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보상을 받기로 하면 그보다 적은 보상을 받기로 할 때보다 오히려 성과가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한 바가 있어서 조금은 '식상한' 주제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높은 보상이 높은 성과를 약속한다는 기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금전적 보상을 제안하는 경우가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식상하긴 하지만) 높은 보상을 약속하는 것이 성과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딘 몹스(Dean Mobbs)과 동료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높은 보상과 낮은 보상을 각각 제시하고서 컴퓨터 게임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모니터 상에 나타난 미로에는 회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먹이'가 이리저리 마구 돌아다녔는데, 색깔이 회색에서 녹색으로 반짝거려 먹이가 활성화되면 참가자들이 키패드를 눌러서 쫓아가 잡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화면에는 이 게임에서 이기면 참가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의 액수가 0.5파운드 혹은 5파운드라고 나타났습니다. 보상액이 10배나 차이나기 때문에 보상의 차이가 게임의 성과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었죠(한화로 약 9,000원 대 900원).
몹스는 참가자들이 게임에 익숙하도록 충분히 연습시킨 다음, 38회의 게임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20회는 낮은 보상 조건으로, 나머지 18회는 높은 보상 조건으로 게임을 하게 했는데, 그 순서는 무작위로 제시됐죠.
참가자들의 성적은 어땠을까요? 예상했던 대로 참가자들은 큰 돈이 걸렸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돈이 걸렸을 때 '먹이'를 더 잘 잡았습니다. 5파운드가 걸린 게임에서는 64%의 성공률을 보였지만, 0.5파운드가 걸린 게임에서는 74%의 성공률을 기록했으니까 말입니다. 거의 잡을 뻔 하다가 놓친 회수를 따져보니 5파운드 조건에서는 22%, 0.5파운드 조건에서는 14% 정도였습니다.
사실 참가자들은 뇌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fMRI 기계 안에 들어가 이 게임을 수행했습니다. 보상 액수의 차이에 따라 뇌의 어떤 부분이 얼마나 활성화되는지 살피기 위해서였죠. 보상의 차이와 상관없이 '복측 중뇌'라는 부분이 활성화됐는데, 높은 보상 조건으로 게임을 할 때 이 부분이 더 활성화되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중뇌 안에는 보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그 부분의 활성화 정도가 제시된 보상 액수에 영향을 받았던 겁니다.
높은 보상을 제시하면 우리의 뇌를 '돈을 간절히 원하는' 상태로 만들지만, 그런 간절함을 저버리듯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를 초킹(choking)이라고 말합니다. 직원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높은 성과급을 '당근'으로 흔들면, 분명 직원들의 뇌는 그 성과급을 받고자 하는 열망이 커지겠죠.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열망이 과연 성과로 연결될까'란 문제는 남습니다. 실수가 많아지고 단기적인 과업에만 열중하며 동료와 정보 공유를 자신도 모르게 꺼려하는 등의 '초킹'이 성과를 해치고마는 것은 아닐까요?
돈으로 충전된 동기는 역량의 발휘를 훼방하여 결국 성과를 떨어뜨립니다. 게다가 돈으로 끌어올린 동기는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지죠. 다음 번엔 더 높은 보상을 약속해야 그나마 동기가 생길 테니까요. 돈으로 동기를 구축(構築, build up)하려고 하면 오히려 동기를 구축(驅逐, crowd out)하고 맙니다.
(*참고문헌)
Mobbs, D., Hassabis, D., Seymour, B., Marchant, J. L., Weiskopf, N., Dolan, R. J., & Frith, C. D. (2009). Choking on the money reward-based performance decrements are associated with midbrain activity. Psychological science, 20(8), 955-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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