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마라   

2011. 5. 18. 09:20
반응형



연봉제를 개선하기를 원하는 고객사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직원들이 일을 잘하면 더 많은 연봉을 받기를 원한다. 남들보다 일을 잘 했는데도 똑같은 돈을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크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그에 따라 일 잘하는 사람에게 차등적으로 보상할 필요가 있다." 라는 말입니다. "어차피 인건비 예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 잘하는 직원을 우대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는 '일 잘 하면 돈을 많이 주는 게 당연하다' 라며 이 말에 동의하는 분들이 제법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그런 의견에 동의하는 이유는 '일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를 원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을 못했는데도 일 잘하는 사람과 같은 연봉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결국 사람들은(직원들은) 차등 보상이 강화된 연봉제를 좋아하리라고 간주할 겁니다. 연봉제 개선을 요구하는 고객사 담당자들도 이런 가정(assumption)을 가지고 있죠.



여기서 한 가지 따져볼 게 있습니다. 진짜로 일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를 원할까요? 당연히 그렇죠. 본인이 남들보다 뛰어난 기여를 했는데도 금전적이든 비금전적이든 돌아오는 보상이 같다면 힘이 빠지겠죠.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능력이 평균 이상이고 회사에 기여하는 바도 평균 이상이라고 여깁니다. 90% 이상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상위 10%에 속한다고 믿습니다. 

바로 지난 번에 이야기한 바 있는 '워비곤 호수 효과' 때문이죠. 요즘 화제가 되는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을 잠시 본 적이 있는데, "설마 내가 7위는 아니겠지"란 인터뷰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워비곤 호수 효과는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죠. 스스로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가 남들보다 못하다고 자평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워비곤 호수 효과를 염두에 둔다면 직원들이 "일 잘 하는 사람에게 높은 보상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나는 남들보다 능력과 성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나에게' 높은 연봉을 주는 게 당연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합니다. 차등 보상 강화를 선호한다고 말하는 직원에게 "보상을 차등화하면 당신이 남들보다 덜 받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냐?"라고 물어보면 잠시 생각하다가 "그래도 괜찮다"라고 대답합니다. 진짜로 괜찮아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덜 받을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등 보상을 선호한다고 말하는 직원들의 의견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차등 보상을 진짜로 시행해보면 오히려 예전보다 '평가지표가 객관적이지 못하다. 평가가 불투명하다'는 식의 불만이 더욱 가중될 뿐입니다. 성공은 자신의 능력 때문이고 실패는 남의 탓으로 돌립니다. 그래서 관리자들은 부하 직원들로부터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습니다. 자기들에게 나쁜 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자신이 남보다 적게 받는다며 모든 분노의 화살을 관리자들에게 한없이 쏘아댑니다.

관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차등 보상을 위해 부하직원들의 성과를 상대평가하는 일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을 듣습니다. 모두 고생한 직원들인데 '줄세우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 괴롭고 미칠 지경이라는 말도 하죠. 그들 중에는 일 잘하는 사람에게 높은 연봉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폐해가 크기 때문에 제도를 객관적으로(대체 객관적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고쳐야 한다는 딜레마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관리자들과 직원들 사이의 반목이 커지고 직원들 간의 협력은 깨지고 맙니다. 이러한 폐해는 일정 부분 '나는 능력이 평균 이상이니까 적게 보상 받을 리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차등 보상에 동조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봐야 옳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런 지적이 불편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이 그러함을 직시해야 합니다. 회사나 개인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높은 연봉을 받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리고 남들이 '능력 있는' 자신보다 같거나 높은 보상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등 보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아닐까요?

차등 보상을 도입한 350개 기업 중 83%가 회사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본래의 목적을 매우 부분적으로 달성했거나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는 휴잇의 조사 결과(2004년)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워비곤 호수 효과에 현혹됐거나 남들 따라하다가 벤치마킹의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인사부서에서 평가제도와 보상제도를 다시 뜯어 고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차등 보상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재설계되어 상황이 악순환에 빠집니다. 차등 보상이 회사 성과를 견인하는 데에는 미약한 수준이라서 더욱 높여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기 때문이죠.

인사 부서에서는 직원의 표면적인 의견만을 청취하고서 차등 보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막을 줄도 알아야죠. 차등 보상이든 무엇이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합니다. 업의 특성상 직원들의 능력과 성과를 '개인 단위'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 차등 보상이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장치인지, 나아가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가 회사 성과 향상에 진짜로 기여하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그런 증거를 충분하게 확보한 후에 제도를 변화시켜야 하지, 직원들의 의견이 그렇다고 해서, 다른 회사가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인사제도의 트렌드가 그렇다고 해서 인사제도를 변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제도 도입으로 인한 효과와 비용을 엄밀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차등 보상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판단이 든다면 직원들이 (표면적으로) 원해도, 경쟁사가 도입한다고 해도 꿋꿋이 본래의 인사 철학을 고수하는 것이 옳습니다. 

때로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인사제도의 고객이지만, 고객이 옳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차등 보상을 좋아하고 금전적 보상의 차이가 동기를 부여하며 높은 연봉이 인재를 끌어들이고 그에 따라 회사 성과가 높아질 거라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가정(assumption)입니다. 이 가정이 옳다는 증거는 매우 미약합니다. 가정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hard fact)에 근거하여 조직을 경영하는 일, 기업마다 업의 특성에 맞게 조직가치나 문화에 맞게 조직을 이끄는 일, 이것이 중용을 실천하는 경영의 마인드입니다.

(*참고도서 : '증거경영')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부하는 상사의 성격을 닮는다   

2011. 5. 17. 09:40
반응형



옛말에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이 있습니다.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란 말이죠. 즉, 나쁜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그사람을 닮게 되니 조심하라는 뜻이 담긴 말입니다. 이 말은 기업이라는 조직에서도 통합니다. 성질이 못되고 다혈질적인(게다가 비열하기까지 한) 상사를 만나면 부하직원들은 대개 그를 싫어하고 멀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상사의 위치에 오르면 저렇게 하지 않을 거야' 라고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근묵자흑이란 말로부터 자유로워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심리학자인 노스웨스턴 대학의 리 톰슨(Leigh Thomson)과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카메론 앤더슨(Cameron Anderson)이 조직에서의 '근묵자흑 원리'를 실험으로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경영대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을 3명씩 팀을 이루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경영자원의 배분을 결정하는 '관리자 회의'를 진행하게 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업에서 어떻게 경영자원의 배분을 의사결정하는지 배우기 위한 목적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실제의 목적은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톰슨과 앤더슨은 3명 중 한 명에게 '큰 회사의 최고 경영자' 역할을 맡겼고, 다른 두 명의 학생들에게는 각각 중간 레벨의 관리자와 낮은 레벨의 관리자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우리 식으로 쉽게 말하면, 학생들에게 각각 사장, 부장, 과장의 역할을 맡겼다고 보면 되겠네요. 이렇게 역할을 부여하고 학생들에게 경영자원 배분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라고 했더니, 예상대로 사장 역할을 맡은 학생이 회의를 빠르게 장악했습니다.

흥미로운 현상은 No. 2인 '부장'에게서 발견되었죠. 부장(역할을 맡은 학생)이 사장의 행동과 말투를 닮아가는 모습이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특히 회의를 주관하는 사장이 에너지가 넘치고 공격적이면서 비열하기까지 한 '골목대장'일 경우에 시간이 지날수록 부장은 사장의 언행을 따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장 역할을 한 학생의 성격이 원래 약자를 괴롭히는 걸 좋아해서일까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실험을 실행하기 전에 톰슨과 앤더슨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성격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본래 감정을 잘 억제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을 지닌 학생들이 실험에서 부장 역할을 맡으면 사장의 못된 언행을 거의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이 발견됐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들(부장 역할의 학생들)은 경영자원을 배분할 때 금액의 크기에 많이 집착하고 과장 역할을 하는 학생들의 말을 자르기도 했습니다. 근묵자흑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실험이죠.

반대로 사장 역할을 한 학생이 온화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지만 꽃을 싼 종이에서는 향기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부장은 그런 사장의 성격에 동화된다는 것을 톰슨과 앤더슨은 또한 발견했습니다. 부장 역할을 한 학생의 본래 성격이 공격적이고 다혈질이라고 해도 사장의 온화함이 그런 성격을 중화시켰던 겁니다. 그렇다면 No. 3인 과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그들은 (이 실험에서는) '쫄병'이기 때문에 수동적이겠죠. 따라서 그들은 사장과 부장의 언행 스타일이 만들어내는 조직의 분위기에 따라 행동할 겁니다. 만일 그들(과장 역할의 학생)에게 부하직원이 주어졌다면, 짐작컨대 그들 역시 사장과 부장의 언행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였을 테죠.

이처럼 조직의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이 드러내는 언행 스타일이 조직 전체에 빠르게 전염됩니다. 이를 '정서적 전염'이라고 부릅니다. 상사가 폭군 스타일이고 다혈질이면 부하직원도 화를 잘내고, 상사가 온화한 덕장이라면 부하직원들 역시 그러합니다. 이런 정서적 전염의 강도는 매우 강해서 실권을 지니지 못한 직원 1명이 조직의 분위기를 좋은 쪽으로(혹은 나쁜 쪽으로)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조직 분위기에 금세 동화되고 적응하죠.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면 누구나 조직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조직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 중에 가장 강력하면서도 필수적인 것은 리더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격적이고 상명하달 식의 일방적 소통을 좋아하는 리더가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을 꿈꾸는 일과 같습니다.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다짐과 실천은 쏙 뺀 채 '부하직원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조직문화가 이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면 자신의 무지를 공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정서적 전염을 잘 활용하면 조직문화를 바람직하게 변화시킬 목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제도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리더 스스로 원하는 방향대로 변하고 실천하면 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지듯이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테니 말입니다.

직원들을 검게 물들이지 않으려면 리더 스스로 검은 때를 벗어야 합니다. 그게 조직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리더의 덕목이자 중용입니다. 근본적인 것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껍데기만 바꾸려는 태도는 중용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외도입니다.

(*참고문헌 : Fear in the workplace : The bullying Boss)
(*참고도서 : '또라이 제로 조직')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권력이 깡패다   

2011. 5. 16. 09:00
반응형



심리학자 데보라 그륀펠트, 대처 켈트너, 카메론 앤더슨은 학생들을 3명씩 한 팀으로 편성한 다음 낙태, 공해와 같은 사회적인 현안에 대해 짧은 글을 완성하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무작위로 3명의 학생 중 2명에게는 글을 쓰도록 했고, 나머지 1명에게는 다른 학생이 써 온 글을 평가하고 그 글이 얼마의 돈을 받을 수 있을지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3명 밖에 안 되는 팀 내에 상하관계를 구축했죠.

실험을 시작하고 30분 정도 지나자 연구자들은 글을 쓰면서 먹으라고 팀마다 5개씩 쿠키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실 사회 현안에 대해 글을 쓰라는 지시보다는 이것이 진짜 실험의 의도였습니다. 팀원은 3명인데 쿠키가 5개가 주어졌으니, 1개씩 먹고 나면 2개가 남습니다. 이때 보통의 사람들은 4번째 쿠키로 선뜻 손을 뻗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4번째 쿠키를 집어먹으면 나머지 두 명에게는 하나의 쿠키만 남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헌데 이 실험에서 보스(boss) 역할을 맡은 학생은 다른 두 명의 학생들보다 자연스럽게 4번째 쿠키를 집어드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자신이 4번째 쿠키를 먹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듯한 표정은 물론이고, '난 이렇게 4번째 쿠키를 먹고 있다고!' 라고 과시하는 듯 입을 벌리고 쿠키를 씹어댔습니다. 입 주변과 테이블에 쿠키 부스러기를 잔뜩 흘리면서 말입니다.

이 간단한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2가지입니다. 첫째는 작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고 그것을 당연시한다는 것입니다. 실험을 위해 남이 써온 글을 평가하는 역할을 잠시 맡겼을 뿐인데도 상대적으로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가진 자는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한다는 말, 그리고 부자들이 더 무섭다는 속설을 이 실험은 부분적이나마 시사합니다.

둘째는 그렇게 탐욕스럽게 행동한다는 사실을 본인은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더욱 중요한 시사점일지 모릅니다. 자신이 4번째 쿠키를 먹으면 나머지 두 명의 팀원들에게 하나의 쿠키만 남게 된다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우리는 흔히 권한을 가진 자가 중앙에 앉아 있으면 그가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찰하고 판단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이런 믿음이 환상일지 모른다고 꼬집습니다. 오히려 권한과 권력이 눈을 가리는 탓에 조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팀원들이 애처롭게 하나의 쿠키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를 알아차리지 못하죠. 이를 '중심 역할의 오류(the fallacy of centrality)'라고 부릅니다. 이것이 권력이 가진 속성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학생이 쓴 글을 평가하라는 권한만을 주었는데 쿠키를 혼자 2개나 먹을 권한까지 부여 받았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죠.

이런 월권 현상이 비일비재해서인지 '권력이 깡패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중심 역할의 오류'라는 어려운 말보다는 와닿는 말이네요.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권력이 깡패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보이는 이런 언행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껴질까?라고 생각하면서 권한 이외의 월권 행위로부터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알아야 합니다. 부하 직원들과의 권력 차이를 증폭시키지 않고 반대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권력을 뽐내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 성과가 나빠지는 바람에 비용을 대폭 줄여야 해서 '이면지 사용'과 같은 대표적인(?) 비용 감축 지시가 내려진 상황임에도 경영자는 여전히 운전기사가 딸린 번쩍거리는 검은 승용차를 타고서 출퇴근을 한다면 직원들은 허탈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직원들은 비용 절감에 동참하기보다는 뭔가 회사에서 빼내갈 것은 없는가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보상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죠. 아마 경영자는 그런 반응을 예상치 못할 겁니다. 예상하더라도 자신은 검은 승용차를 탈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겠죠. "난 사장이야!" 라면서.

여러분의 회사엔 남이야 쿠키를 먹든 말든 권력을 깡패처럼 휘두르는 그런 사람은 없습니까? 부디 여러분은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랍니다.

(*참고논문)
Dacher Keltner, Deborah H. Gruenfeld, Cameron Anderson(2003), Power, approach, and inhibition, Psychological Review, Vol. 110(2)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

'마계대전'을 보러 가다   

2011. 5. 15. 20:19
반응형



오늘 오후에 성남-수원 간의 K리그 축구경기를 보러 탄천종합운동장에 갔습니다. 원래 축구에 그리 관심이 높지 않아서 이렇게 K리그 경기를 보러 간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지인에게서 표를 얻었기에 바람이나 쐴 목적으로 찾아간 경기장이었습니다. 아들도 처음엔 시큰둥하더니 경기 시작 시간인 2시 10분이 다가오자 갑자기 가자고 해서 부랴부랴 짐을 챙겼죠.


도착하니 벌써 경기가 10분 정도 진행된 상태입니다. 앉을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서 성남 서포터들이 앉는 구역(노란 구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뷰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늘이 져서 관전하기에 쾌적했지요. 이웃 블로거인 inuit님도 이 경기를 보러 오신다 했으니 어디엔가 자리를 잡았을 테죠? ^^

inuit님은 이 경기가 '마계대전(馬鷄大戰)'이라고 하시던데,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웬 마계(魔界)? 알고보니 성남의 상징인 '천마'와 수원의 상징인 '블루윙스'를 조합한 말이란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

 


부랴부랴 나온 탓에 점심을 걸렀지만, 우리에겐 비상식량인 건빵이 있습니다. 한봉지를 다 먹으니 배가 부릅니다. ^^

 


전반전에 성남이 아주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무위로 끝났죠.



아들은 먹는 것에만 관심을 둡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축구의 맛을 느끼기엔 어릴 뿐더러 성남팀이나 수원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탓입니다. 아들이 아는 유일한 축구선수는 박지성과 메시입니다. ^^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에 치어리더들이 한바탕 춤을 추고 퇴장합니다. 아직 스코어는 0 대 0 입니다.

 


누군가 설명을 해주면 경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DMB를 켜니 이 경기가 생방송되더군요. DMB는 한 5~6초 정도 타임랙이 있어서 그런지 중계방송을 듣기엔 적당치 않더군요. 조금 보다가 말았습니다.

 


성남이 패널티킥으로 1:0으로 앞서 갑니다. 성남 서포터들이 기세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후반전이 끝나갈 무렵에 삼성의 만회골을 허용해서 1:1로 비긴 채 경기가 끝났습니다.
 


수원이라는 대어를 막판에 놓쳐서 그런지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트랙을 돌면서 팬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서포터들에게 인사하는 선수들.

 


집으로 가기 위해 탄천을 건넜습니다. 야탑역에서 지하철을 타야 하니까요. 징검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살이 제법 세찹니다.

 


철봉을 보더니 놀고 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들이 매달리기 특기(?)를 보여 줍니다. ^^

 


간식거리가 들어있던 빈 가방을 메고 야탑역으로 갑니다. 이렇게 일요일 오후가 지나갔습니다.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유정식의 서재 > [사진] 그리고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의 표정  (2) 2012.01.29
붉은 가을을 찍다  (6) 2011.11.06
아들, 태권도 승품 심사를 받다  (0) 2011.03.26
동네 한바퀴 with iPhone 4  (0) 2010.11.21
가는 가을이 아쉽다  (0) 2010.11.18

  
,

전략은 과학이다. 전략을 실험하라   

2011. 5. 13. 09:32
반응형



1921년 통신판매업체 몽고메리워드(Montgomery Ward)의 영업담당 부사장이었던 로버트 우드(Robert E. Wood)는  1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이 무엇 때문인지 고심하던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한 가지 중요한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바로 자동차 등록대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패턴이었습니다. 그는 고객들이 집에 앉아 물건을 받아보기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보고 고르기 위해 차를 몰고 가는 수고를 기꺼이 즐기리라고 간파했습니다. 실제로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형태의 쇼핑몰들이 빠르게 증가하던 중이라서 우드는 머지않아 통신판매업이 사양산업되리라는 결론을 내렸죠.
 
우드는 ‘대형 쇼핑몰’이라는 해법을 사장인 테오도어 머셀스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머셀스는 통신판매업이 전도유망한 산업이라 굳게 믿은 터라 회사를 통신판매업체에서 쇼핑몰업체로 변모시키자는 우드의 해법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습니다. 영업손실은 그저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가볍게 치부했죠. 자동차 등록 대수의 급증은 대단히 중요한 변화이지만 당시에는 우드 이외에 그것으로부터 전략적 의미를 찾아낸 사람은 별로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머셀스는 눈엣가시처럼 끈질기게 주장하던 우드를 쫓아내 버립니다.


 
신념을 굽힐 수 없었던 우드는 경쟁사인 시어즈 로벅(Sears Robuck)에 입사하여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다행히 사장인 줄리어스 로젠월드는 우드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드의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한 것은 아니었죠. 로젠월드는 실질적인 검증을 원했습니다. 통신판매업을 버리고 쇼핑몰사업을 전환하는 전략은 회사의 존폐에 결정적일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죠. 우드의 생각도 로젠월드와 같았습니다.
 
우드는 쇼핑몰사업이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훌륭한 해법인지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한꺼번에 많은 점포를 오픈하는 ‘융단폭격’식 전략을 지양하고, 일단 현재 사무소(지역별로 통신판매를 총괄하는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 순차적으로 다섯 곳에 쇼핑몰을 열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사무소가 없는 외곽 지역에 3개의 점포를 개설했습니다.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서는 직원들과 공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서 점포 운영이 수월했지만, 사무소가 없는 지역에서는 처음부터 ‘맨땅에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죠. 우드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사무소가 없는 외곽 지역의 점포들이었습니다. 그 점포들이 기반시설이나 지원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면, 쇼핑몰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우드의 해법이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자동차 소유 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임이 증명되기 때문이었죠.

우드는 이렇게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그는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 세운 점포를 대조군으로 삼았고, 사무소가 없는 외곽지역에 개설한 점포를 실험군으로 설정했습니다. 두 군데 모두 쇼핑몰이라는 동일한 사업구조를 가지게 한 다음, 기반시설과 인력이 충분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두 군의 차이로 두고 실험을 한 것이죠. 기반시설과 인력이 충분치 않음에도 외곽지역에 위치한 쇼핑몰이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을 달성한다면, 자동차로 인해 행동반경이 넓어진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쇼핑몰이란 새로운 형태의 소비 공간을 강력하게 지지하리라고 간주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쇼핑몰 실험의 성공에 고무된 시어즈는 이후 통신판매업에서 쇼핑몰사업으로 완전히 체질을 변모시켜 유통업의 최강자로 우뚝 섰습니다. 그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끈 우드는 1939년에 시어즈의 CEO로 승진하여 15년 동안 회장으로 활약했죠. 그와 시어즈의 성공에는 ‘실험’이란 지렛대의 힘이 컸습니다. 

전략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을 수립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기보다는 그것을 실행하는 데에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전략을 짜놓고도 주저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치고 경쟁사들이 앞서가는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경영진의 신념이나 근거 없는 믿음이 가해지는 바람에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전략이 감행되기도 합니다. 근거 없는 전략은 실패할 확률이 클 수밖에 없겠죠. 제가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듯이, 믿음이 사실을 대체할 때 전략이 실패하고 그로인해 조직이 몰락할 수 있습니다.

우드처럼 실험을 통해 전략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따져 본다면, 좋은 전략을 빨리 실행시키기 위한 확실한 근거를 얻을 수 있고 나쁜 전략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사업을 둘러싼 문제의 심각성이 크고 전략을 실행하는 데 여러 가지(비용, 시간, 인력 등)로 부담이 크다면 전략의 타당성을 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합니다. 마치 과학자가 자신의 가설을 실증하고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서 실험을 수행하듯이, 여러분도 우드처럼 실험을 잘 설계하면 전략의 타당성을 미리 가려냄으로써 실행의 부담을 덜 수 있겠죠.

전략은 책상 서랍 속에 고이 모셔놓을 보고서가 아닙니다. 전략은 의지도 아닙니다. 전략은 과학입니다. 전략을 실행하기 전에 실험을 수행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는, 과학적인 전략가가 되기 바랍니다.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