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에 '유감' 많습니다   

2010. 1. 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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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에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었네".... 여러분은 혹시 컨설팅을 받고 나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까? 좀 오래 전이지만, 저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고객들이 컨설팅에 느끼는 만족도와 불만 요소, 컨설팅사를 선정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 등을 알아봄으로써 고객지향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설문의 목적이었지요. 모두 43개의 설문지가 취합되었는데, 충분한 샘플수는 아니지만 시사점을 뽑아내기에는 적절하리라 봅니다.

(다를 것 없는 일상품)


첫 번째 질문은,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80%가 넘는 사람이 ‘보통(3점)’에 체크했고, ‘만족한다’와 ‘불만이다’가 비슷한 비율로 나왔습니다. 반면 ‘매우 만족한다’는 대답은 전무했지요. 컨설팅 서비스가 특별히 감동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의미일 겁니다.

컨설팅사들은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치를 부르짖습니다. 갈수록 컨설팅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죠. 하지만 요즘의 컨설팅사들은 고객들이 ‘대신 해주었으면 하는' 서비스를 일임하는 외주업체로 포지션되는 느낌입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컨설팅을 특별한 전문서비스로 '추앙'하지 않습니다. 그저 세무와 회계와 같이 아웃소싱 가능한 일상품(Commodity) 서비스 업체로 여기는 추세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과 연계된 것인데 ‘컨설팅사에 대한 가장 큰 2가지의 불만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답이 나왔는데, 그 중에 가장 빈도가 높은 항목은 컨설팅 결과물의 품질 문제, 컨설턴트의 역량과 자세 문제,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 컨설팅 범위의 지나친 제한, 애프터서비스 부재 등이었습니다. 특히 컨설팅 결과물의 품질에 문제가 많다라는 대답이 35%로 가장 많았죠.

우리나라에 경영 컨설팅 분야가 활동을 시작한지는 꽤 되었지만 붐을 이루게 된 시점은 IMF 외환위기 이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시 기업들은 매우 절박한 상황이었죠.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으나 외부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이 때 친절한 얼굴로 손을 내민 자가 바로 컨설팅 사였습니다. 

'한국식 경영 방식으로는 안 된다, 미국식 최첨단 경영기법을 도입해야 살 수 있다'는 약간의 패배주의와 사대주의가 섞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시류를 잘 탄 컨설팅 사들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죠. 그들 대부분 외국계 회사였는데, 그래서 어마어마한 돈이 그들의 본사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고객들은 컨설팅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와 그에 비해 턱없이 빈약한 컨설팅 결과물들,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우리의 정서와 현실에 맞지 않는 경영기법들로 인해 엄청난 시행착오를 경험했습니다. 급기야 ‘컨설팅 무용론’까지 주장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돈은 많이 들였으나 별로 나아진 것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에너지만 낭비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컨설팅 사 역시 이런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새로운 유행을 불러 일으킬 ‘상품’만 개발해 내면 상황을 쉽게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전에도 있었던 경영기법들이 타이틀만 바꾸어 세상에 나올 채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세 번째 질문은, ‘컨설팅사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2가지 판단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설문하기 전에 저는 ‘브랜드와 명성’ 또는 ‘유사산업에 대한 경험’에 고객들이 가장 많은 표를 던지리라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브랜드와 명성’, ‘유사산업에 대한 경험’, ‘수수료 수준’은 모두 합해 15%도 안 되었죠. 반면에 ‘컨설팅 품질’과 ‘컨설턴트의 개인능력’이라는 대답이 73%나 되었습니다.

컨설턴트의 개인 역량은 컨설팅의 성패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적합한 인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함량 미달의 컨설턴트를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투입시킨다든지, 한 명의 컨설턴트를 두 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겹치기로 투입시키는 바람에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든지, 이로 인해 컨설팅의 품질이 저하되는 관행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제는 브랜드와 명성, 회사의 규모, 장황할 정도로 많은 고객 리스트,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는 난해한 방법론 등이 컨설팅사의 역량을 대변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똑똑해진 고객들은 이제 그런 것에 의존하는 컨설팅 사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습니다.

컨설팅사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현학적인 방법론을 들이댈 일이 아니라, 정말로 고객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지 반성할 일입니다. 도대체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는 껍데기뿐인 ‘결과보고서’를 남기고 도망치듯 떠나버릴 것이 아니라, 즉각 실행 가능한 수준의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내용의 보고서를 제시하는지 진지하게 점검할 일입니다.

설문 말미에 컨설팅 사에게 바라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써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다양한 말들이 나왔는데, 그 중 제 가슴에 팍 꽂히는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유행을 좇아 상품을 파는 장사꾼이 되지 말아 달라.”는 글이었습니다. ERP, CRM, SCM, KMS, BPR… 소위 Three-Letter Word(3글자로 된 경영기법들) 상품을 만들어 내다 파는 컨설팅 사를 통렬히 꼬집는 말이었습니다.

이 글은 5년 전에 기고한 칼럼을 고쳐쓴 것입니다(유사한 내용이 제가 쓴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란 책에도 실렸지요). 컨설팅의 실태가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 여기에 재차 포스팅합니다. 반성할 일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수많은 경영기법과 무수히 많은 컨설팅 사들의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왜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여전히 존재할까요? 그 많던 돈(수수료)은 누가 다 가져갔을까요? 고객들도 저도 컨설팅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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