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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벌써 1시간이나 넘게 수다 중이다. 나는 엄청나게 큰 소리로 나누는 그들의 잡담을 1시간 넘게 듣는 중이다. 칸막이 커튼을 쳐 놓으면 자기네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고 믿는 듯하다. 꾹 참고 책이나 읽을까 했지만 1페이지도 넘어가지 않는다. 그들의 잡소리가 책의 문장에 섞여 들어가는 탓에 눈은 문장을 쫓고 있지만 무슨 뜻인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 내가 왜 노래교실의 회장 선거와 관한 비화를 들어야 하는지, 왜 어떤 음식점의 밥맛이 좋은지 나쁜지를 들어야 하는지...
그는 면회객이 없으면 TV를 혼자 독차지한다. 나야 뭐 TV는 안 봐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는 거의 내내 TV를 틀어놓아서 귀 속이 왕왕 울릴 지경이다. 마음 속으로는 그와 TV를 창밖으로 얼마나 많이 던져 버렸는지 모른다. "TV 좀 덜 봤으면 좋겠어요"라고 완곡하게 부탁했는데도 귀에 탈지면이 박혔는지 소용없다.
어제밤에 TV 소리에 시끄러워 잠을 깼는데, 그는 TV를 틀어놓은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얄밉던지... 습관적으로 TV를 틀어놓는 것으로 봐서 내과가 아니라 정신과에 가봐야 할 것 같다.
화가 나서 한바탕 항의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은데, 그가 아버지 뻘 노인이라 꾹 참는 중이다. 임계점을 곧 넘어설 것 같다. 매너 없는 사람에겐 경로사상은 과분하다.
나는 지금 2인실 병실에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화를 삭인다. 병이 낫질 않고 오히려 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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