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꼭 아침에 써야 할까요?   

2024. 6.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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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글을 언제 쓰는 것이 가장 좋습니까? 언제 써야 할까요?”

몇 년 전에 누군가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이 질문을 받을 때 글을 주로 쓰던 시간대는 오전 6시 반에서 10시 사이였으니 매일 출근해야 하는 그 사람에게는 하나마나한 대답이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특별한 외부 활동(강의나 컨설팅)이 없으면 오전 시간을 집에서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오전 시간을 글 쓰는 시간으로 삼았었습니다. 오전 시간이 머리가 팍팍 돌아가고 손이 머리보다 빨리 움직이는 시간대라서 선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그가 “하루 중 글을 어느 시간대에 써야 합니까?”란 질문에 족집게처럼 짚어줄 대답을 할 수가 없었죠.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라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그는 매일 이른 아침에 글을 쓰기 시작해 오전 중에 마무리를 하는 루틴을 수십년 째 지속한다고 합니다. 딱히 글을 쓸 게 없거나 글이 잘 써지지 않아도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단 한 줄’이라도 쓰는 것이 직업으로서 소설가의 본연이라고 그는 말하죠. 

 



하루키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오전 시간을 글 쓰는 데 할애하는데, 이를 보고 여러분은 ‘나도 그들처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전업작가입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아침에 글을 쓰고서 오후엔 낮잠을 즐길 수 있죠. 게다가 따지고 보면 대부분 나이가 많아 아침잠이 없는 분들이니 새벽부터 글을 쓰는 게 그들에겐 그리 힘든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유명 작가나 여러분이 존경하는 작가들의 글쓰기 시간대를 곧이 곧대로 따를 필요는 없고 또 그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각자에게 글쓰기의 최적 시간대는 '인터럽트'를 가장 덜 받는 시간대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럽트를 많이 받게 되는 시간대에 글을 쓴다면 ‘내가 글쓰기에 집중을 못하는구나. 난 글쓰는 데 젬병이야’라고 오해하거나 아예 글쓰기를 포기할 위험이 있죠. 전쟁에서 이기는 전략 중 으뜸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조건에서 싸우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요? 마찬가지로 글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대에 글을 써야 글쓰기가 수월해지고 글쓰기의 두려움도 떨쳐 버릴 수 있습니다.

직장인이라서 낮에는 글 쓸 여유를 갖지 못한다면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1~2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해 보세요. 이때가 방해를 가장 덜 받는 시간 아닙니까? 전화도 오지 않고 이웃의 예고없는 방문도 없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글쓰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 겁니다.

이때 하루키의 방법을 따라해 보세요. 단 한 줄을 쓰더라도, 아니 그마저도 쓰지 못한다 하더라도 무조건 자신이 정한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하얀 화면이라도 바라보면 어떨까요? 핵심은 ‘이 시간에는 반드시 글을 쓴다’라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습관이 자리를 잡고 1~2시간 내에 1~2페이지를 꾸준히 써간다면 1년에 책 1권이 뚝딱 나옵니다. 침 쉽죠? 

저는 글쓰기 스킬 자체보다 이렇게 최적의 글쓰기 시간대를 찾아 글쓰기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글을 못 쓰거나 쓸 말이 없어서 책을 못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쓸 여건을 만들거나 찾지 못해 글을 못 쓰는 것이죠. 

글쓰기는 일종의 생산공정입니다. 제품을 생산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공장, 인력, 기술 등)이 많듯이 글쓰기 역시 그러합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적합한 글쓰기 시간대를 찾아내고 매일 그때가 되면 아무것이라도 써보는 습관을 들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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