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만족도 조사를 해보면 공통적인 패턴이 드러나는데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사원급의 직무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반면, 대리나 과장 같은 중간 직급이 되면 직무만족도가 가장 낮다가, 다시 차장 고참이나 부장이 되면 직무만족도가 오르는 현상이 거의 예외없이 나타납니다. 연령대로 보면 30대에서 40대 초반 직원들의 직무만족도가 가장 낮고, 40대 중후반부터 50대 직원들의 직무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패턴을 보이죠. 아마도 여러분의 조직도 그럴 겁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왜 조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인 30대~40대 초반 직원들이 본인의 직무에 가장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요?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의 하네스 자허(Hannes Zacher)는 이런 패턴에 흥미를 느끼고 '연령대에 따라 어떤 요소가 직무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시간적 압박, 업무와 가정생활 간의 충돌, 동료들의 지원이 직무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가설을 수립했어요. 그리고 호주의 모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771명의 블루칼라 및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죠. 조사 결과, 역시나 중간 연령대(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직원들의 직무만족도가 가장 낮았고 ‘감정적 고갈 수준Emotional Exhaustion’이 가장 높았습니다.
예상과 달리 ‘업무와 가정생활의 충돌’과 직무만족도 사이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는데요, 이것은 육아, 교육, 부모 부양 등 가정 내에서의 책임감이 과중해지는 연령대이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직무만족도가 낮아진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죠.
통계 분석을 통해 자허는 중간 연령대 직원들의 직무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상(그리고 감정적 고갈이 높아지는 현상)은 평소에 시간적 압박을 강하게 느끼고 동료들로부터 도움을 적게 받는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규명했습니다. 화이트칼라든 블루칼라든 마찬가지였죠. 중간 연령대가 실무자로서 업무가 집중(혹은 과중)되는 시기이고 비슷한 연령대의 직원들 역시 바빠져서 자신이 업무를 혼자 도맡아야 한다는 압박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직무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대말에서 40대초에 이르는 직원들이 조직의 주축을 이루는 만큼 그들이 시간적 압박을 덜 느끼도록 시간관리 기법을 교육해야 합니다. 또한 그들이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줘야 합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각자 고민해 보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 Zacher, H., Jimmieson, N. L., & Bordia, P. (2014). Time pressure and coworker support mediate the curvilinear relationship between age and occupational well-being.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19(4),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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