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5월 1일) 노동절에 KBS 1라디오의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에서 '회사형 인간의 종말'에 관하여 약 8분 간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 때 했던 이야기를 아래에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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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어제까지 출근했던 회사지만, 요즘 대한민국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남몰래 하는 질문일 겁니다. 한동안은 회사에 나를 헌신하며 충성하는 회사형 인간으로 살면 정년이 보장되는 세상이었지만, 평생직장이 사라진 지금은 언제든 구조조정이 단행되는 그야말로 상시 구조조정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요구하는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회사가 더 이상 어떤 안전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가장 큰 위협일 수밖에 없고요.사실상,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에 근로자는 더 이상 회사형 인간일 수도 없습니다.
오늘 근로자의 날을 맞아서, 요즘 같은, 상시 구조조정 체계에서, 회사와 개인. 일과 나의 관계는 어떻게 재정립해야 할 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함께 하죠.
1/ 우리가 흔히, ‘회사형 인간’이라고 할 때, 일 중심, 회사 중심으로 사는 사람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을.. 이렇게 분류할 수 있나요?
회사형 인간은 간단히 말해, “회사가 삶의 전부”인 직장인을 말하죠. 그런 사람들은 정치에도 민감한데, 회사의 실세를 알아내서 그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정치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가치보다 조직의 가치를 우선하고, 자기 주장보다는 조직의 의견에 순응하려고 하죠.
이런 사람들은 야근을 많이 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오면서도 오히려 그런 걸 편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회사가 망해 버리면 회사형 인간들은 가장 힘들어 하죠. 아마 청취자들도 자기 주위에서 회사형 인간이 누구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 꼭 있죠. 자기만 그렇게 살면 좋은데, 다른 사람까지 회사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기도 하죠.
2/ 지금껏 우리나라 직장인 상당수가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왔는데요. 그 중에서도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표적인 회사형 인간으로 나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회사형 인간이기 보다는, 나를 희생해서라도 회사에 충성하는 회사형 인간으로 직장생활을 해온 걸까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은 6.25전쟁 후 1955년 무렵에 태어난 사람들인데요, 이들이 대학을 졸업해서 취직을 한 게 대략 1980년대 초였습니다. 그때는 우리나라 산업이 크게 발전하던 시기였고, 아시다시피 여러 번의 군사 정권을 경험하면서 조직에 충성을 다하는 것에 가치를 두던 시기였죠. 그래서인지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가 중요시되고, 창의성보다는 효율성이 우선시되던 때였잖아요. 그땐 요즘과 같은 벤처 창업이란 개념도 미약했고요. 그러니 조직 구성원으로 살면서 거기에서 승진해서 임원으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자아실현의 방법이었기 때문에 회사형 인간으로 사는 것이 가장 나은 것이었습니다.
3/ 그런데, 외환 위기 이후로, 비정규직 계약직이 보편화되고, 상시 구조조정 체계가 되면서, 평생 직장 개념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회사형 인간일 수도 없게 됐죠?
그렇죠. 회사형 인간으로 살겠다는 것. 시쳇말로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 이런 생각은 이제 공허한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왠지 이런 말을 들으면 무섭더라구요. 입사 면접에서 회사에 뼈를 묻겠다 말을 한다면 면접관들은 오히려 그런 지원자를 떨어뜨릴 것 같습니다. 왠지 회사형 인간이라면 실력보다는 정치 술수를 써서 남들을 짓밟고 올라가려는 그런 이미지가 연상되기도 하죠.
만약 회사형 인간으로 살면서 회사에서 출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구조조정을 당해 버리면 엄청난 충격을 입겠죠. 평생 직장 개념이 없어졌기 때문에 회사형 인간이 되겠다는 건 바보스러운 발상입니다.
자신이 평생 종사할 수 있는 직종을 찾는 게 현명하죠.
4/ 요즘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사와 개인. 일과 나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인기 드라마인, ‘직장의 신’에서,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회사에 충성해야 직성이 풀리는 ‘정규직’ 역할 캐릭터보다, 철저히 자신을 위해 일하는 계약직 미스김 캐릭터에 열광하는 걸 보면, 회사에 대한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 아닐까요?
제가 TV를 보지 않아서 사실 어떤 드라마인지 잘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 드라마에서 미스김이 보여주는 행동은 회사형 인간과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비슷한 것은, 조직의 룰에 맞추고 조직이 개인에게 주어진 목표를 준수하려는 태도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죠. 자신을 실력으로 평가 받으려고 하지, 힘있는 사람에게 줄을 서거나, 할일도 없는데 야근하거나 하는 것으로 자신을 인정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르다고 보거든요.
저는 미스김과 같은 유형을 ‘조직형 인간’이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사실 드라마에서 미스김이 혼자 사업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조직에 들어가서 조직 안에서 자신의 일을 실력으로 인정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조직형 인간’이라고 봅니다. 드라마라서 상황이 좀 작위적이겠지만요, 사람들이 미스김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실력 없는데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형 인간에 대한 반감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진정한 조직형 인간이 필요하다는 데 사람들이 공감대를 가지는 것 같아요.
5/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자리를 잡아갈 때쯤에야, “나는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죠. 회사가 더 이상 어떤 안전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조직을 떠난 후에, 과연 세상 앞에 홀로 설 수 있을까. 불안해하는데요. 평소, 직장에 대한 사고방식은 어떻게 갖는 것이 좋습니까?
저는 회사에서 자아실현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생각은 자기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주위를 보면 회사 일이 힘들고 상사와 관계가 안 좋아서 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제법 많은데요, 그런 사람들은 발전하지 못한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를 자아실현의 장으로 보기 때문이죠.
좀 냉정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회사는 경제적인 이유로 돈을 벌기 위한 장소라고 보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연봉을 받겠다는 자세로 직장생활을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자아실현의 꿈은 회사가 아닌 개인적인 생활 속에서 찾으려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간단히 말해서, 회사에 목숨을 걸어서도 안 되고, 걸 필요도 없다는 것이죠.
6/ 그래도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조직이 제공하는 달콤한 혜택에 길들여지기 보다는, 미쓰김 캐릭터처럼, 철저히 자기 생활 추구하려고 하려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아무리 평생 다닐 직장이 아니라 해도, 조직의 요구는 단호히 거부한다거나, 섣부른 자신감으로 회사라는 울타리를 자주 탈출하는 것은 위험한 일 아닐까요?
당연히 위험합니다. 회사형 인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해도, 아까 말씀드린 ‘조직형 인간’은 계속 필요합니다. 조직형 인간은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조직에서 이미 갖춰 놓은 틀과 자원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거든요. 이곳저곳 옮겨 다닌다면 어떤 회사든 잘 뽑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본인이 조직형 인간이라면 회사를 옮겨 다니는 걸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평생 직장이 아니라고 해서 사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사업형 인간’은 사실 다른 유형의 인간이에요. 회사 때려치고 사업이나 할까?’라고 많이 생각하지만요, 사업할 때는 회사 다닐 때보다 눈치 봐야 할 사람이 더 많아진다는 걸 사실 몰라서 하는 소리죠. 고객 눈치 봐야 하죠, 투자자 눈치 봐야 하죠, 또 데리고 있는 직원들 눈치 봐야 하죠. 자신이 조직형 인간이라면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보다는 회사라는 조직을 충분히 활용해야 하고요,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