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은 반드시 직원에게 시켜라   

2022. 9.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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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더를 “일을 시키는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한다. 리더는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 그래도 안 된다. 만약 본인이 일을 다 하겠다고 하면 그건 그냥 마이크로 매니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직원들에게 왜 일을 시켜야 할까?. 이 질문에 많은 이들은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곤 한다. 어떤 이는 '월급을 주니까 일을 당연히 시켜야 한다'. '일을 안 시키면 놀 테니까'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조직 전체의 관점으로 보면 틀린 대답은 아니지만, 리더 자신의 입장에서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이유는 리더가 '고가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직원들이 리더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 '업무의 방향을 올바르게 알려주지 않는다',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한다' 등인데, 이런 불만을 뒤집어 보면 비전 제시와 업무 방향 설정, 효과적인 의사결정 등이 직원이 리더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덕목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직원들은 리더가 자신들의 일을 대신해 주기를 절대 기대하지 않는다. 당장은 자신들의 업무가 경감되니까 대신 일해주는 리더를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단기적이다. 리더가 직원들이 해야 할 업무에 빠져 있으면 비전 제시니 전략 수립이니 의사결정이니 하는 리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네와 같은 레벨에서 일하는 리더를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을까?

리더가 고가치 업무에 집중하려면 그만큼 시간적인 여유를 가져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직원들에게 일을 시켜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리더는 직원들이 담당해야 할 일이라면 '최대한' 시켜야 한다.

 


고가치 업무에 집중하려면 리더 자신이 고가치 업무에 얼마나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2주 동안 자신이 어떤 업무에 몇 시간을 사용하는지를 매일 기록해 보라. 그리고 다음과 같은 5점 척도로 평가해 보라.

 



5점: 리더 본인이 해야 할 '매우' 전략적인 업무


4점: 리더 본인이 해야 할 전략적인 업무


3점: 리더 본인이 해야 할 일상적인 업무


2점: 직원이 해야 할 전략적인 업무


1점: 직원이 해야 할 일상적이고 초보적인 업무

 



점수별로 2주 동안 얼마의 시간을 투여했는지 살펴보면 고가치 업무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직원들에게 얼마나 일을 잘 시키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업무 시간의 60퍼센트 이상을 1~2점 업무에 투여하고 있거나,  80퍼센트 이상을 1~3점 업무에 쏟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리더라면 적어도 업무 시간의 50퍼센트 이상을 4~5점 업무에 써야 한다.

그렇다면 직원들에게 어떤 일을 시켜야 할까? 리더가 고차원적 업무에 집중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가지려면 직원들은 어떤 일을 담당해야 할까? 

 

커리어 및 비즈니스 전략가이자 <피벗PIVOT>의 저자인 제니 블레이크(Jenny Blake)는 리더가 직원들에게 위임해야 할 일을 '6개의 T'로 제안한다. 그녀는 '누구(who)에게 어떻게(how) 일을 시킬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어떤(what) 일을 시킬까?'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제안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1. 사소한(Tiny) 업무
중요하지는 않지만 업무 수행을 위해 해야 하는 일(회의 참석자 파악, 교통편 예약, 기타 관행적 업무 등)은 실제로는 별로 시간이 들지 않더라도 합쳐 놓으면 전략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간을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또한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의지력을 감소시킨다. 물론 자신이 충분히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직원들이 중요하고 어려운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는 사소한 업무이라 해도 리더가 직접 수행해도 된다.

2. 지루한(Tedious) 업무
단순반복적이고 아주 간단한 업무는 그다지 머리를 써도 되지 않는 일이라 편하기도 하지만, 금세 지루함을 유발시킬 뿐더러 리더가 해야 할 업무라 할 수 없다. 가끔 기분전환을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이런 업무는 담당자를 정해 일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3.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Time-consuming) 업무
이런 유형의 업무들이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리더가 이런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블레이크는 이런 업무들이 80퍼센트 정도 완료되었을 때 리더가 개입하여 리뷰하고 피드백하며 다음 단계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런 조언의 이유는 그래야 직원들이 이런 유형의 업무를 수행하며 스킬을 함양할 수 있고 노하우를 직접 체득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4. 가르칠 목적의(Teachable) 업무
리더의 입장에서 직원을 '가르칠 수 있는' 업무는 직원의 관점에서는 곧 '배울 수 있는' 업무가 된다. 자신에게 아주 익숙한 업무를 리더가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스킬과 노하우 전수를 게을리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직원이 실행을 통해 배워야 할 업무들은 각자의 역량 및 스킬 수준에 맞춰 적절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의 수행과정에서 리더가 적절하게 피드백해야 가르치는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5. 형편없을 정도로 못하는(Terrible at) 업무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디자인, IT 스킬이 필요한 업무 등 리더 본인이 끔찍할 정도로 잘하지 못하는 업무나 직원들이 했을 때 더 나은 품질이 나오는 업무는 직원에게 일임하는 것이 좋다고 블레이크는 말한다. 물론, 직원들에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자기가 못하는 업무를 모두 떠넘기는 경우는 지양해야 하고, 리더 자신도 어느 정도 스킬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직원들이 더 잘하는 업무는 조직의 성과 차원에서 직원들이 수행하는 것이 옳다.

6. 분초를 다투는(Time Sensitive) 업무
아주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리더 혼자 수행하기가 곤란한 경우에는 설령 그것이 리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이라 해도 적절하게 직원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리더에게 한꺼번에 떨어져 마치 저글링처럼 어떤 업무를 먼저 처리해야 하는지 '정신이 없을 때' 혹은 그 모든 업무들을 동시에 수행할 것을 요구 받을 때,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리더의 위치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리더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리더 본연의 입장에서)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과거 한 달 동안 어떤 업무를 리더 본인이 직접 수행했고 어떤 업무를 직원에게 위임했는지 살펴보라. 위의 6가지 T에 해당하는 일들을 본인이 대부분(70퍼센트 이상) 직접 수행했다면 여러 가지 이유로 리더의 업무위임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리더가 해야 할 고차원적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의미이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직원들이 무조건 '가치가 낮은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가능한 한 가치가 높은 일을 해야 하고, 리더 역시 저가치한 일은 되도록 하지 않고 고차원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각자의 역할에 올바른 업무 분담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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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리더'의 7가지 행동과 태도   

2022. 9. 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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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직원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쁜 모범'은 되지 말아야 한다. iSucceed의 CEO인 에이드리언 셰퍼드(Adrian Shepherd)는 리더십의 본질을 한 문장으로 이렇게 말한다. “모범으로 이끌어라. 그게 전부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말을 들어 봤을 텐데, 이것은 ‘단순하고 간단한 것이 해답’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보통 리더십의 비결을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굉장히 단순한 것이라고 셰퍼드는 말한다. 직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리더가 먼저 그것에 모범을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말은 아주 많이 들어온 말이지만, 이것이야말로 리더십의 정수다. 그래야 직원들이 리더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 수가 있을 테고, 무엇을 해야 리더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잘 알 테니 말이다. 또한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을 테니까.

직원들이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면, 리더 역시 그래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리더도 처벌을 받거나 비난 받는 게 당연하다. 직원들은 리더의 말과 행동을 늘 관찰하면서 영향을 받기에 리더는 훌륭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리더가 나쁜 모범을 보이면 직원들도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고 말 텐데, 조직의 분위기를 망치고 성과를 저해하는, 리더의 나쁜 모범을 셰퍼드는 7가지로 정리한다.

 



첫 번째는 바로 불평이다. 누구도 부정적인 리더를 좋아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리더에게서 영감을 받기를, 희망을 얻기를, 조언을 듣기를 바란다. 데일 카네기는 이렇게 말했다. “바보들은 비평하고, 비난하고, 불평한다. 대부분의 바보들은 그렇게 한다.” 불평을 늘어놓는 리더는 직원들로부터 인정 받지 못할 것이다. 바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두 번째는 비판적인 피드백을 올바르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직원들을 혼낼 때는 혼내야 한다. 단, 올바르게 혼을 내야 한다. 감정을 폭발하거나 인격을 비난하는 식으로 혼을 내서는 곤란하다. 리더는 직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비판적인 피드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늘 연습해야 한다.

세 번째는 경청하지 않는 것이다. 기업가인 헨리 포드는 경청이 리더가 가진 가장 가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를 '예스맨'들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에 비판적인 사람들로 채웠다고 한다. 그만큼 경청에 능숙했다는 뜻이다. 직원들의 말을 잘 듣는 리더가 오래 갈 수 있다고 셰퍼드는 말한다.

네 번째는 비전이 부족한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해서 위기를 겪거나 사라진 기업들이 참 많다. 블록버스터는 비디오 대여에만 몰두하다 넷플릭스에 자리를 내줬다.  야후는 구글의 검색엔진의 잠재력을 무시했다. 리더는 변화의 흐름을 먼저 캐치하고 그것을 직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변화할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우유부단함이다. 우유부단함이야말로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셰퍼드는 말한다. 결단력이 있어야 직원들에게 지금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 줄 수 있다. 비록 잘못된 결정이더라도 단호한 결정이 우유부단함보다는 낫다. 결단력 있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일수록  결정이 잘못이라고 판명되면 빠르게 경로를 수정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여섯 번째는 배우지 않는 것이다. 위대한 리더는 책이 가지는 힘을 알고 있다. 월트 디즈니는 이렇게 말했다. “보물섬에 있는 모든 보물보다 책에 더 많은 보물이 있다.” 훌륭한 리더들은 책에서 영감을 얻는다. 책을 멀리하는 리더 중에 훌륭한 리더가 있던가?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것은 리더가 자기 스스로를 죽이는 행동이라고 셰퍼드는 경고한다. 조직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리더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직원들에게 정말로 나쁜 신호를 주게 된다. 실수를 감추려고 하지, 드러내서 고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직원들은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다. 리더의 작은 언행이 그들의 가치판단과 행동에 커다란 신호가 된다. 좋은 모범을 보이기 전에 위에서 설명한 7가지의 나쁜 모범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쁜 모범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 일반적인 리더들보다 훌륭한 리더로 인정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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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게 피드백하지 마라. '조언'하라   

2022. 9.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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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기업들이 '평가'의 폐해를 절감하고 이를 대신할 방법으로 '피드백' 방식을 채택 중이거나 앞으로 대체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다. 평가의 본래 목적이 구성원의 역량 개발과 동기부여, 이를 통한 조직성과의 창출인 것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사정형 평가'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구성원의 동기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아왔다.

나는 그동안 사정형 평가의 문제점과 피드백의 중요성을 설명해 왔기에 다시 반복하지는 않겠다. 다만, 기존 평가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물로 '활발한 피드백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또 당초에 바라던 효과(구성원의 역량개발 등)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리더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일종의 '평가' 개념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평가를 없애는 대신에 피드백을 강화하겠다고(혹은 새로 도입하겠다고) 하면, 구성원들은 '아, 이제 피드백 방식으로 직원들을 평가하는 것이구나'라고 인식하기 십상인데, 그렇게 되면 큰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왜 그럴까? 하버드 경영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인 윤재원(Jaewon Yoon)은 피드백이 평가의 개념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면, 개선해야 할 영역, 개선할 수 있는 방법과 제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본래 피드백은 상대방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며, 장점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단점을 또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행위인데, ‘피드백하라'는 말은 그런 행위를 오히려 소극적으로 만들고 상대방을 '평면적'으로 평가만 하려고 한다고 윤재원은 지적한다. 

 



그는 피드백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토록 하려면 피드백이라는 말보다는 '상대방에게 조언(advise)하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했을까? 윤재원은 200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교사직을 희망하는 지원자가 쓴 가상의 지원서를 읽고서 지원서 내용에 대해 '피드백해 달라' 혹은 '조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피드백을 요청 받은 그룹보다 조언을 요청 받은 그룹이 가상의 지원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더 많이 제안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피드백 요청 그룹은 "이 사람은 지원조건을 아주 충족시키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한 경험이 있고, 가르치는 스킬을 적절하게 갖추었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한 코멘트를 쓴 반면, 조언 요청 그룹은 지원서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지원서를 보완할지를 상세하게 코멘트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조언 요청 그룹은 피드백 요청 그룹보다 '개선 영역'을 34퍼센트 많게 코멘트하고 '개선 방법'을 56퍼센트 많게 제안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이와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윤재원은 194명의 정규직 직원들에게 동료의 최근 업무성과에 대해 '피드백' 혹은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실험을 해보니 피드백을 요청 받은 직원들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실천가능하지 못한 코멘트를 많이 제시했다. 이를테면 "업무에 대해 불평 한마디 없이 아주 좋은 성과를 냈다"는 식이었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칭찬이라서 기분은 좋겠지만,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잘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피드백해 달라'는 말과 '조언해 달라'는 말이 이렇게 의외의 차이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피드백하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과거 상황과 과거의 성과'를 떠올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피드백을 상대방의 성과를 '심사(judge)'하는 행위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피드백이란 말이 미래지향적 코멘트를 덜하게 만들어 버린다. 반면, 조언해 달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이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할 준비를 하게 된다. 심사하기보다는 '기회'를 더 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넛지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피드백하기보다 조언하는 게 낫다고 해서 평가를 대체하는 공식적 제도로 피드백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피드백이라는 말을 쓰되 그것이 과거의 성과를 평가하거나 심사하는 것이 아님을 구성원들에게 잘 인식시키면 된다. '직원들의 성과를 피드백하라'고 단순하게 말하지 말고 '직원의 개선점, 발전 가능성을 피드백하라'고 말하면 '직원에게 조언하라'고 말할 때와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윤재원이 실시한 후속실험에서 나온 결과인데, 가상의 지원자가 쓴 지원서를 이번에는 "개선점에 초점을 맞춰 피드백해 달라"고 요청하자 조언을 요청할 때와 거의 동일한 효과가 나왔다. 

예전에 나는 모 기업에 피드백을 중심으로 기존의 평가제도를 대체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어떤 사람이 "피드백이란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뜻이 연상됩니다."라고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그는 피드백이 '상대방이 했던 잘못을 지적하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답했다. 또한 누군가가 자신에게 피드백할 것이 있다면 내용과 상관없이 일단 기분부터 나빠진다고도 고백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니 그사람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피드백'이라는 단어를 양식에 표기하지 않고 대신에 '개선해야 할 점', '개선을 위한 나의 제안'이라는 두 개의 기입란을 남기도록 조정했다. 그렇게 하니까  보다 건설적인 조언이 제시되는 효과를 경험했다.
 
평가를 피드백으로 대체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피드백은 절대 만능이 아닐뿐더러 어떨 때는 오히려 직원의 동기를 꺾어 놓기도 한다. 그렇기에 리더들에게 '직원들의 성과를 피드백하라'는 점을 강조할 때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어떻게 피드백해야 하는지를 가이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피드백은 과거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조언이어야 함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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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2022. 9. 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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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MZ 세대, 그러니까 요즘 젊은 직원들이 조직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말해 보고자 한다. 그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해야 그들을 어떻게 우리 사람으로 끌어들이고, 조직에 오래 남아 있게 만들고, 그들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사이트릭스라고 하는 회사에서 젊은 직원들, 즉 미래의 직원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2000명의 직원들, 그리고 500명의 인사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는데, 미국 기업에 다니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서 우리나라의 경우가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거시적인 면에서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이트릭스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간단하게 소개할 테니 참고하기 바란다.

설문 조사 결과, 미래의 직원들은 조직에게 가장 많이 기대하는 것은 ‘보다 유연한 근무 환경'이었다. 직원들 중 88퍼센트는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공간적 제약 없이 일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88퍼센트라면 상당히 압도적인 비율이다. 반면에 인사 담당자들은 67퍼센트만이 이 말에 동의했다. 직원들과 인사 담당 임원 사이에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은 꼭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일하고 싶어 했는데, 코로나로 원격근무가 일상화되었고 사무실에서 일할 필요가 없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나중에는 굳이 서울에서 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확산되지 않을까란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두 번째로 미래의 직원들이 조직에 가장 바라는 것은 ‘생산성을 측정하는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까 언급했듯이,  반드시 사무실에서 일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커졌기에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성과를 내는지 그렇지 못한지를 측정하는 방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하는 시간이 아니라, 창출한 가치에 따라서 평가 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86%의 직원들은 회사가 아웃풋보다는 아웃컴에 우선순위를 두기를 원하고 있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어떤 뜻인지 알려면 아웃풋과 아웃컴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아웃풋은 업무로 인해 창출되는 결과물을 의미한다. 가장 단적인 예는 매출액이다. 반면 아웃컴은 업무로 인해 창출되는 고객가치를 뜻한다. 내가 열심히 만든 제품을 고객이 사용해서 편의와 행복을 느낀다면 그게 바로 아웃컴이다. 사이트릭스의 설문조사로 우리는 미래의 직원들이 
단순한 아웃풋이 아니라 아웃컴으로 평가 받기를 원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사 담당 임원들 중 절반 정도만이 직원들의 요구와 바람을 잘 알고 있고
조직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역시나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설문 조사 결과를 우리 조직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사이트릭스의 수석 부사장인 팀 미나한은 ‘나무를 통해 숲을 보라’고 조언한다.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조직의 창의성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인력을  좀더 넓은 범위에서 뽑으라고 말한다. 원격근무가 확대되면 꼭 로컬 인력을 뽑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학습과 인재 육성에 우선순위를 두라고 팀 미나한은 말한다. 스킬을 업그레이드하는 ‘업스킬링’, 새로운 스킬을 가르치는 ‘리스킬링’이 코로나로 인해 바뀌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이 우수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방법으로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가 직원들이 일을 보는 시각과 일에 접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길 원한다면 미래의 인력이 조직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직원들은 유연한 근무 환경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바란다. 단순한 아웃풋보다, 고객과 사회에 미치는 결과, 즉 아웃컴으로 자신들의 성과가 평가받길 원한다. 이러한 젊은 직원들의 시각에서 조직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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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짝 스매싱 몇 대 맞고 취향을 살려라   

2022. 9. 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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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주간 유정식' 88호 경영수필에 실린 글입니다.

* '주간 유정식'을 정기구독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중고등학생 때, 내가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어른들이 지나가며 이렇게 한 소리씩 하곤 했다.
“너는 애늙은이도 아니고, 이런 음악을 듣냐? 젊은 애들 노래 안 듣고.”
그때 내가 들었던 음악은 당시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소방차, 전영록, 박남정, 김범룡, 이지연 등의 노래가 아니었다. 몇 년 전에 타계한 조동진의 음악이었다. 그의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른들이 왜 내게 애늙은이 같다고 했는지 단박에 이해할 것이다.

‘겨울비’, ‘나뭇잎 사이로’, ‘차나 한잔 마시지’ 같은 그의 노래 어디에도 빠른 비트나 복잡한 악기 구성은 찾아볼 수 없다. 담백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 읊조리는 듯한 중저음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심박수가 줄어드는 듯 마음이 차분해지곤 했다. 간혹 감상이 지나쳐 멜랑꼴리해지기도 했는데, 나는 그렇게 인위적으로 형성된 우울감을 꽤 즐겼다. 가사 속의 남자라면 나는 어떤 기분일지, 그 남자가 바라보는 바다는 어떤 빛으로 가득할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가 맞는 겨울비의 촉감은 어떨지, 어두운 벌판을 달리다 한가운데 우뚝서서 올려다 본 하늘엔 별이 가득하겠지 등을 상상하는 시간은 내게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했다. 나는 스트레스를 이렇게 해소했다.

그렇다고 유행하는 노래를 듣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워낙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통에 안 들을 수가 없었고 제목이나 멜로디 정도는 들으면 아는 수준이었다. 친구들은 왜 이런 음악을 좋아할까 의아해 하며 일부러 찾아 들어본 적이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왜 이리 빠르고 복잡한 음악을 즐길까? 속 시끄럽게시리…’라며 카세트 데크를 끄곤 했다. 반 친구들이 쉬는시간마다 그 시절의 ‘인싸템’인 ‘마이마이’나 ‘요요’, ‘아하’ 따위의 포터블 카세틏ㄱ를 꺼내들고 흥얼거리다가 내게 한번 들어보라고 이어폰 한쪽을 내 귀에 꽂으면 그때마다 싫은 티를 팍팍냈다. “야, 너나 들어!”라고. 나는 인싸템 없는 아싸였다.

고등학교 시절, 곱상하게 생겨 가지고 내 뒷자리에 앉아 매일 유행가를 흥얼거리던 녀석이 있었는데, 노래를 곧잘 하는 편이구나 속으로 생각했지만 내 취향이 아닌 노래를 연신 부르니 자습에 방해가 되었다. 뒤를 홱 돌아보며 “야, 노래 좀 그만해!”라고 소리를 지르면, 녀석은 용용 죽겠지, 하는 입술로 ‘어디 한번 내 입을 막아보시지.’라며 그 잘난 노래를 이어가곤 했다. 군대를 제대할 쯤 보니까 그 녀석은 듀엣 ‘녹색지대’의 멤버가 되어 인기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그렇게 짜증을 유발할 정도로 노래를 불러대더니 그 재능을 살리는구나, 싶었다. 지금은 미사리 어느 카페의 단골 초대가수가 된 것 같아 좀 안쓰럽지만.

 

조동진 님. 돌아가시기 6개월 전쯤, 음식점에서 우연히 뵙고, 앨범에 사인을 받았답니다.


템포가 느리고 멜로디가 단순하며 악기 구성이 단촐하고 서정적인 노래를 좋아하는 취향은 사회인이 되어서도 이어졌고, ‘조동진 류’의 언더그라운드 가수(당시엔 인디 가수를 이렇게 불렀다)들의 노래에 심취했다.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하지 않으려는 반골 기질도 한몫했지 싶다. 서태지, R.E.F, 핑클, S.E.S 같은 댄스가수들의 비트 빠른 음악은 여전히 내 취향이 아니었고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나온다 싶으면 다이얼을 돌리곤 했다. 마치 못들어줄 소음을 들었다는 듯.

그러던 내가 요즘엔 비트가 강하고 빠르며 휘몰아치는 듯 질러대는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고 있으니 나조차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만약 클레어 로진크란츠(Claire Rosinkranz), 두아 리파(Dua Lipa), 베니(BENEE),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lish), 멘 아이 트러스트(Men I Trust) 등의 노래를 즐겨 듣는 나를 누군가가 목격한다면, 내가 청소년 시기를 조동진 노래와 함께 했음을 상상조차 못하지 싶다. 물론 내 음악적 성향의 주류는 여전히 조동진 쪽에 가깝지만, 예전보다는 클레어 로진크란츠 쪽으로 무척이나 ‘우경화’되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따져보니, 제대로 된 오디오 시스템을 구비하고 헤드폰이나 이어폰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전에는 아이폰에 번들로 딸려온 이어폰을 노트북PC에 꽂아 듣거나 조악한 소형 스피커로 백그라운드 뮤직을 틀어놓는 게 전부였다. 최고급 하이파이는 아니지만 새 오디오가 들려주는 소리는 나에게 신세계였다. 10년 묵은 귓밥을 말끔히 파낸 느낌이라고 할까?

싸구려 스피커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악기의 디테일이 느껴졌고, 예전에는 꽝꽝 찌그러지는 듯한 소리로만 들리던 드럼킥은 쩍쩍하는 소리로 찰지게 들리는 게 아닌가! 가수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지만 귀를 엄청 피곤하게 하는 소위 ‘치찰음’은 새 오디오와 새 헤드폰에서는 부드럽기만 했다. 악기 편성이 많은 음악은 안 좋은 기계로는 뭉치고 떡진 소리를 내지만, 나의 하이파이 시스템에서는 4K 영상을 보듯 해상도와 악기 분리도가 뛰어나서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았다. 이게 재미있어서 템포 빠르고 다이내믹이 강하며 폭발적인 노래를 즐기게 됐던 것이다. 그렇다. 도구가 좋아졌기에 그랬던 것이다.

만약 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이 거실에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멋지게 장식해 놓을 만큼 좀 사는 집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여느 청소년처럼 박남정이나 소방차의 노래를 즐겼을까? 음악 취향이 우경화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랬을 가능성이 높았지 싶다. 어쩌면 내가 조동진 류의 노래에 심취했던 것은 기질탓이 크지만 집에 있는 음악 청취 도구라고는 모노 카세트 레코더 하나 밖에 없었던 형편도 한몫했으리라. 그마저도 안테나가 떨어져 나가 주파수를 맞추려면 안테나 있던 자리에 옹색하게 스테플러를 세워 놓아야 했다. 식구들이 자는 시간이면, 스테레오는 언감생심, 한쪽 밖에 없는 산업용 이어폰으로 들어야 했던 ‘모노 청소년’이었다.

 


취향에도 범위가 있고 지평이 있다. 그리고 그 범위와 지평은 상당 부분 취향 즐기기를 돕는 도구가 좌우한다. 도구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스펙으로 취향의 경계가 결정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도구를 더 나은 것으로 바꾸거나 아예 차별적인 것으로 바꾸면 현재의 취향 한계선이 풀리고 취향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다. 내가 이 나이가 되어 조동진 족의 땅에서 클레어 로진크란츠 족의 땅으로 취향의 경계선을 넓혔듯이 말이다.

충실한 도구가 당신의 취향을 충실하게 만든다. 때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대는 법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비싼 도구를 사들이라는 말은 아니니 오해 말기를 바란다. 싸구려 도구로 본인의 훌륭한 취향을 옥죄지 말라는 뜻이다. 어떤 취향이든 해당 카테고리에서 싸구려에 속한 도구로 만족하고 있다면 다른 데 쓸 돈을 끌어오더라도 미들급 도구까지는 접근해 보는 건 어떨까? 그 후에는 각자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기억하라. 당신의 취향에는 그렇게 해줄 만한 자격이 있다.

그런 의미로, 장바구니에 새 오디오를 담아본다. 내 취향에 신선한 물과 비료를 줄 때가 다시 돌아왔으니까.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고 하지 않는가! 등짝 스매싱 몇 대 맞고 당신의 취향을 살려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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