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사는 것이 행복일까?   

2013. 10. 8. 09:30
반응형


부산교통방송 <유정식의 색다른 자기경영>


[바쁘게 사는 것이 행복일까?] 2013년 10월 8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


먼저, 사회자께서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얼마나 바쁘게 사는 것 같은가?’ <색다른 자기경영> 첫 시간에 ‘야근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제가 아무리 야근하지 말라고 이곳저곳에 말하고 다녀도, ‘오늘도 야근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페이스북을 보면 ‘야근 때문에 힘들다’, ‘휴일날 사무실에 나와서 일하는 내 모습이 처량하다’ 식의 글을 자주 보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바쁘게 사는 게 좋은 거다’, ‘바쁜 것이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을 상투적으로 하는데, 과연 그 말이 사실일까?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늘은 바쁘게 사는 것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하겠다.



2. 결론부터 물어보고 싶은데, 바쁘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각자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지난 시간에 스트레스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바쁜 생활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바쁘게 사는 것을 ‘힘들다’라는 감정과 연결시키면 힘든 것이고, 바쁘게 사는 것의 의미를 나름대로 가진다면 바쁨 속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바쁘게 사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해서 문제다. ‘게으르게 살면 안 된다,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압박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바쁘게 살지 않는 것 같으면 ‘나한테 문제가 있나?’라고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나태하게 살면 안 되겠지만,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사실 사람들은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내려는 관성을 가지고 있다.



3.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어떤 뜻인가?


우리는 보통 무언가를 ‘할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 상황에 자주 처하는데, 아마 청취자들께서 오늘 아침에도 한번쯤은 그런 상황에 처했을 것 같다. 가장 흔한 것이 아침에 알람이 울릴 때 ‘지금 일어날까, 말까’라고 고민하는 것인데, 아마도 바로 일어난 분들은 ‘일어나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고, 일어나지 않고 밍기적댄 분들은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무언가를 해야 할 이유가 없거나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을 하지 말자’라는 선택을 한다. 그렇지만,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해야 한다는 이유가 제시되면 그 일을 하겠다는 선택을 한다. ‘시’라는 심리학자가 연구한 것인데,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이유가 없으면 그냥 게으르게 있으려고 한다는 것을 밝혔고, 반대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이유가 생기면 몸을 바쁘게 움직여서 행동하려는 선택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냥 게으르게 있으려고 한 사람과 바쁘게 몸을 움직인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하다고 느꼈을까?





4. 누가 더 행복하다고 느꼈는가?


실험 결과, 행동을 정당화할 이유가 있어서 몸을 움직여서 무언가를 한 사람이 그냥 가만히 있으려는 사람보다 더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 결과를 보면, 바쁘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실험에서 행동을 정당화할 이유로 무엇이 제시됐을까? 바로 사탕이었다. 행동을 하면 사탕을 먹을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하고 조금은 유치한 이유가 제시되면, 바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행복감도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헌데, 이 연구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을 때도, 자신이 뭔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주어지면, 그에 따라 행동하고,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실 좀 씁쓸한 결과다. 우리가 ‘바쁘게 사는 것이 옳다’라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외부에서 주어지면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바쁘게 사니까,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다’라고 착각한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쁘게 살고 있다라는 생각되면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것, 사실 우리 시대의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5. 사람들은 보통 바쁘게 사는 것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착각한다고 했는데, 착각이라고 해도 행복하다면 바쁘게 사는 게 좋은 것 아닌가?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면 좋겠지만, 그냥 바쁘게만 산다고 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바쁘지 않을 때는 이 생각 저 생각 공상을 많이 하잖나. 헌데, 바쁠 때도 공상을 많이 하고 마음을 집중하지 못할까? 우리는 보통 바쁘면 잡념이 없어지고 한 곳에 집중한다고 보통 생각하지만, 사실 일이 별로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은 바쁠 때도 생각이 이리저리 휩쓸린다고 한다.


‘킬링스워쓰’라는 학자가 미국 성인 2,250명을 무작위로 선택해서 연구를 했는데, 스마트폰을 통해 아무 때나 연락을 취해서 ‘현재 어떤 기분 상태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각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관없이, 거의 절반 정도의 시간은 ‘마음을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리는 상태’라고 답했다. 마음을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한다는 것은 행복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무언가를 하면서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이나 되는 것이다. 바쁘게 사는 것이 행복의 길은 아닌 것이다.



6.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바빠도 행복한 것 아닐까?


물론 하기 싫은 일이나 유쾌하지 않은 일을 할 때는 그 일 자체보다 더 심하게 ‘나는 불행하다’라고 생각하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분명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보다는 ‘행복감이 크다’. 하지만, 그래도 그 좋아하는 일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으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가’, ‘그 일이 유쾌한 일이냐 아니냐’는 행복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 행복한지의 여부는 ‘무엇을 하느냐’로 판단하기가 어렵고, ‘내 마음이 지금 방황하고 있는가, 아니면 몰입하고 있는가’로 판단할 수 있다.



7. 그러면, 바쁘게 일하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방금 말씀 드렸듯이, 어딘가에 자신의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 바쁘게 일하는 가운데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마음이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방황하면 안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올바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 일이 유쾌한 일이든 아니든, 그렇게 올바로 일을 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마음이 방황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그냥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되겠지,라고 하면 안 된다. 일하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 바쁨 속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그 의미가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8. 오늘 색다른 자기경영은 바쁘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일까, 라는 화두로 시작했는데요, 정리해 주신다면?


우리 시대는 바쁘게 사는 것이 미덕이라는 관념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본인이 바쁘게 살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바쁘게 사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이유가 제시되면, 그 이유가 아무리 하찮더라도 바쁘게 사는 것을 당연시한다.


바쁘게 산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바쁘게 사는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마음은 방황하게 되고, 마음 한 켠에서는 ‘나는 과연 행복할까?’란 의심이 생길 것이다. 바쁘게 살되, 마음이 방황하지 않도록 꼭 일의 의미를 찾아가기 바란다.



(끝)


참고 사이트

http://www.spring.org.uk/2011/09/does-keeping-busy-make-us-happy.php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