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는 우연히 결정된다   

2011. 5. 3. 09:02
반응형



여러분이 친구와 함께 동전 던지기 게임을 한다고 상상해보기 바랍니다. 이 게임은 동전을 모두 1,000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온 횟수와 뒷면이 나온 횟수 중 무엇이 더 큰가를 가지고 승패를 결정합니다. 여러분은 앞면을 선택하고 친구는 뒷면을 선택했다고 해보죠. 동전을 1,000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온 횟수가 뒷면이 나온 횟수보다 크면 여러분이 이기는 겁니다.

여러분과 친구 중 누가 이길까요? 아마 여러분은 동전을 1,000 번 정도 던지면 앞면과 뒷면이 각각 나올 확률이 50%이니까, 앞면이 대략 500 번 정도 나오리라(뒷면도 500 번 정도) 예상할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친구는 승패를 가리지 못한 채 서로 비길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동전을 1,000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온 횟수(혹은 뒷면이 나온 횟수)가 500 인 경우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대개 500 번보다 조금 크거나 적게 나오는 게 보통이죠. 이를테면 508 대 492, 이렇게 말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친구는 이 게임에서 승패가 가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500 대 500, 이렇게 나오는 경우는 아주 드무니까요. 여기까지는 여러분이 익히 예상하는 바라서 그리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총 1,000번을 모두 던져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지 말고, 동전을 매번 던질 때마다 승자와 패자를 따지기로 게임의 룰을 바꿔볼까요? 다시 말해 동전을 던지고 나서 그동안 앞면이 몇번 나왔는지(그리고 뒷면이 몇번 나왔는지)를 기록해서 '매번 승자와 패자를 새로 결정'하자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아마 여러분은 앞면을 택한 여러분과 뒷면을 택한 여러분의 친구가 서로 승자와 패자를 골고루 나눠 가지면서 1,000 회까지 갈 거라고 예상할지 모릅니다.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Excel을 통해 시뮬레이션해볼까요?

Excel에서 randbetween() 함수를 사용해서 동전 던지기를 모사해 보겠습니다. 이 함수를 모두 1,000 번 사용한 다음, 앞면이 나온 누적 횟수와 뒷면이 나온 누적 횟수를 계산합니다. 그런 다음, 앞면이 나온 횟수가 더 크면(즉 여러분이 승자이면) 1, 뒷면의 횟수가 더 크면 -1, 두 횟수가 같으면 0 이라고 설정하고 그래프로 나타냅니다.

아래의 그림은 이렇게 해서 나온 그래프 중 하나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친구가 승자와 패자를 비교적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패턴을 보여 줍니다. 이런 패턴이 전형적인 것 같지만, 시뮬레이션을 계속해 보면 이런 패턴이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바로 아래의 그래프처럼 초기에는 앞면과 뒷면이 경합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앞면이 앞서는(즉 여러분이 앞서는) 상황이 제법 자주 나타납니다.



반대로 초기에 경합하다가 뒷면이 계속해서 승자가 되는 패턴도 자주 나타납니다(아래 그래프).



더욱 기이한(?) 현상은 앞면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승자가 되는 패턴도 가끔 나온다는 것입니다(아래 그래프).



마찬가지로 뒷면(여러분의 친구)이 시종일관 승자인 패턴도 동일한 확률로 나타나죠(아래 그래프).



물론 아래의 그래프처럼 처음에는 앞면이 기선을 제압하다가 나중에 뒷면이 승자가 되는(혹은 그 반대의) 패턴도 나타납니다.




여러분이 Excel을 써서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보면(혹은 수고스럽게 동전 1,000 번 던지기를 수 차례 해보면) 여러 그래프를 보게 될 텐데, 위에서 제시한 패턴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한번 승자이면 계속해서 승자이거나, 한번 패자이면 계속해서 패자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입니다. 물론 바로 위에 있는 그래프처럼 승자와 패자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승자와 패자가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제법 흔하다는 것을 시뮬레이션은 보여줍니다.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동일한 동전 던지기에서조차 이렇게 승자와 패자가 꽤 자주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어떤 사람이 승자가 되고, 또 어떤 사람이 패자가 되는 이유는 초기에 각자가 어떤 초기 조건을 가졌느냐에 따라 우연히 결정되는 것을 아닐까요? 우연하게 처음에 앞면이 많이 나온 덕에 동전을 1,000 번 던지고도 계속해서 승자의 위치를 고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누가 승자가 되느냐(혹은 패자가 되느냐)는 개인의 노력도 아주 중요한 결정요소입니다.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오늘의 패자였던 사람이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우연'은 개인의 노력에 결코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소입니다. 그 사람에게 어떤 환경이 우연하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개인의 노력이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만, 반대로 노력을 좌절시키고 절망케 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연이란 요소를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혹은 성공한 기업)의 성공요소를 그 사람이 지닌 역량이나 노력으로 보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본받아 행동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성공에 향한 열망과 희망을 갖는 것이 의미 없음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성공은 어쩌다 처음에 앞면이 많이 나온 '우연'도 크게 작용했음을 고려해야(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패자에 대한 낙인은 승자에 대한 숭상보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데에 우연이 큰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안다면 실패한 사람들을 무능력하고 뭔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려는 우리의 관성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패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승자가 되지 않는 환경적인 우연이 우리 곁에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승자와 패자는 전적으로 우연히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주 우연하게 결정됩니다. 동의하십니까?

(*참고도서 :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우아한 생존 매뉴얼')
(*위에서 실행한 시뮬레이션을 직접 해보고 싶다면, 아래의 Excel 파일을 다운로드 받기 바랍니다.)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갤럭시 S2 를 개봉하다   

2011. 5. 2. 23:27
반응형



오늘 갤럭시 S2를 받았습니다.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은 매장에서 만져보기만 했지 이렇게 사용해 본 적은 처음입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좀 헤매고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지만, 사용하다 보니 금세 적응이 됩니다. 공식적인 리뷰와 사용기는 나중에 쓰기로 하고 일단 사진 몇 장과 함께 개봉기만 먼저 올려 봅니다.


검은 박스를 여니 큼지막한 갤럭시 S2가 떡~하니 누워 있더군요. "네가 갤럭시 S2구나!"



보호필름을 벗기고 전원을 켰습니다. 전자기기는 켤 줄만 알면 사용법의 거의 전부를 아는 것이라는 말이 있죠? 갤럭시 S2는 전원 버튼은 오른쪽 측면에 있습니다. AMOLED의 강렬하고 선명한 화면이 인상적입니다.



이것저것 사용해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일단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다운 받았죠. 기본 중의 기본인 SNS이니까요. ^^



예전에 SKT에서 선물로 받은 휴대폰 줄을 달아 봤습니다. 휴대폰 줄을 달려면 폰 뒷면의 캡을 열어야 합니다. 부서질까 조심조심하며 열었습니다.



재미삼아 DMB를 켜봤습니다. 갤럭시 S2에는 거치대 겸용의 충전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TV를 감상할 수 있죠.



거치대에 올려놓은 모습을 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거치대 위에 세워놓고 보니 책상이 스마트하게(?) 보입니다. 앞으로 갤럭시 S2를 어떻게 사용하면 잘 사용했다는 소리를 들을까요? 갤럭시 S2를 스마트하게 쓰는 법을 좀 궁리해야겠습니다.

이상, 간단하고 매우 짧은 개봉기였습니다.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드디어 '문제해결사'가 세상에 나오다   

2011. 5. 2. 09:00
반응형



드디어 2년 여의 작업 끝에 제 책 《문제해결사》가 이번에 출간되었습니다. 저에게는 6번째 책입니다(역서 1권 포함). 전작인 '시나리오 플래닝'을 끝내고 바로 쓰기 시작했는데, 당초엔 1년 안에 내려고 했으나 다듬다 보니 2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식을 세상에 내놓은 듯 뿌듯한 기분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두렵기도 한 마음입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바로 드러나다시피 '문제해결(Problem Solving)'을 다룹니다. 특히 조직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론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입니다.

(도열(?)한 '문제해결사!)

문제해결 방법론을 다루는 책은 그동안 여러 권 출간된 바 있습니다. 헌데 그런 책들을 보면 '창의적 문제해결'에 치우치거나 기업의 경영전략 수립 부문만을 다룬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 《문제해결사》는 문제해결 시에 갖춰야 할 기본적인 마인드와 기초적이고 논리적인 접근방법을 다룹니다.

이 책은 과학에서 쓰이는 개념이나 방법을 문제해결 방법론 안으로 수용했습니다. 과학자들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논리로 가설을 어떻게 실증하는지, 실험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결론을 어떻게 이끌어내는지 등으로부터 문제해결에 적용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책의 목차.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과학을 끌어들인 이유는 과학이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려는 문제해결 과정의 산물이고 수천 년 동안 정립된 일련의 사고 체계기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실험으로 어떻게 증명됐는지를 통해서 ‘전제’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갈릴레이의 자유낙하 실험을 통해 ‘실증’의 방법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기존의 문제해결 관련에서 보지 못한 체계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소개합니다.

과학적인 개념이 들어갔다 해서 어렵게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은 바로 강의를 하듯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술방식에 있기 때문입니다. 388페이지나 되는, 제법 분량이 있는 책이지만, 경어체를 사용한 문장을 읽어 내려가면 마치 열강하는 강사가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겁니다.


(조금 손발이 오글거리는 PR 문구 ^^ )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도구와 절차를 습득한다면 문제가 주는 두려움을 타파함은 물론이고, 남들보다 효과적인 해법에 한발 먼저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거라 감히 장담합니다. 문제해결의 입문자뿐만 아니라 배움의 기초가 약해 체계적으로 문제해결력을 재구축하고 싶은 자들에게 이 책은 세심한 트레이너가 되리라 믿습니다.




제 신간 《문제해결사》는 오늘(월요일) 서점에 배본을 시작할 예정이니, 인터넷 서점엔 내일 깔릴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구요. 너무 일찍 서점에 가셔서 낭패를 보지 말기를 바랍니다. ^^ (아, 그리고 출판사 사정상 '반디앤루니스'에는 배본되지 않으니, 이 점도 양해 부탁 드립니다).

조만간 '출간 기념 이벤트'를 할 예정이니, 이 블로그에 올라올 글을 유심히 지켜보기 바랍니다. 행운이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RT, Retweet 부탁!) ^^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지식인의 서재엔 어떤 책이 있을까?   

2011. 5. 1. 09:00
반응형



좋은 책을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만의 서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로망입니다. ‘서재’라는 공간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지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곳입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은 그의 서재에서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요? 그들의 서재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런 호기심이 책이 되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바로 《지식인의 서재》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을 찾아 그들만의 비밀스럽고 사적인 공간인 서재에서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글 : 한정원, 사진 : 전영건,   출판 : 행성:B잎새)


이 책을 통해 그들이 가진 책과의 인연, 책을 읽는 버릇이나 사사로운 삶의 내면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인생의 고비마다 그들을 잡아주고, 열정을 키워주고, 시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갖게 해준 ‘그들을 만든 그들의 책’ 목록과 인생의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 그리고 ‘그들에게 권하는 책’도 수록돼 있습니다.

또한 16개의 QR 코드를 통해 동영상으로도 그들의 인터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그들의 서재에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 겁니다.

《지식인의 서재》는 5월 18일 출간되는데, 현재 주요 인터넷 서점을 통해 예약 판매되고 있습니다. 예약 구매 독자에게는 지식인 15인의 ‘친필사인 인쇄 양장본 한정판’이 특별히 제공된다고 하네요.

교보문고 가기 
Yes24 가기
알라딘 가기

아래의 동영상은 이 책을 소개하는 트레일러입니다.



유튜브(Youtube)에서 '지식인의 서재'라고 검색어를 치면, 지식인들과 개별로 인터뷰한 내용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지식인의 서재》에서 소개된 지식인들은 모두 15명입니다.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고, 세상과의 소통과 사회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법학자 조국,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꿈꾸는 자연과학자 최재천, 창조적 휴식공간이자 문화예술공간 ‘모티브원’을 운영하는 솟대예술작가 이안수.

섬진강이 낳은 위대한 시인 김용택, 살아 있는 북디자인의 역사 대한민국 북디자이너 1호 정병규,  ‘한국의 타샤 튜더', ‘자연주의 살림꾼’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사진작가 배병우, 서울의 인사동 길과 산본 신도시를 디자인하고 설계한 도시 설계 건축가 김진애.

마음으로 느끼는 현대 미술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전시를 기획하고 저술을 하는 아트스토리텔러 이주헌,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고 세상을 바꿔나가는 소셜디자이너 박원순,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 승효상.

30여 년간 출판업의 외길을 걸어온 출판문화인 김성룡, 영화와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극 연출가이자 영화감독 장진, ‘음악계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 초야에 묻힌 명인들을 발굴해 무대에 세우는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

이들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 시대 대표적인 대한민국 지성인들입니다. 또한 ‘책광(冊狂)’이자 ‘책 재벌’이죠. 그들을 가슴 뛰게 만들었던 책, 깨달음을 주었던 책과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 바랍니다.

그들의 서재가 부럽고 탐이 나네요.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배부를 때 배고픔을 상상하라   

2011. 5. 1. 08:55
반응형



여러분은 지금 엄청나게 배가 고픈 상태입니다. 그래서 만일 뷔페 식당에라도 가면 배가 가득해서 고통스러울 때까지 음식을 먹어댈 겁니다. 입가심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여러분은 생각합니다. '이렇게 배가 아플 정도로 많이 먹다니, 앞으로는 과식하지 말아야지'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내일이 되어 다시 배가 고파지면 오늘 했던 다짐이 흔적없이 사라지고 또다시 음식을 탐하는 상태가 되고 말죠.

실험실과 슈퍼마켓 현장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음식을 배불리 먹은 상태에서 다음 주에 먹을 음식을 구매하도록 했더니 미래의 식욕에 대해 과소평가하면서 조금 밖에 사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지금 배가 부르다고 해서 미래에도 배가 부를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나중에 '내가 왜 이것 밖에 안 사왔지?'하며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죠. 연구자들은 사람들은 배가 부를 때는 배고픈 상태를 상상하기 어려워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이런 실험이 있었습니다. 실험자가 참가자에게 5개의 지리(地理) 문제를 내기로 하고 두 개의 '보상;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즉, 각 문제의 답을 참가자가 말하면 그들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보상과, 정답 대신 초콜릿 바 하나를 주는 보상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고르라는 말이었죠. 실험자는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에 첫 번째 그룹에게는 문제를 풀기 전에 보상 방법을 선택하라고 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문제를 풀고 난 후에 보상 방법을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문제를 내기 전에 실험자는 두 그룹의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어떤 보상을 선택하게 될지 예상해 보라고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재미없는 지리 문제의 정답을 아는 것 대신에 모두 초콜릿 바를 보상으로 받고 싶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로 내고 나니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문제를 풀고 난 후에 보상 방법을 선택하라고 했던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초콜릿 바를 받기보다는 정답을 알려달라는 보상을 더 많이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풀기 전에는 초콜릿 바만 눈에 들어와서 미래(문제를 풀고 난 후)에 자신이 강렬한 호기심을 갖게 되리란 점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등산을 하다가 음식과 물도 없이 길을 잃고 하룻밤을 꼬박 헤맨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질문을 해본 실험도 있습니다. 실험자는 러닝머신에서 막 운동을 끝내고 내려와서 목이 마른 사람들에게 그런 조난 상황에 처하면 갈증과 배고픔 중 어느 것이 더 고통스러울 것 같냐고 물었습니다. 또한 러닝머신에 오르기 전의 사람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죠. 그랬더니 목이 마른 사람들 중 92%가 갈증이 훨씬 참기 힘들 것이라고 답했고, 아직 운동을 하기 전이라 목이 마르지 않은 사람들은 61%만이 갈증이라고 답했습니다.

사람들은 미래의 감정이나 상황을 상상할 때 현재의 상태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지금 무언가에 만족한 상태면 미래에는 그것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지금 무언가가 절실하면 미래에도 그것이 절실하리라 예상하죠. 이처럼 현재의 상태를 기준으로 미래를 상상하거나 판단하는 경향을 '현재주의(presentism)'이라고 말합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현재에서 출발해서 현재로 끝난다는 것을 꼬집는 말이죠.

기업의 '현재주의'적 행동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이익은 적자에다가 고객들의 불만은 가중되는 등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면 뭐든 해야 한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힙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긴급전략을 수립하고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는 등 한동안 부산스럽게 움직입니다. 그러다가 시장 환경이 조금만 우호적으로 변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존의 전략, 기존의 조직운영 관행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설마 더 나빠지겠어?' 혹은 '거봐, 좀 지나니까 괜찮아지잖아'라고 말하면서 현재의 행동방식을 합리화합니다.

매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도 현재주의는 여지없이 나타납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좋으면 앞으로도 계속 좋으리라 예상(혹은 기대)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관적인 전망들이 사업계획서에 가득합니다. 오늘 배가 고프면 뭐든지 먹어버리겠다고 만용을 부리고, 오늘 배가 부르면 내일의 배고픔을 느끼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죠.

개인이나 조직이 '현재주의'라는 오류에 빠지는 이유는 우리 뇌의 한계 때문입니다. 뇌는 현재의 상황에 먼저 반응하도록 설계되었지 미래를 올바르게 상상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인간을 먹이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수많은 맹수들에 둘러쌓여 있던 옛 시절에는 현재 상황에 즉각 반응하는 뇌는 인간의 생존에 유리했을 겁니다. 미래를 상상하는 일 따위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만 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뇌의 진화는 현재주의의 오류를 떨쳐내기에는 속도가 아주 더딥니다.

어떻게 하면 현재주의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답하면 불행히도 현재주의의 늪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방법은 없습니다. 미래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현재의 눈을 가지고 미래를 그려내야 하는 한계에 부닥칩니다. 아마 여러분 중 나이가 30대 후반 이상이라면 어렸을 적에 '소년 중앙'과 같은 어린이 잡지에서 2000년 대의 생활상을 그린 만화를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 만화 속에서 은박의 우주복을 입은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달나라로 수학여행을 갑니다. 현실의 2000년 대와는 아주 딴판이죠. 그런 우스꽝스러운 상상은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희망사항들이 뒤섞이고 버무려져서 나온 산물이죠.

현재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여러 가지의 다른 모습으로 상상하고 미리 그런 상황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배가 부르면 미래에 배가 계속해서 부른 상황과 그와 반대로 배가 고픈 상황을 각각 설정한 후에 어떤 느낌일지 미리 그려보는 방법이죠. 그렇게 하면 현재의 감정이나 상태에 따라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이 좌지우지되는 위험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한계는 있습니다. 미래에 나타날 여러 가지 다른 상황을 골라내는 것 자체가 현재주의로 인해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나타날 여러 가지 상황을 A, B, C, 이렇게 세 가지라고 다르게 상상했을지라도 실제로 미래에 D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최대한 대비하고 미리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상상이나 예측이 현재에서 시작되고 현재에서 끝난다'는 현재주의의 위험을 알고 대처하는 것과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에 큰 차이를 가져올 겁니다. 현재의 상태와 미래의 상태, 각각을 상상할 때 현재주의의 끈질긴 구애와 유혹을 견뎌내는 것, 이것이 또 하나의 중용은 아닐까요? 배부를 때 배고픔을 상상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