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전문가들의 실패를 조장한다   

2011. 4.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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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비아를 둘러싼 중동의 긴장감과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인해 유가가 불안한 상태입니다. 유가가 현재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상태(두바이유 기준 113.6달러 수준)인데 조만간 120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기억할지 모르겠으나 2008년에도 지금처럼 유가가 고공행진을 했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높아서 150달러 선까지 위협하는 형국이었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의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유가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제3의 오일쇼크가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눈으로 유가의 추이를 지켜봤습니다.

그 즈음 골드만삭스는 유가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2008년 5월에 나온 이 보고서에는 유가가 머지않아 2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담겨있었죠. 골드만삭스는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기업이었기에 그들의 의견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나날이 솟구치는 유가 그래프를 보면 정말로 그들의 말처럼 200달러를 돌파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골드만삭스 입장에서는 계면쩍게도) 200달러를 돌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47달러 선까지 오르던 유가는 그 이후에 오히려 급전직하로 하락했죠.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인해 석유 소비가 감소하고 때마침 여름에 접어들었기에 난방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바람에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유가가 200달러를 넘기는커녕 거의 4분의 1로 주저앉았으니 골드만삭스의 예측은 틀려도 한참 틀렸던 겁니다.

예측이 틀렸던 곳은 골드만삭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150달러를 돌파할 거란 보고서를 끊임없이 내면서 골드만삭스와 동조했습니다. 이 두 투자은행의 예측 보고서가 자기네들의 투자에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라는 의혹은 있지만, 어찌됐든 그들의 보고서를 철썩 같이 믿고 따른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꽤나 낭패였을 겁니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곧잘 '틀립니다'. 데이비드 프리드먼이 쓴 'Wrong'('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에는 우리가 소위 전문가라고 부르는 과학자, 의사, 금융전문가, 자기계발 전문가, 컨설턴트, 정부 관리 등의 오류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처'나 '사이언스'와 같이 유명한 과학 잡지게 게재된 논문의 3분의 2는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면 거짓이나 오류로 판명난다고 합니다. 비근한 예로 '사이언스'에서 논문 게재가 취소된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있었죠. 또한 의사들은 6번에 한 번 꼴로 오진을 한다고 하는데, 오진 중 절반 정도는 환자에게 실제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투자전문가들의 말을 믿고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아무런 수익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쪽박'을 차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증거들은 도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전문가들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적어도 100% 믿고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을 정도로 똑똑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전문가들의 오류와 더 나아가 그들의 무용(無用)함을 인식했다면 그들이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부(富)를 누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죠.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시장에 건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전문가들의 실패나 실수를 가십거리로 조롱하고 비난의 눈으로 쳐다보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양성'하는 이중적인 행동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우리는 전문가들과 '한 패거리'입니다. 양심이 있고 진정한 전문가라면 앞으로 벌어질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기 대문에 하나의 명쾌하고 확고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럴 때는 이럴 수 있고, 저럴 때는 저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는 어투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전문가를 싫어하고 외면합니다.

우리는 뭔가 명쾌하고 확고한 해답을 주는 전문가에 끌립니다. 점집에 가서 점을 보더라도 앞으로 내가 회사에 취직할지 못할지, 그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언제 이사를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족집게처럼 알려주는 점쟁이를 용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점쟁이가 모호하고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예언만 쏟아낸다면 복채가 아깝거니와 다시는 그 점집에 찾아가지 않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전문가 시장'에는 틀리든 맞든 해답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득세를 하고 그렇지 않은 전문가들은 자연스레 퇴출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겠죠.

어제 Gnaru(지나루)에서 미래학을 전문으로 하는 저자 분을 모시고 북포럼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앞으로 벌어질 미래의 일에 대해 확고하고 명쾌한 해답을 주길 그분에게 은근히 기대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전문가들의 오판에 저도 동조하고 있음을 깨닫고 반성했습니다.

우리는 또한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보다는 낙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를 더 선호합니다. 무엇을 하면 '안된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는 무시하고 무엇을 하면 '좋아진다'라고 말하는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말은 지금 누리고 있는 기득권이나 안락함을 포기하라는 의미인데 우리는 그런 변화를 불편해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 잘못 돌아가는 관행이 있을 때 그것을 없애야 한다고 상사에게 직언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수동적으로만 수용될 겁니다.

물론 '이렇게 해야 좋아진다'라는 조언도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동일하게 변화를 실제로 일으키는 데 한계에 부딪힙니다. 여하튼 사람들은 변화를 어려워하니까요. 하지만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변화를 하든 안하든 간에, 일단 사람들은 '이렇게 해야 좋아진다'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를 그렇지 않은 전문가보다 더 선호하기 때문에 '전문가 시장'에는 낙관주의자들이 대개 장악하고 말죠. 그래서 우리가 전문가들로부터 균형 있는 조언을 얻지 못하고 맙니다.

이번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사고를 보도하는 뉴스나 신문 지상에 여러 핵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원전 사태 초기에 그들 대부분은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 조기에 복구되고 안정화될 것이다, 일본의 원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잘 해결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의견을 말하더군요. 그러다가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슬슬 비관적인 의견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아마도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면 나중에 '당신의 의견이 틀렸잖소!'라고 공격 받을 것을 미리 염려하여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사람들이 낙관적인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언론에서 비관주의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부지불식 간에 배제했을지도 모르죠. 어찌됐든 낙관적인 조언을 더 좋아하는 우리의 심리 때문에 전문가들의 실수가 양산된다는 점은 깊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비관적인 의견을 가진 전문가라면 아주 파격적으로 주장해야만 사람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낙관적인 것이든 비관적인 것이든 뜨뜨미지근한 의견보다는 화끈한 의견에 끌리기 때문입니다. 에를 들어 '대공황이 시대가 곧 도래한다', '10년 안에 지구 생물의 10%가 사라진다'와 같은 비관적인 말과 '이것만 먹으면 일주일에 10킬로그램을 뺄 수 있다', '기적의 치료제가 나왔다', '1년에 10억을 벌었다'와 같은 낙관적인 말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단숨이 끌어 당기죠. 결국 똑똑하지만 겸손한 전문가보다는 머리에 든 것이 없어도 호언장담하는 전문가들을 우리가 양산하고 말죠.

이 밖에도 우리는 소위 '말빨'이 좋은 전문가, 학벌이나 배경이 좋은 전문가, 잘 생기고 호감 있게 생긴 전문가를 그렇지 못한 전문가보다 선호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전문가 시장'에서 전문가라는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인 우리가 이러한 니즈를 가지고 있으니 전문가들이 니즈를 맞추기 위해 알게모르게 영합하고, 그로 인해 전문가의 실패나 실수가 자주 일어나며, 그것에 실망한 우리가 다시 자칭 '족집게 전문가'들을 더욱 열망하는 이상한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말죠. 전문가들만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책임도 크죠.

그렇다면 우리는 전문가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저도 일을 해야 해서요. ^^ 전문가 활용법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도서 :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지식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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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저주'를 조심하세요   

2011. 4.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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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실험에서 약방의 감초 격으로 자주 등장하는 실험 중 하나가 바로 '최후통첩게임'입니다.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서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짧게 설명하면 게임 방식은 이렇습니다. 이 게임에는 두 사람의 참가자가 등장합니다. 한 사람은 제안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수락자의 역할을 맡습니다. 실험진행자는 제안자에서 10 달러(금액은 달라질 수 있음)를 주고 그것을 수락자와 나누라고 합니다. 이때 나누는 비율은 제안자가 알아서 정하게 됩니다. 자기가 7달러를 갖고 나머지 3달러를 수락자에게 줄 수 있죠. 극단적으로는 자기가 9.9달러를 갖고 0.1달러만 수락자에게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기적으로 결정하면 문제가 있습니다. 수락자는 제안자의 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죠. 만일 수락자가 거부하면 제안자와 수락자 모두 돈을 한푼도 받아가지 못하죠. 그래서 제안자는 수락자가 거부하지 않을 정도로 돈을 제안해야 합니다.



최후통첩게임은 원래 인간이 비이성적인 측면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실험으로 유명합니다. 수락자는 제안자가 10달러 중에서 0.1달러만 주겠다고 하면 대개 제안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주류 경제학에서 가정했듯이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1달러라도 받아가는 게 옳겠지만 ,자신에게 부당한 제안을 했다는 이유로 제안자까지 돈을 받아가지 못하도록 응징을 합니다. 자신의 돈을 포기하면서 말입니다. 제안자도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최후통첩게임에서는 돈의 배분 비율이 제안자 3, 수락자 2 정도로 수렴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헌데 댄 애리얼리와 에듀아르도 안드라데는 최후통첩게임을 변형하여 인간의 다른 측면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충동적인 의사결정이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 그들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들은 수락자들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눈 다음, 첫 번째 그룹에게는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란 영화를 보여줬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본 적이 있지요. 그 영화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영화 초기에는 평생을 일한 건축설계회사에서 부당하게 쫓겨난 주인공이 자신이 애써 만든 모형을 부수워 버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수락자들에게는 바로 이 부분을 보여줬습니다. 수락자의 가슴 속엔 분노의 감정이 일어났겠죠? 두 번째 그룹의 수락자들에게는 시트콤 '프렌즈'의 한 에피소드를 보여줬습니다. 알다시피 이 시트콤은 코믹하기 때문에 수락자들은 시청하는 내내 웃으면서 즐거워 했습니다.

이렇게 수락자의 감정 조건을 달리한 다음, 애리얼리와 안드라데는 자신들이 제안자가 되어 수락자들에게 10달러를 7.5 대 2.5로 나누자고 각각 제안했습니다. 그랬더니,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를 본 수락자들이 '프렌즈'를 본 수락자보다 제안을 더 많이 거부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영화 때문에 생겨난 불쾌한 감정이 제안자의 불공평한 제안에 대한 응징으로 이어진 것이죠. 영화와 최후통첩게임 사이에는 전혀 연관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이것 역시 인간의 비이성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그렇다면 영화 때문에 덩달아 생겨난 불쾌한 감정이나 유쾌한 감정이 사라지고 나서 최후통첩게임을 해보면 어떨까요? 애리얼리와 안드라데는 수락자들(위의 첫번째 게임을 한 사람들)의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역시 7.5 대 2.5 라는 불공평한 제안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결과는 동일하게 나왔습니다.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를 본 수락자들이 더 많이 거부했던 겁니다. 영화로 인해 발생한 감정이 사라졌지만, 첫번째 게임에서 자신이 내린 결정을 거의 그대로 따르는 패턴이 발견되었죠.

이번엔 제안자와 수락자의 역할을 바꾼 다음에 최후통첩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역시 영화로 인한 감정이 사라진 후에 게임을 실시했는데,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를 봤던 사람들은 자신이 제안자 역할을 맡을 때는 비교적 공평한 제안을 한 반면, '프렌즈'를 봤던 사람들은 불공평한 제안을 더 많이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라이프 애즈 어 하우스'를 봤던 사람들은 처음에 불공평한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제안할 때는 좀더 공평하게 제안해야 상대방이 거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을 겁니다. 반면에 '프렌즈'를 봤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불공평한 제안을 수용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도 불공평한 제안을 수용하리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지금까지의 실험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시사점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감정 상태가 의사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을 때는 냉정하고 단호하면서도 리스크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기분이 좋은 상태일 땐 낙관적이면서 리스크를 수용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죠. 상식적이긴 하지만,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본인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이 실험을 통해 배웁니다.

헌데 이 실험에는 이런 상식적인 시사점 이외에 더 큰 함의가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과거에 내렸던 의사결정의 패턴을 계속 유지하려는 심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수락자들은 영화로 촉발된 감정이 사라진 후에도 과거에 했던 의사결정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고, 그들이 제안자 역할을 맡았을 때도 역시 자신이 수락자 역할이었을 때의 의사결정을 염두에 두고 돈의 배분율을 결정했으니 말입니다. 즉 감정에 휘둘려 내린 단기적인 의사결정이 장기적인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이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성공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어떤 일에 성공을 거두면 그 일을 수행했던 방법이나 절차를 마치 성공을 이끄는 비법으로 여기고 그것을 다음 번 일에도 그대로 적용하려는 사고의 관성을 말합니다. 그 방법이나 절차가 우연에 의해 혹은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 버리고 단지 일의 결과가 성공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적용하는 경향이 많은 기업에서 나타납니다.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이유가 다른 곳에 있을지 모른다는 점은 배제해 버리고 초기에 내렸던 의사결정이 사업을 성공하게 만들었다는 '잘못된 인과관계'를 설정하고 굳게 믿습니다. 특히 사업을 크게 일구어낸 창업자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종종 발견됩니다.

이것을 '저주'라고 부르는 이유는 다음 번 일, 다음 번 사업에는 인과관계가 들어맞지 않아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M&A나 차입을 통해 회사의 덩치를 계속 불려나감으로써 시장점유율을 1등으로 끌어올리거나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면, 계속해서 그런 방법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유혹에 빠집니다. 상황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혁신해 나가는 일은 제쳐두고 과거의 성공을 가져온 예전의 확장전략에 매몰되기가 아주 쉽죠.

또한 핵심역량을 벗어난 사업에 눈을 돌리는 두번째 저주가 시작됩니다. 투자라는 명목으로 혹은 신수종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고도의 성장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비관련 다각화에 나섭니다. 이때도 역시 확장 일변도의 전략을 구사하겠죠. 운이 좋으면 또 성공하겠지만, 대개의 경우 비핵심역량 사업들은 예전 사업만큼의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지고 가격을 낮춰 근근히 버티다가 매각되거나 청산되는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외형적인 성장을 추구하다가 조직을 방만하게 경영하는 세 번째 저주도 무시할 수 없죠. 성장을 위해 마구 늘려나간 인력이나 장비, 시설들은 상황이 조금만 힘들어지면 기업가치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니 말입니다.

사업은 의사결정자의 감정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판단이라 해도 의사결정자가 어떤 감정인지에 따라, 당시의 경제상황이나 산업환경의 분위기에 따라 의사결정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때 성공은 행운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패턴을 과거의 것에 종속시켜 버리는 악(惡)으로 작용할지 모릅니다.

감정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의사결정에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감정으로 내려진 의사결정이 향후에도 그대로 '먹힐 것'이라는 확고하지만 막연한 믿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겁니다. 감정으로부터 의사결정을 가능한 한 유리시키는 일, 과거 혹은 현재에 내린 의사결정이 미래의 의사결정 패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계하는 일, 그럼으로써 성공의 저주에 스스로 예방주사를 놓는 일, 이것이 전략의 중용입니다.

(*참고도서 : '경제심리학', '수익지대')
(*참고논문 : The enduring impact of transient emotions on decision mak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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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의뢰하시려면...   

2011. 4.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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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정식입니다.

신문, 잡지, 사보 등에 게재할 칼럼을 의뢰하실 분들은 아래의 연락처로 전화 주시거나 이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광주일보에 게재했던 칼럼)



[연락처]
사무실 : 02-6007-2340
휴대폰 : 010-8998-8868
이메일 : jsyu@infuture.co.kr 또는 jsyu@infuture.kr

[칼럼 주제]

1. 경영 전략
2. 조직 및 사람 관리
3. 미래 경영환경에 대한 전망
4. 자기계발
5. 이익 창출의 기술
6. 문제해결의 기술 등

[주요 게재지 및 사이트]
1. 광주일보 : 6개월 간 연재함
2. 중앙선데이 (중앙일보)
3. CEO report
4. 인재경영 (인크루트 발간)
5. Chief Executive (한국능률협회 발간)
6. 통신연합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발간)
7. 북모닝CEO (교보문고 발간) - 북멘토(book mentor)로 활동 중
8.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 HR인사이트
10. 사보 : 진로, 한라건설, SPP, 헬로인사 등 다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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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션을 낮추거나 없애세요   

2011. 4.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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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헨리 타이펠(Henri Tajfel)은 한 슬로베니아 친구가 유고슬라비아의 빈민촌에서 이주해 온 보스니아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말하는 것을 듣고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와 동료들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in-group, 내집단)과 소속되지 않은 집단(out-group, 외집단)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이 다른지를 실험을 통해 규명하기로 했죠. 타이펠은 영국의 브리스톨 시에 사는 14~15살 남자 학생 64명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수많은 점들이 찍힌 화면을 보고 정해진 시간 내에 점의 개수를 세어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점들이 많이 찍혀 있기 때문에 개수를 세는 일이 그리 녹록치는 않았습니다. 그런 다음 타이펠은 학생들을 실제의 개수보다 많이 헤아린 그룹과 실제의 개수보다 적게 헤아린 그룹, 이렇게 8명씩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이렇게 과대측정 그룹과 과소측정 그룹으로 구분했다고 학생들에게 알려줬죠. 하지만 타이펠은 학생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에 배정하는 트릭을 썼습니다. 점의 개수를 센 것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룹을 나눈 겁니다.



이렇게 그룹을 나누고 나서 타이펠은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그 돈을 다른 학생들에게 배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시 받은 학생은 그 돈의 일부를 가져서는 안 되고 모두 배분해야 했죠. 이 때 그 학생은 자신이 돈을 배분해 줄 다른 학생이 내집단인지 외집단인지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의사결정은 철저하게 익명성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죠. 이를 통해 타이펠은 학생들이 내집단과 외집단에 대해 차별적인 결정을 내릴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할 겁니다. 실험 결과, 내집단 학생들에게는 돈을 더 많이 분배하고 외집단 학생들에게는 적게 분배하는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즉 과대평가 그룹은 과대평가 그룹에게, 과소평가 그룹은 과소평가 그룹에게 우호적인 의사결정을 내린 것이죠. 자신이 돈을 가질 수가 없었기에 어떻게 결정하든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집단에게 유리하도록 외집단을 차별한 겁니다. 그저 점의 개수를 많이 헤아리거나 적게 헤아렸다는, 의미 없는 구분에 의해서도 이런 차별이 발생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죠.

타이펠은 후속 실험을 통해 내집단을 옹호하고 외집단을 차별하는 경향이 '상대성'의 특징을 가진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하나는 '자기 집단에 11점을 주고 타집단에 7점을 준다' 였고, 다른 하나는 '두 집단 모두에게 17점을 준다'였습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할 줄 안다면 두 집단 모두에게 17점을 준다는 옵션을 선택할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첫 번째 옵션을 선택한 사람들이 아주 많았죠. 6점이나 손해를 보면서도 자기집단을 타집단과 구분하려는 욕구가 크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실험이었습니다.

타이펠의 실험은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지금도 만만찮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분리하면 알게모르게 구성원들 사이에 불안과 긴장감이 조성되는데 이를 제거하면 내집단을 옹호하는 현상이 사라진다고 마이클 호그(Michael Hogg)라는 학자는 주장합니다.

그러나 타이펠의 실험에서 점의 개수를 단순하게 많이 세거나 적게 셌다는 최소한의 이유로 집단을 나눴는데도(이를 '최소집단'이라고 함) 내집단과 외집단 간의 차별이 명확해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집단을 구분할 만한 이유가 보다 그럴 듯하고 보다 논리적이라면(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잘 푼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으로 나누면), 외집단에 대한 차별과 고정관념, 그리고 내집단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의미 없는 '집단 구분'조차 구성원들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 실험은 기업에서 단위조직을 나누고 합치는 '조직도 그리기'에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업무의 효율과 효과를 따져 팀이나 사업부를 구분하는데, 이렇게 정해진 팀과 사업부가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기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전사적으로 볼 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경우가 왕왕 나타납니다. 여기에 냉정한 성과주의가 결합되면 단위조직 사이에 놓은 벽은 더 높아지기 마련이죠.

하다못해 사무실에 파티션(큐비클)을 설치하는 '작은 행동'에 의해서도 내집단과 외집단 간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보통 팀과 팀을 구분하기 위해서 앉은 상태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파티션을 높게 설치하는데, 하루 종일 다른 팀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퇴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팀 내부의 결속과 우의를 다지는 데 좋을지는 몰라도, 고작 몇 센티미터 높은 파티션이 팀 간의 협력과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로 자리잡는다면 파티션 설치에 들어간 비용보다 훨씬 큰 돈이 빠져나간다는 뜻이겠죠.

그렇다고 단위조직을 나누지 않고 '통으로' 조직을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쾌적한 근무환경을 위해 파티션을 설치하지 않을 수도 없겠죠. 문제는 집단 구분으로 인한 이득과 비용의 최적점을 찾는 일입니다. 지나치게 조직을 세분해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조직을 방대하게 가져가서도 안 되겠죠.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서 기존의 팀을 쪼개 새로운 팀을 만들거나, 성과 측정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팀을 세분하는 일은 팀과 팀 사이의 의사소통 비용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회사의 성과를 좀먹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병폐가 될 겁니다.

요즘엔 팀과 팀 사이, 개인과 개인 사이의 파티션을 없애거나 낮추고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도록 유리로 바꾸는 회사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업무의 필요에 의해 팀을 구분하되 팀 사이의 '물리적인 장벽'은 없앰으로써 팀 간의 협력을 도모하겠다는 뜻이겠죠. 여러분의 회사가 '팀 이기주의'로 만연해 있다면 파티션을 없애거나 낮추는 작은 조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릅니다. 타이펠이 점의 개수를 많이 셌느냐 적게 셌느냐는 사소한 차이로 집단을 구분해도 집단 간 차별이 발생했다는 것의 '역(易) 적용'이 되겠죠.

단위조직 구분의 최적점을 찾는 일. 이것은 늘 조직의 숙제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겁니다. 상황에 따라 최적점이 변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죠. 집단과 집단 사이의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일. 이것이 중용의 마인드를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이것이 어렵다면 당장 파티션부터 낮추거나 없애보면 어떨까요?
 
(*참고논문 :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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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지 마세요   

2011. 4.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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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톤에서 워싱턴 D.C. 까지의 거리는 약 700 km로 자동차로 8~9시간 걸리는 구간입니다. 이 두 도시 사이에는 필라델피아, 뉴욕, 하트퍼드 등 비즈니스 중심지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상 필요에 의해 비즈니스맨들의 이동이 많습니다. 이 황금노선의 교통 수요를 차지하기 위해 AMTRAK(앰트랙)이라는 철도회사는 Acela(아셀라)라고 명명한 고속열차를 운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셀라는 우리나라의 KTX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시속 240 Km의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자동차로 8~9시간 걸리는 두 도시를 3시간 정도면 주파할 수 있었죠. 앰트랙의 최대 경쟁자는 항공사였습니다. 사람들의 니즈를 항공 서비스에서 자기네 아셀라로 유도하는 것이 사업 초기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셀라를 이용하는 것이 비용으로 보나 서비스로 보나 비행기보다 낫다는 점을 강조해오고 있죠.



공항까지 오고가는 택시비를 합치면 비행기를 이용하는 데에 총 729 달러가 들지만, 아셀라를 이용하면 택시비를 포함하여 338 달러 밖에 들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물론 비행기를 이용하면 (택시 이용시간까지 합쳐) 2시간 6분 밖에 들지 않지만,  1시간 정도를 절약하는 데에 400 달러 가까운 돈을 더 지불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해보라고 고객에게 묻기도 합니다. 또한 객차와 역에서 비즈니스맨들에게 꼭 필요한 WiFi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함으로써 비행기와의 차별성을 가져갑니다.

이처럼 앰트랙은 자신들의 최대 경쟁자인 비행기를 이기기 위해서 초기부터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아셀라 만큼은 객차 내부의 디자인이 비행기를 능가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산업디자인 전문회사로 유명한 IDEO에게 객차 내부 디자인을 의뢰했습니다. IDEO의 CEO인 팀 브라운은 앰트랙의 의뢰를 받은 후에 아셀라의 객차 내부라는 '부분'이 아니라 아셀라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전체'를 조망했습니다. 그는 디자인팀에게 스스로 고객이 되어 아셀라의 서비스 전반을 검토하라고 지시내렸습니다. 그랬더니, 문제는 객차 내부가 아니었습니다.

고객들이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로 쏠리는 이유는 열차를 타기 위해 표를 구매하는 것이 불편하고 역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지루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모든 고객접점(Moment of Truth)에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포인트가 거의 없었습니다. 고객으로 하여금 아셀라를 이용할 만한 이유를 부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객차 디자인을 '삐까뻔쩍'하게 한들 고객들의 발길을 아셀라로 돌리기가 역부족이라는 점을 브라운은 간파한 거죠.

그래서 IDEO는 앰트랙의 경영진을 설득해서 객차 내부 디자인보다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역제안합니다. 고객이 아셀라를 이용하기 위해서 역사에 들어서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역사를 떠나기까지 일련의 고객 동선에 아셀라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심어야' 한다는 점을 설득했고 경영진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냈습니다. 그래서 IDEO는 매표소, 대합실, 고객 라운지, 플랫폼 등 모든 고객접점에 아셀라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내보이도록 로고, 직원들의 드레스 코드, 열차의 외관, 객차 내부 등을 일치시키는 '통합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죠.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아셀라는 비행기와는 차별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자리잡게 됩니다. IDEO의 강점은 이렇듯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조망할 줄 아는 데에 있습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볼 줄 아는 힘의 기저에는 단순화와 전문화를 경계하는 마인드가 숨어 있습니다. 팀 브라운이 문제를 단순화했다면 앰트랙의 요구대로 객차 내부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초점을 맞췄을 겁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 디자인 수수료를 받으면 그만이었겠지만, 그랬다면 그들은 그저 그런 여러 디자인 회사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겁니다.

"고객에게 높은 수수료를 받으려고 IDEO가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조직 내부의 문제를 풀 때 IDEO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문제의 발생 원인이나 문제의 해법을 의도적으로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평가제도나 연봉에 불만이 많다면 인사제도를 정비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고객이 경쟁사의 제품에 열광하면 성능이나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빼앗긴 고객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단순화하면, 직원들이 불만을 갖는 이유가 인사제도 때문이 아니라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의 '직원 경험'이 직원들의 불쾌와 괴로움을 가중시킬지 모른다는 진짜 원인을 조망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고객들이 경쟁사에 매료되는 이유가 경쟁사로부터 느끼는 신뢰, 배려, 소속감 때문임을 간파하지 못합니다. 아니, 어쩌면 속으로 알고는 있으면서도 힘들고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니까 단순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마치 도박하듯이 말입니다.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보고 단순한 해법으로 해결하려는 '단순화 경향'은 '전문화'라는 듣기 좋은 말로 포장되기도 합니다. 망치를 든 목수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한곳을 깊게 파고든 사람은 전체를 바라보기보다는 자신이 전문으로 하는 좁은 영역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우를 종종 범합니다. 경쟁사에게 고객이 몰리는 현상을 접하면, R&D는 성능 혁신, 생산은 생산품질 개선, 영업은 프로모션의 확대 등을 각기 내세우면서 "이것만 하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부분 최적화'가 심화되기도 하죠.

창의적인 해법은 문제나 현상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얻을 수 있습니다. 문제 자체를 단순하게 재단하고 쪼갠다고 해서 문제가 단순해지지 않습니다. 전문화라는 색안경을 통해 의도적으로 단순화시킨 문제를 푸는 해법이 복잡했던 원래의 문제의 해법이 되지도 못합니다. 문제를 잘게 쪼개면 숲 전체를 보는 시각을 상실합니다. 앰트랙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문제를 객차 내부 디자인의 문제로 단순화시켰지만 IDEO는 문제를 오히려 확장시키고 복잡하게 만듦으로써 궁극적이고 획기적인 해법을 찾아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어떤 문제에 처해 있더라도 문제 자체를 단순화시키려고 애쓰지 말기 바랍니다. 문제를 단순화시키려는 본능에 가까운 욕구를 절제하고 문제의 복잡성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키우려는 마인드,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시각을 확장시키려는 마인드, 이런 중용의 마인드가 여러분을 통찰로 이끄는 힘이 됩니다.

요즘 카이스트(KAIST) 문제로 시끌시끌합니다. 카이스트의 문제는 총장의 문제, 총장의 문제는 징벌적 등록금 문제, 징벌적 등록금 문제는 영어 강의 문제.... 이런 식으로 문제를 단순화시키면 정작 카이스트 전체의 문제를 놓칠 수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 앰트랙 홈페이지 )
(*참고 도서 :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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