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상사가 수면장애의 원인일 수도.   

2012. 11. 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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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상사나 동료와 불편한 관계에 있으면 집에 와서도 그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 잠까지 설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겁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면 그리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늘 '날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든지 동료로부터 은근히 따돌림을 당한다든지 할 경우에는 그런 조건이 만성적인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사벨 니드함머(Isabelle Niedhammer)가 이끄는 연구팀은 프랑스 남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143명의 내과 전문의들의 도움을 받아 3132명의 남성과 4562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이를 통해 직장에서 괴롭힘(bullying)을 받는 사람일수록 수면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직장에서의 괴롭힘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말할 기회를 주지 않기, 폭언하기, 비난하기와 같은 것부터 따돌리기, 제안하면 무조건 거부하기, 업무를 주지 않기, 하찮은 업무만 맡기기 등 매우 다양합니다. 물리적인 폭력이나 성희롱도 괴롭힘의 범주에 포함되죠. 니드함머는 모두 45가지 유형의 괴롭힘을 최근 12개월 동안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랫동안 겪였는지, 다른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 등을 설문 참여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수면 장애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잠이 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한번 잠이 깨고 나서 다시 잠이 들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답해 달라고 설문 참여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통계 분석 결과는 직장에서의 괴롭힘이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강력한 요소일지 모름을 시사했습니다. 괴롭힘에 빈번하게 노출된 사람일수록 수면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또한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괴롭힘을 받은 경험도 수면 장애와 관련이 있었죠. 흥미로운 것은 다른 직원이 괴롭힘에 시달리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도 역시 수면 장애와 상관이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가 더 그러했습니다.


니드함머의 조사는 직장에서 괴롭힘을 받는 직원들이 집에서 편안하게 수면을 취할 가능성이 낮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 연구는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수면 장애의 원인임을 증명한 것이 아니라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힌 것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성별, 나이, 결혼 여부, 경제적 상태, 학력, 직업군 등의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이끌어낸 분석 결과이기에 직장에서의 괴롭힘과 수면 장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죠(물론 더 심층적인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직장에서의 괴롭힘(특히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행하는)은 직원들의 편안해야 할 수면을 방해함으로써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타인을 괴롭히는 언행은 물리적인 폭력과 마찬가지로 직장 내에서 근절되어야 할 해악입니다. 못된 언행이 자리잡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생산성 향상 이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입니다.



(*참고논문)

Isabelle Niedhammer et al(2009), Workplace Bullying and Sleep Disturbances: Findings from a Large Scale

Cross-Sectional Survey in the French Working Population, Sleep, Vol.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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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이란 말의 힘   

2012. 11. 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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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보고서나 핸드아웃을 복사하여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사무실에 한 대 밖에 없는 복사기에 왠일인지 기다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회의시간이 다가오면서 초조함을 느끼던 여러분은 앞의 사람에게 "제가 복사를 먼저 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며 양해를 구하고 싶지만 그가 거절하거나 기분 나빠 할 것을 염려하여 선뜻 말을 꺼내기 어렵습니다.


엘렌 랭어(Ellen Langer)는 이런 상황에 처할 때 '왜냐하면'이란 말을 뒤에 붙이면 앞의 사람이 "먼저 복사하세요."라고 말할 확률이 극적으로 올라간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혔습니다. 랭어는 학생을 시켜 복사기 앞에 줄을 선 사람에게 다가가 "실례합니다. 5페이지 짜리 문서를 복사해야 하는데 제가 먼저 쓸 수 없을까요?"라고 물어보도록 했는데, 약 60퍼센트의 사람들이 기꺼이 자기 차례를 양보했습니다. 





이번엔 '왜냐하면'이란 말을 붙이고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실례합니다. 5페이지 짜리 문서를 복사해야 하는데 제가 먼저 복사할 수 없을까요? 왜냐하면 제가 좀 바쁘거든요."라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94퍼센트나 되는 사람들이 양보했습니다. 사실 '왜냐하면'이란 말 뒤에 붙은 이유가 특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바쁘기 때문에 순서를 양보해 달라는 것이니 말입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멍청한 이유'를 둘러대도 이런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실례합니다. 5페이지 짜리 문서를 복사해야 하는데 제가 먼저 사용할 수 있을까요? 왜냐하면 제가 복사해야 하거든요."라고 물어봐도 93퍼센트의 사람들이 자기 순서를 양보했습니다. 복사해야 하는 것이 먼저 복사해야 하는 이유라는, 아무 의미 없는 이유를 말해도 '왜냐하면 효과'는 컸던 겁니다.


5페이지 밖에 안 되는 소량이라서 터무니 없는 이유를 갖다 대도 자기 차례를 순순히 양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랭어는 20페이지 짜리 문서로 늘려서 동일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왜냐하면'이란 말없이 양보를 부탁하자 24퍼센트의 사람들만이 자기 차례를 내어 줬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복사를 해야 하거든요."라는 멍청한 이유를 붙여보니 이때는 양보하는 사람의 비율이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왜냐하면 제가 아주 바쁘거든요."라는 그럴듯한 이유(하지만 그리 좋지는 않은 이유)를 대니 양보율이 두 배로 뛰었습니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어려운 부탁을 받을수록 부탁하는 자가 말하는 이유에 더 큰 비중을 가지고 들어줄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랭어의 실험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요청하거나 부탁할 때 반드시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우리가 익히 알고는 있지만 자주 잊어버리는 설득의 원칙 하나를 일깨웁니다. 큰 부탁일수록 이유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알려주죠. 하지만 랭어의 실험에서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내가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를 상대방도 알고 있으리라 짐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유가 간명할수록 상대방에게 '왜냐하면'이란 말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에, 이 교훈을 필히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 글에 댓글을 달아 주세요. '왜냐하면 여러분은 댓글을 달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


(*참고논문)

Ellen J. Langer, Arthur Blank, Benzion Chanowitz(1978), The mindlessness of ostensibly thoughtful action: The role of "placebic" information in interpersonal interac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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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리더'라 말하는 자는 리더가 아니다   

2012. 11.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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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6일부터 11월 14일까지 떠오른 짧은 생각들.


[리더십에 관하여]


- 훌륭한 경영자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곁에 두고, B급 경영자는 자기보다 능력이 처지는 사람을 곁에 둔다.


- '나는 리더다'라고 말하는 자가 리더는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가 리더다'라고 말하는 자가 리더다. 허나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나는 리더다'라 말해야 한다고 독자들에게 외치는 듯 하다.


- 유럽의 몇몇 여성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뛰어나다고 해서 여성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어처구니없는 논리적 오류가 분명하다. 이런 류의 논리적 오류가 정치권에 만연해 있다. 


- 기업의 최고경영자(최고 의사결정자)는 대개 직감을 믿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이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화합이 잘되는 조직의 창의성은 대부분 별볼일 없다. 요즘 애플에서 몇 명의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현상은 어쩌면 애플의 창의성에 여전히 기대할 만하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화합을 강조하는 리더십이 창의력을 해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자기계발에 관하여]


- 왕년에 타이거 우즈가 골프 대회 우승을 휩쓴 이유는 우즈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선수들의 우즈라는 존재에 기가 죽어 평소의 실력보다 부진한 경기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0.8타를 더 치게 된다고 한다. 일 잘하는 직원과 한 팀이 되면 주변 동료들은 주눅이 든다.


-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늘어날수록 그 일을 처리하는 데 드는 시간이 증가한다. 즉 업무량이 적은 직원은 업무량이 많은 직원에 비해 똑같은 일을 더 오래 붙들고 있는다.


-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PT에서 화면이 이상하다든지 뭔가 실수를 할 경우에 간단하게 사과하고 침묵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저런 변명을 하거나 미안해 하며 중언부언하면 사람들에게 진짜로 바보스럽게 보인다.


- 휴가지에 가면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지만 휴가지의 절대적인 고요가 오히려 제대로 된 휴식을 방해하곤 한다. 그 동안 시끄러운 거주 환경에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 일찍 일어나는 새에 대한 반론(?)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나이가 들어 아침잠이 없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그저 할일이 많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전날밤 일찍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늦게 해뜨는 겨울새벽엔 공친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일찍 일어나는 새에게 잡아 먹힌다."



[전략과 혁신에 관하여]


-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미래는 가치 없는 미래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들이 예측한 미래가 가치 없음을 고백하는 것과 같다.


- 5개의 업체가 협력하여 하나의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 각 업체가 각각 90%의 확률로 맡은 임무를 완수한다고 해도 제품이 성공할 확률은 59%에 불과하다. (0.9)^5 = 0.5905. 업체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 혁신이 진정한 혁신이 되려면 제품 자체의 혁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생태계가 혁신되어야 한다. 자동차가 발명되었다 해도 도로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듯.


- 뉴질랜드의 어떤 은행은 영업시간을 각 지점장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정한다. 평일 대신 주말에 여는 지점도 있고, 점심 때 열어서 밤에 닫는 지점도 있다. 그 덕에 고객만족도가 높아지고 수익도 꽤 늘었다고 한다. 왜 우리나라 은행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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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팀원들이 많으면 성과가 떨어진다   

2012. 11. 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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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학창 시절로 돌아가 다시 학력고사나 수학능력시험을 치러야 한다면, 20명이 한 반으로 편성된 고사장과 60명이 한 반인 고사장 중 어느 곳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 유리할까요? 자기 실력으로 치르는 시험이라서 한 반에 타 수험생들이 몇 명이 있든지 '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 같지만, 스테펜 가르시아(Stephen M. Garcia)과 아비샬롬 토르(Avishalom Tor)는 가능하다면 인원수가 적은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2005년에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SAT(미국의 수학능력시험)의 점수 분포, 수험생 수, 고사장 개수 데이터를 확보한 후에 개인 소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교육 예산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을 통제한 상태에서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하나의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수가 많을수록 SAT 점수가 낮다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이렇게 같은 과제나 게임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거나 많다고 인식할수록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일컬어 'N 효과'라고 명명했습니다. 여기서 N이란 수를 의미하죠.





실험실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도 N효과가 증명됐습니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74명의 대학생들에게 시간 제한이 있는 8개의 간단한 퀴즈를 풀도록 했는데(4개의 다지선다형, 4개의 진위선택형),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10명의 다른 참가자들과 경쟁해서 문제를 모두 푸는 데 걸린 시간이 상위 20퍼센트에 해당될 경우에 5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경쟁자가 100명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조건을 제시했죠. 그랬더니, 경쟁자가 10명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학생들이 '100명 조건'의 학생들에 비해 확실히 퀴즈를 빨리 풀었습니다(28.94초 대 33.15초). 이는 경쟁자 수(N)가 많아지면 경쟁하려는 동기가 떨어진다는, N효과를 정확히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후속실험에서 가르시아와 토르는 47명의 학생들 중 절반에게 "당신과 달리기 실력이 비슷한 50명의 경쟁자와 5킬로미터 경주를 치른다고 상상한다면, 당신은 평소보다 얼마나 빠르게 달릴 것 같은가?"라고 물었습니다. 반면 나머지 절반에게는 500명의 경쟁자와 경주를 벌이는 상황을 상상하게 했죠. 학생들은 '500명 조건'일 때보다 '50명 조건'일 때 더 열심히 달릴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경쟁자 수가 많아지면 실력이 저하되고 열심히 하려는 동기도 떨어지는 이유, 즉 N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르시아와 토르는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에서 답을 찾습니다. 그들은 추가분석에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N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규명했습니다. 이는 N효과를 일으키는 메커니즘과 사회적 비교가 연관성이 높다는 점을 일러줍니다.


단순히 경쟁자가 많다는 것만으로도 동기가 저하된다는 N효과를 감안한다면 회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을 한 팀으로 묶을 경우에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한 팀에 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죠. 물리적으로도 한 사무실에 많은 직원을 모아 놓는 것도 효과적인 관리가 아닐지 모릅니다. 또한 직원들의 성과를 높일 목적으로 경쟁자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법은 오히려 직원들의 동기를 저하시킬 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참고논문)

Stephen M. Garcia, Avishalom Tor(2009), The N-Effect: More Competitors, Less Competition, Psychological Science, Vol.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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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쿠폰이 있다면 지금 바로 써라   

2012. 11.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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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거나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 우리는 보통 마감일까지 최대한 과제 수행을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돈, 노력 등)은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반면 과제를 완료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멀리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동일한 과제에 1주일이 주어지든 1개월이 주어지든 마감일에 다 되어서야 과제를 수행하겠다고 쩔쩔매는 모습은 (대개의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타납니다. 사실 1주일을 줄 때보다 1개월을 줄 때 마감일을 넘기는 경우가 더 많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꺼려지거나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 공짜 쿠폰 사용처럼 간단하면서도 '즐거운' 일에 대해서도 '지연 현상'이 일어날까요? 공짜 쿠폰의 유효기간이 3주로 설정될 때와 2개월로 설정될 때, 어떤 경우에 사람들은 쿠폰 사용을 미루다가 쿠폰 만료일을 넘겨버리는 일이 더 많이 발생할까요? 수잔 슈(Suzanne Shu)와 에일렛 그니지(Ayelet Gneezy)는 쿠폰 유효기간이 길수록 쿠폰을 사용하지 못하고 버릴 가능성이 더 많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슈와 그니지는 근처에 있는 고급 까페에서 조각 케이크와 커피를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쿠폰을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사용률을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단,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유효기간이 3주인 쿠폰을 주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유효기간이 2개월이나 되는 쿠폰을 나눠주었습니다. 쿠폰을 배포하고 즉시 실시된 설문에서 유효기간이 2개월인 쿠폰을 받은 학생들이 공짜로 받은 기쁨을 더 크게 느꼈습니다. 또한 2개월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은 만료일이 되기 전에 쿠폰을 사용할 가능성을 68퍼센트로 본 반면, 3주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은 50퍼센트로 점쳤습니다. 학생들은 유효기간이 길수록 자신들이 쿠폰을 더 많이 사용하리라 생각했던 겁니다.


하지만 만료일이 모두 지난 후에 다시 실시된 설문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2개월짜리 쿠폰 소지자들 중 고작 6퍼센트만이 만료일 이전에 쿠폰을 사용했으니 말입니다. 반면 3주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은 31퍼센트가 만료일 전에 쿠폰을 사용했습니다. 이로써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적인 기회를 충분히 줄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즐길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즐길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즐거운 일에 대해서도 기간을 길게 줄수록 '지연 현상'이 더 크게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실험과 함께 슈와 그니지는 각각 런던, 시카고, 달라스의 공공장소에서 보행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해당 도시의 관광명소를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지를 물어보니, 1주일 짜리 여행을 온 관광객들이 1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관광명소를 찾았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사람들이 한강유람선을 타거나 남산타워를 구경한 적이 의외로 적듯이 말입니다.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을 할 시간적인 기회가 충분할수록 실제로 즐길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슈와 그니지의 연구는 공짜 쿠폰을 통해 고객의 관심을 확보함으로써 매출을 증대하려는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줍니다. 쿠폰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쿠폰 사용을 '적게' 하도록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쿠폰의 유효기간을 넉넉히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쿠폰 만료일을 빠듯하게 설정하면 돈을 쓰면서도 고객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들이 쿠폰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어 비용 부담이 클 테니 말입니다.


개인들에게도 이 연구가 의미하는 바는 즐거운 경험이라 해도 만료일까지 미루지 말라는 것입니다. 기간이 넉넉하게 주어지면 '나중에 즐겨도 되지, 뭐.'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그렇게 되면 나중에 바쁜 일이 생겨서 만료일을 넘겨 버릴 가능성도 더 크기 마련입니다. 어렵고 꺼려지는 과제도 부여 받은 즉시 수행하는 것이 좋듯이 공짜 쿠폰과 같은 선물도 즉각 즐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런 저런 공짜 쿠폰이 여러분 지갑 속에 하나쯤을 있을 겁니다. 오늘은 그걸 바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참고논문)

Suzanne Shu, Ayelet Gneezy(2010), Procrastination of Enjoyable Experience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Vol.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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