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은 '을'에게 가혹한가   

2013. 5. 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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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포스코에너지 왕희성 전 상무가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고, 프라임베이커리의 강수태 회장이 호텔 직원의 뺨을 때리고, 그리고 남양유업 영업팀장이 대리점주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는 등 이른바 '진상'과 '갑질'이 연달아 터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사실 '갑'이 '을'을 이렇게 대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다가 이제야 터져 나온 것에 불과합니다. 


스스스를 남들보다 권력이 많은 사람, 남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남들은 가질 수 없는 특권을 본인은 가지고 있다고 여깁니다. 라면을 여러 번 끓여 오라고 명령할 특권,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자동차를 마음대로 주차할 수 있다는 특권, 상대방이야 죽든 말든 무조건 물건을 밀어낼 수 있다는 특권 말입니다. 누군가가 특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특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느낌이 들면, 폭력으로 상대방을 응징하려 하고 그런 응징이 당연한 것이라고 강변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이런 자들을 일컬어 '또라이(asshole)'이라고 하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거라 출처를 모릅니다. 양해 바랍니다.)


권력을 가진 자, 정확히 말해 스스로 권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왜 '낮은 위치'에 있는 자들을 이렇게 하대하고 경우에 따라 폭력까지 행사하는 걸까요? 여러 가지 설명이 있겠지만,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스콧 윌터무스(Scott S. Wiltermuth)는 '권력을 가진 자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판단함에 있어 더 엄격하고, 그렇기 때문에 권력자들은 더 심한 벌을 주려 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권력자들은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이라서 남들에게 엄격하다는 말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타인의 별것 아닌 행동에도 자신만의 도덕적 잣대(어쩌면 비뚜러진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어 필요 이상의 과잉 반응을 보인다는 말로 이해해야 합니다. 왜 그런지 그의 실험 결과를 살펴보죠.


윌터무스는 프라이밍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스스로를 권력자로 인식하게 만든 후에 도덕적인 딜레마가 담긴 글을 읽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 행동이 도덕적인지 아닌지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it depends)'인지를 답하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 '권력자'들은 대조군보다 '경우에 따라서'라는 답을 '덜' 했습니다. 이것은 권력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어떤 행동이 도덕적이다, 도덕적이 아니다라고 더 명확하게 인식한다는 의미입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라고 더욱 엄격하게 구분한다는 뜻이죠.


두 번째 실험에서 윌터무스는 이러한 '도덕적 선명성(명확성)'과 처벌 수준과의 관계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참가자들의 도덕적 인식, 도덕적 선명성, 도덕적 지향, 도덕에 대한 조심스러움 등을 측정한 후에, 어떤 범죄 행위에 대하여 얼마나 중한 벌을 줘야 하는지 참가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그 결과, 도덕적 선명성과 처벌 수준과 '정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즉 어떤 행동이 도덕적이냐 아니냐를 분명하게 가르는 사람일수록 위반 행위에 대해 더 심한 처벌을 내리게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첫 번째 실험과 두 번째 실험을 합하면, 권력자들은 도덕적 명확성이 높고 그 때문에 다른 이의 불쾌한(불쾌하다고 느껴지는) 행동에 더 심한 응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어진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도덕적 명확성을 높게 인식하도록 조작했더니 불손하고 비도덕적으로 행동하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더 '긴' 벌을 주려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윌터무스가 행한 일련의 실험은 '권력 강화 → 도덕적 선명성 강화 → 처벌 수준 강화'라는 인과관계를 설명해 줍니다. 권력자들은 어떤 행동을 도덕적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선이 분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심한 벌로 응징하려 한다는 것이죠. 라면을 충분히 익혀서 내오지 않은 비행기 승무원의 행동을 보고 보통 사람들은 '조리 시설이 변변치 않은 비행기라서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가거나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심하게 닦달하지 않지만, 자신이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는 대기업 임원이기에 서비스를 마음대로 누릴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승무원의 사소한 실수조차 '비도덕적 행동'이라 판단하여 노발대발하다가 급기야 잡지로 승무원 머리를 때리는 응징까지 하게 되는 것이죠.


자신이 지위가 높아서 다른 이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자신의 판단이 보통의 사람보다 불필요하게 더 엄격하고 그때문에 별것 아닌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더 심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현재 남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있는 자신이 권력자의 위치에 서게 될 때 가혹한 처벌이 관용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하죠. 이렇게 자신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권력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윌터무스의 실험은 '갑'이 왜 '을'에게 가혹한가에 관한 여러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른 이유들도 분명 있습니다.


(*참고논문)

Wiltermuth, S., & Flynn, F. (2012). Power, Moral Clarity, and Punishment in the Workpla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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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박사 신창연 대표의 Fun Fun한 경영   

2013. 5. 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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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경영으로 유명한 (주)여행박사 신창연 대표님이 오늘 부산교통방송에 출연하여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녹음한 것을 여기에 올려 봅니다.

한번 들어 보세요. 재미있습니다.


인터뷰 들으려면 여기를 클릭




스튜디오 949 진행자 김정아 아나운서와 신창연 대표. 페이스북 친구 정수진님이 찍은 사진을 좀 퍼왔습니다. 미인 옆이라 기분이 좋으신 듯 합니다. ^^


신창연 대표님의 페이스북 주소 : https://www.facebook.com/changyeon.sin

친구 신청하면 다 받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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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자기경영] 사업은 아무나 하나   

2013. 5. 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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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4월23일부터 매주 화요일에 부산교통방송(94.9MHz)의 '스튜디오 949(오전 09:05~10:00)'에 전화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타이틀은 <유정식의 색다른 자기경영>입니다. 


조금 다른 방향, 상식과 좀 다른 그런 방향으로 자기경영에 관하여 이야기할까 합니다. '다시 듣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여 블로그에 인터뷰의 핵심 내용만을 옮겨 적어 봅니다.


오늘의 주제는 '사업은 아무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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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아무나 하나] 2013년 5월 7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요즘 취업이 어렵고, 평생직장 개념도 미약해지고, 스타트업 열풍도 불면서 사람들이 사업이나 해볼까 생각한다. 청취자들 중 그런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 사업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하는데,

사업하는 사람들 많이 실패한다. 그 이유가 뭔지 아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애초에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2. 그렇다면, 사업을 하는 데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


그렇다. 그렇다고 꼭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하지만 사업가로서 능력이 없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든 사람이 가수로 성공하는가? 왜 성공 못하는가?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도 재능이다.


사업가로서 재능이 없으면 수련 과정이라도 있어야 한다. 근데 그러한가? 의사들, 대학 졸업하고 수련의 과정 거치고, 시험 치고, 수 년간 경험 쌓아야 한다. 변호사나 검사도 마찬가지. 하지만 사업가들은 그런 과정이 전혀 없다. 기업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 참 크다. 그래서 사실 시험을 봐서라도 사업가로 재능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그럴 수는 없으니, 스스로 본인이 사업가로 재능이 있는 사람인지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그냥 사업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사업을 했다가는 실패하기 쉽다.





3.  왜 사람들은 사업가로서의 재능을 잘 모르면서 사업이나 해볼까 생각하는 건가?


사업하려는 여러 가지 동기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성공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다. 성공 스토리를 보면 자신도 아이디어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대부분 스토리가 몇몇이서 취미로 시작했다가 어찌어찌해서 엄청난 돈을 벌게 됐다는 식. 그런 이야기가 사람들을 유혹하고 동시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 자신도 잘할 것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을 준다. 


마이크로 소프트 빌 게이츠가 성공한 이유가 뭔지 아는가? 사실 그가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컴퓨터를 배울 수 있었다. 빌 게이츠의 엄마가 발이 넓어서 훌륭한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다리를 놔줬다. 모든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성공하려면 그들처럼 하라"는 자기계발 책들이 참 문제다. 사업을 하려면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는 데 그런 문제는 이야기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장미빛 미래를 조심해야 한다.


4. 그렇다면 사업을 할 때 닥치는 문제들은 무엇이 있나?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사업이란 말의 뜻을 생각해 봐야 한다.사람들은 사업이 아닌 것을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이 뭘까? 미용사가 자기 미용실을 오픈하면 사업일까, 아닐까?


어떤 사업이 진정한 사업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 본인이 없으면 안 되는 사업은 사업이 아니다. 미용실을 오픈해서 본인이 손님 머리를 직접 자르고, 본인이 직원을 교육시켜야 하고, 광고도 해야 하고, 미용실 관리도 자신이 책임지는데, 본인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가? 미용실이 굴러가지 않는다. 이러면 진정한 사업이 아니다. 자신의 사업을 진정한 사업으로 만들어야 안정궤도에 돌입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하고 만다. 사실 이게 사업을 할 때 닥치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문제다.



5. 좀더 구체적으로 사업을 하게 되면 발생하는 문제들을 설명해 달라.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사업하게 되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까 말했듯이 미용실을 차리면 손님들 머리 만지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일보다는 미용실을 경영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 마케팅, 직원 관리, 매장 관리, 손님 관리 등등 아주 많다. 좋아하는 일을 못해서 실망하는 것, 사업가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간섭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6. 간섭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왜?


보통 사업을 계획하는 사람은 창업하면 '내가 왕이다'란 생각을 가진다. 사업을 하면 사람들이 이런 이미지를 그린다.

지시하는 상사도 없고, 출퇴근도 맘대로 할 수 있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대로 다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간섭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긴다.


고객들 눈치 봐야 하고, 협력업체 눈치 봐야 하고, 데리고 있는 직원들 눈치 봐야 한다. 돈을 빌렸으면 은행 눈치 봐야 하고, 가게나 사무실을 임대했으면 건물주 눈치를 봐야 한다. 회사 다닐 때는 기껏해야 상사 눈치만 보면 됐는데, 사업을 하게 되면 이렇게 상사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이걸 못 견디고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7. 사업을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스킬, 뭐가 있는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 가지만 말씀 드리겠다. 첫 번째는 실행력이다. 사람들은 사업 아이템이 참신하고 뛰어나면 성공하는 줄 안다. 그렇지 않다. 스타벅스의 사업 아이템이 참신한가? 그 이전에도 까페가 있었다. 맥도날드의 사업 아이템이 좋은가? 그 이전에도 패스트 푸드점이 있었다. 핵심은 사업 아이템이 아니라, 사업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아이디어에서 가치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행하는가로부터 가치가 나온다.


두 번째 돈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사업에서 돈이 오고 가는 흐름을 알지 못하고 잘 관리하지 못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업의 재무적인 상황을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본인이 재무적인 감각이 좋지 않다면 사업하면 안 된다. 그래도 사업하고 싶으면 재무적인 지식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8. 사업하는 사람의 성격적인 특성도 사업에 잘 맞아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보는가?


맞다. 당연한 말씀이다. 성격이 사업에 맞지 않으면, 사업 안 하는 게 현명하다. 사업을 하다보면 항상 잘 되는 게 아니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림이 아주 심하다. 자기 자신을 잘 콘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그리고 무엇이든 끝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90정도에서 멈출 때, 110이나 120까지 밀고 나갈려는 욕심이 있어야 한다. 성공 스토리를 보면 하루 아침에 성공한 것 같지만, 속지 말아야 한다. 힘든 과정이 없다면 성공은 요원하다.


(끝)


* 본 인터뷰를 위해 Carol Roth의 <The Entrepreneur Equation>이란 책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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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크면 위기에 아무것도 안한다   

2013. 5. 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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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가정해 볼까요? 여러분이 교실에서 혼자 중요한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입사를 위해 꼭 치러야 하는 토익이나 토플 같은 어학시험이라고 해보죠. 문제를 한창 풀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다급하게 살려달라는 소리가 납니다. '여기에 앉아 계속 시험을 볼 것인가, 아니면 시험 따위는 집어치우고 얼른 그 사람을 도와야 할 것인가?' 교실에 혼자 있는 여러분은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겠죠. 제아무리 시험이 중요한들 목숨보다 소중할 리 없으니까요? 


그러나 여러분이 (대부분의 시험 치르는 곳이 그러하듯) 다른 사람들과 한 교실에서 시험을 치른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에도 누군가의 비명을 듣자마자 바로 돕겠다는 결정을 내릴까요? 여러분은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하면, 그 소리가 신경 쓰이겠지만 계속해서 시험을 치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존 달리(John M. Darley)이 1968년에 실시한 고전적인 실험에서 이미 경고된 적이 있습니다. 달리는 72명의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개인적인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속인 후에 혼자 방에 들어가 다른 방에 있는 학생과 인터컴을 통해서 대학 생활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했죠. 한 학생이 발언을 하면(약 2분 동안) 그 학생의 마이크만 켜지고 다른 학생의 마이크는 꺼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즉 상대방이 발언을 하면 자신은 발언을 할 수 없었죠(한다 해도 상대방에게 들릴 리 없었죠).


처음으로 발언에 나선 한 학생(사실은 공모자)이 뉴욕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발작이 일어난 듯이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도와달라는 소리쳤습니다. 다른 방에 있는 학생은 이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자신의 마이크가 꺼져 있었기에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참가자는 과연 그 학생을 도와야겠다며 자신의 방에서 뛰쳐 나왔을까요?


실험 결과, 참가자 중 85퍼센트가 비명을 지르는 상대방을 도와야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토론 그룹의 규모가 2명일 때는 이런 결과가 나왔지만, 3명, 6명으로 늘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동일한 방법으로 실험을 해본 결과, 3명일 때는 도움을 주려는 참가자가 62퍼센트로 줄었고, 6명일 때는 겨우 31퍼센트 밖에 안 됐습니다. 토론 그룹의 규모를 늘리니 도움 주려는 행동을 취하기까지 걸린 시간도 더 길었죠. 어떤 상황에 같이 처한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도움을 주려는 행동이 급격히 줄어들고 도움을 주더라도 너무 늦게 도와주게 된다는 점을 이 실험이 명확하게 일깨웁니다. 


이러한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는 존 달리가 밥 라타네(Bob Latané)와 함께 수행한 또 다른 실험에서도 역시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6명의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작성하라고 하고 첫 번째 방에는 1명, 두 번째 방에는 2명, 세 번째 방에는 3명의 학생들이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한창 설문지를 작성하는 동안 어디에선가 갑자기 연기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심각한 화재일지 모르는 위급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요? 당연히 대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혼자 방에 있었던 학생들 중 75퍼센트가 실험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등 뭔가 행동을 취했지만, 2명이 함께 있던 방에서는 고작 10퍼센트 정도만이 위험함을 알렸습니다. 나머지 90퍼센트는 연기가 들어와도 기침을 참으면서 설문지를 작성했던 것이죠. 3명이 함께 있던 방은 가장 최악이었는데, 이 조건에 처한 24명의 학생들 중 고작 1명만이 연기의 존재를 실험자에게 알렸습니다. 연기가 자욱할 정도로 가득찼는데도 말입니다.


이 두 실험이 조직의 의사결정에 시사하는 것은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누군가가 뭔가 하겠지', '내가 먼저 나설 이유가 없잖아'라며 상황을 방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조직의 규모가 크거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면 오히려 누군가의 위기 경고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를 흘려버린다는 것이죠.


'누군가는 하겠지'란 말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란 말과 같은 뜻입니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위기에 처하거나 문제에 봉착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심리 속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Darley, J. M., & Latané, B. (1968). Bystander intervention in emergencies: diffusion of responsibil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4), 377.


Latane, B., & Darley, J. M. (1968). Group inhibition of bystander intervention in emergenci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3), 21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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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질문하는 법   

2013. 5.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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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3일부터 4월 30일까지 페이스북에 남겼던 짧은 글들을 모아 여기에 정리해 봤습니다.



[질문하는 법에 대하여]


- 모임이나 강의에서 질문할 때, 좀 짧게 질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분 이상 계속되는 질문은 청중과 질문 받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잘못된 질문 유형>


   (1) 요지가 뭔지 모르겠거나 한참 들어봐야 요지를 알 수 있는 질문

   (2) 비난 받을까 두려워 포석을 지나치게 많이 깔아놓는 질문

   (3) 질문인지 건의인지 그저 하소연인지 모르겠는 질문

   (4) 두 가지 이상 한꺼번에 하는 질문 (한번에 하나씩 질문해야)

   (5) (태도의 문제) 질문하고 나서 딴짓하는 태도

   

   좋은 답을 기대한다면, 질문은 10~15초 내에 끝내야 한다.



- 내가 생각하는 '잘 질문하는 법'


첫 번째 문장: 현상을 간단명료하게 요약한 문장.  

  (예)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날 멀리 합니다" 


두 번째 문장: 그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현상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문장 

  (예)"그래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세 번째 문장: 대답을 원하는 문장을 5W1H 혹은 Yes/No 질문으로 묻는다. 

  (예) "어떻게 그녀를 잊을 수 있을까요?"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대하여 ]


- 누가 당신의 아이디어가 멋지다고 말하면 그의 말에 혹하지 말고 그가 모든 사람을 대표하는지 살펴야 한다.


- 누가 자존심을 건드릴 때 발끈하는 것은 자신이 약하다는 증거다.


- 웨이터에게 심하게 대하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 것처럼 을에게 심하게 대하는 갑도 제재가 있어야 할 듯. 내일 노동절을 맞아 문득 든 생각. 노동자의 적이 노동자가 되어서는 안 될 일.


- 서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끼리 토론을 시키면, 처음의 상태보다 의견 차이가 더 커진다. 합의에 이르려면 서로 양보해야 하지, 토론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 도시사람들은 시골생활을 동경하지만 시골사람이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경영과 조직관리에 대하여] 


- 회사가 커지면 회사가 크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고객을 다 상대해야 한다. 우리의 고정비를 커버해 준다는 미명 하에 그대로 두는 불량(진상) 고객이 사실 많지 않은가?


- 고객은 왕이 아니다. 우리 직원을 존중하는 고객이 왕이다.


- 많은 기업들이 경쟁사를 앞서려고 하거나 선두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건 혁신이 아니라 Rat Race다. 다른 물에서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해야 진정한 경쟁이다.


- 경력이 많은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나쁜 습관에 젖은 사람을 뽑는다는 것과 같은 뜻일 수도 있다.


- 야근이 많아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습관적으로 야근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그런 사람들은 점심 먹고 2시가 돼서야 일을 한다.


- 경영자들과 직원들이 함께 워크숍을 가게 될 때 경영자들이 지켜야 할 규칙. "입을 닫아라." 직원들에게 훈계하는 경영자가 워크숍 분위기를 망친다.


- 회식자리에 처음 앉을 때 '어떻게 하면 이 자리를 빨리 빠져나갈까?'라고 궁리하는 직원들이 아주 많다는 걸 그 자리의 좌장은 알까?



[나의 다짐]


- 저(유정식)는 이제부터 컨설턴트라는 말을 버리겠습니다. 예전에 "consult = con(속임수) + insult(모욕)" 라는 말을 누가 하더군요. 이제 저는 '경영 카운셀러'라는 말을 쓰겠습니다. 편안하게 여러 경영 문제를 같이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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