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두 대의 차가 있는데, 하나는 26년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13년이 된 것입니다. 요즘 자동차에 많이들 달린다는, 자율주행 수준까지 도와준다는 주행보조장치는 아예 가지고 있지 않죠.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않지만 머지않아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고 딴청을 피우더라도 차가 알아서 주행을 이어가는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그렇게 되기 전에 저도 새 차를 사야겠....)
많은 이들이 자율주행 자동차와 '친환경'을 연결시키는 것 같은데요, 컴퓨터가 급가속이나 급제동 없이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최적의 경로를 찾아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듯 합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연관이 적습니다. 아니, '부정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흔해진다고 해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뿐이지 전혀 환경 개선에 기여하지 못합니다.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 MIT의 최근 연구 결과로 밝혀진 바입니다. 자율주행차에는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온보드 컴퓨터가 있는데요, 이것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다면, 0.14 기가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발생시킨다네요. 아르헨티나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죠.
게다가 자율주행차가 일상화되면 사람들은 도로에 자동차를 더 많이 끌고 나올 겁니다. 전에는 운전이 힘들고 귀찮아서 안 끌고 나오던 이들이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먼 곳으로 자동차 여행을 가려는 사람도 많아지겠죠. 이건 그냥 추측이 아닙니다. 일례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테슬라 자동차 소유주들이 다른 이들보다 1년에 5,000마일 가량 더 운전한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연히 더 많은 화석연료를 태워야겠죠. 전기차라 해도 마찬가지에요. 그 전기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니까요.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들지 않습니까? 결국 자율주행차로 인해 환경은 더 나빠지겠죠. 자율주행차는 친환경적이라기보다 '반환경적'입니다.
자율주행차를 타지 말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자율주행차가 친환경적이 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그리고 우리가 막연하게 가진 믿음(자율주행차 = 친환경)이 과연 맞는지 늘 검증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 사례를 말씀 드립니다. 근거없는 믿음으로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태도가 님의 전략적 사고력을 높일 겁니다.
[참고논문]
Sudhakar, S., Sze, V., & Karaman, S. (2022). Data Centers on Wheels: Emissions From Computing Onboard Autonomous Vehicles. IEEE Micro, 43(1), 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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