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길이가 다른데 여러 사람이 같다고 우기면 어쩔 수 없이 다수의 의견에 순응(conformity)한다는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고전적인 실험을 이제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애쉬의 실험 내용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애쉬의 실험의 다수(majority)의 의견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소수(minority)의 순응을 다루고 있는데, 오늘은 그와 반대로 소수의 의견에 다수가 순응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밝힌 또 하나의 고전적인 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1960년대 말에 S. 모스코비치(S. Moscovoch)와 동료 연구자들은 색깔 감지를 위한 실험이라며 6명의 참가자들에게 스크린에 나오는 여러 장의 슬라이드를 보고 색깔과 빛의 세기(조도) 변화를 판단하라고 요청했습니다. 헌데 6명의 참가자 중 2명은 거짓 대답을 하도록 미리 짠 공모자들이었습니다. 공모자들은 항상 '녹색'이라고 말하도록 약속되어 있었죠. 모스코비치는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참가자들의 색맹/색약 여부를 검사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는 공모자들의 눈에 이상이 없음을 일부러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모스코비치가 누가 봐도 분명히 파란색 슬라이드를 여러 장을 연속하여 보여주자 2명의 공모자들은 매번 녹색이라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4명의 '진짜 참가자'들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다수가 소수의 의견에 끌려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2명의 공모자들이 일관되게 파란색을 녹색이라고 말하자 그 말에 영향 받은 참가자들 중 57퍼센트(4명 중 2명 꼴)가 공모자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이 발견되었습니다. 공모자들이 대답하는 순서를 변경시켜 봤지만 결과는 비슷했죠.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공모자의 거짓 진술을 경험한 참가자들의 시각도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모스코비치는 이 실험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참가자들을 붙잡고 16개의 색상판을 보여주고 그게 파란색인지 녹색인지 구분해보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6개의 색상판은 색상이 뚜렷하게 구분됐으나 10개는 모호했죠. 실험 결과, 공모자의 거짓 진술에 영향 받은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색깔이 모호한 색상판을 '녹색'으로 더 많이 분류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소수가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말할 때 다수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습니다. 그 소수가 조직에서 힘을 가진 자라면 더욱 그러하겠죠. 맞는 말이든 틀린 말이든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면 다수는 그에 따라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조직의 장이 휘하의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이고 조직의 장이 누구냐에 따라 조직문화가 좌우되는 것이죠.


여러분 조직의 장(팀장이나 CEO)은 여러분에게 어떤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고 있습니까? 그 메시지가 옳지 않다고 여겨 본 적은 없었나요? 만일 그 메시지가 옳다고 믿거나 옳고 그른지 따지지 않은 채 따르고 있다면, 그 메시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러분은 그에게 순응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디 그 메시지가 긍정적인 것이길 바랍니다.



(*참고논문)

Moscovici, S., Lage, E., & Naffrechoux, M. (1969). Influence of a consistent minority on the responses of a majority in a color perception task. Sociometry, 365-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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