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을 모독하는 나쁜 명제   

2011. 1.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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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

여러분은 이런 식의 말을 (아마도 자주) 들어본 적이 있거나 누군가에게 말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변화에 저항하기 마련이다"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도 모르겠네요. 예컨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고 해도 직원들이 변화에 저항하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이 문장이 사용되곤 합니다.

물리학자이자 제약이론(TOC) 전문가인 엘리 골드랫이 이 문장을 듣는다면 아마도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겁니다. 그는 사람들이 변화에 저항한다는 말이 고정관념일 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한 추궁을 모면하기 위해 내뱉는 '인격 모독적인' 발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인격 모독적인 고정관념은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순환논리'를 가져 온다고 말합니다. 그는 왜 이렇게 주장할까요?



그는 '초이스(Choice)'란 책을 통해 논리적으로 이렇게 반박합니다.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란 말을 분리하면 다음과 같이 2개의 문장이 나옵니다.

원인 : 변화가 크다
결과 : 저항이 크다

여기서 '변화가 크다'란 원인은 추상적인 생각입니다. "1과 1을 더하면"과 같은 구체적인 진술이 아니죠. 어떤 생각이 추상적이라면 그것이 옳다고 곧바로 인정하지 말라고 골드랫은 조언합니다. "변화가 크다"란 말이 원인으로서 타당함을 갖추려면, "저항이 크다"란 현상이 항상 발생하거나 대체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즉, 변화가 커도 저항이 크지 않은 경우가 충분히 존재한다면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란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반례(反例)가 없거나 적을 때만 이 문장을 수용할 수 있겠죠. 골드랫의 이같은 생각은 반증(反證)에 의해서 과학이 발전한다는 칼 포퍼의 주장에서 비롯됩니다.

그렇다면 반증을 한번 해볼까요? 변화가 커도 저항이 크지 않은 경우를 찾으면 됩니다. 여러분이 조금만 주위를 살펴보면 반증의 근거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결혼, 이직, 이민 등과 같은 개인적인 일 뿐만 아니라, 조직 개편, 비전 재설정 등과 같은 기업의 새로운 시도들은 상당히 큰 폭의 변화를 요구하지만 실행에 옮겨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성공하는 경우를 압도할 만큼은 아닙니다.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죠. 따라서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란 말은 충분한 반증 근거가 있기 때문에 옳지 않습니다.

골드랫이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란 문장이 인격을 모독하는 말이라고 비판한 이유는 조금만 살펴보면 틀리다는 증거를 찾을 수가 있는데도 사람들이 대개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개성을 무시한 채 "인간은 원래 변화에 저항하는 동물이야"라고 자동적으로 믿어 버리는 것처럼 인격 모독적인 발언은 없습니다. 이렇게 모든 문제의 원인을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치부하면 당장은 편해도(그리고 뭔가 '있어' 보여도)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렇게 핑계 대기 좋지만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논리들을 '순환논리'라고 부릅니다.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란 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을 때, "직원들이 항의한다", "파업을 한다", "회사를 나가 버린다" 등등 "저항이 크다"란 구체적인 사실을 언급한다면 여러분은 순환논리에 빠진 겁니다. X가 왜 Y의 원인이냐는 질문에 Y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순환논리에 빠지면 "문제를 발생시킨 건 모두 네탓이야"란 비난으로 발전되기 마련입니다. 순환논리를 적용해도 문제가 해결될 리 없으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잘못을 남에게 전가해 버리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문제는 더욱 미궁에 빠지고 맙니다. 문제를 떠넘기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나쁜 방법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접할 때 직관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 직관들이 옳을 때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라는 말 같은 고정관념일 가능성이 큽니다.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우리의 머리 속에 형성된 고정관념들이 직관으로 보기 좋게 포장되어 나올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의 직관을 믿기 전에 그 직관이 옳은지 먼저 입증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에 대한 저항이 커서 새로운 제도가 실패하고 말았다"라는 식의 영양가 없는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는 오류에 빠지고 말 테니까요. 우리가 저항할 대상은 인격을 모독하는 나쁜 명제들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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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커피 쿠폰을 빨리 찍으려면   

2011. 1.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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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몇몇 커피 전문점에서는 판촉을 위해 커피를 구매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줍니다. 10잔이나 12잔 정도를 마시면 한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쿠폰을 주는 것이죠. 이 쿠폰이 사람들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짐작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란 키베츠(Ran Kivets)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키베츠는 스탬프를 10개 찍어야 공짜 커피를 주는 쿠폰과, 12개를 찍어야 하는 쿠폰, 이렇게 2가지 쿠폰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는 12개를 찍어야 하는 쿠폰에는 이미 2개의 스탬프를 찍어 뒀습니다. 이 쿠폰을 자기네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고 그들이 공짜 커피를 얻기 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무작위로 나눠줬기 때문에 학생들의 취향은 골고루 섞였다고 가정했지요.



사실 쿠폰은 2가지이지만, 똑같이 10개의 스탬프를 찍어야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공짜 커피를 받기 까지의 시간은 차이가 나지 않으리라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12개 짜리 쿠폰(이미 2개의 도장이 찍혀 있는)을 받은 학생들이 10개 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보다 20%나 빨리 공짜 커피를 얻었다고 합니다. 전자는 12.7일이 걸린 반면, 후자는 15.6일이 걸렸으니 말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사람들은 성공이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할 때 더 큰 동기를 부여 받음을 이 실험은 시사합니다. 12개의 빈칸에 2개의 스탬프를 찍어주면 사람들로 하여금 "앞으로 10개만 찍으면 공짜 커피가 생긴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공짜로 찍어준 2개의 스탬프가 공짜 커피라는 '성공'이 멀지 않도록 느끼게 하죠. 반면, 도장이 하나도 안 찍힌 10개 짜리 쿠폰을 보면 "이 빈칸을 언제 다 채우나"란 생각을 들기 때문에 중간에 도장 받기를 포기하거나(저도 그런 적이 많습니다) 공짜 커피를 받기 까지 오래 걸립니다.

키베츠의 실험은 마케팅에 활용할 가치가 있는 연구 결과이지만, 팀이나 사업부에서 목표를 설정할 때도 좋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10만큼의 목표를 달성하자고 말하는 것보다, 12만큼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미 2만큼은 달성했으니 10을 더 달성하자라고 말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결과적으로 10만큼의 성과를 달성하기 때문에 '달성량' 차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후자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목표 달성에 큰 동기를 불어 넣지 않을까요?

물론 실험을 해보지 않아 단언할 수는 없지만, 키베츠의 실험은 '성공이 멀지 않았다' 혹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라고 관리자와 직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목표의식을 갖는 것이 제도, 계획, 절차와 같이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요소보다 중요할지(혹은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키베츠의 실험과 비슷하지만 초점이 다른 또 하나의 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에이즈에 걸린 아프리카 고아들을 돕는 모 자선 단체는 1만 달러를 모금하기 위해 기부를 요청하는 '편지 보내기 이벤트'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에얼렛 피쉬바흐란 행동심리학자는 편지에서 무엇을 강조하냐에 따라 기부를 약속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달라지리란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피쉬바흐는 '현재까지의' 모금액을 강조하는 편지와, 1만 달러가 되기 까지 '앞으로 남은' 금액을 강조하는 편지, 이렇게 2개의 편지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발송했죠.

그랬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전부터 기부를 해오던 사람들은 '현재까지의' 모금액이 강조된 편지보다는 '앞으로 남은' 금액을 강조하는 편지에 더 많은 기부를 약속했습니다( 1.6% 대 12.5%). 반면 한번도 기부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앞으로 남은' 모금액을 강조하는 편지보다 '현재까지의' 모금액을 강조한 편지를 받은 편지에 더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24.2% 대 8.3%).

피쉬바흐는 이 실험 결과를 놓고 이렇게 해석합니다. 기부를 쭉 해오던 사람처럼 확고한 의지를 지닌 사람에게는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기부에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처럼 상대적으로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는 달성된 부분을 돋보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입니다. 어떤 부분을 강조하냐에 따라 동기부여의 수준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기업에서는 보통 연초에 목표를 설정하고 난 후에 6월이나 7월 정도가 되면 '중간평가'라는 과정을 거칠 겁니다. 중간평가는 실제로 평가를 실행하는 절차라기보다는(물론 어떤 회사는 점수에 '반영'하기도 하지만), 상반기의 목표 달성의 과정과 결과를 점검하고 피드백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컵에 같은 양의 물이 담겼어도 '물이 반이나 남아있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물이 반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듯이, 직원들 중에는 분명 목표 달성의 의지(열성)가 강한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이 있을 겁니다. 어쨋든 관리자 입장에서는 중간평가할 때 의지(열성)가 강한 직원들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 모두 목표 달성에 매진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싶을 겁니다.

이때 피쉬바흐의 실험 결과를 고려해서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하면 어떨까요? 즉 의지가 강한 직원들에게는 앞으로 목표 달성치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강조함으로써 "더 열심히 하면 달성할 수 있어"라고 독려해 주는 겁니다. 마치 "공짜 커피를 마시려면 앞으로 10개만 더 찍으면 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직원들에게는 현재까지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강조함으로써 "지금까지 잘 했다"라고 칭찬해야 좋겠죠. 이는 "12개 짜리 쿠폰인데 이미 2개나 찍혀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달리 말해, 성공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이렇게 직원들의 성향에 따라 피드백이 강조점을 달리 한다면, 결과적으로 팀과 사업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의지가 중간 정도의 직원에게는 앞으로 남은 부분과 지금까지 달성한 부분을 비슷하게 강조하면 되겠죠).

만약 반대로 피드백하면 어떨까요? 의지(열성)가 약한 직원에게 앞으로 남은 목표를 강조하면 "이것을 무슨 수로 달성해?"란 부정적인 압박감 때문에 "그냥 관두자"라고 포기할지 모릅니다. 의지가 강한 직원에게 지금까지 달성한 목표 부분을 강조하여 피드백하면 관리자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여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겠지"라는 생각을 유도할지 모릅니다.

이 또한 실험을 하지 않았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직원들의 개별적 성향을 반영하여 피드백해야 한다는 점은 새겨둘 만합니다. 동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말이죠. "이렇게 하면 동기가 샘솟는다"라는 도깨비 방망이식 해법은 없습니다. 직원들 개인이 어떤 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지, 낙천적인지 혹은 비관적인지, 내성적인지 혹은 외향적인지 등에 따라 '동기가 활활 타오르는 발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포인트를 찾는 일은 경영자의 최우선 의무이고, 한쪽으로 치우침 없는 중용이 아닐까요?

(*참고 사이트 :http://bit.ly/6ogvOq )
(*참고도서 : '당근과 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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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시각으로 환경을 바라보라   

2011. 1.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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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성공 여부는 환경의 변화 방향을 옳게 파악하는 데에 달렸음을 누구나 압니다.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오는 악당이 과거에서 훔쳐온 '스포츠 연감'으로 떼돈을 벌었듯이, 미래의 모습을 털오르라기 하나까지 훤히 들여다 보는 능력이 있다면 시장을 한순간에 장악할 경쟁력을 갖출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불확실해서 그 변화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는다는 데 있습니다. 누구나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하지만, 예측하려 하면 할수록 미래는 손에 쥐면 빠져나가는 물처럼 잡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를 탐색하는 일을 그만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지 예측하지 말라는 뜻이죠. 미래를 하나의 확실한 모습으로 확정지으려는 예측보다는, 불확실성이 낳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그것이 현명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탐색해야 하겠죠.



환경의 변화를 탐색하는 일은 ‘사금(沙金) 캐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사금 캐기는 강 밑의 모래를 한 가득 체로 떠서 필요 없는 것들을 물에 흘려 보내고 반짝반짝 빛나는 사금만 세심하게 채취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합니다. 이처럼 의사결정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환경의 변수를 모두 끄집어 낸 다음에 적절치 않을 것들을 제거하고 정제하는 것이 환경의 변화를 탐색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관련 있다 싶은 모든 것을 ‘마구’ 생각해 낸 다음에 하나씩 골라내는 것이 성공 포인트입니다. 금 덩어리 하나가 만들어지려면 사금 조각들이 적어도 수백, 수천 개가 모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러분이 환경의 변화를 탐색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첫째, 상식을 경계해야 합니다. 시금치가 철분이 많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철분 함량을 논문에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생긴 오해인 것처럼, 상식 중 많은 것들이 사실과 다릅니다.

정부와 기업의 자발적인 탄소 배출 억제 노력이 성공을 거둬서 온난화의 위험을 막으리라 기대하겠지만, 인간의 힘으로 중지시킬 수 없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변화동인을 규명할 때 여러분의 상식은 선입견으로 돌변합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여러분의 상식을 다시 검토하기 바랍니다.

둘째, 트렌드 중 많은 것들이 역(易)트렌드와 쌍을 이룸을 유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보급으로 인해 중개자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제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소위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가 대세가 된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개자들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정보가 홍수를 이루면서 ‘좋은 선택’을 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졌기 때문에 가격 비교 사이트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중개자들이 출현하는 ‘재중개화(re-intermediation)’ 현상이 역트렌드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어떤 것이 환경의 변화라고 인식될 때마다 반드시 그것과 반대되는 현상이 존재하는지 검토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셋째, 책상을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 환경의 변화를 탐색하면서 아이디어의 빈곤에 시달리게 됩니다. 바로 그럴 때가 책상을 박차고 나갈 때입니다.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약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100명이 넘는 전문가와 인터뷰하고 토론을 벌여 잠재적인 환경변수 목록을 작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여러분은 경영진과 전문가 집단의 아이디어로부터 풍부한 환경변수의 풀(pool)을 구축하기 바랍니다.

넷째,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영역도 탐색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두운 밤길을 가다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해보십시오. 가로등 아래는 환하지만 다른 곳은 아주 캄캄할 겁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가로등 아래를 위주로 살펴보게 될 겁니다.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 잃어버린 물건이 떨어져 있을 확률이 더 높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입니다. 평소에 잘 알고 익숙한 영역만을 집중해서 환경의 변화를 찾으려 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환경의 변화는 관련 산업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부에서 발생하여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출판업자라면 환경문제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삼림의 파괴로 나무가 사라져 종이값이 폭등하면 도서 원가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수익성이 악화시킵니다. 따라서 환경 파괴는 중요한 환경변수 중 하나가 돼야겠지요.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피에르 왁(Pierre Wack)은 ‘말[馬]의 시각’으로 환경을 바라보라고 조언합니다. 말의 눈은 머리의 양 옆에 달려 있어서 앞쪽보다는 가장자리의 초점이 더욱 명확합니다. 이처럼 환경의 변화를 탐색할 때는 익숙한 것만 바라보지 말고 시각을 확대해서 주변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열심히 ‘곁눈질’해야 함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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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전쟁이 아니다   

2011. 1.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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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자동인출기, 즉 ATM이 없는 은행은 요즘에 거의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은행 지점마다 24시간 계좌 입출금이 가능한 자동화 코너가 한밤 중에도 환히 불을 밝히죠. 이 ATM이 언제 처음 개발됐을까요? 놀랍게도 1970년대 말이었습니다.

1978년에 씨티은행은 자체적으로 ATM을 최초 개발했습니다. 다른 은행들 역시 그 무렵 이후부터 ATM을 속속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들이 ATM을 편리하게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은지를 알았던 다른 은행들은 공동 네트워크를 운영함으로써 고객들이 어느 은행의 ATM을 사용하더라도 돈을 출금할 수 있도록 했죠. 그들은 씨티은행에게 ATM 공동망에 같이 참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 씨티은행은 (지금도 그렇지만) 전세계적인 지점망을 보유한 거대 은행이었습니다. 게다가 ATM을 최초로 개발한 금융업의 선두주자였습니다. 그래서 자존심이 셌던 걸까요? 씨티은행은 공동망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했습니다. 

씨티은행이 규모가 큰 은행이라 만약 공동망에 가입하면 다른 은행들만 득을 보고 자신들은 별로 이득이 없으리라 판단했던 거죠. '고객들이 우리 은행에 계좌가 없어도 언제든 우리 은행의 ATM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우리가 왜 ATM을 개발하느라 고생한 거지?' 씨티은행으로서는 수용 불가능한 '굴욕적' 제안이었습니다.

씨티은행과 다른 은행들 간의 '기 싸움'에서 누가 승리했을까요? 눈치 챘겠지만, 다른 은행들의 ATM 공동망이 시장을 주도하게 됐습니다. 씨티은행은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1991년에 공동망에 참여하고 맙니다. 씨티은행은 다른 은행 고객들이 자신들이 구축한 ATM망을 이용하는 행위(비록 수수료를 받지만)가 경쟁사를 살찌운다는 생각만 했지, 자기네 고객들이 돈을 뽑으려면 씨티은행 ATM을 찾아 헤매는 불편은 생각하지 못했거나 무시했습니다.

'경쟁'이란 무엇일까요? 경쟁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떤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아마 시장이라는 전장(戰場)에서 서로 칼을 휘두르는 전투 장면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경쟁사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으로 생각할 겁니다. 이렇게 경쟁사를 적으로 간주하고 경쟁을 전쟁로 생각하는 이유는 경영을 제로섬 게임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빼앗지 않으면 경쟁사가 우리의 것을 빼앗을 거란 인식이죠.

하지만 경쟁이 항상 제로섬 게임일까요? 경쟁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mpete는 라틴어인 competere에서 유래했는데 원래는 '함께 구하다'란 뜻이었습니다.'좋은 경쟁'이란 경쟁사를 철저히 무찌르는 것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에서 빠져나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어원입니다.

시장의 크기를 더 키울 수 있는 '넌제로 게임(Nonzero Game)'이 가능하려면 경쟁사와 전쟁을 벌이기보다는 때론 '공생'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씨티은행이 초기부터 공동망에 참여했더라면 분명 경쟁사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꼴이었겠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오리라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은행의 공동망 이용이 편리하다고 느낀 고객들이 이탈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죠. 경쟁을 전쟁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관점이 더 큰 이익에 눈을 멀게 한 겁니다.

경쟁은 전쟁이 아닙니다. 경쟁은 경쟁사와의 싸움이기 이전에, 시장에서의 생존적응력을 키우는 일입니다. 육식공룡이 지상동물의 최강자가 되었지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했듯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경쟁사를 제압한다고 해서 생존을 보장 받지 못합니다. 공멸할 뿐이죠.

경쟁을 전쟁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경영학자나 컨설턴트의 논리에 경도되지 않았습니까? 전쟁의 관점으로 보면 생존을 위한 장기적인 시각을 잃을지 모릅니다. 비즈니스에서의 경쟁은 경쟁자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경쟁자보다 적응력을 높이는 일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경쟁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경영의 중용입니다.

(*참고도서 : '코피티션(Co-opeti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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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한 것과 예측 불가능한 것   

2011. 1.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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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제2의 천성이라 일컬을 만큼 인간들에게 본능적인 습성입니다. 우리는 미래의 불확실함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몰두를 하거나 지대한 관심을 지닙니다. 수많은 종류의 예측 기법들이 난무하고 예측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경제학자, 컨설턴트, 기상예보관, 미래학자 등)이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는 점(그리고 그들이 제법 돈을 잘 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지요.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래를 정확하게, 아니 근사한 수준으로 예측하는 기법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미래의 변화를 미리 짚어낸 예측전문가들도 거의 없습니다. 가까이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촉발할 거라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어쩌다가 예측이 적중한 예측전문가가 있을지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행운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예측의 허구에 대해서는 여러 번 다른 글을 통해 이야기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예측은 부질없고 소용없는 일일까요? 예측은 항상 틀리기만 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예측의 조건' 2가지를 충족한 예측은 타당하고 또한 충분히 납득 가능합니다.

예측의 조건

(1) 현재 시점에서 미래 시점으로 이어지는 '입증된 자연법칙'이 필요하다
(2) 시작점인 현재 상태(초기조건)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이런 뜻입니다. 방정식이든 논리적인 추론이든 예측에 사용되는 도구나 기법이 자연법칙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언제라도(적어도 아주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법칙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중에서 공을 놓으면 몇 초 후에 땅에 닿을 것이다"라고 누군가가 예측할 때 그의 말이 타당하고 옳은 이유는 예측에 사용된 중력 법칙이 자연법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렇게 주장한다고 해보죠. "내일의 주가는 오늘의 주가에 0.1을 곱하고 10을 더하면 예측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는 y=0.1x + 10 이라는 방정식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 방정식은 '주가의 법칙'으로 보이긴 하지만, 자연법칙은 절대 아닙니다. 그 사람의 경험법칙이거나 과거 데이터를 회귀분석해서 얻은 '추세식'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그 사람의 예측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와 변수 간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변수가 많더라도 그것들이 뭔지 알면 좋으련만, 무엇이 주가를 변동시키는지 집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매순간 바뀌기 때문에 주가의 변동에서 일반적인 자연법칙을 이끌어내기란 불가능합니다.

수많은 주식전문가들이 갖가지 '자연법칙스러운' 예측 모델을 만들어냈노라고 주장했고 또 주장하고 지만 주장하지만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예측 모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주식 시장이 합리적인 요인과 비합리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이기 때문입니다. 복잡계는 일정한 패턴이나 법칙을 찾을 수 없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그래서 워런 위버란 사람은 "알거지가 되는 최고의 방법은 운에 좌우되는 게임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고 믿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주가 예측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그런데 천년에 1명 나올까 말까한 천재가 나타나서 '언제 어디서라도' 기업가치를 예측하는 방정식을 찾아냈다고 가정해 보죠. 우리는 그를 '기업가치 법칙'이란 자연법칙을 발견해낸 위대한 사람이라고 칭송할 겁니다. 아마 노벨상을 100개 정도 수여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럴 때 그가 규명한 방정식을 사용하면 특정 기업의 미래 가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아직 확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측의 조건 중 두 번째인 '시작점인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죠. 위에서 복잡계는 합리적인 요인과 비합리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천재가 규명한 방정식이 '비선형 방정식'임을 의미합니다. X의 값에 Y의 값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천재가 규명했음직한 기업가치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가정해 볼까요? (이 방정식은 상징적인 예시일 뿐입니다. 실제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정식이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

Y = 4X * (1 - X)

X : 현재의 기업가치
Y : 1분 후의 기업가치

아마 기업가치 방정식(실제로 존재할 리는 없겠지만)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겠죠. 어쨋든 이 방정식은 X의 제곱항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복잡계를 나타내는 비선형 방정식입니다. 게다가 2분, 3분 이후의 기업가치를 구하기 위해 Y가 다시 방정식에 대입되는 '되먹임(feedback)'이 존재합니다.

이 방정식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X라는 현재의 기업가치입니다. 이것을 간단하게 '초기조건'이라고 부릅니다. 초기조건의 값이 잘 입력돼야 그 후의 기업가치가 잘 계산되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비선형 되먹임 방정식'은 초기조건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X가 조금만 달라져도 예측이 틀어진다는 점이죠. 진짜 그런지 살펴볼까요?

초기 기업가치의 실제값을 0.7 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측정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기업가치를 0.700001 이라고 잘못 측정했다고 해보죠. 겨우 백만분의 1의 오차라서 별것 아니라 생각하겠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파란 선은 이 방정식에 0.7을 입력한 실제의 기업가치 곡선입니다. 반면, 붉은 점선은 0.700001을 입력한 예측 곡선이죠.


보다시피, 17분까지는 실제값과 예측값이 거의 일치합니다. 하지만 18분부터는 갑자기 예측 곡선이 실제 곡선을 벗어나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겨우 오차가 백만분의 1인데도 18분 이후의 예측이 실제와 달라지는 겁니다. 만일 이보다 세밀하지 못하게 초기 기업가치를 측정(대부분 이렇겠죠)한다면 18분 이내는 커녕 2~3분 후의 미래 기업가치도 예측하지 못하겠죠. 이처럼 기업가치를 오차 없이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다면 천재가 규명한 방정식도 무용지물입니다.

즉, 복잡계 성격을 띠는 시스템을 움직이는 자연법칙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초기조건을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다면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위에서 봤듯이 제법 정밀하게 측정했다 해도 조그만 오차가 '되먹임' 과정을 통해 빠르게 증폭되어 예측이 빗나가 버리고 맙니다.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예측 모델이 있다는 것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예측할 수 있으려면 예측에 필요한 자연법칙이 존재해야 합니다. 또한 시작점인 현재의 상태(즉 초기조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2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우리의 예측은 의미가 있습니다. 두 조건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예측할 수 없는 것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능력은 예측을 잘 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려는 오류에 빠지진 않았는지 위의 예측의 조건으로 여러분이 가진 예측 모델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예측이 '예측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의 예측을 신뢰해서는 안되겠죠.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려는 노력보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혹은 바라지 않는 결과)가 나올 때를 대비하는 일이 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더불어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혼돈의 과학', '욕망을 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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