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회사의 2가지 징후   

2011. 2.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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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웠던 마야 문명은 왜 갑자기 멸망했을까요? 거대한 제국을 형성하며 위세를 떨치던 로마는 왜 분열되었을까요? 거대 석상인 '모아이'를 만들 만큼 높은 문화 수준을 자랑한 이스터 섬의 사람들은 왜 서로 잡아먹을 지경까지 이르러 붕괴되고 말았을까요? 이들 문명이 몰락한 원인들에 대해 많은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이 여러 가설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계속된 가뭄이 원인이다, 이방인들의 침입을 막지 못해서다, 자원을 무분별하게 써서 없앴기 때문이다, 등등이 그렇습니다. 모든 의견이 다 일리가 있지만, 애석하게도 이들 문명의 몰락을 아우르는 근본원인들을 잡아내지는 못합니다.

'지금, 경계선에서'의 저자인 레베카 코스타는 과감하게도 여러 문명들이 몰락한 근본원인 2가지를 제시합니다. 그녀는 문명의 몰락을 나타내는 2가지 징후로 '정체 상태'와 '믿음이 지식과 사실을 대신하는 상태'임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현대 문명에서 이 2가지가 점점 뚜렷해진다고 경고합니다.



'정체 상태'란 문명이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해결할 수 없게 될 때를 의미합니다. 마야인들은 고질적인 물 부족과 식량 부족 문제를 겪으면서도 수천 년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그들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수천 년이나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점점 심각해지는 자원 부족 문제를 저수지를 만들거나 수로를 정비하는 등 예전에 했던 방법 그대로 해결하고자 고집했죠. 저수지를 만들어 봤자 비가 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들은 인구를 이동시킨다든지 새로운 수원(水源)을 찾는 등의 획기적인 해결책은 생각해 내지 못하는 정체 상태에 빠지고 말았죠.

이렇게 문제해결에 실패하자 '믿음이 지식과 사실을 대신하는' 현상들이 심각해졌습니다. 신체가 절단된 여성과 어린 아이들의 유해가 발굴됐다는 것은 마야인들이 종국에는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주술 행위에 집착했음을 말해 줍니다. 마야인들은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이고 논리적인 해법을 멀리하고 격노한 신을 위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2가지 징후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코스타는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언급하면서 진화론적으로 설명합니다. 바로 인간의 진화 속도가 문명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매우 더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인간이 문명을 이루며 살게 된 것은 고작 1만 년 전의 일인데, 1만 년이란 시간은 두뇌가 진화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입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발생하는 문제의 복잡성 역시 심화되고 결국 인간의 두뇌로 풀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서는 '인식의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는 게 코스타의 주장입니다. 인식의 한계점에 이르면 기존에 계속해왔던 미봉책을 적용하다가 다음 세대에 책임을 전가해 버리는 지경까지 갑니다. 이것이 문명이 붕괴하는 진정한 원인이라고 코스타는 말합니다.

'정체 상태'와 '믿음이 지식과 사실을 대신하는 상태', 문명 몰락의 2가지 징후가 기업의 흥망을 가늠하는 데에 더없이 좋은 열쇠입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한때는 별로 심각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복잡성을 더해갑니다. 매출이 점점 떨어진다든지, 시장에서 지배력을 상실해 간다든지, 직원들의 애사심이 희미해져 간다든지 등의 문제 등은 기업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들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것저것 여러 방법을 써봅니다. 가격을 인하하거나, 틈새상품을 출시하거나, 직원들의 성과평가를 강화하거나, 연봉을 인상해 보거나 하는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완화책이거나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회사의 존속을 위해서는 기존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거나, 컨셉트가 완전히 다른 제품 개발에 뛰어들거나 하는 전면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마야인들이 한곳에 모여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인구를 분산시키는 해결책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듯이 웬만해선 그런 해결책을 떠올리지 못합니다. 설령 누군가가 혁신책을 내놨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맙니다. 단순히 '해보지 않았다'란 이유만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행하죠. 반대하는 자들이 내놓는 대안이란 과거에도 여러 번 시행했던(하지만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던) '열심히 하자' 식의 해결책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코스타가 지적하는 '정체 상태'입니다.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는 문제가 여전히 지속되는 데도 문제해결에 한 발자국도 나아지 못하고 완화책이나 미봉책들이 문제를 저절로 해결해 줄 거라 믿고 기대하죠. 그리고 시장에서 유행하는 경영기법들을 적용하면 회사가 금방이라도 좋아질 것처럼 믿고 거액을 쏟아 붓습니다. 효율을 높이면 효과도 높아지리라 헛된 기대심에 사로잡힙니다. 급기야 믿음이 사실을 대신하는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모 회사는 2005년에 외국기업을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기업을 회생시킬 목적으로 공격경영 전략을 기치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새로운 성장동력 없이 영업망의 확충으로만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방안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것은 매일매일 되풀이되어 강조해 왔던 영업강화 전략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장과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의 기준을 제시하려는 전략은 무시한 채 단순하게 영업을 강화하여 많이 팔아내는 것을 공격경영이라 이름 붙이긴 어렵겠죠. 공격경영이란 말 대신 ‘전통적인 전략의 가속화 방안’이란 이름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 적절합니다. 애석하게도, 그 회사의 공격경영은 익숙한 먹이를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서 더 열심히 찾아내자’라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결국 이 회사는 최근 들어 또 다른 외국기업에게 팔리면서 여전히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지금 복잡한 문제를 기존 방법으로만 해결하려는 '정체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습니까? 이 방법, 저 방법 써보면 언젠가는 문제가 해결되겠지, 하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습니까? 이 2가지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여러분은 무언가 혁신적인 해결책을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대안 없는 반대는 그만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 않아 마야인들의 운명을 경험할지도 모를 테니까요.

(* 참고도서 : '지금, 경계선에서', 레베카 코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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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은 유전일까 노력일까?   

2011. 2.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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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계에는 오랫동안 계속되온 해묵은 논쟁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본성 대 양육(Nature vs. Nurture)’ 논쟁입니다. 본성을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인간의 행동이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자로 결정된다고 믿는 반면, 양육론자들은 유전자보다 환경이 인간의 성격이나 지능을 결정하는 변수라고 주장합니다.

본성론자 중 대표격인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인간의 행동이 동물보다 지능적인 이유는 이성이 본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동물보다 많은 본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양육론자들은 인간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채 태어난다는 ‘빈 서판(Blank Slate)’ 개념을 들고 나오면서 반격을 가합니다. 게다가 인간의 유전자수가 고작 3만개 밖에 안 된다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결과는 인간의 행동을 결정짓는 데에 환경이 결정적으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는 양육론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본성론자들이 주장하는 유전적 결정론, 그리고 양육론자들이 내세우는 환경 결정론 중 무엇이 옳다고 생각합니까?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논리적 오류 중에는 '양자택일의 오류'라는 것이 있습니다. 두 개의 주장이나 대안이 있을 때 '둘 중 하나만을 반드시 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해서 원하는 쪽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몰고 갈 때 쓰는 말이죠. 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쓴 글 '양자택일의 함정'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과학 저술가인 매트 리들리(Matt Ridley)는 본성론자와 양육론자 모두에게 양자택일의 오류에 빠져있음을 꼬집습니다. 그는 유전(본성)과 환경(양육)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면서 ‘양육을 통한 본성’이라는 제3의 개념을 주장합니다. 유전자(본성)가 밑그림을 그리면 거기에 환경(양육)이 색칠을 하여 인간을 완성한다는 것이 '양육을 통한 본성'이라는 개념이죠.

예를 들어 아름다운 외모는 유전에 의해 전해지기 때문에 확실히 본성의 요소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음식, 위생, 운동, 화장 등의 후천적 환경과 노력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더욱 돋보이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하죠. 따라서 아름다운 외모는 본성과 양육의 합작을 통해 완성됩니다. IQ도 마찬가지입니다. IQ에 대해 아직 논란이 있지만 유전과 환경이 각각 50%씩 IQ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과학자들 사이에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둘 중 어느 것도 IQ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죠.

여러 기업들의 교육체계를 살펴보면 직무별 특성이나 개인의 역량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 교육'의 개념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 이유는 타고난 본성이야 어찌됐건 동일한 교육을 시키면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은 아닐까요? 여기엔 양육론자들의 ‘빈 서판’ 개념이 녹아 있습니다.

효과적인 교육시스템이란, 개인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질(본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감춰진 그것을 외부로 드러내도록 만드는 체계를 말합니다. A라는 교육에 1인당 1만원이 소요되고 그 효과는 평균 2만원이라고 해보죠. 전직원이 100명일 때, 100만원을 들여 모두에게 A를 교육시킨다면 그 효과가 200만원이 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개인별로 필요성도 다르거니와 개인의 소질도 다르기 때문이죠. 200만원의 효과가 나오려면, 1만 원짜리 교육을 여러 가지 만들어서 직원들 개개인의 본성에 적합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차별적인 교육을 통해 각자의 본성을 발현시키는 것이 ‘양육을 통한 본성’의 의미죠.

우리는 보통 능력주의를 이야기합니다. 능력이 중요하지 그 사람의 유전적 배경(본성)을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안 될 게 없다는 '자기계발 개념'이 확대되면서 이런 생각이 일반화됐죠.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본성 역시 개인의 능력을 형성하는 데 절반의 책임을 집니다. 직원들의 역량을 계발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때 본성과 양육을 적절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방향이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서 뜨뜨미지근하다 여기겠지만, 능력은 본성과 양육의 절묘한 합작품임을 깨닫는 중용의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참고자료 : '이타적 유전자', 매트 리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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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얼마나 조급합니까?   

2011. 2.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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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중에는 "바쁘다, 바빠", 이런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무언가에 쫓기듯이 일을 하고, 하나의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일 걱정에 안절부절하느라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원활하게 멀티 태스킹을 해야만 일을 '열심히', '잘' 하는 것만 같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대인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조급증'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 자신의 조급증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면 로버트 레빈이 제안하는 다음의 항목들을 가지고 스스로를 측정해 보기 바랍니다. '매우 그렇다'라고 동의하는 항목의 개수를 세어보세요. 긴가민가하거나 가끔 해당되는 항목은 '아니다'로 판단하면 됩니다.

1. 시계를 자주 들여다 본다
2. 다른 사람보다 말을 빨리 하는 편이다
3. 다른 사람이 말을 길게 하면 말을 자르고 끼어들고 싶다
4. 다른 사람이 나의 말을 자르지 못하게 한다

5. 다른 사람보다 식사를 빨리 하는 편이다
6.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천천히 걸으라고 할 때가 많다
7. 앞에 천천히 가는 차가 있으면 자주 경적을 울리는 편이다
8. 시간 엄수를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9. 무엇을 계획할 때 목록을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 하는 일 없이 앉아 있으면 불안해진다
11. 음식점이나 은행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면 포기하고 돌아선다
12. 다른 사람으로부터 서두르지 말라고 '자주' 주의를 받는다


아마 여러분은 대부분 위의 항목 중 몇 가지에 해당될 겁니다. 하지만 9개에서 12개의 항목에 '매우 그렇다'는 답변을 했다면 여러분은 '조급증' 증세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급증이 심각하면 누군가가 시간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서둘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죠. 강박관념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마이어 프리드먼과 레이 로젠먼은 조급함이 심한 사람들이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급증을 일으키는 시간적 압박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사회심리학자인 조나단 프리드먼과 도널드 에드워스는 실험을 통해서 적정한 수준의 시긴적인 압박은 삶의 만족을 이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시간적인 압박감이 최고조에 달해 매우 조급한 상태가 되면 일에 대한 만족도가 당연히 떨어지겠죠. 흥미로운 것은 지나치게 시간적인 부담이 없어서 조급할 필요가 사라지면 삶이 권태롭고 지루해져서 역시 만족도가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가장 만족도가 높을 때가 적당한 시간적 압박이 있는 상태였음을 발견했습니다.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아마도 어제 밤에 출근해서 일할 걱정으로 '회사 가기 싫다'란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가 째깍째깍거리는 일요일 밤은 가장 불편한 시간 중 하나죠.

시간 압박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말합니다. 압박을 받되 그렇다고 너무 조급해 하지 않는 월요일이 되길 바랍니다. "한 시간이라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말한 찰스 다윈의 말을 새기면서 느긋한 tea time을 가져보세요. ^^


(*참고도서 : '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 로버트 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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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회사를 판별하는 지표   

2011. 2.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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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누군가로부터 A라는 회사를 소개받을 때(혹은 헤드헌터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이 회사가 좋은 회사인가, 아닌가?"란 궁금증이 아마 제일 먼저 들 겁니다. 이럴 때 여러분은 그 회사의 무엇을 보고 '좋은 회사인지 아닌지'를 금방 가려낼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엔 그 회사의 '이직률(Employee Turnover)'를 가장 먼저 살펴봅니다. 경험상 이직률 데이터와 추이는 '회사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고 외부인이 회사의 분위기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컨설턴트나 auditor가 아니면 외부인이 회사의 이직률을 알기가 쉽지는 않겠죠). 

이직은 직원 개인에게 매우 중대한 의사결정입니다. 요즘처럼 고용이 불안한 시절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포기하고 이직을 결심한다는 것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얼마나 비전을 주지 못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죠.



물론 이직률이 낮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일시적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 안정을 추구하려는 심리로 사람들이 현재 다니는 직장에 머물려고 하기 때문에 이직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이직률이 높다고 해서 항상 나쁜 것만도 아니죠. 회사가 사양사업을 버리거나 축소할 때(즉 구조조정할 때), 또는 성장사업이라서 여러 회사에서 영입 제의가 쏟아질 때 일시적으로 이직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 요인이 없는데도 이직률이 높아진다면 이미 심각한 문제가 여기 저기에서 불거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직을 결심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과 같이 크게 7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서 한번 이상 이직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7가지 이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 연봉이 적다(다른 회사가 더 많이 준다)
- 회사가 위태위태하다(회사가 비전을 못 준다)
- 공부를 더 하고 싶다(진학이나 유학)
- 조직문화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
-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낀다
- 직무가 자신의 역량이나 성격에 맞지 않는다
- 입사할 때의 기대와 많이 다르다

본래 직원이 사직서를 내면 '퇴직 인터뷰'를 거쳐야 합니다. 그 직원이 왜 나가기를 결심했는지 조사해야 무엇이 회사의 문제인지 파악하여 개선할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퇴직 인터뷰는 고사하고 사원증이나 PC를 반납했는지 등과 같이 '정산 처리'만 겨우 하는 회사가 의외로 많습니다. 게다가 퇴직 인터뷰를 의무화하는 회사들 중 많은 곳이 기록을 남기기 위한 절차로 인터뷰를  형식적으로 운영합니다. 개선을 위한 데이터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죠.

직원 한 사람이 이직하면 회사는 얼마나 큰 데미지를 입게 될까요? 어떤 경영자는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면 그만큼의 임금이 절약되니 이익이라고 생각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겁니다. 다음과 같은 각종 비용이 직원 한 사람의 이직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 대체인력을 뽑는 데 드는 비용
- 대체인력을 뽑기 전까지 공백기간에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이 어느 정도 일을 하기 전까지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과 기존직원들이 호흡을 맞추기까지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을 교육시키는 비용

비즈니스 위크 지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하는 직원 1인당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직원 규모가 1천 명이고 이직률 10%면, 1년에 100명의 직원이 이직을 한다는 소리니까 대략 1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의 비용(10억~30억 원 정도)이 알게 모르게 지출된다는 말이죠.

이 비용이 별로 크지 않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퇴직하는 직원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지는 '암묵지'의 가치를 감안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생각보다 아주 큽니다. 게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면 우수인재일수록 서둘러(?) 이직을 하기 때문에 기업의 핵심역량에 큰 타격을 입습니다. 따라서 이직률을 1%P 낮추려는 노력이 매출을 1%P 높이려는 노력보다 중요합니다.

이미 높은 이직률 혹은 갈수록 높아지는 이직률을 간과하는 일은 회사의 암세포 덩어리를 그냥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직률 상승은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대표적인 '자각증상'이기 때문입니다. 자각증상까지 이르지 않도록(이직률이 높아지지 않도록) 평소에 조직관리를 잘 해야 좋겠지만, 이직률이 올라갈 때 신속히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 회사의 이직률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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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기 기술이 천대받은 이유   

2011. 2.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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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없는 사무실'이란 말이 쓰이지만 여전히 많은 종이와 복사기가 사무실에서 사용 중입니다. 아마 사무실에 복사기와 A4용지를 없애버리면 업무가 꽤 오랫동안 마비되거나 혼란스럽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그만큼 복사기는 PC 다음으로 업무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물건이 됐습니다.

현대식 복사기의 효시는 체스터 칼슨이라는 사람이 개발한 '제로 그래픽 기술'입니다. 혼자서 이 기술을 상용화할 수 없었던 그는 등사기 회사인 'A.B. 딕'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철필로 파란 등사지에 가정통신문 같은 내용을 쓰면 그것을 등사실의 아저씨들이 판화 찍듯이 검은 잉크를 묻혀 한장 한장 찍어내던 기억이 있습니다. A.B. 딕은 바로 그런 등사기를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의 경영진은 제로 그래픽 기술에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복사기에 비해 등사기가 훨씬 경제적이었고 등사기만으로도 충분한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10분 안에 20부를 복사하라는 지시를 쉽사리 내리지만 그때는 그럴 필요성을 별로 못 느꼈지요. 설령 똑같은 문서가 여러 장 필요해도 타이핑 속도가 뛰어난 비서들에게 시키면 그만이었습니다. 돈을 비싸게 들여 복사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A.B. 딕 뿐만 아니었습니다. 무려 20개가 넘는 회사가 칼슨의 기술에 퇴짜를 놓았으니까요. 이렇게 여러 회사의 문전에서 박대를 받았던 칼슨의 복사기 기술은 1947년에 '할로이드(나중에 제록스가 됨)'라는 회사가 수용했고 그로부터 11년 후에 최초의 사무용 복사기가 탄생했습니다.

문서를 원래 모양대로 찍어내는 복사기는 당시에 굉장히 흥미롭고 신기한 기술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왜 처음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 걸까요? 바로 '패러다임' 때문이었습니다. 복사기 기술은 '효율'을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낮은 비용'이란 개념과는 반대되는 물건이었죠. 요즘에야 효율이 중요한 경영의 가치로 인식되지만 당시에는 효율은 저비용이란 가치보다 훨씬 후순위였습니다. 싼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타이피스트들과 복사기보다 훨씬 싼 등사기가 저비용이란 가치에 부합되었죠. 여러분은 복사기의 미래 가치를 보지 못한 A.B. 딕의 경영진이 멍청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비용 패러다임' 하에서 그들의 선택은 매우 합리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점 중 하나는 패러다임이 생각의 공간을 제공하고 의사결정과 미래에 대한 시각을 규정하는 틀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패러다임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에 나쁘게만 봐서는 안 됩니다. 패러다임 없이는 분석적인 추론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해지죠. 따라서 A.B. 딕 경영자의 선택은 당시에 패러다임 하에서 행한 '옳은'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현재의 패러다임 하에서는 그것의 울타리를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과 미래의 일들을 웬만해선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불확실성 때문에 미래를 예견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패러다임이 사고의 틀을 제한하기 때문에 '복사기가 거의 모든 사무실의 필수 사무기기가 될 것이다'란 전망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죠. 그래서 게리 해멀은 "기업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실패한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시각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매우 근본적인 물음이고 그렇기 때문에 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렇게 하면 미래 예측력이 높아진다"고 선전하는 책들이 넘쳐나지만 딱히 해답이 손에 잡히지 않는 고차원적인 선언만 난무합니다. 저에게도 딱부러지게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대답이 없습니다.

최선의 대답은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것입니다. 워크맨으로 휴대용 오디오 기기의 선두주자였던 소니가 MP3의 기회를 외면한 것, 즉석카메라 기술로 유명했던 폴라로이드가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견했음에도 그 기회를 애써 무시한 것, 알타비스타와 야후가 구글의 검색기술을 100만 달러라는 싼 가격에 사라는 제안을 거부한 것 등이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에 대비하지 못한 단적인 사례들입니다.

변화의 조짐을 감지하고 그것의 기회와 위협의 시나리오를 한편의 드라마처럼 시각화함으로써 창조적인 도약을 방해하는 현재의 패러다임에 의도적으로 저항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상력과 통찰력과 직관을 총동원하여 패러다임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시도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런 시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거대한 성공과 거대한 실패를 가르는 변곡점이 된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스마트 월드', 리처드 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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