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산교통방송을 통해 방송된 <유정식의 색다른 자기경영>의 내용입니다.
[열정은 당신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다] 2013년 5월 28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오늘은 열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데, 일반적으로 열정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는 보통 성공하려면 열정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말한다. 특히 취업하려고 애를 쓰는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에게도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성공하려면 열정을 쫓아가면 안 된다. 열정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열정에 속지 말아야 한다, 고 말하려 한다.
2. 왜 열정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내가 겪은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다. 예전에 어떤 분이 날 찾아와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고 한 적 있다. 가끔 그런 분들이 찾아와서 경영 컨설팅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그분은 자신이 경영에 관심이 많아서 오랫동안 혼자 열심히 공부하고 유명한 사람들의 강의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컨설팅을 할 수 있다면 정말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면서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그분의 열정은 정말 높았다.
그러나 그분의 학력은 고졸이었습니다. 방송에서 이런 소리하면 욕을 먹을지도 모르지만, 코너 타이틀이 색다른 자기경영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그분에게 '컨설팅을 받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돌직구였을지 모르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 같다. 평소에도 나는 열정이 성공을 가져온다는 생각에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 열정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은, 심하게 말하면, 망상과 같다고 말이다.
3. 열정이 성공을 가져다 주지 못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경력직으로 누군가를 한 명 뽑는다고 생각해보자. 열정이 높지만 실력은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있고, 열정은 딱히 보이지 않지만 실력이 짱짱한 사람이 있다. 다른 조건은 모두 비슷하고, 둘 중에 한 명을 뽑아야 한다면 누구를 뽑고 싶은가? 많은 사람들이 실력은 잘 모르겠지만 열정적인 사람을 뽑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열정에 속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장에서 잘 살펴보면 일 잘하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좋아하지, 실력은 없는데 열정적이기만 한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일 시키는 사람들도 열정이 뭔가 대단한 거라고 기대하는데, 실제로 실력이 없는 열정은 의미없다.
4. 그러면, 성공을 위해서는 실력이 열정보다 중요하다는 말인가?
훨씬 중요하다. 나는 열정이 성공을 가로막는 위험 요소라고 생각한다. 열정이 실력보다 앞서는 사람은 일하다가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 재미를 못 느끼고 쉽게 지쳐 버릴 가능성이 높다. 실력이 없다 보니 허드렛일만 하게 되고, 처음에 가졌던 열정이 식어 버리고 만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이게 나와 안 맞는가 보다’ 의심하게 되고, 자기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또 있을 거라 생각한다.
슬그머니 다른 회사를 알아본다든지, 유명한 사람이 쓴 “열정을 쏟을 일에 당신을 바쳐라” 같은 책에 현혹되고 만다. 이렇게 반복되고 계속 방황하다 보면, 실력 쌓을 기회가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열정이 성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5. 그래도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열정이란 말을 다시 정의해야 하고, 바뀐 정의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열정을 엄청나게 흥미를 느끼고 엄청나게 가슴이 뛰는, 그래서 엄청나게 재미있을 것 같은 감정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이것은 올바른 열정이 아니다. 실력을 키우려면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걸맞는 학력을 가져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 원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가 쉽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 실력이 없을 때는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하나 하나 차근차근 배워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재미를 잃어버리고 열정이 식어버릴 수 있다.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참아나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열정이다. 열정이라는 말을 들으면 장미빛의 이미지를 그리겠지만, 사실 진짜 열정의 색깔은 고통스러운 ‘회색’이다. 고통의 순간을 참고 견디면 그 과정에 알토란 같은 실력이 쌓인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전문성을 갖추게 된다.
6.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이런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현재 하고 있는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극히 소수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는 말은 아무런 의미없는 조언이다. 아나운서가 하고 싶다고 해서 직장을 떼려치고 아나운서 시험을 보러 다니면 되는 걸까?
<파랑새>라는 동화가 있다. 파랑새를 찾아서 방황하다가 결국 발견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파랑새가 자기네 집 새장 속에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 동화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 준다. 바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재미있는 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투자한 게 많지 않은가? 그런데 왜 바로 버려야 할까?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버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일로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는 조언이다.
7. 그러면 현재 하고 일을 재미있는 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간단하다. 아까도 말했듯이 실력을 키우면 일이 재미있어진다. 열정이 실력을 키우는 게 아니라, 실력이 열정을 불러 일으킨다. 만약, 직장에서 동료나 상사와 별다는 문제가 없는데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재미가 없다면, 미안하지만, 여러분 자신의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력이 커지면 보는 눈도 높아지고, 보는 범위도 더 커진다. 그래서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실력이 없으면 뭐가 중요하고 뭐가 재미있는지도 안 보인다.
사장의 입장에서 보자. 도전적이지만 새로운 일을 누구에게 맡기겠는가? 실력이 없지만 열정이 높은 사람에게 줄까? 아니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그런 일을 맡길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돈을 주고 싶을 것이다. 지금 하고 일에서 박사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파고 들어야 한다. 앤더스 에릭스의 말.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정도면 됐다’ 싶은 수준에서 실력 향상을 멈춘다. 회사에 다니는 것만으론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수준까지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자세한 방법은 스스로 찾아보길 바란다.
8. 지금까지 열정이란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말씀이었는데, 성공하길 원하는 청취자들이 주의할 점을 한 말씀 해준다면?
성공 스토리를 글자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했다는 이유로 자신도 모르게 과거를 윤색하기 쉽다. 그 일이 천직이었으며 가슴이 뛰는 열정과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기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매우 적다. 알고보면, 실력이 별볼일 없고, 재미도 없고, 열정도 별로였던 햇병아리 시절부터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한발 두발 고통을 참고, 실력이라는 자산을 쌓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열정은 여러분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다.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여러분의 실력이다. 남들이 모방하기 쉽지 않은 여러분만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실력이 쌓인 후에야 그때부터 좋아하는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다. ‘완벽하게 일하는 사람’이 ‘완벽한 일을 찾으려는 사람’을 언제나 이긴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끝)
(*본 방송에 참고한 도서) <액트 빅, 씽크 스몰>, 칼 뉴포트 저, 석혜미 역, 말글빛냄,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