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부터 할까, 어려운 일부터 할까?   

2024. 6.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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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할일 목록에 여러 개의 일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어떤 일은 며칠 동안 애를 써도 완료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고, 어떤 일은 머리를 쓸 필요없이 몇 분만에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일입니다. 주어진 시간에 모든 일을 완료하기가 힘들고 여러 경로를 통해 압박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할일 목록에 적힌 일들 중에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어질까요?

개별 업무마다 중요성과 시급성을 따져서 우선순위를 매긴 다음에 1순위의 일부터 행동에 옮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옳다는 걸 안다 하더라도 아마도 여러분은 그런 우선순위를 무시하고 가장 쉬운 일부터 처리하려고 할 겁니다. 

‘OO에게 이메일 답장하기’나 ‘동사무소에 가서 인감증명서 떼기’, 아니면 ‘책상 정리하기’처럼 쉽지만 간단한 후순위 업무를 먼저 할 가능성이 크죠.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으나, 참고논문에서 제시한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합니다(관심 있으시면 구글에서 논문을 검색해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어려운 일보다는 쉬운 일을 먼저 하려 할까요? 그 이유는 쉬운 일을 먼저 함으로써 잘 진척되고 있다는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업무로드가 심한 상황에서는 일할 동기를 이어가기 위한 자기방어적 조치로 더욱 그렇게 행동하려 합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합니다. 쉬운 일을 처리해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해서 어려운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쉬운 일을 다 해놓고 뒤를 돌아보니 어려운 일들이 가득 쌓여 있다면 "에이, 나도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라고 포기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어려운 일부터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아요. 어려운 일을 붙잡고 있으면 ‘이게 언제 끝나나? 과연 끝낼 수 있는 일일까?’란 불안감이 쌓이고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쉬운 일부터 하는 것도 문제고 어려운 일부터 하는 것도 문제이니, 해결책은 두 가지 일을 적절하게 섞는 겁니다. 난이도와 소요시간을 감안해서 쉬운 일을 한두 개 처리하고 어려운 일 하나를 그 다음에 수행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참 싱거운 해결책이라는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제 경험상 성취감과 일의 진척을 동시에 확보하는, 꽤 훌륭한 팁입니다. 

경영일기는 저에게 쉬운 일일까요, 아니면 어려운 일일까요? 미루고 미루다 밤 11시가 다 되어 쓰기 시작하는 걸 보니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내일에는 낮에 써둬야겠습니다.


*참고논문
KC, Diwas Singh and Staats, Bradley R. and Kouchaki, Maryam and Gino, Francesca (2019) Task Selection and Workload: A Focus on Completing Easy Tasks Hurts Performance. Harvard Business School NOM Unit Working Paper No. 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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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때문에 번-아웃되었을까?   

2024. 6.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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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Burn-out)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기에 오히려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번-아웃 상태는 이렇게 정의됩니다.

- 지속적인 피로감: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고 육체적으로 피로가 상당히 쌓인 상태
- 일(work)에 대한 냉소: 어떤 일이든 내 일이 아니라는 냉소적인 감성 상태
- 무능력감: 업무에 대한 '효능감'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

번-아웃은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기에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좋은데요, 그럴려면 일단은 '무엇 때문에 내가 번-아웃이 됐지?'란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합니다. 원인을 찾아야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원인을 밝히지 않은 채 번-아웃에서 탈출하려고 애쓴다면 설령 바람직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머지않아 다시 추락할 수 있습니다.

 



번-아웃의 3가지 상태(지속적인 피로감, 일에 대한 냉소, 무능력감) 중에서 무엇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찾으려면 다음과 같이 각각 3개씩, 총 9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리더십 전문가 레베카 주커(Rebecca Zucker)는 조언합니다. (답변 예시는 제가 제시한 것들입니다.)

지속적인 피로감
- 나를 가장 지치게 했거나 내게 스트레스가 됐던 일은 무엇인가?
- 내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 내게 삶의 활력을 주는 것들 중에서 요즘 누리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 답변 예시: 내게 완벽을 요구하는 타인의 질책, 동료들의 비협조, 경제적 어려움 등

일에 대한 냉소
- 무엇이 나 스스로를 부정적인 사람이라 느끼게 만드는가?
- 예전에 내가 열정적으로 행했던 일은 무엇인가?
- 그런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답변 예시: 내 업무의 부도덕성, 제도의 불합리, 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 등

무능력감
- 내가 가장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
- 내게 가장 실망스럽거나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 필요 이상으로 내 에너지를 크게 '빨아먹는' 것은 무엇인가?
=> 답변 예시: 끝없는 회의, 요식행위, 상사 눈치 보기, 사내 정치 등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번-아웃의 원인을 스스로 진단하지 않고 여행 가기, 운동하기, 취미 즐기기, 친구들과 교류 확대하기 등의 치료법에 바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다시 번-아웃이란 덫에 빠질 테니까요. 녹슨 철판을 페인트로 덮어버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녹이 부풀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도 요즘 살짝 번-아웃된 듯한 느낌인데, 막연히 무엇이 원인인지 알 것 같지만 좀더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 이 9개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느긋하게 가져볼까 합니다. 

*참고기사
https://hbr.org/2024/06/9-questions-to-help-you-figure-out-why-youre-burne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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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할인을 하더라도 더 많이 팔려면?   

2024. 6.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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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물건값을 할인해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객이 성원에 감사 드리는 마음에서일까요? 이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할인은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서' 실시합니다. 할인은 가격이 낮을수록 더 많은 구매자가 관심을 보인다는 상식에 기반한 정책입니다.

그렇다면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할인을 한다면 좀더 많은 고객의 관심을 끌어당기도록 '할인율'을 표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원래 가격이 15,000원인 물건을 13,980원으로 할인하면서 다음과 같이 할인율을 다르게 표시한다면, 더 많은 구매가 일어나는 경우는 무엇일까요?

(1) 6.8% 할인! 15,000원 --> 13,980원
(2) 7% 할인! 15,000원 --> 13,980원

두 경우 모두 할인액은 동일하지만 할인율 표시를 다르게 했습니다. (2)번은 6.8을 반올림한 것이죠.

 



실제로 이런 예시를 실험 참가자들에게 준 후에 구매의사를 물어본 연구가 있는데요, (1)번을 택하는 참가자들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2)번일 때의 구매의사는 13%였지만 (1)번일 때의 구매의사는 21%나 됐으니까요.

왜 그럴까요? 고객이 계산기로 할인율을 직접 계산하지 않는다면 0.2%포인트가 높은 (2)번일 때 더 많은 구매의사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6.8%보다는 7%가 더 '큰 숫자'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연구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고객은 정확하게 느껴지는 숫자를 보면 이 할인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그래서 빨리 구매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라고 말입니다. 6.8%라고 쓰여 있으면 소비자는 '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이 할인이 끝나겠네? 빨리 사야지!'라고 인지한다는 것입니다. 신기하죠?

물론 할인율 차이가 6.8% 대 20%이면 당연히 후자일 때 구매의사가 훨씬 높겠지만, 할인율이 10% 미만일 때는 가능한 한 숫자를 정확하게 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연구자는 덧붙입니다. 

구독자분들 중에는 기업 내에서 '프라이싱' 영역에서 일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자영업을 하면서 직접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앞으로 할인을 실시할 때는 소숫점 첫째 자리까지 할인율을 표시하고 그 할인율대로 할인금액을 적용하는 게 소비자의 구매의도를 높이고 동시에 (조금이나마) 할인으로 인한 마진 감소를 막는 방법임을 기억해 두면 좋겠네요. 한번 써먹어 보세요.


*참고논문
Pena-Marin, J., & Bhargave, R. (2016). Lasting performance: Round numbers activate associations of stability and increase perceived length of product benefits.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6(3), 4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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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영상은 좋은 교재   

2024. 6.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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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앞에서 누군가가 중요한 정보를 말하는데 왠지 그가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그의 표정이나 몸짓에서 거짓말의 증후가 보이지 않던가요?

1년 전(2023년 6월 29일) 경영일기에서 바디랭귀지 전문가 바바라 피즈(Babara Pease)의 '거짓말 탐지법'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상대방이 거짓말하고 있음을 아래의 바디 랭귀지를 통해 감지할 겁니다.

- 손으로 머리나 얼굴 만지기
- 코 비비기
- 귀 당기기
- 시선을 피하면서 눈 긁기
- 아래를 내려다 보며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기
- '예'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

 



피즈는 이 중에서 3가지 이상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면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라고 판단해도 된다고 말합니다. 

이 중에서 '코 비비기'가 흥미로운 몸짓인데요, '피노키오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듯이 사람 역시 거짓말을 할 때는 아주 미세하긴 하지만 코가 커진다고 해요. 거짓말이 들통날 게 두려워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높아짐에 따라 코의 모세혈관이 갑작스레 팽창하죠. 간지러움을 느끼게 되니 자신도 모르게 코에 손이 가는 겁니다.

지난 금요일에 국회 법사위에서 입법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여러 증인들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피즈의 '거짓말 탐지법'을 적용해 봤답니다.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으나, 몇몇 증인들은 시선을 계속 아래로 깔거나 눈을 깜박거리면서 답변을 하더군요. 어떤 증인은 순식간이지만 눈을 찡그리는 표정을 짓기도 했는데요, 이것 역시 거짓말의 증후입니다. 자신이 거짓말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의 표현이니까요.

피즈가 말하는 거짓말 탐지법을 숙지하고 증인들의 발언 장면을 다시 살펴보세요.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강력한 심증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볼륨을 완전히 끄고 바디 랭귀지만 살펴보면 더 잘 감지할 겁니다. 

바디 랭귀지를 알아두면 협상할 때나 정보를 파악할 때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으나, 뜻하지 않게 이번 청문회 영상이 거짓말 간파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교재이니 잘 활용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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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기는 결핍에서 비롯된다   

2024. 6.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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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심할 때마다 전국의 집들, 그것도 농촌에 위치한 집들을 ‘랜선 방문’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모니터에 ‘거리뷰’를 띄워서 그 집이 어떤 동네에 있는지, 주변 집들은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떤 경치 속에 놓여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뜯어보죠. 

누가 보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오해할지 모르지만, 저는 부동산 가치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고 ‘똥손’이라고 자평할 만큼 부동산 투자에는 숙맥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여러 집을 관찰하는 까닭은 '공간 속에 머무는 나'를 상상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그 공간에 앉아 있을 나의 표정은 얼마나 평안하고 즐거울지, 집 앞을 산책할 때 제 눈에 들어올 풍경은 얼마나 저를 행복하게 해줄지, 산책길에 만나는 풀꽃, 이따금 벌판을 지나는 바람 한 줄기의 질감과 냄새를 상상하며 집을 관찰하곤 하죠. 

 



모든 욕구는 결핍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월세방을 숱하게 전전하느라 ‘자가 생활’을 경험하지 못했고 '내 방'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결핍이 지금까지 ‘나의 공간’에 대한 염원을 불태우는 연료이지 싶습니다. 어린 저는 방 한 구석에 엎드려서 내가 나중에 집을 지으면 어떤 모습으로, 어떤 구조로 할지를 그려보곤 했습니다.

성인이 되어 집을 구입할 만한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뼛속 깊은 ‘공간에 대한 결핍’이 이렇게 중년이 되어서도 끈덕지게 이어지는 걸 보니 누군가의 동기 유발 포인트를 찾으려면 그 사람의 결핍 요소를 먼저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자기 공간’에 결핍을 가진 직원에게는 연봉 몇 푼 더 올려주는 것보다 아지트라 여길만한 코지(cosy)한 공간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훌륭한 보상일 겁니다. 물론 공간이야 어떻든 간에 높은 보상을 받거나 남들에게 어깨를 으쓱할 만한 직함을 사용하는 것에서 일할 동기를 찾는 사람도 있죠. 어떤 직원은 ‘안전감’을, 또 어떤 직원은 ‘교류 혹은 친교’가 동기 유발의 포인트입니다. 

이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과거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런 결핍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리더가 직원에게 할 수 있는 보상이고, 이런 점에서 리더가 직원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은 돈 말고도 매우 많다는 걸 알 수 있죠.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과거에 경험한 결핍들 모두가 동기로 전환되지는 않거든요. 어렸을 적의 경제적인 어려움 또한 저의 결핍이긴 했지만 '돈'이 저의 동기로 ‘승화’되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동기는 결핍에서 비롯되지만, 모든 결핍이 동기로 전환되지는 않아요. 리더는 직원의 결핍을 파악하되 그 모두를 동기로 ‘직역’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결핍 = 동기'라는 1차 방정식으로 우리 삶을 통으로 정의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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