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간에 발 들여 놓기(Foot-in-the-door)'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이 말은 작은 요청을 승낙하도록 하면 더 큰 요청도 쉽게 받아들인다는 뜻으로서 여러 가지 설득 기법 중 하나입니다. 문간에 발 들여 놓기 기법은 1966년에 조나단 프리드만(Jonathan L. Freedman)이 실시한 고전적인 실험에서 이미 입증된 것입니다.
프리드만은 주부들에게 소비와 관련한 8개의 설문 문항에 답하도록 한 다음, 5~6명의 실사팀이 2시간 동안 집에 머물면서 청소와 요리에 어떤 물건들을 사용하는지 조사해도 되겠느냐고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43퍼센트의 주부들이 흔쾌히 승낙했죠. 반면, 설문에 답해 달라고 먼저 요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안 조사를 요구하니 겨우 22퍼센트의 주부들만 프리드만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프리드만의 실험 이후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문간에 발 들여 놓기' 기법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매우 효과적임을 실험으로 여러 차례 규명했죠.
출처: http://www.iwillteachyoutoberich.com/blog/bj-fogg-interview-persuasion-psychology/
그런데 프랑스 브르타뉴 대학의 니콜라스 게겡(Nicholas Guéguen)은 '문간에 발 들여 놓기' 기법을 사용할 때 "하지만 당신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함께 사용하면 설득 효과가 더 배가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 설득 효과를 떨어뜨릴 것 같지만 그 반대였던 것이죠.
게겡은 프랑스 반(Vannes)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일대일로 찾아가 쓰레기 분리 배출에 관한 연구에 참여할 것을 부탁하며 "앞으로 한 달 동안 유리, 플라스틱, 종이 등을 분리 배출할 때마다 무게와 개수를 기록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습니다. 대조군에 해당되는 주민들은 이 말만을 들었지만, 어떤 주민들은 이 요청과 함께 "하지만 수용하시든지 거절하시든지 그건 선생님의 자유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대조군 주민들은 40퍼센트만 수락했지만, '선택은 당신의 자유'란 말을 들은 주민들은 56퍼센트가 수용했습니다.
게겡이 다른 주민들을 대상으로 "쓰레기 분리 배출 습관에 관한 4개의 문항에 답해 주시겠습니까?"라는 '문간에 발 들여 놓기' 기법을 사용한 후에 먼저와 같이 한 달 동안 쓰레기 배출량을 측정해 달라고 요청하니 이때는 60퍼센트의 주민이 동참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선택은 당신의 자유' 기법을 쓸 때와 비교하면 그다지 높은 찬성률은 아니었죠. 그러나 두 기법을 동시에 사용하니, 다시 말해 먼저 '문간에 발 들여 놓기' 기법을 쓴 다음에 "수용하시든지 거절하시든지 그건 자유입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니 무려 78퍼센트의 주민들이 동참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한 달 동안 쓰레기 배출량을 기록하겠다고 말한 주민들이 실제로 그 약속을 준수한 비율은 각 조건별로 어땠을까요? 대조군에 속한 주민들은 고작 8.2퍼센트만 약속을 준수했습니다. 그리고 '선택은 당신의 자유' 기법만 적용된 주민들은 26.5퍼센트, '문간에 발 들여 놓기' 기법만 적용된 주민들은 24.5퍼센트의 약속 준수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두 기법 모두 적용 받은 주민들은 무려 44.7퍼센트나 약속을 준수했죠.
이 실험은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넘기면 의외로 까다롭거나 힘든 요청을 수락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선택은 당신의 자유'라고 말해도 웬만해서는 상대방이 "그럼, 난 안 할래."라고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선택권을 행사하여 결정하도록 해야 비교적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약속을 준수하게 한다는 점도 이 실험의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약속 준수는 결국 자발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입장이라면, '시키면 하라'는 압박감을 주기보다는 상대방이 '내가 스스로 결정했다'는 느낌이 들도록 '선택은 네가 할 수 있어'라고 제안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하기 싫다고 말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서겠지만, 문간에 발을 확실히 들여 놓은 다음에 '선택은 당신의 자유' 기법을 사용한다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물론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밉상'이 있겠지만, 어차피 그런 사람들은 면전에서는 '알겠습니다'라고 해도 약속(혹은 지시)을 끝내 준수하지 않겠죠. 그런 밉상 친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직원들(혹은 동료들)에게 이 두 가지 설득 기법은 'Yes'와 '약속 준수(compliance)'을 보장할 겁니다.
'선택권'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일, 작은 업무지시부터 한번 시도해 보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Freedman, J. L., & Fraser, S. C. (1966). Compliance without pressure: The foot-in-the-door technique. Journal ol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4(2), 195-202.
Guéguen, N., Meineri, S., Martin, A., & Grandjean, I. (2010). The combined effect of the foot-in-the-door technique and the “but you are free” technique: An evaluation on the selective sorting of household wastes. Ecopsychology, 2(4), 23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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