술을 곧바로 구현하라고 지시 내리는 고위관리자들을 바라보는 기술자라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당연히 책임감 있는 엔지니어로서 "안 된다"란 거부 의사를 밝힐 겁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의견은 정치적인 힘에 눌려 묵살되고 프로젝트는 강행되고 맙니다. 또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에 발생되는 여러 결함을 보고해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긍정적인 이야기만 듣고 싶어하는) 윗사람들에게 기각되어 버립니다.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회가 알게 되면 힘들게 얻어 온 예산이 철회될지 모르기 때문이겠죠.

문제가 제시되는 족족 묵살 당하면 여러분의 기분은 어떻겠습니까? 처음엔 윗사람의 생각을 바꿔 보려고 대화를 해보지만 계속해서 무시를 당하게 되면 될대로 돼라는 심정이겠죠. 그래서 입을 닫고 윗사람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게 됩니다. 의사소통이 양방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위에서 아래로만 쏟아지는 최악의 의사소통 구조가 굳어지고 맙니다.

바로 이것이 챌린저 호가 폭발한 이유입니다. 추운 날씨에는 오링(O-ring)이 갈라져 버리는 결함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누출을 막아주지 못할 거란 경고가 챌린저 호 발사 전에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의견을 듣기 싫어하는 관성이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말았죠.

파인만은 "아랫사람들이 실무적인 내용을 가지고 윗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점점 대화가 줄어들고 결국에는 완전히 없어진다. 그러면 윗사람들은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게 된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입니다. 간단히 말해, '업적 경쟁' 때문에 의사소통이 마비된다는 이론이죠.

여러분의 회사도 이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고객에게 주주에게 경영자에게 자기부서나 자기사업부의 존재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서 역량이 부족해 수행하기 어렵거나 그다지 긴급하지 않는 과제들을 전시용(혹은 과시용)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몇몇 회사에서 서로 업무분장이 겹치는 부서들이 업적을 돋보이려고 불필요하게 경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심한 조직일수록 연초가 되면 전시용 과제들이 사업계획서에 넘쳐나는 모습을 봅니다.

파인만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에 의하면 그런 조직들은 상하간의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일을 위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가 의사소통의 질과 양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는 아닐까요? 의사소통은 참 미묘하고 섬약합니다. 이렇듯 과도한 업적 경쟁에 의해서도 쉽게 영향을 받으니 말입니다. 상하간에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문제는 자주 회의를 한다고 해서, 간담회 같은 이벤트를 벌인다고 해서 해결되지 못합니다. 관리자들의 과도한 경쟁과 불필요한 공명심이 발호하는 한 의사소통 단절 문제의 해결은 요원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 참고도서 : "남이야 뭐라 하건!", 리처드 파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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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만으로는 아무 소용 없다   

2011. 2.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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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리자의 코칭 스킬이 강조되면서 피드백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공감대가 이루어졌습니다. 등급이나 점수로 된 평가 결과를 그저 통보하기보다는 평가자(관리자)와 피평가자(부하직원)이 서로 만나서 잘하고 못한 점을 이야기하는 면담 과정을 정례화한 회사들도 많아졌지요. 피드백을 통해 직원들의 실질적인 역량 향상을 꾀하고 나아가 회사 전체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도 피드백의 효과에 대해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물론 피드백이 잘 이뤄진다는 가정이 있어야 겠죠.

하지만 피드백은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과 향상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관리자가 행하는 피드백이 '결과 피드백'일 경우가 그렇습니다. 결과 피드백이란 말 그대로 직원이 낸 결과가 잘됐는지를 일러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1년 동안 OO과제를 잘 수행했다" 혹은 "다른 사람보다 부진했다"와 같은 피드백이 바로 결과 피드백이죠.



이런 식의 결과 피드백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할지 모르지만(하지만 '넌 못한다'란 부정적인 피드백엔 오히려 동기가 꺾이겠죠), 직원들로 하여금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힌트를 주지 못합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당연한 소리 밖에는 안되죠. 그렇다고 모든 피드백이 소용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사려 깊은 관리자라면 직원들에게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 피드백해줘야 합니다. 성과를 달성하는 데 어떤 점이 부족했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짚어주는 '과정 피드백'이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죠.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걸 남들에게(특히 고객)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매번 미역국을 먹는 직원이 있다면 '잘 좀 해라'는 피드백보다는 그에게 기획서를 작성하는 법을 코치하는 게 효과적인 피드백입니다.

"그러면 결과 피드백이 아니라 과정 피드백에 힘을 써야 한다는 소리군요?" 라고 여러분은 생각할 겁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과정 피드백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직원들의 역량이나 성과가 향상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직원들의 학습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슈미트와 울프는 운동선수들에게 훈련을 시킬 때 과정에 중심을 둔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제공하면 학습곡선이 향상되지만, 훈련이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비록 운동 스킬에 관한 연구였지만 직원들의 스킬 향상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걸까요? 일일이 상세하게 피드백해 주는 행위가 상대방을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피드백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그에게 너무 의존한 나머지 혼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거죠. 특히 가르치고자 하는 지식이 많은 경험과 통찰력이 요구되는 암묵지(tacit knowledge)일 때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세하고 친절한 '과정 피드백'이 직원들의 역량을 향상시킬 거란 기대는 순진한 생각입니다. "피드백이 직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개념이 확고한 관리자라면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해주고는 그것으로 관리자의 역할을 다했다는 안도감에 젖을지 모릅니다. 직원들이 피드백해 준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그것을 이행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이 더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피드백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피드백 자체보다는 피드백의 내용을 직원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까를 연구하는 것이 관리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래야 직원들이 피드백으로부터 배울 수 있겠죠. 특히 피드백하는 내용이 암묵지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직원들에게 피드백의 내용을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직원들에게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면 될까요? 앞에서 말했듯이 이런 과도한 친절은 직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적절치 않습니다. 관리자들은 직원들 스스로 무엇이 잘못 됐는지를 깨닫도록 '넛지(nudge)'하는 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정리해 보면, 현명한 관리자라면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여 직원들을 넛지하는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스승들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앞에서 이끄는 주도자가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다가 적절할 때 잠깐씩 개입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철저하게 견지합니다. '굿 윌 헌팅'에 나오는 숀 맥과이어 박사처럼 말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죠. 갈등을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결과 피드백만 이루어져도 다행일지 모릅니다. 게다가 직원들이 하는 일이 다 다르고 그들의 성향도 제각각이라 상황에 맞게 넛지하는 방법을 다르게 구사해야 한다는 점도 효과적인 피드백을 어렵게 만들죠. 효과적으로 피드백하는 방법 또한 암묵지라서 여러분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하고 가다듬어 가야 한다는 말 밖에는 조언할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피드백의 요체는 피드백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피드백할 내용을 직원들에게 이해시키는 방법에서 나온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요원한 일만은 아닙니다. 피드백하기 전에 직원 입장에서 피드백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역지사지'해보는 몇 분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을 도울 실질적인 피드백이 가능해질 겁니다. 게리 클라인이 말했듯 "학습관계도 하나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결과 피드백보다는 과정 피드백에, 피드백 내용보다는 피드백을 이해시키는 방법에, 주도자 역할보다는 조력자 역할에 포지션하는 관리자야말로 중용의 도를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일 겁니다.

(*참고자료 :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의 11장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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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5 대 1 원칙'   

2011. 2.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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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칭찬의 효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란 말이 있을 만큼 동기부여에 칭찬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는 말에 대부분 동의할 겁니다. 맞습니다. 조직심리학자인 마시알 로사다와 로스 페로는 일렉트로닉 데이터 시스템이란 회사를 대상으로 10년 간 연구하는 과정에서칭찬이 조직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회의실의 한 면에 한쪽에서만 들여다 볼 수 있는 특수한 거울을 설치했습니다. 거울 뒤에 앉아 회의실에 들어온 여러 팀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서였죠. 그들은 일일이 회의 광경을 비디오로 찍은 다음, 사람들이 긍정적인 언급(칭찬)과 부정적인 언급(비난, 비판 등)을 각각 몇 번씩 했는지 헤아려봤습니다. 예를 들어 "아주 좋은 생각이야"는 긍정적인 언급으로, "정말 뭘 모르고 하는 소리야"는 부정적인 언급으로 카운트했죠. 그리고 회의를 진행한 팀들을 성취도를 평가하여 상중하로 분류했습니다.



그랬더니 높은 성과를 거둔 상위 15개팀은 긍정적인 언급과 부정적인 언급의 비율이 대략 5 : 1이었습니다(정확히는 5.6 : 1이지만 기억하기 쉽게 5 : 1이라고 하겠습니다). 반면 성과가 저조한 하위 19개팀은 이 비율이 1 : 3으로 나타났습니다. 팀이 서로를 칭찬하는 분위기일수록 높은 성과를 나타낸다는 사실과, 비판을 앞세우는 조직일수록 성과가 낮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여겨지겠죠? 하지만 마시알 로시다와 로스 페로가 주목한 부분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다섯 번의 긍정적인 언급 사이에 한 번의 부정적인 언급이 왜 끼어 있는가가 그들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들은 칭찬과 비판의 비율이 5 : 1을 훨씬 넘으면(예컨대 10 : 1의 비율로 하면) 오히려 팀이 무기력해지고 성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칭찬이 과도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입니다.

정보통신업체의 P부장은 평소 칭찬을 잘 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칭찬을 지나치게 남발하는 것이 그의 문제였죠. 누구나 봐도 일을 못하는 직원도 그에게서 칭찬을 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 보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그에게서 칭찬을 듣는 사람은 ‘이 사람이 진짜 나를 칭찬하는 걸까?’ 의심을 하고 급기야 입에 발린 소리를 그만하라며 그를 비난하기까지에 이르렀으니 말입니다. 이처럼 칭찬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될 수 있음을 조심해야 합니다.

‘평범한 일은 칭찬은 물론 용납해서도 안 된다’라고 피터 드러커는 말했습니다. 과도한 칭찬은 오히려 무관심이죠. 잘한 점은 북돋아주고 잘못한 점이 있다면 따끔하게 질책하는 것이 진정한 칭찬입니다. 다섯 번 칭찬하되 한 번은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따끔하고 진정 어린 충고가 개인과 조직의 성과 향상에 꼭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5 : 1의 비율은 유인원 집단에서도 나타납니다. 유인원들을 관찰해 보면 서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행동(털 고르기, 먹이 나누기, 공동 양육 등)과 상대방을 할퀴고 때리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이 거의 5 : 1의 비율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조직의 궁극적인 화합을 위해서는 친목 뿐만 아니라 적절한 갈등도 필요함을 우리에게 시사합니다.

칭찬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칭찬이 능사는 아닙니다. 다섯 번 칭찬할 때 한 번은 비판하는 건강한 긴장감이 조직을 일할 맛 나게 만듭니다. 칭찬의 '5 대 1 원칙'을 꼭 기억하세요.

(*참고도서 : '양복 입은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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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영은 왜 실패했나?   

2011. 2.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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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암묵지(tacit knowledge)와 형식지(explicit knowledge)로 나뉘죠. 암묵지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의 머리 속에 내재되어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 형태의 지식을 말하고, 형식지는 문서, 영상, 말의 형태로 외부로 드러난 지식을 말하죠. 지식경영의 대가인 노나카 이쿠지로와 같은 사람들이 지식이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하죠.

노나카는 다음과 같은 4단계의 변환을 거치면서 지식이 창조되고 공유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 암묵지가 다른 암묵지로 변환
(2) 암묵지가 형식지로 변환
(3) 형식지가 다른 형식지로 변환
(4) 형식지가 암묵지로 변환

4단계 과정이 지속적으로 순환하면서 지식의 상승효과를 일으킨다는 의미로 '나선형 프로세스'라고 불립니다. 언뜻 보면, 정말 그렇겠구나, 란 생각이 드는 명료한 개념입니다.



이 4단계 과정 중에 무엇이 가장 크리티컬할까요? 바로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는 두 번째 단계입니다. 사람들(특히 숙련된 전문가들)의 머리 속에만 자리잡고 있는 지식을 겉으로 끄집어내야 그것을 다른 사람들(암묵지가 부족한 사람들)이 빠르게 공유하고 활용해서 새로운 암묵지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암묵지를 형식지로 옮기는 일은 지극히 어려운 과정입니다. 암묵지는 말 그대로 그것을 보유한 사람조차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지식이고 무의식적으로 쓰이는 지식이기 때문에 말이나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핵심의 대부분은 휘발되고 맙니다. 더군다나 무엇이 날아가 버렸는지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언어란 그릇은 암묵지를 담기엔 적당하지 않은 그릇이죠.

여러분이 안 보고도 능숙하게  수행하는 일을 하나만 떠올리고 그것을 글로 옮려고 하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단순작업이라면 어렵진 않겠지만, 복잡한 일을 할 때 적용하는 자신만의 암묵지를 기술하라고 하면 '적을 게 없네' 혹은 '(적어 놓은 것을 보고) 아, 이건 내가 아는 것과 다른데.'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래서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는 과정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야 하겠죠. 그렇지 않으면 지식의 창조는 물건너간 이야기가 됩니다.

저는 컨설턴트의 경력을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으로 시작했습니다(초기에 잠깐 ERP를 하기도 했지만).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창 지식경영이 붐을 이뤘던 때였죠. 하지만 요즘엔 지식경영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지식경영에 대해 컨설팅을 해달라는 기업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ERP나 CRM 등은 한창 때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으로 지원했던 KM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왜 지식경영은 실패한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패착은 노나카가 제시한 나선형 프로세스 중 두 번째 단계(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를 안이한 방식으로 대응하려 한 데에 있습니다. 바로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는 과정을 시스템과 제도에게 전가해버린 '시스템 만능주의' 사고방식 때문이었죠.

지식경영을 구현하는 과정은 대개 이런 식이었습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지식들을 분류하여 지식 맵(Knowledge Map)으로 설계한 후에 각 카테고리별로 DB를 하나씩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여기에 올릴 공간을 만들었으니 '당신이 가진 암묵지를 등록하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지식 등록을 유도하려고 '지식 마일리지'를 쌓게 하여 일정 수준이 되면 현금이나 상품으로 보상하는 방법도 씁니다. 그리고 각 지식이 얼마나 활용가치가 있는지 '별 다섯 개' 방식으로 평가해서 해당 카테고리에서 누가 '지식전문가'인지 선발하기도 하죠.

지금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고 조금은 유치하기 그지 없습니다. 시스템만 덜렁 만들어 두고 사람들이 알아서 암묵지를 밖으로 꺼내어 놓기를 기다리는 '천수답' 방식이었으니 말입니다. 누구 하나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뛰어 들지 않았죠. 시스템을 만들어 두면 직원들이 알아서 하리라는 편의적인 사고가 지식경영의 본래 목적을 호도했습니다. 시스템은 지식경영의 도구일 뿐인데 시스템의 기능을 고도화하는 쪽으로 지식경영의 목적이 경도되어 버렸습니다. '고객 담당자 입장에서 뭔가 눈에 보이는 멋진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돈을 쓴 면목이 섰겠죠. 그 당시에도 '이건 아닌데'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컸다는 점은 이해가 됩니다. 게다가 예산 문제로 3~4개월 만에 몇 명의 인력만을 가지고 완료해야 하니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들을 확보하기가 애당초 불가능했을 겁니다. 한 가지의 암묵지를 형식지화하려면 전문가(또는 숙련자)가 일을 할 때 옆에 붙어서 그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일일이 캐묻는 방식을 취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3~4개월의 시간은 너무 짧겠죠. 그렇게 하는 게 정석이지만 멋드러진 시스템이 남는 게 아니라서 또한 꺼려지기도 했을 겁니다.

혹시 여러분의 회사에 지식경영시스템(KMS)이 있습니까? 그 시스템은 얼마나 잘 운영되고 있습니까? 실무에 많은 도움을 줍니까? 물론 구축에 들인 비용 이상으로 잘 활용하는 기업이 몇몇 있겠죠. 하지만 제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 KMS는 여기저기에서 Copy & Paste로 끌어다 놓은 '쓰레기 지식'들로 가득하거나 몇 년째 아무런 지식이 등록되지 않는 휴면시스템입니다. 진짜 가치 있는 지식은 KMS에서 유통되지 않고 여전히 직원들의 머리 속에서 잠잘 뿐입니다.

지식경영은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지식경영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식경영이 실패한 이유는 지식경영 철학 자체가 아니라 지식경영을 구현하는 데 적용한 지극히 안이한 방법 때문입니다. 시스템과 몇 가지 절차만 만들어 놓으면 다 이루어지리라 기대했을 때 지식경영의 실패는 이미 예견되었습니다. "지식경영해봤는데 지금은 깡통뿐이야"라고 지식경영을 백안시하는 풍조는 시스템 만능주의가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무덤입니다.

암묵지가 지식경영의 핵심이듯이, 진정한 혁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기본을 다지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도 해봤다"란 기록을 남기기 위한 혁신은 장식장에 추가될 또 하나의 트로피에 불과합니다. 시장에서 유행하는 '혁신의 상품'을 고르기 전에 과연 그 상품의 철학을 우리 회사에 구현할 수 있는지, 무엇이 그 혁신의 진짜 지향점인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합니다. 그것이 시스템 만능주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지식경영과 같은 좋은 경영철학을 내재화하는 경영의 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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