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선하다?   

2013. 5. 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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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전에, 본 글은 특정 인물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A후보를 열렬히 지지하는데 누군가가 B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나름의 논리적 엄밀함을 지키면서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듭니까? 아마 여러분은 그 사람에게 바로 따져 묻거나 마음 속으로 '당신 생각은 틀렸어'라는 반발심이 작동합니다. 반대로 그 사람도 여러분이 좋아하는 A후보를 지지한다면 맞장구를 치면서 즐겁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이 A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가 논리적으로 부실해도 말입니다.



출처: http://www.scienceandsensibility.org/?p=987



이렇게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의견을 들었을 때 논리적 타당성 여부를 차치하고 그 의견에 동의하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지 않은(혹은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접했을 때 역시 논리적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 의견에 대항하려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편향을 '신념 편향(Belief Bias)'라고 말합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죠(아래에 명기한 책 <편향>에서 발췌 후 수정). 다음과 같은 삼단논법은 '유효'할까요? 


- 모든 사람은 선하다

- 이명박은 사람이다

- 따라서 이명박은 선하다


맨 마지막의 '이명박은 선하다'란 명제는 옳을까요? 논리학의 관점에서 이 삼단논법은 문제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선하다'란 대전제가 참이냐 거짓이냐의 논란이 있지만, 삼단논법에서 전제는 참/거짓을 따지는 대상이 아니고 말 그대로 전제일 뿐이기에 이 삼단논법은 유효합니다. 논리학적으로 말입니다.


아마 이렇게 "적어도 '논리적으로 볼 때는' 이 삼단논법은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해도 '당신 생각은 틀렸어!'라는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다음의 삼단논법은 어떻습니까? 옳은 삼단논법인가요?


- 모든 사람은 선하다

- 당신의 어머니는 사람이다

- 따라서 당신의 어머니는 선하다


이 삼단논법은 '이명박' 케이스와 구조가 똑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삼단논법'에서 '당신 생각은 틀렸어!'라는 반발심이 생겼다면, 이 삼단논법을 보고서도 동일한 정도로 반발심이 생겨야 합니다. 하지만 예상컨대 대부분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이명박 삼단논법'을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머니 삼단논법'만을 봤더라면 아마도 삼단논법의 유효성을 따져 묻고 싶은 생각이 '덜' 생겼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신념 편향입니다. 논리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자신의 평소 생각과 일치하면 '참'이고, 일치하지 않으면 '거짓'이라고 믿는 편향 때문에 여러분의 조직에서도 웃지 못할 사건이 종종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CEO가 OO분야로 진출하는 것에 높은 관심을 보일 때, 그 사업분야는 우리의 핵심역량과 전혀 관련이 없거나 성장 잠재력이 미약하거나 경쟁 강도가 심하거나 하는 등 진출하면 안 된다는 보고를 여러분이 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아마 여러분은 '깨질'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업 타당성 여부를 떠나 CEO의 신념에 맞춰 보고를 해야 '예쁨' 받고 눈도장을 '콕' 찍을 수 있겠죠.


논리적이고 타당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판단할 때 자신의 신념이 개입되지 않는지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다들 그 사업은 하면 안 된다고 뜯어 말렸는데도 고집을 부려 사업을 추진했다가 망한 사례가 찾아보면 아주 많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금융서비스 분야에 진출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던 제록스, 자신들을 사진 회사가 아니라 화학약품회사로 포지셔닝했다가 된통 당했던 코닥(지금은 파산보호 상태)입니다.


신념을 갖는 것은 좋으나 의사결정을 오염시킬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참고도서)

이남석, <편향>, 옥당, 2013년 5월

춘카 무이 & 폴 캐롤, <위험한 전략>, 이진원 역, 흐름출판,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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