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불씨를 살려라   

2011. 1.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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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변화에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변화의 시작과 지향점을 알리는 일은 리더들의 의무이자 권한이죠. 그렇지만 리더들이 지금까지의 관행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의지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직원들이 그것에 따라와 주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서지도 못한 채 주저 앉아 버릴 겁니다. 변화는 항상 저항을 동반하기 마련이라서 직원들을 사로잡고 있는 사고의 관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기업의 변화는 요원합니다.

그렇다면 변화는 어떻게 해야 발화(發火)되는 걸까요? 기업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인식하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먼저 조직의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는지, 아니면 갑작스럽게 발발하는지 고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성공적인 변화관리의 열쇠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생물의 진화가 긴 정체기를 거치며 끊어졌다가 갑자기 다시 이어진다는 ‘단속(斷續)평형론’을 주장합니다. 진화는 작은 변화가 꾸준히 누적되면서 점진적으로 진행되지 않고갑작스럽게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그는 뇌의 크기 변화를 예로 듭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점진적으로뇌의 크기가 커진 게 아니라, 뇌의 크기가 몇 세대 동안은 정체됐다가 어느 세대에 이르러 누적된 진화의 힘을 폭발시켜 갑자기 빠르게 성장했다는 겁니다.

단속평형론은 던컨 와츠가 밝혀낸 '좁은 세상 효과(Small world effect)'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좁은 세상 효과란 그물코처럼 매우 질서 정연한 네트워크에 몇 개의 지름길을 무작위하게 추가하면 하나의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경로의 길이가 갑작스럽게 짧아짐을 일컫는 말입니다.

생태계는 수많은 종과 개체들이 생존을 위해 경쟁하고 협력하는 복잡한 네트워크입니다. 그래서 현재의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물들은 현 시점에서 가장 최적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먹이가 부족해지고 기후마저 척박해지기 시작하면, 즉 환경이 개체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기 시작하면 '부적응 모드'에 돌입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됩니다.

이런 압력을 '선택압'이라고 부르는데, 선택압은 기존의 최적화된 네트워크에 새로운 지름길을 그려나가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지름길이란 개체가 비우호적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의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죠. 적응의 과정에서 처음에는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변화가 감지되지 않다가 지름길의 수가 일정한 수준을 넘으면 진화의 네트워트에 좁은 세상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굴드가 단속평형론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진화가 '창발(創發)'합니다.

진화가 점진적이지 않고 갑작스럽게 어느 순간에 나타나듯이(물론 굴드의 단속평형론이 옳다는 가정 하에서입니다), 기업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과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생태계처럼 기업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고 얽힌 네트워크이고 '경쟁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변화는 점진적이지 않고 어느 '문턱'을 넘으면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조직의 변화를 창발적으로 일으켜야 할까요? 알다시피 수소(H2)와 산소(O2)가 결합하면 물(H2O)이 됩니다. 화학 반응식은 아주 간단하지만, 수소와 산소를 밀폐된 용기 안에 넣고 마구 뒤섞는다고 해서 물이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물이 만들어지려면 수소 분자는 수소 원자로, 산소 분자는 산소 원자로 분리돼야 하는데, 수소와 산소는 그 자체가 안정적인 물질이라 결합을 풀려하지 않습니다. 결합을 풀려면 에너지가 반드시 가해져야 하는데 이를 ‘활성화 에너지’라고 부릅니다.

화학 반응이 잘 일어나려면 활성화 에너지라는 문턱을 넘어야만 합니다. 이를 기업에 대입하면 활성화에너지는 변화에 저항하려는 직원들의 사고, 관행,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걸 넘어서야 조직의 변화가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죠.

조직의 변화라는 화학 반응이 잘 일어나려면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많은 기업이 비전과 전략을 요란하게 수립해 놓고서도 변화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중단되는 이유는 바로 변화하고자 하는 지향점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뜬구름 잡는' 목표는 직원들에게 아무런 지침을 알려주지 못합니다.

화학 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촉매라는 물질을 사용하듯이 변화의 촉매 역할을 맡을 사람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을 변화주도자(change agent)라고 부릅니다. 그들이 직원들이 가진 저항감을 해제시키고 변화의 필요성과 이득을 쉬운 말로 이해시킨다면 변화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의심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자율권을 부여한다면, 변화를 좀더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원하는 대로 조직이 변화하지 않는다고 해서 위에서 아래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반짝 효과'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더 많은 저항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권장할 만한 것이 못 됩니다. 직원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수시로 전달해서 어느 순간 임계점에 이르러 변화가 창발적으로 일어나도록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변화의 불씨를 살아나게 하는 경영의 '중용'입니다.

신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 행복이 가득한 2011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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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지향, 소식소식(少食少式)   

2010. 12.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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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0년이 하루가 채 남지 않은 시간입니다. 알다시피 유별하게도 2010년엔 국가적으로 여러 가지 사건이 많았던 해였습니다. 그 때문에 저도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던 적도 있었고 마음을 졸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9년보다 2010년이 한결 나은 해였습니다. 2009년의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았던 탓이었을지 모르지만, 2010년엔 컨설팅 사업이 그런대로 원활하게 돌아가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바라지도 않았지만) Daum View 블로거대상대한민국 블로그어워드의 후보로 처음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4년 째에 접어든 블로그 활동이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좋은 신호라고 간주해도 되겠죠.


틈틈이 책을 써서 곧 출간(1월말)될 예정입니다. 문제해결에 관한 책인데 정본(定本)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겠지만 문제해결 분야의 기본 텍스트로 읽혀지도록 나름 신중을 기한 책입니다. 그러나 원고를 보내놓고 나니 눈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자꾸 나타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아무쪼록 저의 전작들보다는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 벽두에 제가 정한 지향점은 '행불유경(行不由經)'이었습니다. '지름길이나 뒤안길로 가지 않고 큰길로만 다닌다'란 뜻을 지닌 사자성어죠. 행불유경의 마음으로 살았는지 2010년을 되돌아 봅니다. 늘 그렇지만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많이 남습니다.

2011년에 제가 정한 지향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소식소식(少食少式)

이 말은 고전에 나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사자성어입니다.

앞의 소식(少食)은 말 그대로 밥을 적게 먹는다는 뜻입니다. 상당히 형이하학적인 목표죠? 나이가 들면서 신진대사가 떨어지는데 식사량은 그대로니 몸에 부담이 됩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2011년엔 양보다 질 위주의 식사를 해야겠습니다. 물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감량도 할 생각입니다. 목표는 7kg입니다.

뒤의 소식(少式)은 올바른 조어(造語)인지는 모르지만 '형식적인 일을 줄이고 경계하자'라는 뜻으로 정한 두 번째 지향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대개 보수적으로 변합니다. 여기서 보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변화에 저항하고 변화를 기피하려는 성향을 뜻합니다.

보수주의와 형식주의는 형제지간입니다. 변화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형식주의에 천착하는 경향을 지닙니다. 형식의 완고한 틀 안에 변화의 꿈틀거림을 잡아넣어야 하니까 말입니다. 이런 '옹고집'은 신체의 느려진 신진대사 속도 때문일지 모릅니다. 신진대사보다 빠르게 앞서 나가는 변화의 속도가 부담스러워 형식이라는 과속방지턱을 곳곳에 세우는 것일 테니까요(보수성과 나이가 정(正)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지요).

간단히 말하면, 소식(少食)으로 느려지는 신진대사에 보조를 맞추고, 소식(少式)으로는 느려지는 신진대사에 저항하자는 겁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나이 먹었다는 '티'를 너무 내는 것 같군요(저는 아직 젊답니다 ^^). 2011년 말이 되어 소식소식(少食少式)을 잘 지켰노라고 여러분에게 좋은 소식(消息)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금만 지나면 2011년의 붉은 태양이 솟아 오릅니다. 하지만 아직 2011년의 지향점을 정할 시간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2010년의 마지막 날, 여러분에 손엔 어떤 사자성어가 쥐어질지 궁금합니다. 자신의 지향점 네 자를  댓글이나 트랙백으로 공유해 주길 바랍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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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가 주인을 조종한다고?   

2010. 12.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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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영화 '아바타'에는 캡슐 속에 들어간 주인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아바타가 나옵니다. 주인이 캡슐 속을 빠져나오면 의식을 잃어버리고 쓰러지기 때문에 아바타는 주인 없이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유기체 덩어리'라고 불러도 될 존재죠. 오직 주인만이 아바타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바타는 주인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연구자들은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가상세계를 사용하여 이러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평범하게 생긴 것부터 매력적인 것까지 아바타를 하나씩 배정했습니다. 참가자의 실제 매력과는 상관없이 무작위로 아바타를 나눠준 것이죠.



그랬더니 매력적인 아바타를 가진 참가자는 평범한 아바타를 받은 참가자보다 가상세계에서 다른 사람(가상의)들과 친근한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비록 가상세계지만 좀더 자신있게 말하고 스스럼 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죠. 실제로 그 참가자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가상세계에서 자신이 부여 받은 아바타의 매력도에 상응하는 행동을 나타낸 겁니다. 바로 주인이 아바타로부터 거꾸로 통제 받을 수 있다는 증거인 셈이죠.

그러한 증거가 또 하나 있습니다. '최후통첩 게임'이라고 부르는 유명한 게임이 있습니다. 이 게임에 대해 모르는 분들을 위해 게임의 룰을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이 게임에는 두 사람이 참가합니다. 게임을 통제하는 실험자는 첫번째 사람에게 100 달러를 줍니다. 그리고 그에게 이렇게 말하죠. "저 사람에게 100 달러 중 얼마를 줄지를 제안하라. 만약 그사람이 제안을 거절하면, 그 사람은 물론 당신은 한푼도 벌지 못한다"

예를 들어, 첫번째 사람이 100 달러 중에 자신은 70 달러를 갖고 나머지 30 달러를 두번째 사람에게 제안한 후에 두번째 사람이 그걸 수용하면 각각 70 달러, 30 달러의 돈을 벌게 됩니다. 만약 두번째 사람이 거절하면 둘다 한푼도 벌지 못하는 것이죠. 첫번째 사람은 자신이 100 달러를 몽땅 갖겠다고 말할 수 있지만, 0 달러를 제안(?) 받는 두번째 사람이 그걸 거절하면 100 달러는커녕 한푼도 얻지 못합니다. 그래서 두번째 사람에게 0 달러보다는 큰 금액을 주겠다고 제안해야 거절 당할 위험이 적겠죠.

첫번째 사람이 두번째 사람에게 1 달러를 주겠다(자신은 99 달러를 갖고)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경제학적으로 보면, 두번째 사람은 첫번째 사람의 제안을 무조건 수용해야 합니다. 1 달러라도 버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1 달러를 제안 받으면 감히 자신에게 그런 푼돈을 제안한 첫번째 사람을 응징(?)하기 위해서 '거절'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첫번째 사람은 두번째 사람에게 얼마를 제안해야 자신이 최대의 돈을 벌게 되는지 고민에 빠지죠. 이것이 최후통첩 게임의 내용입니다.

다시 아바타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엔 아바타의 키를 달리 해서 참가자들에게 무작위로 배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키가 큰 아바타를 소유한 자에게 최후통첩 게임의  첫번째 사람의 역할을 맡도록 하면, 평균적으로 자신은 61달러를 갖고 두번째 사람에겐 39 달러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반면에 키가 작은 아바타를 가진 자는 자신이 52달러, 두번째 사람에겐 48 달러를 제안했습니다.

이번엔 반대로, 두번째 사람의 역할(첫번째 사람에게 제안을 받는 역할)을 참가자들에게 맡겨 보았습니다. 그리고 100 달러를 75 대 25로 나누자는 제안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키가 큰 아바타 소유자들의 38%만 이 제안을 수용했고, 키가 작은 아바타 소유자들은 72%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나죠? 키가 큰 아바타를 가졌다는 사실이 좀더 이기적으로 변모를 시킨 걸까요, 아니면 자신감을 높여준 걸까요? 혹은 자신에게 돈을 적게 주는 사람을 응징해야 한다는 정의감이 커진 걸까요? 아마 해석하기 나름일 겁니다.

지금까지는 아바타의 매력이 가상세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했는데, 놀랍게도 이러한 영향을 현실세계에까지 이어집니다. 가상세계에서 매력적인 아바타를 받았던 사람에게 예쁘고 멋진 이성의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사진 속의 인물이 자신과 데이트를 할 거라고 믿는 비율이 상대적으로(평범한 아바타를 받았던 사람들에 비해) 높았다고 합니다. 가상세계에서의 매력을 현실세계에 투영시킨 셈이죠.

이와 같은 실험 결과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할까요? 1차적으로 이 실험들은 사람들에게 어떤 아바타가 부여되냐에 따라 자신감이나 이기심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의미는 현실세계에서 실험하기 어려운 주제가 가상세계에서는 아주 자유롭게 수행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상세계를 통한 실험 결과를 통해 현실세계에서 벌어질 현상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죠.

외모의 변화가 행동과 자존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현실세계에서 실험을 하려면 성형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외모나 체격으로 변모시키기 어렵습니다. 가상세계는 이를 가능케 하죠. 아바타 실험 이외에, 질병이 사람들 사이에 어떤 패턴으로 퍼져 나가는지, 기업과 같은 조직이 어떻게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지, 개인들의 약한 유대감이 네트워크(인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주제도 가상세계에서 컴퓨터를 활용하여 얼마든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의 연구를 사회물리학(sociophysics)라고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 사회학과 물리학을 결합시킨 학문이죠.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을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로 간주하고 간단한 몇 개의 로직을 부여한 후에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지 살펴보는 방법으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지난 번에 포스팅한 '무임승차자, 그들을 어떻게 할까요?'와 '팀의 강한 결속을 깨뜨려라'라는 글은 사회물리학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 글이죠(이 글에서 소개한 아바타 실험은 엄밀히 말해 사회물리학이라고 볼 수 없을지 모르겠네요).

요즘 경영학은 답보 상태입니다. 새로운 발견이나 제안이 거의 없습니다. 혹자는 성공한 경영자가 왜 성공했는지를 알려면 경영학자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경영자 자신은 모른다는 소리죠. 이처럼 경영학이란 앞에서 기업들을 끌고가는 학문이 아니라 기업들의 뒤를 따라가며 정리만 해주는 학문이라고 폄하됩니다.

경영학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해 사회물리학적 연구 방법을 채용하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사회물리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면 지금까지 가설이나 철학을 근거로 도입된 제도들이 과연 조직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 적절한지를 검토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조직관리나 성과관리 등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지 모릅니다.

학문의 새로운 세계는 학문 스스로 벽을 깨고 밖으로 나갈 때에야 발견됩니다. 이제는 벽 안에서 깊게 파고드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다른 학문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일이 때로는 '자기부정'의 과정을 요구하지만 그러한 고통 속에서 뛰어난 통찰이 얻어집니다. '아바타'가 주인을 조종한다는 것, 껍질을 깨지 않았으면 발견되지 않을 통찰입니다.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경영학이 시급히 채용해야 할 통찰의 기술입니다.

(*참고도서 : '행복은 전염된다', '사회적 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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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구성된 기획서, 어떻게 만들까?   

2010. 12.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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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 '좋은 기획서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기획서란 채택된 기획서다', 그리고 '기획서가 채택되기 위한 최소조건은 잘 구성하여 깔끔하게 쓴 다음 가슴에 꽂히게 해야 한다'라고 정리했습니다(만약 읽지 않았다면 그 포스트를 먼저 읽은 다음에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트위터 등에서 많은 분들이 기획서를 잘 작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던데요, 오늘은 채택되기 위한 첫번째 최소조건인 '잘 구성한다'에 대해 살펴 봄으로써 부족하나마 여러분의 니즈를 충족시켜 드릴까 합니다.


우선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기획서를 '잘 구성한다'라는 게 무슨 뜻일까요? 목차를 짜임새 있게 짰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요구되는 요소들을 적절하게 포함시킨다는 뜻일까요? 둘 다 맞습니다. 기획서에 들어갈 요소를 목차로 잘 짜내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잘 구성한다는 말은 여러분의 기획서가 "문제해결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강조했듯이 기획이라는 행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법의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해결이라는 관점으로 기획서가 잘 구성됐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즉 독자(상사나 고객 등)가 여러분의 기획서를 읽어보고 '아, 내가 가진 문제가 이렇게 저렇게  충분히 해결될 수 있겠구나'라고 인식해야 잘 구성된 기획서라고 말할 수 있죠. 목차를 짜는 것은 문제해결의 관점이 충분히 반영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문제해결의 요건은 무엇일까요? 문제해결의 요건 우리가 흔히 육하원칙이라 말하는 '5W 1H'를 뜻합니다. 기획서가 해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문서이기 때문에 '왜 누가 언제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기획의 실현 가능성을 최대한 표현해야 합니다. 이는 실현 가능한 기획이라야 의미가 있는 기획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5W 1H로 정리되지 못한다면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헌데 기획서는 5W 1H보다 1개의 W와 1개의 H가 더 필요해서, '6W 2H' 룰을 적용해야 합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Whom), 얼마나 돈이 들고 얼마나 이익을 얻는지(How much)가 보강돼야 하죠.

기획서 구성요소 : 6W 2H

What : 무엇을 할 것인가? (기획의 주제)
Why : 그것을 왜 해야 하는가? (배경, 필요성, 현재의 문제점, 목적 등)
Who : 누가 이 일을 해야 하는가? (기획된 일의 수행주체)
Whom : 누구에게 적용할 것인가? (타겟)

Where : 어디에서 이 일을 수행할 것인가?
How : 어떻게 일을 수행해야 하는가? (방법론, 접근방법, 절차 등)
When : 어떤 일정으로 일을 수행할 것인가? (수행일정)
How mych : 비용과 이익은 얼마인가? (비용 상세, 예상손익계산서, ROI 등)

어떤 이는 What, Why, How가 기획서 구성의 필수요소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옳습니다. How를 광의로 해석해서 여기에 Who, Whom, Where, How, When, How much가 다 포함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획서 작성을 많이 해보지 않은 초보자라면 세분된 구성요소인 6W 2H를 기반으로 기획서를 구성해야 누락된 부분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6W 2H를 기계적으로 다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최대한 6W 2H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좋지만, 채워지지 않거나 채울 필요가 높지 않은 요소는 비워둬도 됩니다. 예를 들어 기획의 주제가 '선택적 복리후생 프로그램 도입'이라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획의 결과를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를(Whom)이란 요소가 자명합니다.

또한 이 일을 회사 내 인사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 어디에서 누가(Where, Who) 수행할지도 뻔하죠(하지만 고객사에게 선택적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경우라면 Who가 명시돼야 하겠죠). 이럴 때는 해당 구성요소를 기획서의 목차에서 삭제해야 합니다. 억지로 6W 2H를 다 채우면 기획서가 세련돼 보이지 않습니다. '초짜'가 쓴 기획서임을 드러내고 마는 꼴입니다.

또한 매우 중요하거나 좀더 설명이 필요한 구성요소는 '잘게' 분리할 필요도 있습니다. '왜(Why)  이 기획이 실행돼야 하는가'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는 일이 기획서가 채택되는 데에 매우 중대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CEO와 같은 의사결정자들은 Why에 관심을 더 많이 두죠. 그래서 Why에 해당하는 기획의 배경, 현재의 문제점, 기획의 목적(기대효과) 등으로 세분하고 목차에 별도의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그들에게 "Yes"를 얻어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Why의 세분

- 기획 배경 : 내외부 환경의 흐름과 분위기를 언급함으로써 기획의 필요성을 역설
- 현재의 문제점(As-Is) : 기획 주제와 관련하여 현재 발생하는 문제를 요약하여 서술
- 기획의 목적 : 이 기획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기대효과를 정리

반면 실무자들은 How가 더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기획의 결과를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방법론, 수행절차, 돌발계획 등으로 How를 세분해서 보여줘야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How의 세분

- 방법론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별적인 방법론을 기술
- 수행절차(혹은 수행단계) : 기획의 주제를 진행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수행주체별로 정리
- 돌발계획 : 실행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처리방안을 서술

예를 들어 '인사 담당자의 해외 연수 계획'이라는 기획서를 써서 CEO에게 보고한다면, 다음과 같이 기획서의 목차를 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인사담당자 해외 연수 계획'

1. 배경 (Why : 해외연수를 시켜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
2. 목적 (Why : 해외연수를 시키면 무엇이 이득인가?)
3. 대상 (Whom : 연수대상자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
4. 연수 내용 (What : 어떤 연수를 받게 되나?)
5. 실행 절차 (How : 이 연수계획을 어떤 절차로 진행하나?)
6. 비용 (How much : 연수에 얼마나 돈이 드는가?)
7. 첨부자료 (부록 : 본문을 보강하는 자료들)

6W 2H를 기초로 어떻게 목차를 구성해 내는가, 어떤 구성요소를 잘게 세분하고 또 어떤 구성요소는 생략하거나 '약하게 처리'하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기획서를 읽게 될 독자(상사, 고객 등)이 무엇을 가장 원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지 파악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기술해야 기획서의 채택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일반적으로 독자는 기획서를 읽을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기획서를 읽을 때 독자의 머리 속에 떠도는 질문들

- 우리의 문제를 잘 아는가?
-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이 좋은가?
- 그 방법이 실현 가능한가?
- 돈이 적게 들면서도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가?
- (얘네들이) 잘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독자의 니즈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무게중심을 달리합니다. 그래서 기획서를 작성하기 전에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인터뷰를 한다든지 자료를 검색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그 독자를 잘 아는 사람의 의견을 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획은 문제해결이고, 잘 구성된 기획서는 문제해결의 요건을 잘 갖춘 기획서입니다. 문제해결의 요건을 잘 갖춘다는 말은 독자의 니즈를 최대한 충족시키도록 기획서를 구성한다는 말입니다. "이거야 말로 내가 가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기획서 구성의 목표입니다.

지금까지는 기획서의 '뼈대'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뼈대가 정해졌으니 근육을 붙여야겠죠. 기획의 내용을 작성하는 일은 작성자의 창의력을 가장 많이 요구하는 부분이라서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확실하게 가르쳐 주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죠.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너무 긴 포스트는 졸음과 짜증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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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조정, 가능하면 하지 말자   

2010. 12.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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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든 인사평가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항상 나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이죠.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볼 때 직원들의 평가점수 분포가 95점 근처에 몰리는 극(極)관대화의 경향이 평가를 할 때마다 나타나서 골머리를 앓는 회사가 꽤 됩니다. 0.1점 차이로 운이 좋아 S등급이 되기도 하고, 운이 나쁘면 C등급에서 D등급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죠.

이러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을 줄이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는 사전적(事前的) 방법과 사후적(事後的) 방법이 있습니다. 사전적 방법이란 평가 시즌 직전에 평가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을 말합니다. 평가자 교육은 금년에 바뀐 평가 방식을 설명해주고, 피평가자들을 왜곡되지 않게 평가하려면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하는지 '재인식'시키려는 목적으로 실시하죠.


하지만 평가자 교육은 보통 평가 시즌 직전에 실시하기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했어야 하는' 평가자의 의무인 코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은 그다지 효과가 높지 않습니다. 평가자 교육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평가자 교육이 요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피평가자들의 역량개발 과정과 목표달성 과정을 평가자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면담하도록 의무화하고 그 결과를 기록하게 해야 합니다. 근거를 기반으로 평가가 이뤄지게 유도하기 때문에 평가의 관대화를 막는, 보다 사전적인 방법이라 말할 수 있죠.

사후적 방법은 평가 결과에 통계적인 조정을 가하여 관대화 경향을 희석시키거나 제거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 '평가 조정'을 의미하죠. 사실 관대화 경향을 희석시킨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사후적인 조정인지라 평가자들의 '관대한 평가 성향'을 미리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희석시킨다는 말은 관대한 평가 결과를 통계적인 조정을 통해 정상적인 결과인 양 '해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통계적인 조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크게 소극적인 조정과 적극적인 조정으로 나뉩니다. 소극적 조정이란, 평균과 표준편차의 적정 범위를 규정한 다음 그 범위를 벗어나게 평가하는 평가자들에게 재평가를 요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조정은 일괄적으로 평가의 분포를 조정하는 방법을 일컫습니다. 여기에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동시에 조정하는 방법과, 평균만 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평균만 조정하면 관대화만, 표준편차까지 조정하면 관대화와 중심화 경향을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소극적 조정 : 평균과 표준편차의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 재평가 실시
적극적 조정 : (1) 평균 조정
                    (2) 평균표준편차 조정

적극적 조정에서 조정의 기준으로 삼게 되는 조정평균과 조정표준편차를 매년 고정적으로 가져가느냐, 아니면 매년 다르게 가져가느냐(매년 전사 평균, 전사 표준편차로 조정)에 따라 다시 나뉩니다. 조정평균과 조정표준편차를 고정화하면, 매년 평가자들의 평가 성향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연도별로 비교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매년 가변적으로 설정하면, 해당 연도의 평가 의도를 반영할 수 있죠.

소극적 조정 : 평균과 표준편차의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 재평가 실시
적극적 조정 : (1) 평균 조정
                       (1-1) 평균 고정
                       (1-2) 평균 가변
                    (2) 평균표준편차 조정
                       (2-1) 평균, 표준편차 고정
                       (2-2) 평균, 표준편차 가변

(*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평가조정의 강도가 커짐)

평가의 관대화 경향을 줄이려면, 사후적 방법보다는 사전적 방법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이 나빠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사전적 방법은 결국 평가자의 노력과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펑가자들의 ‘평가 잣대’를 통일시키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사전적 방법을 사용하여 평가자별 평가 성향의 차이를 최소화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평가 성향의 차이는 사후적 방법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사후적인 방법은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피평가자가 평가자로부터 피드백 받은 최초의 평가 결과가 조정(사후적 방법)의 과정을 거치면 다르게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피평가자들이 평가를 납득하지 못하고 평가제도 전반에 불신을 가질 위험이 큽니다. 또한 평가자들에게 "난 잘 줬는데, 평가가 조정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어"라는 좋은 핑계거리를 주게 되죠.

따라서 사전적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평가의 왜곡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며, 일정 수준 이하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이 감소한다면 적극적 조정에서 소극적 조정 쪽으로 차츰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란 말이 사라지지 않는 한 관대화 경향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크기를 줄일 수는 있죠. 내년에는 여러분들의 회사에서 관대화 경향이 올해보다 약해지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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