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엉덩이에서 나옵니다   

2024. 7.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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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 문제를 풀 때 두 개의 선택지 중에서 무엇이 답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합니까? 처음에 찍은 답을 고수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다른 답으로 바꿔 써야 할까요?

“처음의 답을 고수하는 게 낫다. 답을 바꾸면 틀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심리학자 저스틴 쿠르거(Justin Kruger)는 이런 통념이 ‘미신’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는 처음의 답을 포기하고 다른 답으로 바꾸는 경우가 2배나 유리하다는 점을 분석으로 알아냈습니다. 크루거는 처음의 답을 고수하는 게 유리하다고 믿는 오류를 ‘최초 직감의 오류(Firtst Instinct Fallacy)’라고 불렀습니다.

‘창의성(creativity)’에도 동일한 관점을 갖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 낸 아이디어가 가장 창의적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디어의 창의성은 떨어진다’고 믿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생각 역시 착각이라는 게 연구 결과로 밝혀졌으니까요(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한 논문으로 대체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창의성은 떨어진다’라고 착각하는 것일까요? 구글에 ‘creativity’란 키워드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뇌에 전구가 반짝’하는 이미지입니다. 이런 이미지가 우리에게 선입견과 착각을 심어주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곧바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나는 창의력이 부족한가봐’라고 스스로를 책망하게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빠른 시간 안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상해 내는 것’이 창의성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 시점에서 중단할 게 아니라 좀더 시간을 들여 아이디어를 갈고 닦아야 하죠. 

뛰어난 아이디어는 명석한 두뇌가 아니라 ‘엉덩이’로 찾는 것입니다. 설령 빠른 시간 안에 ‘전구처럼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해도 역시나 그 시점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도 안 됩니다. 불켜진 전구를 바라보고 있자면 눈부심 때문에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듯이,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혹해 버리면 그 너머에 있는 더 뛰어나고 더 큰 성공을 보장하는 아이디어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아이디어의 창의성은 아이디어 발굴에 들인 시간에 비례합니다. 전구는 잊어야 합니다. creativity란 단어를 구글링하면 엉덩이 이미지가 더 많이 나와야 하죠. 창의성에서 엉덩이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끝)


*참고논문
Lucas, B. J., & Nordgren, L. F. (2020). The creative cliff illus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7(33), 19830-19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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