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총소득 2만 달러의 허구   

2011. 4.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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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은행에서 2010년 우리나라의 1인당 GNI(1인당 국민총소득)가 2만 달러를 다시 회복했다는 기사를 발표했습니다. 지표만 보자면 우리가 예전보다 더 잘 살게 됐다는 뜻이죠. 실질 GDP 성장률도 6.2%로 기록했는데 2009년의 0.2%에 비하면 우리 경제가 크게 상승했음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 기사를 보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거나 콧방귀를 뀌기도 하더군요. 아마 여러분들도 그랬을 것 같네요. 피부로 체감하는 부(富)와 괴리가 크게 느껴지는 탓이겠죠. 1인당 GNI가 늘었다고 해서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이 늘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부를 제외하고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2008~2009년에 1인당 GNI가 2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원/달러 환율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헌데 작년 들어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대로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아진 원화 가치 덕에 1인당 GNI가 2만 달러를 회복한 겁니다. 경제의 펀더멘탈이 강해졌음을 뜻하는 게 아니라, 그저 환율로 인한 착시효과죠. 

사람들이 1인당 GNI의 증가를 자신의 부의 증가로 일치시키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소득 불평등의 심화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 계수'를 보면 1990년 이래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니 계수란 전체가구(인구)의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에서 1사이 값을 가지는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의 정도가 심해진다는 뜻입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어떨까요? 이 값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데, 값이 클수록 소득계층 간의 소득 격차가 큼을 나타냅니다. 역시 1990년 이래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위 소득 50% 미만의 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 역시 증가하고 있죠.



1인당 GNI가 증가한다고 해서 단순히 좋아할 수 없는 까닭은 이처럼 소득의 불평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1인당 GNI 안에 포함된 소득의 '질'이 과연 좋으냐 나쁘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총소득(혹은 국내총생산) 안에는 자동차 사고, 환경오염, 통근, 질병 등 사람들의 생활방식 때문에 생겨나는 각종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용들이 모두 '소득' 혹은 '생산'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함께 합산되기 때문에 일종의 '허수 효과'를 나타냅니다. 경제전문가들이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단기적으로는 하락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까닭은 재해 복구로 인한 막대한 비용이 결국에는 경제성장에 기여(?)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1인당 GNI(혹은 1인당 GDP)는 오직 숫자로 산출되는 소득액이나 생산액만 다룰 뿐, 양육이나 가사 노동과 같이 사회의 결속과 안녕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의 기여도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1인당 GNI(혹은 1인당 GDP)는 국가와 사회의 경제적 발전과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로 적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비용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외하고, 가사노동과 육아로 인한 유익함을 더해서 새롭게 지표를 산출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만든 지표를 '1인당 실질진보지표(Genuine Progress Indicator, GPI)'라고 명명합니다. J. 베네툴리스와 C. 코브는 1950년부터 2002년에 이르는 미국의 1인당 GPI를 계산했습니다. 그랬더니, 1인당 GDP는 1만 달러에서 3만 5천 달러 선까지 크게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1인당 GPI는 5천 달러와 1만 달러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거의 발전이 없었던 겁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1인당 GDP의 상당 부분이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비용으로 인해 과다하게 부풀려졌음을 뜻하는 건 아닐까요?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1인당 GPI를 관리하지 않지만, 만약 산출해 본다면 미국과 비슷한 패턴이 나오리라 추측됩니다. 개인적으로 통계청에서 GPI를 꼭 관리하기를 요청해 봅니다.

오늘은 만우절인데, 좀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말았군요. 하지만, "1인당 GNI 2만 달러 회복"이라는 말처럼 만우절에 어울리는 주제가 있을까요?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참고 사이트 : 통계청)
(*참고자료 : The Genuine Progress Indicator 1950-2002 (2004 Upd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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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치는 이유   

2011. 3.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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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와 자동차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을 만드는 어떤 회사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서로 다른 지역에 3개의 공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커다란 부품 계약 2건을 놓치는 바람에 3개의 공장 중 두 곳의 임금을 삭감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사회는 두 공장 근로자의 임금을 15%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죠.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공장은 임금을 삭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심리학자 제럴드 그린버그(Jerald Greenberg)는 임금 삭감 조치가 내려진 공장과 그렇지 않은 공장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는 실험 조건을 놓치지 않았죠. 그가 실험하고자 했던 가설은 "부당한 대우를 받은 직원들이 회사의 물건을 절도하는 일이 더 많다" 였습니다. 그가 이 연구를 시작한 1990년에는 직원들에 의한 절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인식되던 터였습니다. 좀 오래된 정보이지만, 미국 경영자 협회(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에 의하면 1975년에 미국만 해도 50억불에서 100억불 정도의 '직원 절도(Employee Theft)'가 일어났다고 추정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는 또한 직원들에게 임금 삭감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면 직원 절도 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임금 삭감이 결정된 두 공장 중 한 곳의 직원들에게는 사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왜 임금 삭감이 불가피한지 그래프와 그림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고통 분담에 대한 이해를 호소했습니다. 사장의 설명은 90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다른 공장의 직원들에게는 사장이 아니라 부사장이 '앞으로 15%의 임금 삭감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알아라' 식으로 설명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임금 삭감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그래프도 없었고 설명은 겨우 15분 동안 성의 없게 이뤄졌지요.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그린버그는 임금 삭감 조치가 실행되기 전의 직원 절도율(Rate of Employee Theft)를 조사했는데, 당연히 세 공장 모두 비슷한 값이 나왔습니다(평균 3.0% 수준). 하지만 임금 삭감 조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임금이 삭감되기로 한 두 곳의 공장에서 직원 절도율이 급상승했습니다. 이는 삭감된 임금을 무언가를 통해 벌충하려는 직원들의 심리에서 기인합니다. 개인적으로 필요가 없는 물품인데도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동하죠. 부끄럽지만 저도 그랬습니다. 신입으로 들어간 첫 직장이 부도를 맞아 휘청거릴 때 월급이 일주일 정도 늦게 나온 적이 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복사기 옆에 쌓인 A4 용지 한 권을 집에 가져가서 개인적으로 유용(?)했죠.

그렇다면 똑같이 임금 삭감이 결정됐지만 상세한 설명을 들은 공장과 그렇지 않은 공장은 어떤 차이가 생겼을까요? 사장으로부터 성의 있는 해명을 들은 공장 직원들의 절도율은 대략 평균 4.7%로 상승한 반면, 부사장의 성의 없는 설명을 들은 공장 직원들은 평균 8%에 이르는 절도율을 나타냈습니다. 세 공장 중 임금 삭감 조치가 내려지지 않아서 대조군(control group)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장 직원들의 절도율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린버그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별도의 설문에서 충분한 해명을 듣지 못한 직원들은 임금 불평등에 대해 매우 강한 불만을 나타낸 반면, 상세한 설명을 들은 직원들은 임금 삭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급여의 불평등에 대하여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회사 물건을 절도함으로써 임금 삭감을 벌충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심리, 상세하고 충분한 설명과 해명이 직원 절도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부당하게 대우 받는다고 느끼고 게다가 성의 없는 설명을 들을 때 직원 절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은 아마 상식적으로 아는 내용일 겁니다.  하지만 알고도 시간을 좀더 들여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임금 삭감과 같이 '강력한 조치'일수록 '냉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직원들에게 친절한 자세로 나가면 임금 삭감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더 커지지라 지레 짐작합니다.

비단 임금 삭감과 같은 조치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직원들로부터 협조를 구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의사결정사항에 대해 충분하고 성의 있는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장은 임원에게, 임원은 팀장에게, 팀장은 팀원에게 통보하면 된다는 하향식 의사소통의 방식이 여전합니다. 가능한 한 직원들의 반발을 눈앞에서 보기를 꺼려합니다. 하지만 이런 의사소통 방식은 모래 속에 얼굴을 파묻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직원들을 배려하지 않으면 절도뿐만 아니라 그것보다 더 보이지 않는 비용이 크게 발생합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이유로 업무를 게을리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내놓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훨씬 크죠. 이런 비용은 절도보다 더 장기적으로 회사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중대한 의사결정은 그만큼 변화관리가 중요합니다. 멀찌감치 물러서서 사태를 조망하겠다는 말은 직원들의 반발이 '겁난다'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더 반발할 거라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모욕적입니다. 직원들을 '생각 없고 돈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은근히 치부하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은 외집단(out-group)이 아닙니다. 그들을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아픈' 조치일수록 진정성이 우러난 해명과 친절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치는 이유, 그것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배려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원들의 절도는 나쁜 짓이고 정도가 심하면 범죄에 해당합니다. 절도를 저지른 직원들을 변호하는 건 아니지만, 직원 절도율이 높아진다면 직원들을 탓하기 이전에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
http://www.personal.psu.edu/faculty/k/r/krm10/PSY597SP07/Greenberg%20costs%20of%20pay%20cuts.pdf )
(*참고도서 : '머니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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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들은 나를 이상하게 평가할까?   

2011. 3.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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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비곤 호수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라디오 진행자인 개리슨 케일러(Garrison Keiler)가 "워비곤 호수가에 사는 남자들은 모두 잘 생겼고 모든 여자들은 강하며, 모든 아이들의 지능은 평균 이상이다" 라고 언급하면서 생긴 심리학 용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여긴다는 점을 지적하는 말이죠. 대략 90퍼센트의 사람들은 지능과 능력에 있어 상위 10%에 속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50퍼센트의 사람들이 상위 50%에 속한다고 생각해야 옳은데도 말입니다.

바로 이런 '워비곤 호수 효과' 때문에 다면평가(360도 피드백)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고 심하면 크게 충격을 받고 좌절하는 현상을 보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 사이의 괴리가 왜 그렇게 큰지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쉬나 아이엔가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MBA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정례화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신입생(대개 직장을 다니다가 들어온)들의 예전 동료, 고객, 그리고 현재의 급우들이 다면평가자가 되었죠.



다면평가를 실시하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평가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90퍼센트 이상의 학생들이 왜 자신이 느끼는 자신과 타인이 느끼는 자신이 다른지 이해하지 못했죠. 자신을 리더라고 생각한 어느 학생은 남들이 자신을 똑똑하게 평가하지만 경영자가 될 재목은 아니라는 평가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성격이 다혈질은 어느 학생은 남들로부터 정서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고서 매우 기분 나빠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이엔가는 이런 '부조화' 현상이 매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죠.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 사이에 왜 이런 갭이 생기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자신은 나의 행동이나 사고에 대해 합리화할 기회를 가지지만, 타인은 나의 행동이나 사고를 그들의 경험에 근거하여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나는 '합리화'라는 색안경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타인은 '그들 자신의 경험'이라는 색안경으로 나를 바라보기 때문이죠.

'워비곤 호수 효과'는 '지식의 저주'라는 말과도 연관이 됩니다. 1990년에 엘리자베스 뉴턴은 스탠퍼드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생일 축하송'과 같은 간단한 노래의 멜로디를 입으로 소리내지 말고 오직 박자에 맞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만 두드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무슨 노래인지 알아맞히라는 임무를 부여했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노래의 제목을 맞혔을까요? 실험에 사용된 노래는 모두 120곡이었는데, 그 중 3곡 밖에 맞히지 못했답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테이블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테이블을 두드리면, '듣는 그룹'의 학생들 중 50%는 곡명을 알아맞히리라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못미치게 결과가 나오자 상당히 의아해 했습니다. "이렇게 쉬운 곡도 못 맞히다니, 바보 아냐?" 라는 반응도 나왔죠.

이것이 바로 '지식의 저주'입니다. 테이블을 두드리는 사람은 자신이 이미 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박자를 듣는 사람들이 왜 곡명을 모르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이 모른다는 것이 '용서'가 안 되는 것이죠. 칩 히스와 댄 히스는 그들의 책 '스틱'에서 "무언가를 알게 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된다" 고 지적합니다. 즉 자신의 행동과 사고에는 분명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알지만, 남들이 그것을 모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죠.

미국에서는 '포춘 지' 선정 500대 기업 중 90%가 다면평가를 채택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기업들과 공공기관들이 다면평가를 도입했는데, 운영하다가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해 버리는 조직이 많습니다. 제도를 운영해서 구성원의 불만만 야기하느니 차라리 폐지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입니다. '워비곤 호수 효과'와 '지식의 저주 효과'로 인한 구성원들의 불만과 갈등을 다면평가 자체의 문제라고 인식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하지만 다면평가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점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좋은 게 좋다'란 생각으로 다면평가를 '인기투표'로 변질시키지 않는 한(대개 다면평가를 보상으로 연결시킬 때 인기투표의 경향이 나타남), 다면평가는 남들이 생각하는 '나'를 통해 좀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비록 평가 결과를 받는 순간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 간의 괴리 때문에 기분이 나쁘고 충격을 받겠지만, 그런 자극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하죠. 1년에 한번 정도 그런 자극은 직원 개인에게 꼭 필요한 '입에 쓴 약'입니다.

다면평가에 문제가 많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남들의 평가을 통해 스스로를 계발할 동기를 찾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에게는 타인의 평가가 그저 기분 나쁜 것에 그칠 뿐입니다. '목소리 큰'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다면평가를 폐지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입니다.

다면평가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다면평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채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상'에는 반영하지 않아야 합니다. 연봉이나 승진 점수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인기투표로 흐르거나 건강한 긴장감을 소모적인 갈등으로 변질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직원 각자에게 피드백하여 역량 계발의 동기를 가지도록 유도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평가로만 끝나고 개인들에게 피드백하지 않는 기업들이 종종 있는데, 그렇게 하면 직원들은 자신의 다면평가 결과가 이상한 용도로 쓰인다고 오해를 키울 뿐입니다.

다면평가를 통해 직원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워비곤 호수 효과'와 '지식의 저주'를 깨뜨림으로써 다른 직원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과 타인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협력을 촉진하는 장치로 다면평가를 유도하는 일이 인사부서와 경영자의 몫이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왜 남들은 나를 이상하게 평가할까?" 라고 말하면서 다면평가로부터 아무것도 배우려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참고도서 : '쉬나의 선택실험실',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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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관리의 리스크   

2011. 3.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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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와 같은 금융기관들은 금리, 환율, 유가 등에 시시각각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리스크 관리 시스템(RMS)를 갖추고 있습니다(물론 없는 곳도 찾아보면 있겠지만). 요즘에는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제조업이나 일반 서비스업에서도 환경을 둘러싼 여러 가지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기법을 채용하는 회사들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회사마다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리스크 관리 체계의 기본적인 얼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조직 내외부에 존재하는 리스크를 파악합니다. 재무적인 리스크도 있고, 운영적인 리스크도 있습니다.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 리스크가 있고, 사람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따른 리스크도 있지요. 이렇게 가능한 한 빠짐없이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리스크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리스크 관리가 시작됩니다.



그 다음엔 각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 즉 발생확률을 추정합니다. 동시에 리스크가 현실로 나타났을 때 그 영향의 크기가 어떨지를 예측해 봅니다. 그러고는 발생확률과 영향의 크기를 곱해서 위험의 크기를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한다는 '재해 리스크'의 확률을 1%이고 공장이 전소됐을 때의 예상 손실액이 100억 원이라고 하면, 이 리스크의 위험은 1억 원이 됩니다.

모든 리스크에 대해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어떤 리스크가 가장 큰 위협이 되는지가 파악이 되겠죠? 이제 해야 할 일은 리스크를 헷지(hedge)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환 리스크를 헷지하려면, 결제 통화의 비율을 조정한다든지 다른 회사에 환 리스크를 전가한다든지 등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운영리스크(직원의 비리, 운영상의 실수 등)에 대해서도 헷지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이젠 수립된 헷지 계획을 실행합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는지 점검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기존의 헷지 계획을 수정 보완합니다. 만일 새로운 리스크가 발견된다든지, 발생확률과 영향의 크기가 달라져서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리스크'가 바뀐다면 그에 대한 헷지 계획도 수립해야 하겠죠. 리스크 관리는 이와 같이 전형적인 Plan-Do-See의 절차로 이루어집니다. 만일 여러분의 회사가 이와 같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면, 어떤 리스크가 현실로 나타나도 튼튼하게 대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 겁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지나친 믿음은 오히려 매우 위험합니다. RMS 내에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 리스크는 바로 '블랙 스완(Black swan)'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리스크 관리의 첫 단계가 조직을 둘러싼 내외부의 리스크를 파악하는 일이라고 했는데, 이 단계에서 '발생확률은 아주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그 영향이 상상을 초월하는' 블랙 스완을 찾아내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설령 인지를 했더라도 '설마 그런 일이 발생하겠냐'며 쉽게 무시 당하기 때문이죠. 또한 광범위하게 리스크를 규명하면 할수록 '자신감 착각'이 강화되기 때문에 블랙 스완을 놓치는 역설에 빠집니다.

이번 일본 원전 사고가 블랙 스완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지진에 철저히 대비해왔던 일본조차 높이 10m 이상의 쯔나미가 몰려올지,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원전을 위태롭게 만들지를 예측하지 못했죠. 리스크 관리가 다른 산업에 비해 체계적으로 잘 구축된 미국 금융기관들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대비하지 못해(혹은 알고도 무시해서)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몰고 온 것도 역시 블랙 스완의 대표적인 사례죠.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 최근에 중동을 휩쓰는 '쟈스민 혁명' 등도 역시 블랙 스완입니다.

이상하게도 사고는 예상했던 리스크가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않은 리스크게서 발생하고, 그 영향도 매우 큽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관리가 가능한 리스크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되고 질서정연한 산업에서 유용합니다. 관리할 수 없는 리스크(블랙 스완)이 뛰쳐나오는 복잡한 환경에서는 가치가 적죠.

리스크 관리 체계의 두 번째 약점은 발생확률과 영향의 크기를 사전적으로 결정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발생확률이 1%인지, 80%인지는 매우 자의적입니다. 게다가 미래의 일이라서 아무리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한다 해도 발생확률의 정확성을 기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특정 정보 하나가 발생확률을 1%에서 90%로 갑자기 끌어올리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왕왕 발생하니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위협이 되는 리스크'가 무엇인지를 잘못 결정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수립된 리스크 헷지 계획도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리스크 관리 체계의 세 번째 약점은 리스크 헷지 계획이 '자신감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이 착각은 리스크를 파악할 때도 발생하지만, 가장 위협이 되는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 정교한 기법과 절차를 수립함과 동시에 출현합니다. "자, 이렇게 만반의 대책을 세웠으니 문제 없겠지?" 라며 긴장의 끈을 놓는 것입니다. 또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혼동하는 '실행 착각'도 발생합니다. 근사한 비전 문구를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어두면 그게 저절로 이뤄질 것처럼 믿는 것처럼 말입니다.

블랙 스완이 갑자기 출몰하는 복잡한 상황 하에서는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목표는 매번 좌절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리스크 관리 체계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 고 생각합니까?

환경이 복잡해지고 매번 급변한다면 철저한 리스크 관리보다는 '적응'이 생존의 키워드입니다. 미래의 변화를 미리 그려보고 그에 따라 조직의 적응력을 길러가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일본이 대지진이라는 재앙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했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빠르게 회복하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느냐가 그들의 저력을 말해줄 잣대입니다.

사전 대비와 사후 적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중용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철저히 대비하는 조직도 좋지만, 빠르게 회복 가능한 적응력을 갖춘 조직으로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참고도서 : '블랙 스완',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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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이 좋을까, 분석이 좋을까?   

2011. 3.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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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티모시 윌슨(Timothy D. Wilson)과 조나단 스쿨러(Jonathan W. Schooler)가 1991년에 발표한 논문은 '직관'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윌슨과 스쿨러는 학점에 유리한 점수를 부여하겠다고 하고서 '잼 시식 테스트'에 참가할 49명의 대학생들을 피실험자로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실험에 참가하기 3시간 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요청했죠.



학생들이 시식해야 할 잼은 '컨슈머 리포트'라는 잡지에 소개된 45개의 잼 중 5개였습니다. 1985년에 발행된 컨슈머 리포트에는 잼 전문가 7명이 45개의 잼을 맛보고 나서 달콤함, 씁쓸함, 향 등 16가지의 항목 평가를 통해 매긴 순위가 실려 있었는데, 윌슨과 스쿨러는 그 중에서 5개의 잼을 구입했습니다. 무작위로 고른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각각 1등, 11등, 24등, 32등, 44등이라고 점수를 매긴 잼들을 구입했죠. 순위의 격차가 커야 학생들이 맛 평가를 내릴 때 혼동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윌슨과 스쿨러는 학생들이 과연 전문가들과 비슷하게나마 '맛 감별력'을 나타낼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을 달리해서 말입니다. 그 한 가지 조건은 '맛에 대한 심사숙고'를 하느냐 마느냐였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첫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잼의 맛을 본 다음 곧바로 1~9점의 척도로 평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각각의 잼을 시식하고서 왜 그 잼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이유를 종이에 적은 다음에 1~9점으로 평가하라고 했죠. 다시 말해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자신의 '맛 평가'를 분석해야 했던 겁니다.

어느 그룹의 학생들이 전문가들의 맛 평가와 유사했을까요? 아마 자신의 맛을 분석하고 심사숙고한 학생들이 전문가들의 평가와 유사할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맛에 대해 생각할 시간 없이 바로 평가해야 했던 학생들이 전문가들과 상대적으로 비슷하게 평가 내렸으니 말입니다.

왜 맛에 대한 분석과 심사숙고가 평가의 질을 떨어뜨린 걸까요? 왜 미각에 따라 곧바로 평가 내린 학생들이 전문가들의 평가와 유사했던 걸까요? 맛 감별에 있어 문외한이라고 할 만한 학생들이 고민하고 분석한다고 해서 맛에 관한 정보가 더 이상 생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맛을 분석하려고 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상한 정보가 끼어 들어가 맛을 '오판'하기가 쉽죠.

게다가 미각은 감각이라서 논리적인 분석(심사숙고)의 대상이 아닙니다. 감정적인 반응이니 논리로 설명하려고 하면 왜곡이 나타나는 겁니다. 물론 컨슈머 리포트의 잼 전문가들이 16가지의 항목으로 미각을 분석해서 평가했다지만, 그것은 그들이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통해 충분하게 훈련했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고민해야 할 때와 그럴 필요가 없는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민한다고 해서 더 이상의 정보가 생기지 않는 경우에는 심사숙고에 의해서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숙련된 잼 전문가들처럼 맛의 여러 가지 특성을 구분함으로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심사숙고가 좋은 의사결정(혹은 선택)에 도움이 되지만, 아무리 애써도 직면한 상황 이외의 정보가 없다면 고민스러운 분석은 무용할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해롭기까지 합니다.

윌슨은 '잼 시식 테스트' 뿐만 아니라 '그림 고르기 실험'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윌슨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모네와 고흐가 그린 그림과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동물 그림 3점, 이렇게 5점의 그림을 보여주고 자기 집에 걸어놓을 그림을 고르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미술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로 떠오르는 인상에 따라 선택하라고 하자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모네와 고흐가 그린 작품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왜 그 그림을 좋아하는지를 묘사(분석)하라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동물 그림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보다는 동물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를 대기가 더 쉬웠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동물 그림을 자신의 집에 걸어놓은 참가자 중 75% 정도는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에 바로 떠오르는 직관에 따라 모네와 고흐 그림을 선택했던 참가자들은 아무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시 그림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분석을 해봤자 더 좋은 선택을 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나쁜 선택을 하게 됨을 알 수 있는 실험입니다.

이 실험들은 분석보다는 직관이 더 우수하다는 인상을 우리에게 주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이 실험의 숨겨진 교훈은 우리가 의사결정에서 직관을 적용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분석을 하면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다각도로 얻을 수 있는 상태인데도 빠르게 의사결정을 한답시고 직관을 적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잼 전문가들의 직관이 뛰어나서 바로 평가를 내리는 것 같지만, 실은 10년 이상의 경험이 축적되어 잼에 맛에 관한 한 여러 가지 정보를 혀를 통해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니까요.

의사결정에 있어 직관이 유리하냐 분석이 유리하냐는 질문은 단순하게 대답할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 직관을 믿고 따라야 할 때와 분석을 통해 좀더 많은 정보에 접근해야 할 때를 분명히 판단할 줄 알아야 옳은 의사결정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중용'의 문제라 쉽지만은 않죠.

(*참고 논문 :
http://www.som.yale.edu/faculty/keith.chen/negot.%20papers/WilsonSchooler_Think2Much91.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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