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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비아를 둘러싼 중동의 긴장감과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인해 유가가 불안한 상태입니다. 유가가 현재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상태(두바이유 기준 113.6달러 수준)인데 조만간 120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기억할지 모르겠으나 2008년에도 지금처럼 유가가 고공행진을 했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높아서 150달러 선까지 위협하는 형국이었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의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유가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제3의 오일쇼크가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눈으로 유가의 추이를 지켜봤습니다.
그 즈음 골드만삭스는 유가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2008년 5월에 나온 이 보고서에는 유가가 머지않아 2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담겨있었죠. 골드만삭스는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기업이었기에 그들의 의견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나날이 솟구치는 유가 그래프를 보면 정말로 그들의 말처럼 200달러를 돌파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골드만삭스 입장에서는 계면쩍게도) 200달러를 돌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47달러 선까지 오르던 유가는 그 이후에 오히려 급전직하로 하락했죠.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인해 석유 소비가 감소하고 때마침 여름에 접어들었기에 난방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바람에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유가가 200달러를 넘기는커녕 거의 4분의 1로 주저앉았으니 골드만삭스의 예측은 틀려도 한참 틀렸던 겁니다.
예측이 틀렸던 곳은 골드만삭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150달러를 돌파할 거란 보고서를 끊임없이 내면서 골드만삭스와 동조했습니다. 이 두 투자은행의 예측 보고서가 자기네들의 투자에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라는 의혹은 있지만, 어찌됐든 그들의 보고서를 철썩 같이 믿고 따른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꽤나 낭패였을 겁니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곧잘 '틀립니다'. 데이비드 프리드먼이 쓴 'Wrong'('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에는 우리가 소위 전문가라고 부르는 과학자, 의사, 금융전문가, 자기계발 전문가, 컨설턴트, 정부 관리 등의 오류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처'나 '사이언스'와 같이 유명한 과학 잡지게 게재된 논문의 3분의 2는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면 거짓이나 오류로 판명난다고 합니다. 비근한 예로 '사이언스'에서 논문 게재가 취소된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있었죠. 또한 의사들은 6번에 한 번 꼴로 오진을 한다고 하는데, 오진 중 절반 정도는 환자에게 실제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투자전문가들의 말을 믿고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아무런 수익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쪽박'을 차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증거들은 도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전문가들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적어도 100% 믿고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을 정도로 똑똑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전문가들의 오류와 더 나아가 그들의 무용(無用)함을 인식했다면 그들이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부(富)를 누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죠.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시장에 건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전문가들의 실패나 실수를 가십거리로 조롱하고 비난의 눈으로 쳐다보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양성'하는 이중적인 행동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우리는 전문가들과 '한 패거리'입니다. 양심이 있고 진정한 전문가라면 앞으로 벌어질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기 대문에 하나의 명쾌하고 확고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럴 때는 이럴 수 있고, 저럴 때는 저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는 어투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전문가를 싫어하고 외면합니다.
우리는 뭔가 명쾌하고 확고한 해답을 주는 전문가에 끌립니다. 점집에 가서 점을 보더라도 앞으로 내가 회사에 취직할지 못할지, 그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언제 이사를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족집게처럼 알려주는 점쟁이를 용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점쟁이가 모호하고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예언만 쏟아낸다면 복채가 아깝거니와 다시는 그 점집에 찾아가지 않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전문가 시장'에는 틀리든 맞든 해답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득세를 하고 그렇지 않은 전문가들은 자연스레 퇴출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겠죠.
어제 Gnaru(지나루)에서 미래학을 전문으로 하는 저자 분을 모시고 북포럼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앞으로 벌어질 미래의 일에 대해 확고하고 명쾌한 해답을 주길 그분에게 은근히 기대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전문가들의 오판에 저도 동조하고 있음을 깨닫고 반성했습니다.
우리는 또한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보다는 낙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를 더 선호합니다. 무엇을 하면 '안된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는 무시하고 무엇을 하면 '좋아진다'라고 말하는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말은 지금 누리고 있는 기득권이나 안락함을 포기하라는 의미인데 우리는 그런 변화를 불편해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 잘못 돌아가는 관행이 있을 때 그것을 없애야 한다고 상사에게 직언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수동적으로만 수용될 겁니다.
물론 '이렇게 해야 좋아진다'라는 조언도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동일하게 변화를 실제로 일으키는 데 한계에 부딪힙니다. 여하튼 사람들은 변화를 어려워하니까요. 하지만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변화를 하든 안하든 간에, 일단 사람들은 '이렇게 해야 좋아진다'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를 그렇지 않은 전문가보다 더 선호하기 때문에 '전문가 시장'에는 낙관주의자들이 대개 장악하고 말죠. 그래서 우리가 전문가들로부터 균형 있는 조언을 얻지 못하고 맙니다.
이번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사고를 보도하는 뉴스나 신문 지상에 여러 핵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원전 사태 초기에 그들 대부분은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 조기에 복구되고 안정화될 것이다, 일본의 원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잘 해결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의견을 말하더군요. 그러다가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슬슬 비관적인 의견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아마도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면 나중에 '당신의 의견이 틀렸잖소!'라고 공격 받을 것을 미리 염려하여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사람들이 낙관적인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언론에서 비관주의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부지불식 간에 배제했을지도 모르죠. 어찌됐든 낙관적인 조언을 더 좋아하는 우리의 심리 때문에 전문가들의 실수가 양산된다는 점은 깊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비관적인 의견을 가진 전문가라면 아주 파격적으로 주장해야만 사람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낙관적인 것이든 비관적인 것이든 뜨뜨미지근한 의견보다는 화끈한 의견에 끌리기 때문입니다. 에를 들어 '대공황이 시대가 곧 도래한다', '10년 안에 지구 생물의 10%가 사라진다'와 같은 비관적인 말과 '이것만 먹으면 일주일에 10킬로그램을 뺄 수 있다', '기적의 치료제가 나왔다', '1년에 10억을 벌었다'와 같은 낙관적인 말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단숨이 끌어 당기죠. 결국 똑똑하지만 겸손한 전문가보다는 머리에 든 것이 없어도 호언장담하는 전문가들을 우리가 양산하고 말죠.
이 밖에도 우리는 소위 '말빨'이 좋은 전문가, 학벌이나 배경이 좋은 전문가, 잘 생기고 호감 있게 생긴 전문가를 그렇지 못한 전문가보다 선호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전문가 시장'에서 전문가라는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인 우리가 이러한 니즈를 가지고 있으니 전문가들이 니즈를 맞추기 위해 알게모르게 영합하고, 그로 인해 전문가의 실패나 실수가 자주 일어나며, 그것에 실망한 우리가 다시 자칭 '족집게 전문가'들을 더욱 열망하는 이상한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말죠. 전문가들만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책임도 크죠.
그렇다면 우리는 전문가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저도 일을 해야 해서요. ^^ 전문가 활용법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도서 :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지식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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