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택을 위한 기술   

2010. 11.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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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가 많고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을 때 선택을 쉽게 하기 위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37%법칙과 속성별 제거법인데요, 어떤 것인지 함께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애플 아이튠즈에서 보기 (이 방법을 가장 추천합니다)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394088827 

YouTube(유튜브)에서 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MVBjo63WsSM

* 슬라이드 다운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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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 100 퀴즈에서 이기려면?   

2010. 11.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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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1 대 100'과 같은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10단계까지 문제를 다 맞히고 이제 최후의 문제인 11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은 여러분이 퀴즈왕으로 등극할지 아니면 아쉽게도 5천만원의 상금을 잃을 것인지 나름대로 예상해 보면서, 이번엔 어떤 문제가 나올까 화면을 주시합니다.

드디어 11번째 문제가 화면에 나옵니다.

"다음 중 그룹 송골매의 1기 멤버가 아닌 사람은?"

1번 : 이응수
2번 : 지덕엽
3번 : 김기훈
4번 : 이봉환

(* 실제 1 대 100 프로그램에서는 보기가 3개이지만, 여기서는 4개라고 가정합니다)

최후의 문제답게 꽤 까다로운 문제군요. 과거부터 송골매의 열렬한 팬이라면 답을 금방 알아맞히겠지만, 여러분이 젊은 세대라면 송골매의 멤버로는 겨우 배철수 밖에 모를 겁니다. 하지만 4개의 보기엔 배철수가 없어서 맞힐 확률이 더 적군요. 5천만원이란 거액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나왔으니 속이 타들어 갈 겁니다.


다행히 여러분에겐 '100인의 답'이라는 찬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11단계까지 오는 동안 한번도 찬스를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00인의 답이란 100명의 참가자들이 각 보기에 어떻게 답을 했는지 분포를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여러분은 그 분포를 보고 4개의 보기 중 하나를 최종 선택해야 합니다(실제 1 대 100 프로그램의 진행방식과 다를 수 있으나 여기에선 이렇게 가정합니다).

아마 이 순간 여러분의 머리 속에는 "100인의 선택을 따라야 하나, 아니면 내가 그냥 찍어야 하나"란 생각이 왔다갔다 합니다. 다수가 특정 답을 많이 했다고 해서 그것이 정답이라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100인도 여러분처럼 송골매 멤버로는 배철수 밖에 몰라서 아무렇게나 찍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100인의 답(100인이 가장 많이 선택한 답)을 정답이라고 결정해야 할까요? 위 문제의 정답을 미리 말하자면, '3번 김기훈'입니다. 제가 그냥 임의로 가져다 쓴 이름입니다(독자 중에 동명이 있다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이럴 때 100인의 답 중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는 응답 역시 '김기훈'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서 100인이 가장 많이 답하는 보기가 진짜 정답일 확률이 꽤 큽니다. 그래서 송골매에 대해 일말의 단서도 없는 여러분은 혼자 결정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100인의 답을 따르는 게 좋습니다.

왜 그럴까요?

100인 중에서 송골매의 골수팬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들은 송골매가 1기부터 어떤 멤버인지 줄줄이 꿰차고 있겠죠. 그런 사람이 100인 중에서 3명이 있다고 가정해 보죠. 이 사람들은 3번이 정답임을 금세 알 겁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송골매에 대해 불완전하게 아는 탓에 위의 보기 중에서 두 사람만 정확히 송골매의 멤버였음을 압니다. 예를 들어 '이응수와 지덕엽'만 아는 사람이 100명 중에 2명이 있다면, 그들은 김기훈과 이봉환 중에 하나를 찍을 겁니다. 둘 중 하나를 찍는 것이기 때문에 김기훈은 확률적으로 1표를 얻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이응수와 이봉환'아는 사람도 2명, '지덕엽과 이봉환'만 아는 사람도 3명이면, 김기훈은 모두 3표를 얻겠죠.

송골매에 대한 기억이 더 불완전한 사람들, 즉 위의 보기 중에서 한 사람만 정확히 멤버였다고 아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이응수'만 아는 사람이 100명 중에 3명이 있다면, 그들은 지덕엽, 김기훈, 이봉환 중에 하나를 찍겠죠. 그래서 김기훈은 확률적으로 1표를 얻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덕엽'만 아는 사람이 3명, '이봉환'만 아는 사람이 3명이 있다면, 김기훈은 여기에서도 총 3표를 얻습니다.

하지만 100명 중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82명은 송골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4개의 보기 중에서 하나를 임의로 선택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기훈은 4분의 1인 20표 정도(혹은 21표)를 얻을 겁니다.

상황이 이와 같다면, 100인 중에서 김기훈을 선택하는 사람은 모두 29명 내지 30명일 겁니다. 그리고 이응수, 지덕엽, 이봉환을 선택한 사람들은 각각 23명 내지 24명이겠죠. 김기훈이 다른 보기보다 6~7표를 더 얻는다는 말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82명을 4로 나눌 때 소수점 아래는 '버림'을 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위와 같이 100인의 답 분포가 제시되면(즉 김기훈이 가장 많이 나온다면), 고민하지 말고 김기훈이 정답이라고 결정하는 게 아주 유리합니다.

물론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100인 모두가 송골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찍는다면, 김기훈은 다른 보기와 마찬가지로 확률적으로 25표 밖에는 못 얻기 때문에 다른 보기와 구분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100인이 김기훈이 아닌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지목할 확률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100인 중에서 조금이라도 송골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다면 김기훈이 정답이라고 알려줄 가능성이 큽니다.

다수의 선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경우엔 '다수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는 것을 위의 사례가 알려줍니다. 각 구성원이 해답에 대해 아주 작은 정보를 안다면 집단 전체는 어려운 문제의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의미죠.

물론 복잡한 문제를 무조건 다수의 손에 맡기겠다는 생각은 위험하지만,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한 문제일 때는 집단의 지성을 이용하는 방법이 현명합니다. 모든 걸 틀어쥐고 독불장군처럼 혼자 결정하겠다는 생각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수의 선택을 따르라' 이 논리는 이미 기원전 4세기 때 아리스토텔레스가 간파했습니다. 그는 "탁월함과 실용적인 지혜를 분담하는 대중 속의 개인들이 모인다면, 그들은 많은 발과 손과 감각기관을 지닌 한 사람처럼 되며, 성격과 사고 측면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습니다.

집단의 지혜를 모으면 실수는 줄고 최상의 해법이 떠오른답니다.

(*참고도서 '스마트 스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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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의 화해   

2010. 11. 2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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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의 화해


아침은 한낮의 오만함 끝에
저녁 무렵 긴 그림자 내려놓고
야윈 등을 보인 채 멀어진다
그만 화해하자는 미소를 내게 보였지만
난 모른 척 시계만 들여다 보았다
얕게 숨을 쉬면서, 믿음 따윈 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길을 잃은 건 나지, 나의 아침이 아니다
한밤 중 어지러운 눈으로 찬물 들이키고
어둠이 그대로 아침이기를 바랬던 나지,
가엾은 아침이 아니다

떠나는 아침에게는
편지지 위 한 방울 눈물 같은 냄새가 난다
내 분노에 놀라 급히 흘린 그의 눈물이다

마른 눈물 자국처럼 어둠이 접힐 때
어둠 속 나는 아침이 그립다
나를 떠난 아침은
입 다문 지평선 너머로 쉴 참도 없이 길을 가겠지
 
내 분노가 식고
내 용서가 너를 맞이할 때까지
고된 길을 가고 또 가겠지

아침이 오면
나는 바란다, 시간이 존재하는 한,
너와 나는 꿈이 아니기를,
차마 슬픈 현실이기를



* 1999년 어느 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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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동차가 나무에 깔렸다면   

2010. 11.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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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사진은 지난 번 태풍 '곤파스'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간 날 아침(9월 3일)에 제가 직접 찍은 것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목격한 장면이죠. 언뜻 살펴보니 새차인듯 했는데 수리해서 쓰지 못할 만큼 지붕이 내려 앉았습니다.


여러분이 이 차의 주인인데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주차장에 와보니 차가 이 지경이 됐다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습니까? 우선 이게 무슨 일인가, 라며 크게 놀라겠죠. 아마 처음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본 후에 차를 안전한 곳에(적어도 나무에 깔릴 위험이 없는 장소에) 옮겨 놓았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가 찾아옵니다. 설마 하면서 차를 그냥 두기로 한 결정에 속이 상합니다. 또 나무에 깔린 차를 어떻게 빼내지, 라는 걱정도 앞섭니다. 이같은 천재지변에도 자동차 보험이 적용되는지는 좀 지나고 나야 생각납니다. 여하튼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휘젓고 다니면서 복잡한 마음이 되겠죠.

반대로 여러분이 차 주인의 친구라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친한 사이라면 태풍 온다고 할 때 빨리 옮겨 놓지 뭐했냐, 며 핀잔을 주면서 보험이 되는지 알아보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할 겁니다.

이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태풍과 같은 환경의 변화로 인해 피해가 클 것이라는 경고를 받아도 설마 내가, 우리가 영향을 받겠냐는 생각에 위험을 줄이려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과 같은 간단한 조치나 방지책도 현재 누리는 상황이 안락할 때는 태산을 옮기는 일만큼이나 힘들고 쓸데없는 일로 느껴집니다. '설마~'라는 조건문을 달면서 엉덩이를 스스로 주저 앉히죠. 그러다가 이런 사고가 터지면 후회를 하거나 그때 가서야 재발방지책을 만든다고 허둥댑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입니다.

핀잔을 주는 친구의 태도도 새겨볼 만한 부분입니다.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는 이렇게 '그때 그렇게 했어야지, 뭐했냐?'는 식의 비난들이 봇물처럼 쏟아집니다. 자기의 일이 아닐 때(혹은 자기의 책임이 아닐 때)는 '내 그럴 줄 알았다'식의 사후판단은 누구나 하기 쉽죠. 자신도 태풍도 온다는 소식에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으면서 말입니다. 진짜로 '내 그럴 줄 알았다'면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또한 미래에 벌어질 사고에 대해 미리 방지책을 마련하는 조치는 돈과 노력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단순하게 비판해서는 곤란합니다. 설령 대비하기로 한 위급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이미 지출한 돈과 노력을 무조건 아까워할 일도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돈과 노력은 불확실한 환경을 안전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보험 납입금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왜 그렇게 자원을 낭비하냐'는 비난은 1년간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자동차 보험금을 아까워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미래에 불확실성을 현명하게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무슨 일이 터질지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비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터진 후에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도 미리 계획을 세웁니다. 비록 자신의 대비와 계획이 나중에 쓸일이 없다 해도 '에이, 그냥 아무것도 하지말 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무탈하게 지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감사할 줄 압니다.

"내일 특급 태풍이 전국을 강타할 것으로 보입니다!" 밤 12시 마감뉴스에서 이런 일기예보를 들었다면 여러분은 잠옷 위에 겉옷을 걸쳐 입고서라도 주차장으로 나가 차를 옮기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따뜻한 방에 누은 채 '설마~'하며 잠을 청하겠습니까?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당신이 잠든 사이, 태풍이 몰아쳐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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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리스트 대 스페셜리스트   

2010. 11.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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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 유명한 문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2가지의 선택지가 있을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라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을 (개탄하며) 표현하는 문장이죠.

기업에서 인력을 운용할 때 이 문장과 비슷하게 보이는 문장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냐, 스페셜리스트가 먼저냐"

두 개의 인력육성 방향 중에 무엇이 먼저냐에 대해 토론을 해보면 "여러 분야의 일을 두루두루 알아야 협력이 잘 되어 조직 전체의 성과가 향상된다", "무슨 소리! 직원들이 전문성을 가지지 못하면 경쟁사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란 두 개의 의견이 '다람쥐 쳇바퀴'를 돕니다. 전혀 합의에 이르지 못하죠.


그래도 요즘엔 의견의 차이가 많이 좁혀져서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일정기간 여러 직무를 경험하게 하고, 그 뒤에는 전문직무를 선택해서 그 직무에서 계속 전문성을 쌓게 한다는 T자형 모델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초기엔 제너럴리스트로 키우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스페셜리스트로 키우자는 거죠.

하지만 T자형 모델에 대해서도 반론의 힘은 강력합니다. 스페셜리스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신입사원들이 여러 직무를 경험하도록 하는 제도에 대해 "신입사원을 뽑아 이제 좀 일을 시킬 만한데 다른 부서로 순환시켜서 되겠느냐, 1~2년만 있다가 떠날 거라면 그 신입사원에게 제대로 신경 써서 일을 가르치겠느냐"라고 반론을 제기합니다. 특히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부서들이 이런 의견을 강력하게 이야기합니다.

반면, 제너럴리스트를 주장하는 사람은 "신입사원들이 몇 개의 직무를 경험한다고 해서 회사 업무 전체를 알겠는가? 대리, 과장으로 올라가서도 두루두루 여러 직무로 순환시켜야 다른 부서가 뭘 하는지 알기 때문에 서로 협조가 잘 이루어진다"라고 말하면서 직급이 높은 직원들도 정기적으로 순환시켜야 한다고 반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력을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제너럴리스트일까요, 스페셜리스트일까요? 요즘은 전문가가 대접 받는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설문을 해보면 스페셜리스트가 우선이라는 대답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스페셜리스트로 조직에서 육성된 사람들과 인터뷰하면 이런 불만을 토로합니다. "한 직무에 오래 있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진다. 게다가 승진되고 대우 받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제너럴리스트다"라고 말합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상대적인 불이익을 뜻하는 대답을 인터뷰할 때마다 듣습니다.

제너럴리스트에게는 불만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좀 일할 만하면 강제로 다른 부서로 순환시키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없다. 어느 부서로 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자녀 교육이나 주거 등 개인사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러다가 직급이 높아지면 전문성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 것 같다"라면서 역시 상대적인 불이익을 걱정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불만들이 모두 하나의 회사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냐, 스페셜리스트가 먼저냐" 둘 다 장점과 단점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누군가 이 질문을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 저 역시 딱 부러지게 어느 하나를 제시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둘 중 하나를 굳이 고르라고 하면 '스페셜리스트'를 선택하겠습니다. 스페셜리스트의 일반적인 장점은 여러분이 익히 알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스페셜리스트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스페셜리스트를 우선하는 조직이 협력을 더 잘 이끌어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너럴리스트로 키우는 게 여러 업무를 두루 알기 때문에 부서 간의 협조가 더 공고해진다는 기존의 통념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대리, 과장이 되어도 직무 순환을 강제하는조직(제너럴리스트로 육성하는 조직)들은 대개 2~3년의 주기로 인력을 이동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직원들은 단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동기를 가지기 때문이죠. 조직의 장기적인 성과에 해악이 될지라도 당장 이룰 수 있는 업적에 초점을 맞춥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열을 올린다면 과연 다른 부서(혹은 다른 사람)의 협조 요청에 자발적으로 손발을 걷어부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부서로 옮길 타이밍이 된다면 열심히 해봤자 그 성과는 자신에게 남는 게 아니기 때문에(즉 자신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일을 대충 마무리짓고 다른 사람의 협조 요청에도 무성의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떠날 마당에 어려운 일을 떠맡으려 할까요? 때로는 '작은 배신'이 야기되기도 합니다. 해주기로 말만 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다른 부서로 낼름 가버리는 거죠.

따라서 단기로 인력을 순환시키는 제도는 조직 내 협력을 오히려 저해합니다. 다른 부서가 뭘하는지 알고 경험해야만 협조가 잘 되거라는 생각은 일종의 '신화(myth)'입니다. 회사에 오래 근무하면 스페셜리스트라도 다른 부서의 일이 무엇인지 대략 파악할 수 있습니다. 꼭 인력을 순환시켜야만 할까요?

로버트 액설로드는 "협력의 기초는 '관계의 지속성'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협력을 고양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관계를 지속시키는 방법은 인력을 한 직무에서 전문성을 쌓게 하는 '스페셜리스트 우선 전략'이죠.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라고 해서 인력을 순환시키는 제도는 겨우 만들어진 소중한 협조 관계를 칼로 잘라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입니다. 이런 손실보다 인력을 순환시킬 때의 이득이 더 클 경우에만 자신 있게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제너럴리스트가 먼저입니까, 스페셜리스트가 먼저입니까? 이 질문에 답을 못하겠더라도 관계의 지속성이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초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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