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심리,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2013. 1. 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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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흔히 말하듯 이윤 추구를 위한 집단이기 이전에 사람들이 특정 목표를 중심으로 모인 사회입니다. 고도의 정보 시스템이 의사결정의 많은 부분을 기여하고 있어도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내리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심리가 경영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죠.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한계가 조직 운영의 양상을 좌우하고 사람 관리의 성패를 가르며 경영전략을 재단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영자는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인간의 심리를 얼마나 알고 그것을 조직과, 사람과, 전략 경영에 얼마나 올바르게 반영하고 있을까요?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실적 악화로 인해 여러분의 회사가 인력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할 거라는 소문이 들려온다고 상상해 보면 어떨까요? 회사 바깥의 어느 호텔 방에 태스크 포스 팀이 설치됐다는 이야기와 함께 어느 부서에서 몇 명이 정리해고 대상이라는 '카더라 통신'이 삽시간에 전사로 퍼집니다. 정리해고되는 직원에게 과연 얼마의 위로금이 지급될 것인지, 정해진 퇴직금 외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을 것인지 직원들 사이에서 온갖 추측과 비방이 난무합니다. 정리해고될 것을 대비해 다음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지 직원들은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죠. 




그러나 회사 측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에 관해 일절 대꾸를 하지 않습니다. 태스크 포스 팀의 존재를 확인해 주지도 않고 계획의 얼개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구조조정 계획이 태스크 포스 팀 밖으로 새어 나가면 직원들의 반발과 동요가 커질 것이라 염려하여 최종안이 공표될 때까지는 계획을 일절 공개하지 말라는 함구령이 내려진 모양입니다. 구조조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려면 직원들이 중간에 제동 걸 소지를 절대로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말입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만일 이런 양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면 인간의 심리에 대한 무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입니다. 밀실에서 갑자기 이루어지는 인력 감축 계획은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직원들의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시킴으로써 생산성과 품질의 저하를 야기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해고되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직원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줍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씨티뱅크의 사례가 심리에 대한 무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죠.


1997년 후반에 씨티뱅크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9만 명의 직원 중 9천 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알리면서도 누가 대상인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수천 명의 직원들은 이런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실직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죠. 차라리 대상자로 지목되면 구직 활동에 나설 텐데, 확실히 그런 것도 아니니 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했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때, 즉 통제감을 상실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심리를 몰랐던(혹은 무시했던) 씨티뱅크는 '사람'이 아니라 '직무'를 감축한다는 말만을 늘어놓으며 인력 감축 계획을 마치 건물이나 설비를 내다파는 관점으로 몰아 붙였습니다. 씨티뱅크는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직원들의 'Me Issue'를 이해하지 않았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이야기하지도 않았으며 인생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도 주지 않았죠.


씨티뱅크와 같은 해에 인력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겼지만 직원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예측 가능성과 통제감을 보장함으로써 큰 무리없이 인력 감축을 완료한 회사가 있었습니다. 1997년 11월에 리바이스 스트라우스(Levi Strauss)는 11개 공장을 폐쇄하고 총 6천 395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씨티뱅크와 달랐던 점은 계획을 발표하는 날에 CEO 로버트 하스(Robert Hass)는 딱딱한 경영학 용어를 배제하고 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지 설명함으로써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이고 누가 해고 대상이고 얼마의 위로금이 지급될 예정인지 등을 상세히 알림으로써 직원들이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직원들의 심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세심한 조치들, 이것이 정리해고 규모가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직원들의 동요와 생산성 저하를 최소화하면서 계획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기업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때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 이유는 실제로 서로 합병되는 두 제조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데이비드 슈바이거(David M. Schweiger)의 현장 조사에서도 곧바로 드러납니다. 직원들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두 공장이 합병되면 중복되는 부문에서 인력 감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염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 공장의 관리자들이 보인 행동의 차이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한쪽 공장의 관리자들은 합병이 진행되던 3개월의 시간 동안 매주 모든 부서의 직원들과 면담하고 주간 뉴스레터를 발행함으로써 직원들의 이해와 공감을 구했습니다. 반면 다른 공장의 직원들은 관리자들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하고 방치되다시피 했습니다. 슈바이거의 조사 결과, 전자의 직원들이 후자의 직원들에 비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업무에 더 몰입했고 성과도 훨씬 좋았습니다.


씨티뱅크가 인간의 심리를 경영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적용하는 평가방식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이 속한 팀이 평가 받는 지표가 과연 몇 개나 됩니까? 5개, 아니면 10개 이상? 예상컨대 평가지표가 10개 이상이 된다면 여러분의 회사는 BSC(균형성과표)를 운영 중일 가능성이 큽니다. 알다시피 BSC는 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재무적 지표에 편중된 평가 관행을 비재무적인 요소로 확대하여 회사의 성과와 미래 가치를 균형적으로 관리하자는 차원에서 제안된 방식이죠. 하지만 BSC의 결정적 결점 중 하나는 여러 관점으로 성과의 원인을 추정하고 측정하다 보니 평가지표가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씨티뱅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 은행은 모두 6가지 카테고리에서 20개나 되는 평가지표로 성과를 측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평가지표를 관리한다고 해서 구성원들이 그것들을 모두 염두에 두면서 평가지표 달성을 위해 몰입할 수 있을까요? 씨티뱅크를 포함한 수많은 기업들이 도입한 BSC가 실패로 끝난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심리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매직 넘버 7', 즉 인간이 한 번에 집중하여 기억해낼 수 있는 가짓수가 약 일곱 개에 불과하다는 조지 밀러(George A. Miller)의 연구를 무시했다는 것이죠. 밀러가 매직 넘버 7을 주제로 논문을 쓴 때는 1956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시간이 꽤 흘렀고 매직 넘버 7이란 개념도 일종의 법칙으로 자리잡았 건만 여전히 기업 경영에서는 많은 지표를 측정할수록 조직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미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직원들의 심리를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그들의 심리를 경영의 의사결정에 충분히 고려하고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심리를 잘 알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질문의 답은 쉽습니다. 직원들의 입장이 되어보면 되니까요.

 


(*참고문헌)

- 제프리 페퍼, 로버트 I. 서튼,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안시열 역, 지식노마드, 2010

- David M. Schweiger, Angelo S. DeNisi(1991), Communication with Employees following a Merger: A Longitudinal Field Experiment, Th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Vol. 34(1)

- George A. Miller(1956), The Magical Number Seven, Plus or Minus Two: Some Limits on our Capacity for Processing Information, Psychological Review, Vol.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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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을 '미쳤다'고 오인하는 이유   

2013. 1. 2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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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은 전장에 투입하기 전에 징집자들에 대해 정신 감정을 벌여 임무 수행에 적합한 자를 선발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정신의학자인 해리 스택 설리번이었죠. 그는 정신 감정을 통해 지적장애자, 사이코패스, 정서 불안자, 성 도착자 등 많은 유형의 부적합자를 가려냄으로써 향후 징집자들이 전장에 투입될 경우에 나타날지 모를 '전쟁 신경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방지하려고 했습니다.


문제는 너무나 많은 징집자들이 설리번의 정신 감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무려 25퍼센트나 집으로 돌려 보내졌죠.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설리번이 나름대로 전쟁에서 정신적 이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자들을 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 감정을 통과한(그래서 전장에 배치된) 군인들 중 절반 가량이 정신의학적 이상을 이유로 제대했다는 것입니다. 무려 11만 2,500명이나 됐으니 참 이상한 일이었죠.





한창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데 징집자들 중 대다수에게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 임무 수행 중인 군인들을 '의병 제대' 시키는 상황을 마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군 지휘부는 설리번의 방식이 틀렸다고 판단하고 그를 해고했습니다. 그리고 대신 윌리엄 메닝거에게 신병 선발의 책임을 맡겼습니다. 메닝거는 전장에서 확실히 정신 이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자만을 가려냄으로써 왠만하면 징집자들에게 합격 통지를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전쟁 신경증'이 발병한 군인들의 숫자는 설리번 때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설리번은 징집자들의 자아 도취적 성향, 의존성, 분열적 성격 등이 전쟁 신경증으로 발전하리라 봤지만, 실제로 그런 경향은 정상 범주의 성격이라는 점을 그는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정신 의학자인 나시르 가에미(Nassir Ghaemi)는 "전쟁 신경증을 찾으려고 하자 발견되었고, 찾기를 그만두자 줄어들었다."라는 말로 설리번의 오류를 지적합니다. 이 말은 '망치를 든 사람은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과 같습니다. 징집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정신적 문제가 있을 거라 가정하면 실제로 정신적 문제를 지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신 이상자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이죠.


가에미는 정신과 의사인 장 마르탱 샤르코의 사례를 들며 설리번의 오류가 꽤 일반적인 현상임을 알려줍니다. 샤르코의 관심 영역은 파리의 젊은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던 히스테리성 간질이었는데, 그가 파리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히스테리성 간질로 찾아온 젊은 여성들이 병원을 가득 메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샤르코가 사망하자 히스테리성 간질 환자 수는 뚝 떨어졌죠. 망치가 사라지자 못으로 보이던 것들도 사라진 것입니다. 의사들의 개인적 관심이나 학계의 트렌드에 따라 정상을 이상으로 판단하는 경우는 이밖에도 많습니다. 가에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다중인격이라는 정신 이상도 학자들의 관심에 따라 진단 비율이 급증하다가 이내 꺼져 버렸다는, 또 하나의 사례를 이야기합니다.


설리번과 샤르코가 범했던 오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을 거라 짐작됩니다. '이런 잠재적인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면 실제로 그런 문제가 거의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우리 회사에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다고 느낀 후에 조직을 들여다 보면 의사소통 문제가 심각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결론 내리기 십상이죠. 사실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 그 정도의 의사소통 단절과 왜곡은 정상 범주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뜯어 고쳐야 할 문제로 오인되는 경우를 종종 접합니다. 특정 기법이나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자들이 쉽게 빠지는 대표적인 오류죠.


미치지 않은 자를 미친 자로 보려고 하지 않습니까? 여러분이 가진 망치가 못이 아닌 것을 못으로 보이게 만들지는 않는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참고도서)

나시르 가에미, <광기의 리더십>, 정주연 역, 학고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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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초조할 땐 남의 조언을 멀리 하라   

2013. 1. 2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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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초조하고 불안하며 근심이 많을 때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조언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점집을 찾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하지만 걱정거리가 많고 마음이 초조할수록 다른 사람이 해주는 조언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는 102명의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 산악 등반 사고를 그린 '버티칼 리미트'란 영화를 보여줌으로써 불안감과 초조함의 감정을 유발하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게 하여 중립적인 감정을 유지케 했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은 3명의 사진을 각각 본 후에 사진 속 인물의 체중을 짐작하는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실제 체중과 10파운드 이내로 근사하게 맞힐 경우 1달러의 보너스를 줌으로써 과제의 중요성을 참가자들에게 인식시켰죠. 참가자들이 자신의 예측치를 말하기 전에 지노는 다른 참가자의 예측치(조언)를 먼저 참조할 생각인지 물었습니다. 


실험 결과, 예상대로 '버티칼 리미트'를 시청한 참가자들의 초조함 수준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본 참가자들보다 높았는데, 전자의 참가자들 중 90퍼센트가 다른 참가자들의 예측치를 참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중립적인 감정 상태(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본)의 참가자들은 70퍼센트만이 다른 참가자들의 예측치를 참고하겠다고 답했죠. 또한 불안한 상태의 참가자들은 중립적 감정 상태의 참가자들보다 제3의 참가자들이 조언한 값을 더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리하면, 불안감과 초조함에 휩싸일수록 다른 사람의 조언을 더 많이 찾으려 하고 그 조언을 더 많이 수용한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초조함이 자신의 예측에 대한 자신감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 후속 실험에 의해 밝혀졌죠.


그렇다면, 불안감과 초조함에 휩싸이면 좋은 조언과 나쁜 조언을 구별할 수 있을까요? 이를 궁금해 한 지노는 103명의 성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근심스러운 감정' 상태와 '중립적인 감정' 상태를 유발시켰습니다. 그런 다음, 동전이 가득한 항아리 사진을 보여주고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있는지 참가자들에게 물었죠. 이때 지노는 참가자들에게 '조언자'가 말하는 예측치를 보여주고 조언자의 예측이 얼마나 타당한지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조언자가 조언한 예측치는 꽤 타당한 것도 있었지만 얼토당토하지 않은 것도 있었죠.


흥미롭게도 '근심스러운 상태'의 참가자들은 조언자의 조언이 실제로 타당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중립적인 감정 상태'의 참가자들에게 비해  조언자의 조언을 더 타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중립적인 감정 상태'의 참가자들은 조언자의 조언이 얼마나 타당한지 비교적 정확하게 평가했죠. 후속 실험에서도 근심스러운 참가자들은 중립적인 감정의 참가자들에 비해 타당하지 않은 조언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에 빠지면 남의 조언이 좋은지 나쁜지를 가릴 능력이 저하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지노의 실험은 개인의 감정 상태가 다른 사람의 조언을 참조하고 수용하는 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를 여러 사람들이 모인 조직으로 확대하여 해석하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어떻게 의사결정 내려야 하는지 전전긍긍하고 초조한 분위기가 조직을 휘감을 때면 외부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에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지노의 실험에서 봤듯이 그 조언의 질이 좋고 나쁨을 가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조하되 그 조언을 채택할지 말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지노의 실험이 주는 시사점입니다. 의사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초조함에서 벗어나야만 좋은 조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감정이 불안하고 초조하며 근심에 휩싸여 있다면,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걸하기보다는 결정 여부를 내려놓고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일지도 모릅니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는 남의 조언을 멀리 하고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는 게 먼저입니다.



(*참고논문)

Francesca Gino, Alison Wood Brooks, Maurice E. Schweitzer(2012), Anxiety, Advice, and the Ability to Discern: Feeling Anxious Motivates Individuals to Seek and Use Advi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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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직장에서 5년 이상 근무 중이라면...   

2013. 1.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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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4일부터 1월 21일까지 페이스북에 올린 나의 짧은 생각들.



[컨설턴트에 대하여]


- 말 많은 컨설턴트 = 실력 없는 컨설턴트.


- 훌륭한 컨설턴트는 먼저 답을 제시하는 자가 아니라 고객이 이미 가지고 있는 해법을 알아차리도록 유도하고 안내하는 자다.





[직장생활에 대하여]


- 현 직장에서 5년 정도 근무하고 있다면 '왜 내가 이 회사를 다니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자마자 부정적인 감정이 가슴을 파고 든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 현재의 직장에서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정작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돈과 두려움, 그리고 관성.


- "오랜 근속년수는 사회적 연결을 갉아먹고 자신의 활동 범위를 위축시킨다"...by 마크 그라노베터


- 직원들은 현재 몸 담고 있는 조직이 자신에게 커다란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직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삶에 대하여]


- 원시(遠視)에 대한 예찬. 눈 앞의 것을 보지 말고 이제 멀리 있는 것을 바라보라는 뜻. 노안(老眼)이 아니라 길을 알려주는 노안(路眼).


- 간절히 바랄수록 비전이 이루어질까? 생생히 그릴수록 꿈이 이루어질까? 열심히 계획할수록 바람이 이루어질까? 인간들은 오늘도 희망이라는 마약을 먹는다.


-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모르는 것보다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것이 더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 요즘에는 정보를 흡수하는 능력보다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 좌절한 친구에게 최고의 위로는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 최고의 독은 솔루션을 주려 하는 것.


- "모든 것을 알고 난 후에 배우는 것들이 중요한 것들이다"...by 얼 위버



[이제야 정한, 2013년 나의 다짐]


오른 편이 아니라 옳은 편에 서겠다.

이기는 편이 아니라 이겨내는 편에 서겠다.


힘센 편이 아니라 힘든 편에 서겠다.

앞서는 편이 아니라 앞장서는 편에 서겠다.


잊는 편이 아니라 잊히는 편에 서겠다.

밝은 편이 아니라 맑은 편에 서겠다.



[기업경영에 대하여]


- 대기업은 거대한 조직, 풍부한 자본, 높은 기술력 등과 같은 경쟁우위 때문에 시장을 장악하지만, 동일한 이유 때문에 혁신에 실패하고 쉽사리 쇠퇴한다.


- 실패한 기업주가 실패의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찾는다면 그는 아마도 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 아이디어가 없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조직이 없기에 실패하는 것이다. (덧붙여서.... 조직이 없는 새정치 구호는 공허하다)


- 대다수 기업의 임원들은 80%의 시간을 사내 정치에, 20%의 시간을 업무에 사용하는 듯 하다. 비율이 반대로 되어야 할 텐데...


- 어느 대형 아동 병원의 비전.

"다시는 그 어떤 아이들도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한다."

멋진 비전이다.



[채용과 '문제직원'에 대하여]


- 사람을 뽑을 때 "그사람이 우리 팀에 어떤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 것과 동시에 "그사람에게 우리 팀이 어떤 도움이 될까?"라고도 물어라.


- 사람을 뽑을 때 "우리 팀에 누가 필요하지?"라고 묻지 말고, "우리 팀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지?"라고 물어라.


- 문제가 많은 직원을 내보내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그 직원의 해고가 다른 직원들에게 '나도 짤릴 수 있겠구나'란 불안감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문제 많은 직원에게 새로운 기회를 충분히 주고 그래도 안 될 때 내보내야만 다른 직원들이 '나가도 될 만한 사람이 나갔다'라고 생각하며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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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마지막에 면접 보는 것이 유리한 이유   

2013. 1. 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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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이 지원자를 차례로 면접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객관적으로 세 명의 지원자는 실력도 비슷하고 소위 '스펙'도 얼추 비슷합니다. 서로 시간 간격을 두고 차례로 세 명을 인터뷰한다면 여러분은 그 중 누구에게 높은 점수를 줄 것 같습니까? 처음에 인터뷰한 사람인가요, 마지막에 인터뷰한 사람인가요? 아니면 중간에 인터뷰한 사람? 아마도 여러분은 세 명의 지원자 중 가장 적절한 사람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인터뷰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하겠죠.


그러나 실제로는 맨 마지막에 인터뷰한 지원자를 선호할 것입니다. 이는 시카고 대학교의 예 리(Ye Li)의 실험 결과로부터 유추할 수 있습니다. 리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좋은 대안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때는 마지막에 제시된 대안을 선호하고, 나쁜 대안들 중에서 하나를 택할 때는 맨 처음에 나온 대안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리는 미리 여러 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인정 받은 좋은 그림 세 개를 무작위 순서로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각 8초 간 보여준 후에 어떤 그림을 가장 선호하는지 물었습니다. 시간 간격을 두기 위해 중간에 애너그램 게임을 하도록 했죠.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사전에 많은 사람들이 나쁜 그림이라고 평가한 그림 세 개를 역시 차례로 보여주고 가장 선호하는 그림을 고르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좋은 그림들을 본 참가자들은 가장 마지막에 본 그림을 선호했고, 나쁜 그림들을 본 참가자들은 가장 처음에 본 그림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리는 20초씩 편집된 '좋은 노래' 3곡과 '나쁜 노래' 3곡을 들려주고, 또한 '맛이 요상한' 젤리빈 3가지와 '맛 좋은' 젤리빈 3가지를 시식하도록 한 후에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역시나 참가자들은 좋은 노래들 중에서는 가장 나중에 들은 노래를 선호했고 나쁜 노래들 중에서는 가장 처음에 들은 노래를 선호했습니다. 젤리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죠. 이 결과들은 지원자들을 인터뷰할 때 가장 마지막에 만난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높음을 일러 줍니다(대개의 채용 인터뷰는 '좋은 대안'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


하지만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리는 참가자들에게 2005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한 미인들의 얼굴을 사전에 보여준 후에 보통 정도의 매력도를 가진 여성의 사진 3장을 차례로 제시했습니다. 미(美)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진 상태에서 참가자들은 맨 처음에 제시된 여성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유전적인 이유로 안면이 손상된 여성의 사진을 먼저 보여준 후에 역시 보통의 매력을 지닌 여성 사진 3장을 제시했더니 참가자들은 맨 나중에 본 여성을 선호했죠. 이 결과는 면접관이 지원자들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가장 처음에 인터뷰한 지원자에게, 반대로 지원자들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장 마지막에 만난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대안들 자체의 특성보다는 각 대안이 제시된 순서가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리의 실험 결과는 우리가 선택한 대안이 과연 옳은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사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이런 '최신 효과(Recency Effect)'를 알고 있습니다. 리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에 선정된 25편의 영화 중 21편이 하반기에 출시된 것이고, 무려 12편이 연말에 개봉된 영화입니다. 심사위원들이 최근에 개봉된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죠. 혹은 경험적으로 '최신 효과'를 알고 있는 영화 제작자들이 일부러 연말에 영화를 개봉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대안들 중에서 하나를 고를 때 마지막까지 선택하지 말고 기다려 보자는 전략이 그리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마지막에 본 것이 대개 좋아 보일 테니 말입니다. 어쨌든 우리가 무언가를 평가하거나 선택할 때 '최신 효과' 혹은 '초두 효과'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살펴볼 일입니다. 



(*참고논문)

Ye Li, Nicholas Epley(2009), When the Best Appears to Be Saved for Last: Serial Position Effects on Choice,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 Vol. 22: 378-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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