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어떤 결과가 좋으면 그것을 만들어낸 과정 역시 좋았다고 간주하고, 반대로 결과가 나쁘면 과정도 나빴을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점수가 나쁘게 나오면 공부를 게을리했을 거라고 단정짓죠. 웬만해서는 결과의 질과 과정의 질이 서로 반대일 수 있다는 가정을 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결과를 가지고 과정을 평가하는 경향을 '결과 편향(Outcome Bias)'라고 부릅니다.
조너선 배런(Jonathan Baron)의 실험으로 결과 편향이 얼마나 일반적이고 얼마나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지가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배런은 참가자들에게 어떤 환자의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과 수술 결과가 묘사된 글을 읽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수술하기로 한 결정이 얼마나 옳았는지(혹은 옳지 않았는지), 얼마나 용납할 수 있는지(혹은 얼마나 용납할 수 없는지)를 평가하게 했죠.
참가자들이 읽은 이야기는 대략 이런 줄거리로 되어 있었습니다. "흉통으로 입원한 55세 남자에게 혈관우회수술을 하면 기대수명이 65세에서 70세로 증가하지만, 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8퍼센트이다. 의사는 수술하기로 결정했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배런은 이런 류의 이야기를 변형하여 모두 15개의 이야기를 참가자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수술 결과가 실패했거나, 의사가 아닌 환자가 수술 여부를 결정했다거나, 질병의 종류를 바꾸거나 해서 말입니다.
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8퍼센트이기 때문에(즉 성공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나중에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든 실패로 끝나든 간에 의사나 환자가 수술하기로 한 결정은 합리적인 것이겠죠. 하지만 실험 결과는 결과 편향이 존재함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참가자들은 수술이 실패했을 때보다 수술이 성공했을 때 수술하기로 한 결정이 더 옳았고 더 납득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실험은 의사의 수술 능력이 아니라 수술하기로 한 당시의 결정이 옳았냐의 여부만을 평가하도록 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수술 실패에 의사들이 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환자에 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환자 스스로 수술하기로 결정했다는 사례를 읽고나서도 참가자들은 결과 편향을 동일하게 드러냈죠. 결과는 이미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탓에 과거 의사결정 당시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합리적이고 납득 가능했을지라도 결과가 나쁘면 당초의 의사결정이 옳지 않았다고 판단하거나, 반대로 의사결정이 합리적이지 않았더라도 결과가 좋으면 그때의 의사결정이 옳았다고 판단하는 현상은 여러분의 조직에서 자주 발생하는 편향일 겁니다. '결과로 말하라'는 결과지상주의 문화가 팽배한 조직일수록 결과 편향이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겠죠.
문제는 결과 편향으로 인해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매도되고 결과만 좋으면 의사결정 과정이야 아무런 상관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버리면 구성원들이 전략적인 사고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에 따라 보상 받는다면 결과를 좋게 내려고 무리수를 두게 될 위험도 매우 크죠. 더 큰 문제는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를 좋게 낸 사람에게 더 중요한 일을 맡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과 편향으로 인해 중용된 사람이 더 중요한 일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일기예보에서 오늘 비가 올 확률이 90퍼센트라고 해서 우산을 가지고 출근했는데 하루 종일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면 우산을 휴대하기로 한 여러분의 결정이 옳지 않은 걸까요?
(*참고논문)
Baron, J., & Hershey, J. C. (1988). Outcome bias in decision evalu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4(4), 569-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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