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   

2013. 9. 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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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와 연봉에 관해 협상을 벌일 때 어떤 사람은 대략 어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싶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구체적인 사례(다른 기업의 동일직무 연봉 등)를 언급하면서 정확한 숫자로 희망연봉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경험상 후자의 경우보다는 전자의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연봉 결정이 협상에 의해 이뤄진다기보다 한쪽이 한쪽에게(고용주가 피고용인에게) '통보'하는 식이기 때문에 '희망연봉을 말해보라'는 말에도 자신이 원하는 연봉을 '자신감 없이' 뭉뚱그려서 이야기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누군가와 여러분의 연봉을 협상할 때는 가능한 한 '끝자리'까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콜롬비아 대학교의 말리아 메이슨(Malia F. Mason)과 연구팀이 실험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뭉뚱그려진 숫자(rounded number)보다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안할 때 더 높은 금액으로 역제안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메이슨의 실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죠.



그림 출처: http://www.careerealism.com/negotiate-salary-recession/



메이슨은 280명의 참가자들에게 가게 주인과 함께 보석의 값을 가지고 흥정하는 가상 상황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가게의 주인이 보석 값으로 20달러, 19달러, 21달러를 각각 제시하면, 참가자들이 그 제안을 듣고서 얼마의 금액을 역제안할지 보고자 했던 것이죠. 그 결과, 19달러나 21달러를 제시했을 때보다 끝자리가 0으로 끝나는 '20달러'를 제안 받았을 때 참가자들은 더 많이 깎아 달라고 역제안했습니다. 뭉뚱그린 값을 제시하면 상대방으로부터 더 많은 가격 조정을 요구 받는다는 의미였죠.


뒤이어 실시된 여러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중 한 가지만 예를 들면, 커피 자판기 가격으로 9, 10, 11달러를 제시했더니 참가자들은 9달러나 11달러일 때보다 10달러를 제안 받았을 때 더 많이 깎아 줄 것을 요구했죠. 


메이슨은 본격적으로 가격을 여러 번 흥정하는 게임에 210명의 학생들을 참가시켜 각각 판매자와 구매자의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그런 다음, 판매자가 먼저 희망가격을 제시하는 경우와 구매자가 먼저 희망가격을 제안하는 경우로 나누었죠. 마찬가지로 가격을 끝자리까지 구체적인 숫자와 뭉뚱그린 숫자(0으로 끝나는)로 각각 제안하게 한 후에 가격 조정이 얼마나 일어나는지 살폈습니다. 역시 뭉뚱그린 숫자로 가격을 제시할 때 보다 많이 가격 조정을 '당했고' 최종적으로 합의된 금액도 처음 제안된 가격에서 더 낮아진 값이었습니다.


일련의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정확한 숫자'가 뭉뚱그린 숫자보다 강력한 심리적 '닻'이 된다는 것입니다. '닻 효과'란 처음에 수치로 무언가가 제시되면 사람들의 사고가 그 수치에서 멀리 달아나지 못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인데, 끝자리까지 자세한 숫자(가능하면 소수점 아래자리도 명시된 숫자)의 닻 효과가 훨씬 크다는 뜻이죠. 만약 여러분이 희망연봉을 이야기한다면 3000만원 혹은 4500만원이라고 이렇게 말할 것이 아니라 3124만원 혹은 4497만원이라고 말해야 고용주로부터 연봉 조정(보통은 깎기 위한 조정)을 덜 당한다는 점을 메이슨의 실험은 말해 줍니다. 


그렇다면 왜 뭉뚱그린 숫자가 상대적으로 가격 조정을 크게 받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추측하건대 숫자가 구체적이지 않으면(예를 들어 3000만원), 금액을 제안 받은 사람은 제안자가 원래의 값(이를테면 2786만원)을 '대충' 끌어 올렸거나 어떤 정보를 숨긴다고 느끼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메이슨의 실험이 연봉을 협상하는 현실에서도 적용될지 두고봐야겠지만, 밑져봐야 본전이니 뭉뚱그린 숫자보다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해보기 바랍니다. 연봉을 더 많이 받을지 모르니까요. 이런 피고용인의 협상 전략에 고용주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지네요. 



(*참고논문)

Mason, M. F., Lee, A., Wiley, E., & Ames, D. R. (2013). Precise offers are potent anchors: Conciliatory counteroffers and attributions of knowledge in negotiation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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